[바스 카스트] 내 몸에 이로운 식사를 하고 있습니까? - 군살, 노화, 성인병으로부터 멀어지는 영리한 식사법
저자 : 바스 카스트 / 유영미
출판 : 갈매나무
출간 : 2019.08.05
여유 시간이 조금 늘어났다. 새롭게 생긴 이 시간들을 나에게 더 집중하면서 보내고 싶었기에 주로 집에서 소비하고 있다. 이를테면 오래도록 쌓아두기만 했던 책들을 꺼내 읽는다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잡동사니들을 꺼내 정리하고 청소하거나 하는 등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자기집중' 행위들이 일종의 자가살해 apoptosis와 유사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더는 필요 없어진, 혹은 전체의 생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는 세포들이 스스로 사멸하는 것이다. 바쁘고 지쳤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돌보지 않던 사이 축적된 것들을 정리해 나가는 행위와 유사하지 않은가? 이는 정화와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자가포식 autophagy와도 닮아 있다. 사실 자가살해와 자가포식은 무척 유사하다.
그런데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직접 요리 해먹게 된 건 좋았는데, 이전과는 식성이 다소 달라졌던 것이다.
(넷플릭스 팝콘을 사먹는다거나, 민트초코우유를 사서 샷을 추가해 민트모카를 만들어 마신다거나 하는 등의, 내 기준에서는 매우 이상행동을 보였다)
처음에는 반가웠다. 작년에는 차가운 것을 먹지 못하던 뜨죽따에서 탈피했으니 이번에는 단맛 기피증에서 벗어나보자 싶었다. 그런데 단 음식들을 먹는 횟수가 점점 늘어갈수록, 틀림없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휴식하는데도 점점 더 피로해지고 부풀어 올랐다. 뾰루지 같은 염증 반응도 증가했다.
아무래도... '먹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은데... 평소 식사량을 넘어서게 먹었는데도 왜 정신적 허기가 가시지 않는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내 몸에 이로운 식사를 하고 있습니까?>. (21년도에 <면역에 관하여>와 함께 구매했다고 나오는데... <면역에 관하여>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자는 스스로에 대해 꽤 건강하다고 자부해왔다. 조깅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었고, 20대보다는 군살이 붙었지만 나이에 비해 체형도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점점 더 찌는 뱃살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 가슴통증으로 인해 자신의 생활습관을 재검토하게 된다.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면,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점은 어디인지를 찾아 몇 년간 수많은 논문과 연구결과들을 뒤적였다.
그를 통해 깨닫게 된 점은, '먹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며 동시에 굉장히 심하게 오해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흔히들 말하는 속설의 오류뿐만이 아니다. 저명한 연구팀의 논문들조차 실험 설계에서의 오류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식단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또한 그럼에도, 체질과 인종과 연령대의 차이를 가지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그런대로 유익한' 식재료들과 '상당히 해로운' 식재료들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체질과 신체에 적합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매일의 활력과 건강 뿐 아니라 노화, 무엇보다 뇌의 노화까지도 막을 수 있다는 기쁜 소식도 함께.
저자가 추천하는 식재료와 식단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하며 -오히려 친숙할지도 모른다- , 매끼 반드시 밥과 국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버릴 수 있다면 -있다고 해도 가능은 하지만- 꽤나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줄이라고 권고하는 식품 중에서 개인적으로 잘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음식이 바로 '감자튀김'인데, 가만히 돌이켜 보니 내 경우에는 감자가 원인이었다. 적어도 직접 감자를 썰어 만들어 먹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햇감자를 요리해 먹기 시작했던 시점부터 조금씩 이상행동이 시작되었던 것. 시판 냉동감자나 칩스보다는 나을 것 같아 이후로도 굉장히 자주, 그것도 맥주와 함께 먹어왔다... 달달한 것을 찾게 된 것도 주로 감자튀김을 먹은 날이었고.
... 예전에 다른 책에서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채식한다고 우기지는 마세요;'라는 내용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그래. 다 나의 잘못이었다.
해서 탄수화물을 의식적으로 줄이고 다시 이전의 입맛으로 되돌아가고자 노력했더니 수면 시간과 활력, 체형 모두 개선되고 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간은 많은 양의 과당을 섭취할 경우 수확기-즉 겨울 직전-라고 인식해 신체를 에너지 비축 모드로 전환하는 게 아닐까'라는 루이스 캔틀리(Lewis Cantley)의 가설 부분이었다. 인간의 유전자적 프로그래밍은 선사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은 다른 학자들도 한 바 있지만, 빙하기의 시기와 지역적 분포 등을 고려할 때는 조금 다듬어져야 할 것 같긴 해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후 변화를 짐작한다기 보다- 과당이 함유된 식재료 자체 특성에 의한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과당이 많은 식재료들은 대체로 오래 보관이 어렵고 쉽게 변질되며 상당한 경쟁이 필요하다. (초식동물들이나 곤충들 등) 때문에 주식이 과당이 되는 경우에는 신체가 비축 모드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결과적으로는 '지속적인 공급'이 어려운 에너지원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에서 캔틀리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즐겁게 읽었다.
12가지 가장 중요한 영양원칙
1. 진짜 음식을 먹어라
2.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라
3. 고기보다는 생선을 더 많이 먹어라
4. 요구르트는 좋다 치즈도 오케이 우유는 그럭저럭
5. 설탕은 줄이고 트랜스 지방은 피하라
6. 지방을 두려워하지 말라
7. 비만인 경우 저탄수화물식을 시도해 보라
8. 단백질 효과를 활용하라
9. 음식 섭취가 가능한 시간대를 정하라
10. 오메가3로 뇌의 염증을 막아라
11. 비타민제는 먹지 말라
12. 맛있게 먹자
- 몇 년 전 봄날 저녁이었다. 공기는 굉장히 신선했고, 나는 평소처럼 조깅에 나섰다. 얼마 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처음은 아니었다. 몇 주 전부터 조깅을 시작하여 조금 달리고 나면 심장에서 결리는 듯한 이상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한 수준이었고, 당시에도 그런 통증이 시작된 것 같았다. 뭐, 나쁜 것은 아니겠지. 말하자면 심장의 딸꾹질이라고 할까. 이번에도 금방 지나가겠지 했다.
- 아픔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이번에도 다시금 무사히 살아남기를 어떻게든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얼마나 오래 그렇게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구부정한 자세로, 허벅지에 손을 짚고는 기침과 심호흡을 하면서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조깅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 나는 줄곧 조깅을 해왔다. 건강을 생각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나는 알코올 중독자처럼 달리는 것에 중독되어 있었다. 알코올 중독자의 알코올이 내겐 곧 킬로미터에 해당되었다. 내게 건강은 그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었다. 먹거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베를린에서 <타게스슈피겔>지의 학술편집자로 일하면서 전에는 며칠 동안 커피와 감자 칩만으로도 몸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 하지만 30대 중반 정도가 되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재능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 몸은 더 이상 정크 푸드를 흔적 없이 보내버리지 못했다. 매일 조깅을 하는데도 복부에 군살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배에 고집스런 튜브라도 두르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조깅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더 빨리 살이 쪘을 테고, 내가 내 몸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더 빨리 알았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조깅 때문에 서서히 몸이 불었고, 그동안에는 계속 내 건강이 양호하다고 여겼다. 심장이 브레이크를 건 그 봄날 저녁까지는 말이다.
- 자신의 약점이나 결점에 관한 한 우리는 그것들을 보지 않고 눈 딱 감아버리려고 할 때가 많다. 사람들이 억지로 거울을 들이대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운이 좋으면 마주할 용기가 생기고, 드디어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그렇게 나는 부지불식 중에 이 책의 작업을 시작했다. 건강을 위한 영양이 어떤 것인지 조망하는 책을 말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망쳐버리는 질병을 예방하고, 나아가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영양에 관한 책 말이다.
