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일루젼 2025. 2. 5. 02:05
728x90
반응형

저자 : EBS <자본주의> 제작팀 / 고희정 / 정지은
출판 : 가나출판사
출간 : 2014.07.07


       

 

목표에 다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착해야 할 좌표를 정확하게 알거나, 지금 내가 위치한 좌표를 정확하게 알거나. 

 

둘 모두를 알고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상 그러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둘 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헤매는 이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적어도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할 수 있다면, 그 방향성을 유지하는 한 삶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 그 두 지점 사이의 경로를 찾는 것은 시스템에 맡겨 두면 된다.

 

그런 점에서 현시대의 기조인 '자본주의'에 대해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간을 재화와 교환하기 위해 살아가는 삶을 조금 수정해 보기 위해서. 

다시 말해, 내 위치 좌표를 확인하기 위해서. 

 

자본주의는 그것과 싸울 때는 다시없이 냉정하고 잔혹하지만, 함께 갈 때는 누구보다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나와 함께, 혹은 나 대신 일해주는 자본.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나다.   

  

 


 

그 누구도 금융과 소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한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 PD인 나는 '경제학은 나와는 무관한 학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사실은 정말 궁금했다. 수십 년 동안 물가는 왜 오르기만 하는지,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노후를 불안해해야 하는지... 

- 궁금증은 계속해서 질문을 낳았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냈다.
경제 전문가들은 투자하기 전에 왜 미국의 상황을 살필까? 미국의 리먼 사태가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 경제가 우리 집 가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등.

- '돈이란 무엇인가.'
'왜 학교에서는 경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 그리고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는 '자본주의'라는 답을 얻어냈다. 그 후 1년 6개월간의 대장정을 거쳐 자본주의의 발상지인 영국과 자본주의를 꽃피운 미국을 취재해 얻어낸 결과물이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였다.

 

- 수학적인 경제 이론을 따지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그들의 생각과 고민은 시작된다.

 


 

 

당신의 금융생활은 어떻습니까?
회사 동료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금융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면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편입니까?
종잣돈을 모은 후엔 금융상품을 이용한 재테크를 잘하면 돈을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재테크 책이나 경제 관련 책을 읽는 편입니까?


창업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가 망하곤 하는 모습을 보면, 섣불리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월급쟁이 생활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생각합니까?
달마다 가족들 보험금으로 나가는 지출액이 커서 허리가 휠 지경입니까?


은행에 볼일이 있어 방문했다가 은행 직원이 권하는 펀드에 가입했던 경험이 있습니까? 잘 들어보고 꼼꼼히 따져봤기 때문에 문제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까? 펀드를 하나 들려고 은행에 갔습니다. '4년 연속 수익률 1위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펀드에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그 펀드에 가입하겠습니까?


보험이든 펀드든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는 편입니까?
만기에 환급받는 보험을 들어야 손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금융 상담가의 권유를 받아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요목조목 따져보고 살필 수 있는 안목이 있습니까?
적립식 펀드에 들었다가 해지한 적이 있습니까?


