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샐리 쿨타드, 칼 제임스 마운트포드] 미신이야기 -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한

일루젼 2025.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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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샐리 쿨타드 / 칼 제임스 마운트포드 / 서나연

원제 :  SUPERSTITION 
출판 :
출간 : 2020.11.01


       

         

여름은 해가 길다는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5시만 넘어도 희붐하게 밝아지는 파란 하늘과, 20시가 다 되어서도 환한 주황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지금껏 내가 믿어온 것들이 지금도 잘 맞는 것인지 의아해진다.

 

여름은 원래 이렇게나 낮이 길었던가. 

그럼 겨울은 이렇게나 밤이 길어지는가.

 

아마도 나는 온전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누린 적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일상은 슬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근무를 줄인 건 지난해의 일이지만, 여유로움이 체감되는 건 최근 며칠 사이의 일이다.

-계속 대타로 잦은 추가 근무를 하기도 했고, 쉬는 날에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집 정리도 생각보다 잘 됐고, 유지도 잘 되고 있고.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 같지만-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잊지 말고 난방배관 청소하는 것 정도만 남아 있다.

 

이렇듯 지금이 만족스러울 때, 이 행복이 깨지지 않고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를 만진다'고 한다.

실제로 나무를 만지며 기원하던 풍습에서 'touch wood'라는 관용어가 나왔다고. 

 

이런 징크스와 미신들을 정리한 -긍정적인 뉘앙스의 Light와 부정적인 뉘앙스의 Dark로 나누어서- <SUPERSTITION>, <미신이야기 - 믿긴 싫지만 너무 궁금>. 

읽기 편하게 정리된 샐리 쿨타드의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전체 컬러로 인쇄된 칼 제임스 마운트의 독특한 일러스트를 즐길 수 있다.

또 이전까지는 몰랐던 재미난 상식을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라며.

 

 

덧글. 

나는 미국에서도 달 토끼를 믿었다는 걸 몰랐다. 

이 사실을 알고 나자 켄 리우의 글들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재해석되었다. 

 

헌것, 새것, 빌려온 것, 파란 것. 

이 또한 서양권에서도 오래도록 믿어왔던 미신이라는 걸 알게 되자 <내 남자>의 도입부가 또 다른 색감이 되었다. 

 

맥베스를 그 '스코틀랜드 연극'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큰 기대 없이 읽었던 책이었지만, 꽤 흥미로웠다.  

 

 

 


   

  

LIGHT

 


우물에 동전 던지기 

어쨌든 잘 속는 자의 날, 만우절

재채기에는 축복을!

한 번에 꺼야 하는 생일 초

당신에게 토끼를

새 옷을 입는 것은, 새 생명을 받는 것

아들일까, 딸일까?

아기 손톱은 자르지 마세요

화끈거리는 귀

말편자 걸어두기

무지개, 일단 피하기

손가락 교차하기
가슴에 십자가 긋기, 빵에 십자가 칼집 내기 
그저 희귀해서 행운의 상징이 아니다, 네잎클로버 
좋은 일이 계속되기를 빈다면 나무 만지기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가장이 죽으면 벌에게 말하기

누구를 위하여 술잔을 드는가

신부를 위하여 빌려온 것, 파란 것

겨우살이 아래에서 입맞춤

양의 탈을 쓴 늑대, 초심자의 행운

빠진 이는 요정에게 바칠 것

2월 29일에만 청혼하세요

너의 왼쪽 어깨너머로 소금 뿌리기

처음 낳은 달걀은 베개 밑에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숨은 동전 찾기


 

DARK



금을 밟으면 엄마 등이 부러질 거야
미로 같은 마녀의 표식에 귀신 가두기
입에 올리면 안 되는 이름, 맥베스
길조에서 흉조로, 공작 깃털
개처럼 생긴 괴생물체 이야기
죽은 자의 손에 깃든 신비한 힘
말린 고양이 숨겨 놓기
누군가 당신을 지켜본다, 악마의 눈
경험의 감염, 스미클링
까치를 본다면 기왕이면 두 마리를
마주치면 행운, 돌아서면 불행, 검은 고양이
손바닥이 근질거리면 복권을 산다
쓸 수 없는 숫자 13
숨겨둔 신발에 악령 가두기
시계가 멈추면 심장도 멈춘다
생리하는 여성은 격리시킨다
당연한 거 아니야? 사다리 아래로 걷지 않기