- 제로사이언스는 노화과정을 연구하는 학제 간 영역(학제 간 학문)으로 분자적 메커니즘에서 출발하여 100세, 110세 이상까지 놀라울 정도로 활력을 유지하는 장수 노인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학문이다. 장수하는 노인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은 60세, 70세에도 아주 쌩쌩한데 어떤 사람은 마흔에 이미 신체적으로 고물이 될까? 노화과정을 늦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나는 이 주제에 마치 사활이 걸려 있는 것처럼 미친 듯이 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로 사활이 걸려 있었다. 내가 연구자료들을 탐독한 것은 지적인 호기심에서보다는 실존적인 이유에서였다. 차츰 서재와 거실과 부엌에 연구자료들이 산더미같이 쌓이기 시작했다.
- 서서히 내 앞에 놀라운 인식들이 열렸다. 그리고 이런 인식들이 내 삶을 바꾸었다. 체중감량과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기존 상식 중 많은 부분은 내가 만난 연구 결과와 부합하지 않았다. 세간에는 몸을 상당히 축낼 수 있는 영양 속설과 다이어트법이 판을 치고 있었다.
- 이런 경고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지방을 악마로 만든 조언들이 우리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되었을까? 저지방식에 대한 찬양이 우리를 더 날씬하고,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었을까? 자료들을 냉철하게 분석하면 사정은 오히려 반대라는 결론이 나온다.
- 식이요법으로 뇌 영역들이 다시 재생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며 나는 상당히 놀랐다. 재생된 영역은 기억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이었다(이 영역은 동물 해마와 비슷하게 생겼다 해서 해마(hippocampus)라는 이름이 붙었다). MRI 촬영을 통해 66세 남성의 해마가 10개월 만에 부피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마의 부피가 7.65cm에서 특정식이요법 뒤 8.3cm로 불어난 것이다!
- 이 책에서 이런 내용을 소개할 수 있음이 놀랍고 감사하다. 산업 국가에서 사망원인 1위에 해당하는 심혈관 질환을 음식을 통해 고칠 수 있다고? 약 먹지 않고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를 식단을 통해 다시금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잠깐, 이런 일이 사실이라면 이미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가 않다. 영양과 다이어트법에 대한 넘쳐나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넘쳐나는 정보들 때문에 정작 알려지지 못한 중요한 연구 결과들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이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나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여 영양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탐구를 해나가며 놀라운 결과들을 접하면서 나의 연구는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갔다. 탐구가 더 확대되었다. 나는 몸에 좋은 음식과 관련하여 밝혀진 것들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건강과 삶에 중요한데도, 영양 연구의 정글 속에 묻혀 잠자고 있는 인식들은 어떤 것들일까?
- 사실 많은 사람들은 늘 영양에 대한 연구 결과에 솔깃해하면서도, 그것들이 때로는 서로 모순되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해 왔다. 어떤 기사에서는 우유를 꼭 챙겨 먹으라고 하고, 어떤 기사에서는 우유는 질병을 일으키고 조기 사망마저 불러올 수 있다고 하니...
- 그리고 모두가 옳다! 모두가 이런저런 '미국의 연구'들을 인용하며 자신의 '철학'을 강조한다.
두려워하지 말라!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부담스런
'식사 플랜'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일이 칼로리나 점수 같은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
계산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 이 책을 활용해 건강한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할 뿐 아니라 풍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내 경우 영양이라는 주제에 몰두하면서 예전에는 잘 먹지 않았던 새로운 음식들과 친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심장 불편과 함께 복부 군살도 사라졌고, 가뿐한 몸으로 일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다시 마음껏 조깅도 한다.
- 가장 건강에 좋은 단백질원은 식물과 식용 버섯이다. 동물성 공급원 중에서는 요구르트와 생선을 추천한다. 렌틸콩, 병아리콩 등 콩류에 대해서는 part2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비육된 붉은 육류, 팡가시우스(베트남산 메기), 튀긴 생선, 그리고 햄이나 소시지, 핫도그 같은 가공육은 절제해야 한다.
- 단백질 섭취라는 주제를 자세히 살피자마자 많은 동물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을 초월하는 거의 보편적인 '단백질 효과'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효과는 단순히 말해 동물들은 무분별하게 칼로리를 추구하는 게 아니고, 단백질 필요량이 채워질 때까지 굶주린 채 먹이를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 섭취 칼로리가 줄어든 것은 실험대상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단백질 섭취를 일정 정도로 유지한 데서 비롯되었다. 다르게 말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대한 사람들은 음식을 많이 집어넣지 않고, 식사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마쳤다.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을 통해 단백질 허기를 굉장히 빠르게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이 포만감을 주어, 부지불식 중에 '자발적인' 다이어트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 한편 단백질이 부족한 식사를 한 실험대상자들은 그와 거의 반대로 행동했다. 그들은 계속 음식을 가져다 먹어서 평소보다 35%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다. 이런 결과는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오늘날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비만과 투쟁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 단백질이 부족한 식단을 대한 사람들은 과식을 했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 보면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한 친구들과 다르게 행동하지 않은 것이다. 데이터가 보여주듯이 단백질이 부족한 식사를 한 이들도 내내 단백질을 일정 수준으로 섭취하고자 했고, 그런 단백질 양에 도달하기 위해 굉장히 많이 먹어야 했을 따름이다.
- 인간들은 많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무턱대고 에너지나 칼로리를 찾아다니지 않는다. 특정한 양의 단백질에 대한 욕구가 우리를 몰아가며, 단백질 필요량을 확보하는 데 관한 한 굉장히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이용할 때는 단백질 필요량이 곧장 채워지고, 포만감을 느껴 자연스럽게 먹는 걸 중단한다. 하지만 식단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본능적으로 더 많이 먹는다. 신체가 단백질 필요량을 충당할 때까지 계속 먹는다. 그러다 보니 과식하게 되고 살이 찐다.
- 실생활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우선 각종 가공식품을 포기하면 된다. 공장에서 가공된 식품은 체계적으로 단백질이 희석된 상태다. 자연식품, 진짜 먹거리를 먹자. 자연에 가까울수록 더 좋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의 말을 빌자면 "당신의 할머니가 음식으로 보지 않았을 듯한 식품은 먹지 말라."
- 최고의 식단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반만 먹으라'는 원칙은 의도는 좋지만 생산적이지 못하다. 체중감량을 하고자 하는 모두는 자신이 현재 필요한 것보다 많이 먹고 있으며, 양을 좀 줄이면 좋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 이런 분명하고 수긍되는 결과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이제 뭘 기다려! 단백질이 포만감을 준다잖아. 어서 스테이크와 닭가슴살을 가져오라고! 오믈렛, 우유, 계란을 다 가져와!"
- 그렇게 추천할 만한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왜 그런지는 앞으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일단 전체적인 맥락을 이야기해 보자. 체중감량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과 노화 현상을 고려한다면, 그냥 무턱대고 단백질을 먹어도 좋은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난점은 특정 단백질은 너무 자주 먹으면 노화과정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이런 단백질은 과다 섭취하는 경우 여러 성인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어떤 단백질이 그러한지, 체중과 건강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살펴보려 한다.
- 오해하지는 말라. 단백질도, mTOR도 나쁜 것은 아니다. 반대다. 그것들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mTOR의 활동이 너무 적으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특히나 근육세포의 경우 그럴 경우 차츰차츰 위축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서구적인 식사법으로 신체 성장을 과도하게 자극하면, 이런 성장은 유익보다는 해로움을 초래한다. 계속적인 성장 대신 이런저런 관리를 해주는 것이 우리의 세포에 훨씬 더 유익하다.
- 가령 축적된 '건축 폐기물'(노폐물을 청소하기 위해 간혹 한 번씩 숨 돌릴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우리의 세포에 굉장히 이롭다. 이런 과정을 '자가포식(autophagy: 자가 소화작용)'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mTOR가 활성화되면 이런 유익한 정화작용이 억제된다.