재무설계사를 만났습니다. 새로 나온 연금보험 상품을 권합니다. 노후대책이 불안한 나에게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연금 하나 가입한 후부터 왠지 모르게 든든한 것도 같습니다. 6개월쯤 지난 후 그 연금을 왜 들었는지 보장내용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이야기입니까?
내 이름으로 엄마가 들어놓은, 나도 몰랐던 보험을 해약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소액이라도 주식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믿을 만한 사람의 조언을 듣고 오름세가 유력한 주식에 큰 금액을 투자한 당신, 주가는 며칠 오르나 싶더니 한 달 만에 반타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 달을 더 기다렸지만 주가는 회복될 기미가 안 보입니다. 당신은 주가가 회복될 때를 계속 기다립니까? 아니면 실패를 인정하고 주식을 매도합니까?
주식투자에 대한 나만의 원칙이 5가지 이상 있습니까?
주택자금 대출이 쉬워지고 이자가 낮으면 집을 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 잠깐 쉬는 틈을 이용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남수 씨는 그들이 하는 말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동료들은 두세 명만 모여도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부터 했다. 처음엔 꽤 당혹스러웠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귀를 기울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찾아보기에도 바빴다. 그리고 그날 집에 들어가서 동료들이 주로 나눈 대화와 관련된 금융 정보를 읽고는 뒤늦게 이해하곤 했다. 그렇게 한 달여를 지내다 보니 웬만큼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같이 모르는 단어가 꼭 한 번은 등장했고, 그 단어를 이해하느라 혼자 바쁘게 검색을 하면서 동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덕분에 남수 씨는 금융의 기초지식은 알게 되었지만 동시에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박탈감이나 부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를테면 어느 부서의 누가 펀드로 큰돈을 벌었다거나 동료의 친구나 친척이 주식으로 집을 샀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 그랬다. 온전한 노동만으로는 절대로 벌 수 없는 돈을 누군가 단시간에 벌었다고 하면 과연 정당한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친 듯이 부러웠다. 이는 그에겐 꽤 특이한 경험이기도 했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도 비난과 부러움이라는, 모순되는 감정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 보험은 수익을 바라고 드는 상품은 아니다.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조금이나마 방지하고자 마련하는 삶의 안전장치일 뿐이다. 그런데 보험도 펀드와 마찬가지로 몹시 많은 종류가 있는 데다 특정보험을 선택했다 해도 그 약관이 너무 복잡하고 길어 완벽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 남수 씨는 일단 지은 씨와 의논을 한 후 그들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보험의 유형부터 찾아보았다. 그러다 그들의 눈에 띈 것이 저축성 보험이다. 저축성 보험은 말 그대로 저축도 할 수 있으며 위험이 생겼을 때 보장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위험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그냥 사라지는 게 아까워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재무설계사 일을 하다 지금은 남수 씨와 한 직장에 다니는 동료가 저축성 보험은 되도록 들지 말라고 귀띔해 주었다. 
"왜?"
돌다리도 두드려본 다음에 건너겠다는 심정으로 물어본 것일 뿐 저축성 보험에 마음이 거의 기울어 있었던 남수 씨는 의아해서 물었다.
"저축성 보험이라는 게 뭐야. 보험에 들면서도 저축을 하겠다는 거 아니야? 그런데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꿩은 꿩이고 알은 알이지."

 

- 돈은 내 인생에서 무엇인가.

 

- 돈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다. 무언가를 구입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하루 종일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은 사용된다. 휴대전화 요금, 인터넷 요금, 가스 요금, 전기 요금, 전화 요금 등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돈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연습은 부족한 편이다. 

- 돈과 진지하게 대화해 본 적이 있는가? 뚱딴지같은 소리로 느껴지겠지만 이 같은 견해를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이 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머니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올리비아 멜란이다. 그녀는 '머니 대화'를 통해 돈과의 관계에 대한 심리적 측면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연습의 구체적인 방법은 말 그대로 돈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돈이 평생 동안 관계를 맺어온 사람이라 상상하고 자신과 돈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 것이다. 돈을 형상화시킨 상상 속의 인물에게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거나 그 반대의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 그런 대화가 끝나면 최소한 3명의 목소리가 조언을 해주는 상상으로 연결한다. 목소리의 주인은 아버지나 어머니일 수도 있고,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일 수도 있다. 또는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대화에는 자신에게 지혜를 주는 절대 존재자를 등장시킨다. 절대적 존재는 돈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 취해야 할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이 같은 연습을 매주 하다 보면 매번 다른 대화를 하게 되며, 돈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돈과 자신의 관계가 어떠한지, 돈이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찰할 수 있다. 따라서 올리비아 멜란이 생각하는 '머니 하모니'는 단지 돈에 관한 것이 아니라 돈이 앞으로 남은 인생 전체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 지출에 있어 균형을 잡지 못하는 건 돈과의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무겁게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돈에 대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돈이 곧 행복이 될 수는 없지만 인생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전적 안정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 금융은 국가적일 뿐 아니라 국제적이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세계금융 시스템은 점점 더 통합되었다. 자본이 국경 너머까지 흐르고 은행은 다국적으로 영업을 하며 투자자들은 외국에 자금을 보낸다. 또한 금융의 세계는 경쟁적이다. 국가에 종속돼 있다고 할 수 없고, 경쟁이 매우 심한 시장이며, 뚜렷한 독점이 없다. 그래서 금융사업의 수익성은 매우 높지만 그만큼 불평등하며 불안정하다. 

-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는 건 어찌 보면 몹시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민 씨는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금융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두 부부가 언제까지 아이들의 방패막이 돼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이 될 것이며 어른이 되면 그들의 삶은 그들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일들 중엔 정신적, 도덕적, 사회적 가치도 있지만 죽을 때까지 평생 따라붙는 경제적 능력도 있다.

 

- 경제적 능력은 꼭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의 문제가 아니다. 돈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 돈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능력까지 총괄해서 이르는 것이다. 동민 씨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아이들이 경제적 능력을 가질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인생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될지 몰랐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