거울을 깨뜨리면 7년 동안 재수가 없다

침대의 잘못된 방향으로 일어나면 불길하다

가위를 떨어뜨리면 절대 줍지 말 것
실내에서 우산을 펴면 불길하다
구멍 난 돌 해그스톤
보름달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심장에 핀을 꽂아 마녀의 저주 풀기
내 아이가 아니라고? 아이 바꿔치기

 


 


- 내 첫째 딸 매디는 아주 자그만 몸으로 태어났다. 한 달 일찍 세상에 나오는 바람에 심각한 저체중이었다. 간호사는 내 품에서 딸을 낚아채어 인큐베이터로 옮겼다. 설령 걱정거리 한 톨 없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더라도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당황스러운 경험이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기다리는 것은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뿐이었다.

- 나는 천성적으로 미신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뭔가에 이끌린 사람처럼 나무를 만지며 행운을 빌었다. 간호사든 누구든 '어머님께서 아가를 집에 데려가시면...'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막연히 피어나는 불안감을 막아보려고 필사적으로 탁자 상판이나 의자 다리를 찾아서 두드렸다.

- 13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나무를 만진다. 물론 자주 그러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굳이 불길한 행동으로 운명을 시험하고 싶지도 않다. 스스로 이성적인 무신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기는 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지인들 중에도 좋은 교육을 받고, 탁월한 분별력을 갖추었지만 미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거나 징크스에 영향을 받는 이들이 많다. 제빵사로 일하는 내 친구는 바닥에 칼을 떨어뜨렸으나 직접 주울 수 없었다. 그 행위가 불길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누군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오래된 믿음들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 어쨌든 잘 속는 자의 날, 만우절 
왜 그렇게 많은 나라에서 농담과 장난의 날을 기념할까?
만우절(April Fool's Day)의 기원을 알려주는 한 가지 가설에 따르면 이 날은 16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1564년 프랑스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그레고리안력으로 달력을 바꾸면서, 그 해의 시작을 3월 마지막주에서 1월 1일로 옮겼다. 이 새로운 역법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해 첫날을 예전처럼 잘못 기념한 사람들은 '바보들(fools)'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프랑스에서는 만우절 장난에 당하는 사람들을 쉽게 낚인다는 뜻에서 아직도 쁘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 4월의 물고기)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서도 똑같은 비유로 페셰 다프릴레(pesce d'april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 또 다른 전설이 있다. 더 오래 전인 13세기 잉글랜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자비한 왕이었던 존은 사냥용 별장을 새로 지을 곳을 물색하다가 노팅엄셔의 작은 마을인 고텀(Gotham)에 눈길을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개발이 이루어지면 토지와 세금으로 값비싼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을 알아채고, 왕을 단념시킬 계획을 꾸몄다. 그 당시에는 광기가 전염된다고 믿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과연 그 방법은 효과가 있었고, 왕은 고텀을 포기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만우절을 고텀 마을 사람들의 성공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믿게 되었다.

- 다른 해석 역시 중세 잉글랜드에 뿌리를 둔다. 14세기 시인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의 미완성 대표작으로 다양한 신분과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여관에 모여 각자의 특징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펼쳐놓는 중세 설화 문학이다. 중세 영국의 생활상이나 세계관 등을 잘 담고 있어 문학적 위상뿐 아니라 당시 사회상을 연구하는 자료로 가치가 높다. - 옮긴이)에는 수탉을 속이는 여우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에 'Syn March was gon, thritty dayes and two'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학자들은 이 문장을 '3월이 시작되고 32일이 지났다'라는 뜻으로 해석했고 이 날이 곧 4월 1일이었다.