- 체세포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장 자극을 가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이를 통해 암세포의 성장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새로운 암세포들을 구성하는 주요 원료다. 그러므로 단백질에 치우친 식사를 하여 mTOR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키면 암세포 성장에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참고로 mTOR를 능동적으로 억제하는 성분과 식품도 존재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커피의 수명연장 효과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녹차나 올리브유에 함유된 성분도 이런 작용을 한다.)
- 한편 롱고 팀은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희한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는데, 이런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롱고 팀이 발견한 현상은 약 65세 이상부터는 단백질을 많이 먹어도 해로운 효과가 관찰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 여전히 당뇨와 같은 특정 질환에 걸릴 위험도를 증가시키는데도, 전체적으로 보면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사망률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 그룹에서 더 낮았다.
- 롱고 팀은 이에 더하여 한 가지 언급할 만한 사실을 확인했으니 그것은 식물성 단백질로만 국한하여 분석을 하면, 단백질이 미치는 해로운 효과는 어떤 연령대를 막론하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다른 연구팀의 추가적인 연구들도 이런 발견을 확인해 준다. 최근의 분석에 따르면 식물성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은 심지어 사망 위험도를 낮추어준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단백질을 동물성으로 섭취하느냐, 식물성으로 섭취하느냐 하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는 듯하다. 왜 그런 것일까? 영양 면에서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로운 작용을 하는 동물성 단백질은 없는 것일까? 원시인들은 고기를 많이 먹고살지 않았는가?
- 팔레오 운동에는 좋은 점이 있다. 그렇다. 육류는 자연식품에 속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장기적으로 얼마만큼의 육류가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한지를 알지 못한다. 육류를 많이 먹음으로써 유전자에 유익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스스로에게 오히려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연구 결과가 육류를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롭다고 이야기한다. 붉은 육류(소, 돼지)와 육류 가공식품(소시지, 햄, 살라미 등)은 절제해야 한다. 특히나 육류 가공식품은 가장 건강에 좋지 않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따라서 이런 식품은 앞으로 가능하면 삼가는 것이 좋다.
- 나는 요즘 방목해서 키운 목초비육 쇠고기(grass-fed beef)를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먹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한 달에 한두 번 육류를 섭취하는데 주로 자연 방목으로 키운 닭고기를 먹는다. 대량 사육한 육류는 먹지 않는다. 우선은 감정적, 윤리적 이유에서다. 고통을 강요당한 동물의 고기를 즐기는 것이 어렵게 되어버렸다(다른 사람들을 판단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도 오랫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고기를 먹었지만, 지금은 힘들다는 것뿐이다. 전에는 내가 몇 분간 즐기는 고기 한 조각이 어느 소가 일생 동안 고통받은 산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 내게 고기는 옛날처럼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 되었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농축사료를 먹이지 않고 가까운 농장에서 자연 방목으로 키운 고기를 구입해 구워 먹곤 한다. 이 말을 쓰는 지금, 이제는 평소에 고기가 먹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 이쯤 되면 질문이 나올 법하다. '아니, 몸에 어느 정도 단백질이 필요할 텐데 육류를 그렇게 적게 먹으면, 단백질을 어디서 섭취한단 말이죠?'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된다! 우리는 단백질이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육류를 떠올리지만, 사실 많은 식물과 균류에도 단백질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는 병아리콩, 완두콩, 렌틸콩 등 각종 콩과 맥아, 귀리, 벌거(bulgur 삶아 말린 밀), 퀴노아, 치아씨, 아마씨, 해바라기씨, 호박씨 같은 씨앗류, 그리고 호두, 땅콩, 아몬드 같은 견과류가 있다. 채소 중에도 브로콜리, 시금치, 아스파라거스처럼 단백질 함량이 꽤 높은 것들이 많다.
- 이미 언급했듯이 식물성 단백질은 몸에 해롭지 않을 뿐 아니라, 질병예방 효과도 지닌다. 동물성 단백질은 고혈압과 당뇨 위험을 높이는 반면, 식물성 단백질은 혈압을 낮추고, 당뇨 발병률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하버드대학교가 실시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가령 콩류나 견과류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기대수명이 더 연장된다.
- 메티오닌 제한식은 면밀히 짜인 채식으로 가능하다. 동물성 식품뿐 아니라, 브라질너트, 강낭콩을 비롯, 많은 식물성 식품도 포기해야 한다. 해당 '연구'의 저자들은 이런 식사법이 너무 까다롭게 느껴진다면 단백질을 희석해서 섭취할 수 있도록 '과일, 와인, 또는 맥주를 넉넉하게' 먹어주면 된다고 말한다. 수명연장 식단을 위한 독특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의 운명이 오로지 아미노산에만 달려있다는 생각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단순한 듯하다. 이 자리에서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채식은 메티오닌이 들어 있든 들어 있지 않든 건강에 매우 좋은 것으로 보인다. 감자나 파프리카 칩에 콜라를 마시며 채식이라 주장하지 않는 이상, 채식은 앞으로 보게 될 것처럼 건강에 굉장히 좋은 식단이다(비타민 B12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비타민을 다루는 장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그러나 순수 건강 면에서는 꼭 채식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여러 연구 결과들이 그보다 좀 더 건강하게 먹을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학자들은 일련의 실험들에서 쥐들을 지방과 당분이 많은 식단에 노출시켰다. 그러자 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굉장히 뚱뚱해졌을 뿐 아니라, 배 안쪽의 지방이 풍선처럼 불어났다. 내장지방은 이미 말했듯이 신진대사에 해로운 지방으로, 배 안쪽에 자리 잡고, 샘처럼 염증물질을 분비해서, 각종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패스트푸드와 더불어 요구르트를 먹은 쥐들에게서는 내장지방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런 놀라운 효과는 프로테인이나 칼슘 같은 여타 영양소들 때문이 아니라, 틀림없이 유산균 때문이었다.
- MIT 연구자들은 패스트푸드를 먹는 쥐들에게 '날씬하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굳이 번거롭게 요구르트를 먹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증명했다. 요구르트가 아니어도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루테리(Lactobacillus reuteri)를 먹는 물에 타서 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했던 것이다. 락토바실러스를 먹은 쥐들은 비교 집단의 쥐들과 똑같은 양의 패스트푸드를 먹었어도, 그들과 달리 비만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비만이 될 것인가, 날씬하게 남을 것인가는 칼로리의 양이 아니라, 무엇을 먹는가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 이 과정에서 처음에 나는 이상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하나의' 영양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게 나을지, 지방을 많이 먹는 게 나을지 정답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따라서 더 건강에 이로운 게 무엇인가?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이인가 아니면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하는 것이었다!
- 그러나 답답한 마음으로 헤매던 중 나의 기본 전제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료들을 상세히 살펴볼수록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해당되는 '하나의' 완벽한 식사법은 없으며, 그것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나아가 비생산적이라는 것이었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비율과 관련해서는 특히나 그러했다.
- 하지만 중요한 예외가 있다. 새로운 인식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탄수화물 소화 능력은 모두가 같지 않다. 특히나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탄수화물은 신진대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탄수화물이 맞지 않는 '탄수화물 대사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가 더 추천할 만하다. 이런 사람들 중 오랫동안 힘들게 살던 끝에 저탄수화물 식이로 해방을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튼 학자들이 지중해식 식단이라고 할 때 주안점
1. 충분한 양의 각 지역의 (제철) 야채, 콩, 과일을 섭취한다.
2. 통밀빵과 같은 통곡물 식품을 우선시한다.
3. 견과류와 씨앗을 규칙적으로 섭취한다.
4. 식사에 와인을 곁들인다.
5. 양질의 올리브유를 충분히 활용한다.
6. 우유는 적게 마시고
유제품은 주로 치즈나 요구르트(발효 유제품)로 먹는다.
7. 매주 여러 번 생선을 먹는다.
8. 고기는 가금류와 같은 흰 살 육류를 주로 섭취하고,
붉은 육류(쇠고기, 돼지고기)는 한 달에 소수 횟수로 줄인다.
9. 계란은 일주일에 7개까지만 먹는다.
10. 달콤한 간식은 아주 소량만(디저트로는 과일을 우선하기) 먹는다.
11. 허브나 마늘을 양념으로 적극 활용한다. 대신에 소금 사용은 줄인다.
- 지중해식 식사법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들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지중해 음식이 노화로 인한 뇌 기능 퇴화에 측정 가능한 감소를 나타낸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지중해식 식사법이 우울증을 개선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이런 연구들로 말미암아 지중해식 식사법뿐 아니라, 지방도 화려한 컴백을 하고 있다. 저지방은 점점 '아웃' 되고 있으며 반면 지방이 점점 뜨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지중해식 음식은 건강에 유익할 뿐 아니라 맛도 좋기 때문이다.
- 맛을 좋게 하는 데는 올리브유의 공이 크다. 올리브유 자체가 맛이 있기도 하거니와, 기름이 나머지 식재료들의 맛을 더 좋게 하기 때문이다. 프라이팬에서 기름이나 지방을 수세미를 사용해 세제 없이 미지근한 물로만 제거하려 (닦아내려) 해본 적이 있는가? 쉽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름이 점착되어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름은 혀에서 녹아드는 유쾌하고 차진 식감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미각물질이 입에 잘 달라붙게 만든다. 냄비에서처럼 구강에서도 곧장 씻겨 나가지 않고 잘 달라붙어 음식의 향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방은 천연감미료라 할 수 있다.
- 하지만 이 모든 열광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름진 지중해 음식(지중해 음식 중 저지방 버전도 있다)이 여러 건강한 식사법 중 하나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 오키나와에서 볼리비아의 열대우림을 거쳐, 지중해 지역까지 이 모든 문화에서는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과 정크 푸드보다는 진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보통 자연에서 직접 나온 음식을 먹으며, 완전히는 아니어도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한다.
- 채식주의든, 저지방이든, 저탄수화물이든, 구석기식사법이든, 파인애플 다이어트는, 지중해식 식사법이든 간에 어떤 '강령'을 대변한다. 자신이 옹호하는 식사법이 다른 것들보다 더 나은 이유가 세심하게 선별된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으로 이런 단순한 시각과 일방적인 입장은 삶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가지만 옳은 것처럼 따르는 데는 문제가 있다.
- 사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모두가 서로 다른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특정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따르려다가 계속하지 못하고 얼마 안 가 중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몸에 귀를 기울이고, 몸이 하는 소리를 듣고 몸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식사법에 대한 도그마를 초월하여 몸이 특정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내게 맞는 식사법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 체질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은 이상적인 식사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 우리 모두 다르다는 것 때문에 우선은 좀 복잡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믿고 따를 수 있는 '하나'의 바람직한 식사법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여러 가지 식사법을 다양하게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한 가지 식사법의 노예가 되지 말자. 외적 권위를 따르지 말고 자신의 신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자신의 신체를 권위로 삼자.
- 우리 몸은 프럭토스를 글루코스와는 다르게 취급한다. 프럭토스 분자도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간에 도달하면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에너지가 충족되어 있느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간은 스펀지처럼 프럭토스를 죄다 빨아들여서는 세포 안에서 일부는 지방으로 바꾸어버린다. 글루코스와 프럭토스가 내는 에너지 양은 같지만, 간에게 프럭토스는 글루코스와는 전혀 다르다.
- 이에 대해 분자생물학자 루이스 캔틀리(Lewis Cantley)는 꽤나 그럴듯해 보이는 가설을 제시한다. 캔틀리는 미국의 선도적인 암 연구자로 인슐린과 mTOR의 신호 경로에 속하는 단백질 분자를 발견했고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2013년 생명과학 부문의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 in Life Sciences)을 수상하여 3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 "과일은 성장기의 마지막에 익는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생활권에서 그 뒤 몇 달간은 먹거리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 입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지방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좋다. (중략) 이것이 바로 프럭토스가 1만 년 전에 우리에게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던 이유다. 프럭토스는 매년 돌아오는 배고픈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지역에는 더 이상 기근이 없다. 따라서 이런 메커니즘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뚱뚱해져만 간다."
- 그리하여 가설은 다음과 같다. 동물이건 인간이건 정도 이상의 과당을 먹으면 과당이 지방으로 변화될 뿐 아니라, 과당이 밀려들어오면 신체는 그것을 겨울을 앞두고 있다는 경고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프럭토스라는 종이 울리면 신체는 어떻게 할까? 그때는 굉장히 절약 모드로 들어간다. 그리하여 무엇을 먹든, 그것을 우선적으로 지방 형태로 저장한다. 프럭토스는 우리 몸속 '지방 스위치'를 작동시켜 태곳적 에너지 저장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매일같이 콜라와 과일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켜면 그런 프로그램이 우리 몸속에서 활발하게 작동된다.
- 신체가 설탕을 처리하는 특별한 방식은 우리가 왜 그리 달콤한 것에 끌리는지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던져준다. 설탕의 절반에 해당하는 과당이 간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대사 되기 때문에 콜라나 다른 달콤한 간식들이 굉장히 에너지가 많은 '식품'임에도 에너지의 절반은 명령기관인 뇌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뇌는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과당이 간에서 분해되어 지방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뇌가 계속해서 '아 달콤한 음료 좀 마셔, 간식 좀 먹어줘, 나는 여전히 글루코스가 부족하단 말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이 현상을 아주 잘 안다. 청량음료, 주스, 젤리 한 봉지는 칼로리는 아주 많은데, 포만감을 주지 못한다. 물론, 그럼에도 어느 순간 단것을 먹고 마시는 일을 멈추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설탕의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과학저술가 게리 토브즈(Gary Taubes)가 지적하는 것처럼, 죄책감을 느껴서거나 아니면 속이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 꽤나 알려진 식사법 중에서 설탕 섭취를 마음대로 허용하는 식사법은 하나도 없다. 반대다. 저탄수화물식이건 저지방식이건 지중해식 식사법이건 구석기 식사법이건 간에 모든 식사법이 어느 정도 설탕을 절제하라고 권한다. 나는 설탕 혹은 액상과당에 대한 반대논지가 아주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설탕은 적게 먹을수록 좋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 그러나 자세히 살펴본 결과 두 그룹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글루코스를 주로 섭취한 그룹의 경우 여분의 칼로리가 피하지방 형태로 축적되었다. 지방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프럭토스 그룹의 경우에는 여분의 칼로리가 내장지방으로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프럭토스는 간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되어 인슐린 저항성을 높였다. '프럭토스 식단'을 지속할수록 위험한 sdLDL 수치가 치솟았다(이 모든 것이 글루코스 그룹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 정확한 연관성은 복잡하고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본 사항은 그러하다. 그래서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이 빵, 감자, 밥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탄수화물이 밀려들어오면 혈당치가 높아지고, 인슐린 수치가 다시 마구 치솟는다. 단백질도 어느 정도까지 체내 인슐린 농도를 높인다. 주된 영양소 중 신진대사적으로 인슐린과 별 상관이 없는 것은 지방이 유일하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들이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사람은 탄수화물 연료보다는 지방 연료를 더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 지방을 많이 먹을지라도, 아니 지방을 많이 먹기 때문에 인슐린 수준이 떨어지고 지방조직도 연소되는 것이다. 식단 변화로 인한 가장 좋은 결과는 잉여 에너지가 방출되어 평소 계속되던 허기가 진정된다는 것이다.
- 건강 면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종류다. 따라서 어떤 탄수화물이 건강에 좋을까? 그것을 분별하는 네 가지 결정적인 기준이 있다.
1. 고형이냐 액상이냐 (과일을 통째로 먹는 것이 즙으로 짜서 먹는 것보다 훨씬 좋다. 사과와 사과주스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2. 가공의 정도, 식품을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섭취할수록 더 좋다(예외는 있다.)