- 만우절이 여러 나라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공통된 유래가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로마의 축제인 힐라리아가 바로 그 뿌리일 가능성이 있다. 춘분(봄의 시작)을 축하하는 이 축제에는 시끌벅적한 장난과 기발한 변장을 즐기는 도시사람들과 시골사람들이 참여했다.

- 오늘날 만우절은 스웨덴과 호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기념되는데 각 지방의 토양에 따라 개성적으로 변모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지아 지멘치라(Dia de Mentira, 거짓말의 날)가 되면 희생자를 속여 밀가루를 던지는 전통이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4월 1일을 '가우키 데이(Gowkie Day)'라고 부르는데 '가우크(gowk)'는 옛 스코틀랜드어에서 뻐꾸기를 뜻하는 말이다. 민속 문화에서 뻐꾸기는 잘 속아 넘어가는 기질이나 광기와 관련된 동물로 등장한다. 아직도 영어권 국가에서는 '미쳤다'는 뜻의 속어로 '그 사람은 뻐꾸기야'라고 말한다.

- 재채기에는 축복을!
호머의 <오디세이>에서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테미스토클레스 편에 이르기까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학을 들춰보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재채기를 만나게 된다. 그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누군가 재채기하는 소리를 들으면 '블레스유!'라고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도 많다.

- 재채기가 언제부터 미신과 손을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 민간신앙이 얼마나 끈질기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그 사실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재채기 소리를 들었을 때 축복으로 응답하는 대부분의 나라에는 각국의 개성 어린 표현이 존재한다. 프랑스에서는 '아테 수에 (A tessouhaits!, 당신의 소원대로)'라고 말하고, 이디시어를 쓰는 유대인들은 '자이게준트(Zay gezunt, 건강하세요)', 이탈리아에서는 '살루테! (Salute!, 건강)',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야르하묵 알라(Yarhamuk Allah, 신의 은총이 있기를)'라고 말한다.

- 역사 전반에 걸쳐 사람들은 재채기를 좋은 징조로도, 또 나쁜 징조로도 받아들였다. 독일의 전통적인 민간신앙에서는 결혼식에서 신랑이나 신부가 재채기를 하면 그 결혼은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세례식 중에 어린이가 재채기를 하면 똑똑하게 자란다고 믿었다. 페르시아에서는 여정을 시작할 때 재채기를 한 번 하면 불길한 징조로 보았지만, 고대 그리스 ...

 

- 한 번에 꺼야 하는 생일 초
커다란 케이크와 초가 없으면 완벽한 생일이라고 할 수 없다. 먼저 모두가 다정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다음, 생일을 맞은 소년이나 소녀는 모든 촛불을 단숨에 불어서 꺼야 한다. 성공하면 비밀스러운 소원을 빌게 된다. 

- 다양한 문화의 기념 의식들이 층층이 쌓여 생일 케이크의 역사를 이룬다. 먼저 음식 역사가들은 고대 그리스의 축제인 무누키아(Mounukhia)를 언급한다. 이 축제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바치는 봄철 의식이다. 여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다디아(dadia)라고 부르는 작은 초 여러 개를 둥근 케이크에 꽂아 달빛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로마 시대 사람들은 선물을 준비하고 연회를 열어서 가족 구성원과 귀족 보호자들, 친구들의 생일을 축하했다. 선물은 생일을 맞이한 사람뿐 아니라 그 사람을 '인도하는 정신'이나 '수호신'에게도 바쳐졌다. 보통 향, 벌꿀 케이크, 와인 등을 준비했는데 제물을 드릴 때는 초에 불을 켜고 기도문을 읊는 상징적인 행위가 뒤따랐다.

- 기독교의 전파와 더불어 생일 축하 의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리게네스의 <레위기 강론(Homilies on Leviticus)>과 같은 초기 교리는 신도들에게 자연적인 생일은 기념하지 말고(육신으로 영을 더럽히는 행위이므로), 대신 세례식 날을 차분히 기리도록 가르쳤다. 