3. 식이섬유, 탄수화물 식품을 선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전체 탄수화물 양 중에 식이섬유를 얼마나 많이 함유하고 있는가이다
4. GI(Glycemic Index) 즉 당지수, 또는 얼마나 빠르게 소화되는 탄수화물이냐 하는 문제
-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낮은 수준의 전신성 만성 염증'은 노화의 주요 지표이기에, 콩 음식은 노화 과정에도 이로움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국제 연구팀이 그리스, 일본, 스웨덴 등 굉장히 상이한 지역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들의 식생활 패턴을 조사한 연구 하나가 있다. 이 연구팀이 제기한 질문은 지역에 따른 식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식생활과 장수 간에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 그리고 정말로 그것이 발견되었다. 종종 그렇듯이 이 연구에서도 생선과 올리브유가 장수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역을 막론하고 장수와 가장 밀접한 연관을 보여준 식품은 바로 콩 음식이었다. 통계적으로 20g의 콩(약 두 큰 스푼)을 매일 먹으면 사망 위험도가 약 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 외에 세계 여러 나라를 죽 훑어보기만 해도 장수 지역으로 알려진 모든 지역에서 콩 음식이 자주 식탁에 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제칠일안식일 예수재림교의 신자들은 대두, 렌틸콩, 완두콩을 늘상 먹는다. 오키나와에서는 전통적으로 대두를 많이 먹는다.
- 자, 이제 연구 결과를 정리해 보자. 최대의 수명연장 효과를 가져오는 양은 여성의 경우 하루 약 6g의 알코올이며, 남성의 경우 약간 더 많지만 최대 여성의 두 배인 12g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신이 130세까지 살고자 한다면, 매일 저녁 한 잔의 여성이라면 반 잔의 맥주 혹은 와인을 홀짝여야 한다(나는 그저 통계적인 최적치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몇 그램의 알코올을 더 섭취한다 해도, 사망 위험도는 여전히 조금쯤 감소한다).
-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들은 비로소 특정 나이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 적절한 음주는 이 부분에서 결정적인 '의학적' 효과를 발휘한다의 위험이 이렇다 할 만하게 증가하는 시기인 대략 50~60세부터 적용된다. 이 역시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결과다. 50세가 안 된 사람은 알코올이 건강에 아무런 이로움을 끼치지 못한다. 많은 경우 오히려 해로울 따름이다. 게다가 자주 정신을 잃을 정도로 퍼마신다면 말이다.
- 무엇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암 위험이 높아진다. 구강이나 혀, 식도 부분에 암이 생길 확률이 높다.
- 여성의 경우 건강 보호 효과가 해로움으로 변하는 경계가 남성보다 더 빨리 찾아오는 이유는 가슴 조직이 알코올과 알코올의 유독한 분해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술 마신 다음날 숙취를 느끼게 하는 것도 바로 아세트알데하이드이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알코올을 조금만 많이 섭취해도 유방암 위험률이 조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나는 매일 1000~2000IU의 비타민 D3 제제를 복용한다. 겨울에는 용랑을 늘리고, 여름에는 조금 복용하거나 거의 복용하지 않는다. 날이 춥지 않을 때는 야외활동을 가급적 많이 하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생선요리를 먹는다. 매일 아마씨를 먹고 호두도 종종 먹는다. 한참 동안 생선을 먹지 못할 때면, 하루 알의 오메가3 캡슐로 보충을 해준다. 종종 비타민 B 복합제도 먹는다. 다른 결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영양제는 이 정도로 충분한 듯하다(현재 하버드대학교에서 비타민 D3와 오메가3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라 이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 영양보충제와 관련하여 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제제 복용하라. 더 중요한 것은 음식을 골고루 먹어서 복합적인 영양소가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다.
- 무엇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경우는 건강에 좋은 지방을 친구로 삼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므로, 연장자의 경우 탄수화물을 줄이는 대신 지방을 좀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이전보다 지방을 좀 더 많이 먹는다. 아마씨, 견과류, 올리브유, 유채씨유, 아보카도, 다크 초콜릿, 생선을 애용하고 있다. 치즈도 예전보다 좀 더 많이 먹는다.
- 대략적인 원칙은 이러하다. 불포화지방산은 포화지방산보다 더 건강에 좋다. 하지만 포화지방산도 대체로 오케이다. 치즈는 괜찮으며, 버터는 '중립적'인 식품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다. 요즘 '힙한' 코코넛 오일도 마찬가지다. 코코넛 오일이 요즘 한창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MCT 오일, 즉 포화지방산의 일종으로 몸에 좋은 중쇄지방산 오일로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코넛 오일에는 MCT 오일이 15%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오해하지 말라. 코코넛 오일은 먹어도 괜찮지만 '슈퍼푸드'인 것은 아니다.
- 어떤 상황에서도 피하는 것이 좋은 지방 식품은 소시지, 무엇보다 트랜스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도넛, 칩, 시중에서 파는 감자튀김, 튀긴 채 출시된 음식들, 인스턴트 피자, 집에서 굽지 않고 공장에서 생산된 과자 등이다.
- 이 섬에서 모아이 석상들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만만치 않게 매력적인 것이 있다. 바로 학자들이 수십 년 전 이스터섬의 토양에서 발견한 세균(박테리아)이다. 이 세균은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학자들은 이 물질에 라파마이신(rapamycin)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라파 누이(Rapa Nui, 원주민들은 이스터섬을 라파누이라 부른다)와 균류를 칭하는 그리스어 'mykes'의 합성어로, 이름 자체로 라파마이신이 항진균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2009년 <네이처>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라파마이신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세 연구팀이 각각 별도로 방대하고 신빙성 있는 연구를 통해 실험쥐들에게 라파마이신을 투여한 결과, 수명이 약 15% 더 연장되었음을 입증했던 것이다.
- 에너지나 아미노산 형태의 건축 재료가 많으면, 세포의 현장 감독 mTOR가 나서서 생성, 성장, 분화를 지휘한다(그러므로 여러 종류의 암에서 mTOR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원료 공급이 변변치 않으면 mTOR의 활성화는 감소한다.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있으면 성장은 지체되는 것이다. mTOR는 세포에게 건축을 중지하라고 지시한다.
- 그리고 이 부분에서 라파마이신이 끼어든다. 라파마이신은 mTOR를 저지한다. mTOR는 ‘mammalian(혹은 mechanistic) target of rapamycin’의 약자로,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이라는 뜻이다.
- 여기까지 말하면 라파마이신은 완벽한 안티에이징 수단처럼 들린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부작용만 없다면 좋을 텐데, 라파마이신의 복용을 통해서는 면역계 활동 억제, 인슐린 저항성, 백내장 및 고환 위축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암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고 장수할 수 있다면 이런 위험성과 부작용쯤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
- 세포는 위기의 시기에 그냥 수동적으로 더 나은 시기가 오기를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영양분이 부족하면 세포는 이제 축적해 놓았던 '잡동사니' (기능이 저하된 세포소기관(organelle), 단백질 덩어리)를 '소화'하기 시작한다. 세포들도 우리처럼, 낭비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의 이점을 발견한 것이다.
- '자가포식'이라 부르는 이런 제거작용은 굉장히 유익한 과정이다. 노화과정에서 분자 쓰레기들이 세포 안, 세포 주변에 쌓이게 되기 때문이다. 쓰레기들은 세포에 지장을 초래하여 기능을 방해하고 나아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세포들을 파괴해 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세포들이 자정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쓰레기를 제거하면, 어느 정도 생체 시계가 뒤로 돌아가 세포가 젊어진다.
- 동물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알다시피 지속적인 칼로리 제한이다. 칼로리 제한은 mTOR를 잠재워서 자가포식을 자극한다.
-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널리 만연해 있는 지방에 대한 공포심이 사실은 별 근거가 없다는 발견이었다. 지방을 먹는다고 곧장 몸에 지방이 쌓이는 게 아니며, 지방이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 인슐린저항성이 있는 경우는 오히려 일반적인 저지방 식사보다는 고지방 식사를 해야 체중감량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 중 다수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 그리고 감자, 쌀밥, 흰빵 등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보다는 더 건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치우친 견해가 아니고 최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인식들을 선입견 없이 요약한 것이다. 그리하여나 역시 예전보다 지방을 더 많이 먹고 있다(전보다 더 날씬해지고 컨디션도 터 좋다).
- 이 모든 것에 '노화 스위치' mTOR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대영양소 중에서 단연 단백질(아미노산)이 mTOR를 부추긴다. 그다음으로 mTOR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바로 글루코스와 인슐린이다. 그러므로 감자, 쌀밥, 흰 빵처럼 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 식품은 노화과정을 촉진시키는,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한마디로 말해, 올리브유는 지방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온압착(콜드프레스)을 거친 올리브유를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엑스트라 버진'이 좋다. 좋은 올리브유는 쌉쌀하고 후추처럼 톡 쏘며 올러유러핀과 올레오칸탈 맛이 난다. 프로 셰프들 사이에서는 '재채기'를 통해 올리브유의 질을 판가름한다는 말이 있다. 즉 시식을 하다가 한두 번 재채기를 하면, '아, 좋은 올리브유구나' 한다는 것이다. 정제 올리브유에는 피토케미컬이 훨씬 적게 들어 있으므로 엑스트라 버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 한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가열요리에는 맞지 않는다는 속설이 너무나 고집스럽게 퍼져 있다. 고온 요리에는 정제 올리브유가 낫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튀김요리에 대한 연구 결과, 올리브유는 기본적으로 고온에도 안정된 기름일 뿐 아니라, 좋은 기름 속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가령 고기를 구울 때 암을 유발하는 성분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나는 거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만 쓴다. 아내는 중성적인 맛을 요하는 요리에는 저온압착 유기농 해바라기씨유를 쓴다.
- 실험참가자들은 각각 1.6kg씩 몸무게가 늘었다. 두 그룹 모두 똑같이 늘었다. 저울의 입장에서 보면 머핀이 신체에 똑같은 작용을 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고 더 자세히 추적하지 않았다면, 연소되지 않은 칼로리는 어쩔 수 없이 몸에 축적되어 살이 된다는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끝. '칼로리는 그냥 칼로리다.' 그러나 학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추적했다. 그리하여 MRI로 실험대상자들의 신체 내부를 체크했다.
- 그러자 몇몇 의미심장한 차이가 드러났다. 해바라기씨유로 구운 머핀을 먹은 그룹에게서는 체중증가분 중 절반만 새로운 지방조직의 생성으로 이어졌다. 체중증가분의 다른 절반은 지방으로 축적되지 않고 근육량 증가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말해, 과잉 영양을 취한 경우에도 불포화지방산은 지방조직만이 아니라 근육조직의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 하지만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팜유 그룹과의 대조효과였다. 팜유그룹의 경우는 근육량이 증가하기는커녕 반대로 간에 지방이 쌓이고 내장지방도 많이 늘었다. 따라서 그동안의 통념대로 포화지방은 (해로운) 체지방을 증가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
-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와 비교할 때 해바라기씨유 그룹의 결과는 더 놀랍다. 이들 그룹의 실험대상자들은 매일 과당이 풍부하게 함유된 머핀을 매일 세 개씩 먹었음에도(그리하여 일반 식사에 추가하여 총 150개의 머핀을 먹었음에도), 전혀 지방간이 생기지 않았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이것은 다가불포화지방산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몇 주 동안 일어난 과당 공격에도 불구하고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었을지도 모른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이 간에서 지방 형성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그냥 꺼버리는지도 모른다는 추측 또한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지방은 지방을 만들지 않으며, 심지어 영양과잉 상태가 계속되어도 체지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 실험쥐를 대상으로 해마의 NF-kappaB를 활성화시키면, 특정 호르몬이 저하하며 이런 호르몬 저하는 다시금 전신의 노화과정을 가속화시킨다. 그리하여 근육이 감소하고, 골위축이 생기며, 피부가 늘어지고, 신체 컨디션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쥐는 더 빨리 늙고 더 빨리 죽게 된다. 반대로 해마의 명령권자인 NF-kappaB를 저해하면 이 모든 과정이 억제되고 쥐의 수명이 연장된다.
- 정말 놀라운 발견이다. 이것은 노화와 신체적 마모과정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이 그냥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보면 노화는 오히려 사춘기처럼 뇌가 조절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뇌(특히 해마)에 '염증'이 있으면 전신의 노화가 촉진된다.
- 여기에 좋은 소식이 있다. 노화가 뇌가 지휘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노화를 늦추기 위해 뇌를 재프로그래밍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것은 정말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해 보인다.
- 어쨌든 뇌 속에 만성염증이 계속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해마 세포막에도 오메가3 센서들이 있다. 이런 통로를 통해 오메가3지방산이 해마의 염증을 경감시킬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전신의 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 규칙적으로 생선을 식탁에 올리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또한 오메가3지방산이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는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된다는 암시들이 존재한다. 과체중은 종종 해마의 염증에서 기인한다. 염증이 해마의 기능에 장애를 대폭 초래하기 때문이다. 비만인 사람들의 경우 내장지방에 염증이 발생할 뿐 아니라, 뇌 속 해마에도 염증이 발생한다. 그런데 해마가 포만감을 느끼는 중추이므로, 비만이 있어서 해마의 기능이 떨어지면 쉽게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하여 남아도는 지방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바로 남아도는 지방 때문에 늘상 허기가 지게 된다. 비염이 있으면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것처럼 염증이 생긴 해마도 신체가 보내는 포만감 신호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것이다.
- 그러나 해마의 염증은 자각증상이 없다. 최소한 직접적인 자각은 하지 못한다. 포만감이 잘 느껴지지 않고, 늘 허기가 지는 것으로 간접적으로만 느낄 수 있다.
- 이런 방식으로 과체중은 점점 더 심한 과체중을 불러온다. 해마가 그 자체로 '코감기'에 걸린 듯한 상태가 되어 신체에 충분한 에너지가 있다는 걸 더 이상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메가3지방산을 통해 이런 악순환을 깰 수 있다. 오메가3지방산이 해마의 염증을 경감시키면 해마는 다시금 들어온 칼로리들을 감지하게 되고, 배고픔은 줄어든다. 생선섭취와 오메가3 캡슐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주는 연구 결과들이 이에 부합한다.
- 결론적으로 기름진 생선과 오메가3지방산을 적절히 섭취하면 좋다. 생선을 즐겨 먹으면 암에서 심혈관 질환, 정신 쇠약까지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 현재 상세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생선과 오메가 캡슐이 전체 사망 위험도도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름진 생선과 오메가3 캡슐은 무엇보다 40~50대에서 빈발하는 관절염(류머티스관절염)과 같은 염증 질환에 꽤나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 뚱뚱한 쥐는 자신의 몫으로 나온 정크 푸드를 하루 종일, 아무 때나 먹어도 되었다. 반면 날씬한 쥐는 제한된 시간에만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즉 쥐들이 활동하는 밤에 약 8시간 동안만 먹이에 접근할 수 있었고, 나머지 16시간은 단식을 해야 했던 것이다.
-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먹는 양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쥐와 동일했다. 그럼에도 날씬한 쥐는 날씬함을 유지했고, 건강하게 늙어갔다. 반면 아무 때나 먹이를 먹었던 쥐는 눈에 띄게 살이 쪘을 뿐 아니라, 고혈압, 지방간, 높은 염증수치, 인슐린 저항성 등 문명사회에서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 및 문제를 골고루 겪었다.
- 비슷한 효과가 인간에게도 해당된다면 이런 발견은 얼마나 많은 파급력을 가질까? 현재 비만에 대한 통설은 에너지 총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소비 열량보다 섭취 열량이 많으면 뚱뚱해진다는 것! 많이 먹거나, 운동을 적게 하거나 둘 중 하나다. 물론 많이 먹고 운동까지 적게 할 수도 있다. 즉, 언제 먹든 칼로리는 칼로리라는 것이 표준 이론이다.
- 장구한 세월을 지구 자전으로 인해 생기는 낮과 밤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온 생명체는 단순한 에너지 통계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런 생명체에게는 경우에 따라,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가뿐 아니라 이것을 언제 섭취하는가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 하루의 시간에 따라 여러 세포들이 서로 다른 유전자 활동으로 말미암아 서로 다른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같은 사람이 아니다. 시간마다 서로 다른 유기체, 서로 다른 인간이 된다. 야행성 인간으로서 나도 늘 실감하고 있는 바다.
- 모든 것이 그냥 이론적 사색처럼 들리는가? 그렇지 않다. 실제적인 연구 결과가 상당하다. 뚱뚱해질 것인가, 날씬해질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실험대상자들에게 똑같은 음식을 한 번은 아침에, 한 번은 저녁에 제공해 보면 신체 반응이 완전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음식을 먹기 전에 금식한 시간이 똑같다 해도 말이다.
- 이런 결과가 우리 모두 아침을 거하게 먹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아침에 전혀 배고픔을 느끼지 못해서 도무지 음식이 먹히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말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의 대부분을 늦은 저녁보다는 낮에 먹어주는 것이 좋다는 사실은 명심하라.
- 그리고 언제 얼마나 먹느냐뿐 아니라, 언제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다. 하루 중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당뇨환자처럼 변해간다는 사실은 탄수화물 폭탄은 가급적 아침이나 점심에 먹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아침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높으므로 글루코스가 밀려들어와도 상대적으로 빨리 처리할 수 있다. 반면 저녁이 될수록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라도 처리하는 데 힘이 부친다.
-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장선 세포들은 멜라토닌 수용체로 무장하고 있어 멜라토닌이 수용체에 도킹하자마자 인슐린 분비가 저해된다. 말하자면 췌장선이 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늦은 저녁과 밤에는 혈당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췌장이 졸려서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는 늦은 밤에 감자튀김 같은 것을 게걸스럽게 먹으면 글루코스 분자들이 혈액 속에 더 많이 돌아다니게 되고, 혈액이 끈적끈적해질 위험이 있다.
- 그러나 주된 영양소의 이런 '섬세한 조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사 가능 시간을 특정 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먹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도 시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시간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여덟 시까지가 유쾌하다. 내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잘 이기지 못하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시간을 지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따라서 열두 시간 동안 음식을 섭취하고, 나머지 열두 시간은 단식을 한다. 좀 더 엄격하게 해서 군살을 빼고 싶거나 할 때는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로 음식 섭취 가능 시간대를 단축한다.
- 어떤 시간대가 최적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쥐 실험을 통해 대략적으로는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대가 짧을수록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일상 리듬을 고려하여 너무 힘들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정하는 것이다.
- 음식 섭취 시간을 제한하면 생체 리듬이 안정된다. 정해진 시간대에만 먹으면 밤낮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생체 리듬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 이미 지적했듯이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이 낮과 밤의 리듬에 영향을 받는다. 간, 장, 췌장 등 모든 기관이 유전자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아침이 되면 음식이 들어올 것을 기대한다.
- 우리와 마찬가지로 체세포들 역시 모든 것을 동시에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소화시켜야 할 음식물이 마구 밀려들어오지 않는 밤 시간을 이용해 세포들은 이런저런 청소 작업에 임한다. 그런 청소 시간에 유해한 단백질 구조나 결함 있는 세포체 같은 것들이 조용히 제거된다. 이런 상황은 거리 축제와 비교할 수 있다. 축제가 한창일 때는 정리 작업을 시작할 수가 없지 않은가. 축제가 끝난 밤에야 청소와 정리가 가능하다. 신체도 마찬가지다.
- 그래서 밤에 이뤄지는 냉장고 습격은 조화로운 유전자 활동 리듬에 지장을 초래한다. 반면 밤에는 먹지 않고 정해진 시간 안에만 먹는 습관은 생체 리듬을 안정시키고, 숙면에도 도움을 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면 리듬이 약해져서 깊이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사 리듬을 지켜주어 제한된 시간에만 음식을 섭취하면 수면 리듬을 강화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즉 빛과 어둠, 식사와 단식이 조화를 이룰 때 체내 시계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 정해진 시간 안에만 먹는 것이 몸에 좋은 두 번째 이유는 음식 섭취를 쉬어주는 것 자체가 건강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하루 세끼만 먹으면 감사했다. 그러나 현대 도시민들은 아무 때나 먹을 것을 손에 쥘 수 있고, 때로는 늦은 밤까지 군것질을 쉬지 않는다. 그렇게 세포에 끊임없이 영양소와 에너지를 공급하면 세포는 인슐린, 인슐린유사성장인자, mTOR에 의해 달구어져 계속적인 성장 모드에 있게 된다. 대략적으로 말해 세포가 계속 늙어가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한동안 먹는 걸 쉬어주면 인슐린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 mTOR도 쉬게 된다. 그리하여 세포들은 자가포식이라는 아주 유익한 자정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신체가 성장 모드에서 대기 모드로 변환하는 것이다.
- 식사 타이밍이나 단식과 관련해서는 선입견이 상당히 강하다. 일례로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사람에 따라 며칠 단식을 하는 것을 기적의 치료법으로 추앙하기도 하고, 몸에 굉장히 해롭다고 여기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 결과를 객관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 아침에 일어난 직후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침이 '하루의 가장 중요한 식사시간'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억지로 아침 식사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침을 늦춤으로써 야간의 단식 시간을 좀 더 늘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하루 섭취 칼로리 중 상당량을 하루의 전반부에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잠들 무렵에 칼로리 폭탄을 먹는 일은 삼가야 한다.
- 인슐린 감수성은 아침에 가장 높다. 이 시간에 신체는 탄수화물 폭탄이 들어와도 상당히 잘 처리한다. 반면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는 점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그러므로 산더미 같은 스파게티나 감자 요리 등은 늦은 저녁보다는 가급적 점심시간에 먹는 것이 좋다.
- (비만이나 성인병을 막기 위해) 음식 섭취 시간을 하루 중 특정 시간대로 국한하는 것이 좋다. 가령 아침 8시에서 저녁 8시 사이에만 먹는다든지 말이다. 이런 시간대를 준수하는 한 그 시간 동안 음식을 적은 양씩 여러 번에 나누어 먹든, 아니면 두세 번 굵직한 식사를 하든 비만이나 건강 면에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은 듯하다. 더 중요한 것은 늦은 저녁에 많이 먹는 것을 피하고, 야간 금식시간을 꼭 준수하는 것이다.
- 며칠간 단식을 하는 것은 해롭지 않으며, 반대로 체세포의 자정작용('자가포식')을 작동시킨다. 특히 당뇨나 류머티즘의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물론 건강한 가공식품도 있다. 가령 통밀빵처럼 통곡식으로 만든 것이나 가공을 적게 한 귀리, 요구르트, 치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저온 압착한 유채씨유, 차, 커피 등이 그에 속한다. 적정량을 넘지 않는다면 와인과 맥주도 오케이다. 건강한 가공식품들은 보통 전통적으로 섭취해 온 음식들이다.
- 이런 규칙을 실생활과 관련하여 표현하면 손수 음식을 해 먹으라는 이야기다. 신선한 재료들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 최대 15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음식으로 내가 즐겨 만드는 음식 중 하나는 연어에 로즈마리를 뿌려 구운 다음 믹스샐러드를 곁들이는 것이다. 샐러드에는 씨앗들과 올리브드레싱을 뿌려서 먹는다. 점심으로 통밀빵에 아보카도를 올리고, 경우에 따라 수란을 곁들여 먹어도 영양만점이다.
-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다 해도 쉽게 포기하지 말라. '어쩔 수 없잖아! 달리 먹을 게 없는걸. 이런 상황에서는 건강한 식사가 불가능해!'와 같이 말할 만한 상황에 맞서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좋아하는 과일, 야채, 통밀빵이 든 박스를 하나 준비하자. 사과나 견과류를 들고 가도 좋다. 여의치 않으면 몇 시간 금식을 하라. 정크 푸드로 소중한 식욕을 망치지 말자. 양질의 리얼 푸드에 관한 한 타협하지 말자.
- 두 번째로 중요한 규칙은 육식보다는 채식을 더 많이 하라는 것이다. 야채가 아니라 고기가 곁들이는 음식이 되어야 한다. 각종 야채와 버섯이 가장 건강한 먹거리이다. 날로 먹든, 구워 먹든, 쪄서 먹든 상관없다. (쌀밥과 감자 외에 지나치게 먹을까 봐 조심해야 하는 식물성 음식은 별로 없다.)
- 채식이라도 가공을 많이 한 식품은 해로울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 설탕과 흰 빵처럼 말이다. 인스턴트 감자튀김과 감자 칩은 식물성 정크 푸드다. 채식을 한다고 하면 꽤나 건강하게 들리지만 감자 칩, 흰 빵, 설탕을 애용하는 경우에는 건강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 육식에 관한 한 위계질서는 명백하다. 기름진 생선과 해산물이 가장 건강에 좋다. 닭고기나 오리고기 같은 흰 살 육류가 그다음으로 건강에 이로운데, 방목한 것들이 더 좋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육류를 좋아한다면, 가공되지 않은 형태로 간혹 한 번씩 즐기길 바란다. 하지만 소시지나 핫도그는 피하라!
- 유제품에 대해 중요한 질문은 저지방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발효된 것이냐 아니냐다. 요구르트는 특히나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다(케피어도 괜찮다), 치즈는 오케이다. 우유는 성인에게는 별로 유익하지 않다. 하루 최대 한두 컵만 마시는 것을 권한다(내 경우는 우유를 커피에 넣어 먹는 용도로만 활용한다).
- 설탕을 줄이라는 말은 설탕을 절대적으로 피하라는 뜻은 아니다. 채소 절임이나 피클, 혹은 뮈슬리에도 설탕이 들어가지만, 이런 음식들을 먹는 것은 여전히 좋은 선택이다. 밀배아를 비롯, 여러 식품에도 천연적으로 당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런 식품에는 다른 소중한 영양소(식물성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E, 엽산, 오메가3지방산, 스페르미딘)가 한가득이다. 나는 밀배아를 하루 한 스푼씩 먹는다. 대신 시중에서 파는 과자나 칩 같은 것은 되도록 삼가라. 제과점에서 벌을 유혹하는 달콤한 것들도 말이다.
- 지방이 지방질을 만드는 게 아니다. 역설적으로 비만인 경우(핵심어는 인슐린 저항성이다) 건강에 이로운 지방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좋다. 식품으로 말하자면 견과류이다. 지방이 많은 생선과 아마씨, 치아씨, 해바라기씨 등 씨앗도 챙겨 먹어라. 올리브유, 아보카도, 유채씨유 등도 좋다. 이미 언급했듯이 치즈도 추천할 만하고, 버터도 적당량은 괜찮다.
- 저탄수화물식은 체중감량에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맞는 것이 다르므로, 스스로 시도해 보며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 저탄수화물식이 곧 앳킨스 다이어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하라. 건강한 저탄수화물식에 대해서는 Part 2에 상세히 적어놓았다. 체중조절을 원한다면 일단 2~3주간 이런 식이요법을 실행해 보면서, 신체의 반응을 살펴는 것이 좋다.
- 포만감에 관한 한 1kcal라고 다 똑같은 1kcal는 아니다. 단백질은 지방이나 탄수화물보다 더 포만감을 준다. 그러므로 체중감량을 원한다면, 단백질을 식단에 더 많이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가령 요구르트 쿠아르크(커트라고도 하는 이 음식에도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다), 생선, 해산물, 견과류, 씨앗, 특히 각종 콩(대두, 완두콩, 렌틸콩 등)의 형태로 말이다. 계란도 적정량은 괜찮다. 보통 하루 최대 한 개 정도로 보면 된다.
- 날씬함을 유지하기 위한 단순한 방법은 아침 여덟 시에서 저녁 여덟 시 안에만 먹는 등 음식을 먹어도 되는 시간대와 그렇지 않은 시간대를 정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런 시간대가 짧을수록 효과적이다. 밤에 냉장고를 뒤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배가 고프지 않다고? 그러면 몸의 말을 듣는 것이 좋다. 저녁 식사 이후 하루의 첫 끼니를 먹기 전까지의 급식 시간을 약간 더 연장시키자. 전체적으로 보면 (늦은 저녁에 많이 먹기보다는) 하루 섭취 칼로리 중 상당량을 하루의 전반부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나는 아직도 저녁을 상당히 잘 먹는 날이 많기는 하지만, 취침 최소 두 시간 전, 대부분 서너 시간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물론 칼로리 없는 물 한잔은 언제나 오케이다.
- 비만은 포만감에 대한 신호를 주는 뇌 영역(해마)에 염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뇌가 '코감기'에 걸린 양, 해마가 신체의 포만 신호를 제대로 '맡지(감지하지)' 못해서 충분히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오메가3지방산은 이런 염증을 억제해 주고, 비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뇌의 감기'가 진정되면, 포만감을 느끼는 뇌 속 중추가 다시금 포만 신호에 반응을 하여 공복감이 잦아든다. 양질의 오메가3지방산 공급원은 호두,치아씨, 아마씨, 유채씨유, 무엇보다 지방 함량이 많은 생선이다. 대안으로 오메가3 캡슐을 복용해도 된다.
- '비타민제는 먹지 말라.' 이 말을 도그마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비타민 D3는 먹는 것이 낫다(하루 1000~2000IU 정도). 경우에 따라 오메가3와 비타민 B 복합제도 괜찮다. 채식을 하는 경우 최소한 B12 제제는 먹어줘야 한다.
- 영양상태가 열악하지 않은 한, 이들 외에 일반적인 비타민 부족에 시달릴 일은 없다. 비타민 D 외에 비타민 B9(엽산)를 복용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식생활에서 엽산을 너무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술을 즐기는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양질의 엽산 공급원으로는 양배추, 로메인 상추, 아스파라거스, 콩, 익힌 시금치, 브로콜리, 아보카도, 오렌지 등이 있다.
- 소금은 되도록 절제해서 사용해야 한다. 요오드 첨가 식염을 선택하라. 그리고 소금보다는 로즈마리, 타임, 파슬리 같은 허브나 계피, 강황 같은 이국적 양념으로 맛을 내라. 레몬즙을 한 번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음식의 풍미를 높일 수 있다!
- 이제 많은 독자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래요, 좋아요. 하지만 건강만 생각하니 좀 너무하지 않아요? 맛있는 것도 먹고 싶다고요."
-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제대로 된 식사를 통해 다시금 가뿐함을 느끼고 심장 불편에서 해방된 것도 유쾌하지만(사실 이것만 해도 얼마나 기쁜지 이루 말할 수 없다), 건강에 이로운 식사를 하면서 전보다 더 음식을 즐기게 된 것이 좋다.
- 옛날에는 감자 칩과 감자튀김을 맛있게 먹지 않았냐고? 맛있게 먹었다. 어느 정도는 그랬다. 하지만 이젠 그런 정크 푸드가 더 이상 당기지 않는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담프누델(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먹는 달콤한 빵)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우리는 건강과 맛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식생활을 발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건강에 이로운 음식과 맛있는 음식은 서로 배제적이지 않다. 내 경우는 정말 그렇지 않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면서
전혀 괴롭거나, 참는다는 느낌이 없다.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미식적으로 더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순수하고, 단순하고 가끔은 정말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