- 중세 시대에는 대부분 개인적인 생일을 기념하지 않았다. 태어난 날짜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 당신에게 토끼를
영국과 미국에서는 새 달이 시작되는 첫날, 가족 중에 첫 번째로 일어난 사람이 ‘하얀 토끼! ’혹은 ‘토끼, 토끼, 토끼'라고 말하면 그 달 내내 운이 좋다고 믿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그 형태도 다양한데 예를 들어 요크셔에서는 이름에 'R'이 들어가는 달에는 '하얀 토끼’라고만 말해야 한다. 도대체 왜 ‘토끼’라는 단어를 말해야 할까? 답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토끼(rabbit)와 그 사촌인 산토끼(hare)는 둘 다 문화와 시대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는데 때로는 행운의 전조가, 때로는 악의 세력이 되었다.

- 초기 아시아와 토착 미국인 사회에서 토끼는 상서로운 상징이었다. 두 문화권은 모두 달에 사는 초자연적 존재인 '달 토끼'를 믿었다. 고대 점성가들은 달의 표면에서 토끼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고 [서구의 '달에 있는 사람(man in the moon)'과 유사하다], 그 토끼를 태음 주기의 풍요와 재생 개념에 연결시켰다. 중국에서는 토끼가 12간지의 하나에 속하며, 여전히 장수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 신기하게도 13세기의 문헌에는 '산토끼'나 '토끼'는 소리 내어 말하면 불운이 찾아오기 때문에, '누구도 감히 이름을 말하지 않는 동물'이라는 기록이 있다. 어부들은 배에 타고 있을 때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극히 두려워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 일부 지역에서는 상대에게 앙심을 품었을 때 '당신에게 토끼를(Rabbits to you)'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불길한 표현이 어떻게 행운의 말이 되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 아직도 아이의 성별에 관한 근거 없는 믿음들이 임신부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결혼반지를 실에 매달아 임부의 배 위에 올리고 움직임을 관찰한다. 반지가 앞뒤로 흔들리면 아들이고, 원을 그리며 돌면 딸이라고 간주하는 방법이다. 또 배가 윗배 쪽으로 볼록하면 딸이고, 아랫배 쪽으로 볼록하면 아들이라거나 피부가 건조하면 아들, 단 것이 당기면 딸이라는 속설도 있고, 임부의 발이 차면 아들이라는 미신도 있다.

- 흥미롭게도 성별에 관한 미신 중에서는 사실을 바탕에 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딸을 가졌을 때 입덧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이다. 산통이 심하면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다는 것도 통계적으로 증명된 적이 있다. 속쓰림이 있으면 털이 많은 아이를 낳는다는 미신에도 한 가지 진실이 들어 있다. 자궁에서 모발 성장에 기여하는 임신 호르몬은 위장 근육의 긴장을 풀어 위산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 좋은 일이 계속되기를 빈다면 나무 만지기
사람들은 수천 년에 걸쳐 나무를 숭배해 왔다. 적어도 기원전 4000년경부터 거의 모든 문명이 나무를 영적 존재의 안식처 또는 영적 존재의 구체물이라고 여겼다.

- 고대 이집트와 중앙아프리카, 인도와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도 나무들은 사람처럼 영혼이 있어서 인간 존재를 벌하거나 칭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변덕스러운 나무의 정령들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그들을 기쁘게 해야 했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인들처럼) 기도문을 외고 제물을 남기거나, (초기 불교신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붕에 꽃 장식을 걸거나, 희생제물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는 험한 일도 했다. 독일인 수도사인 브레멘의 아담이 1072년에 남긴 기록에는 신성한 숲에 아홉 가지 생명체들을 바치기 위해 9년마다 열리는 바이킹의 모임이 묘사되어 있다. 불운한 동물들 중에는 개, 말, 인간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모두 숲에서 제의적으로 죽임을 당했다. 

- 19세기까지 중앙유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무의 정령을 믿었다. 어려운 시기에 기꺼이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 너그러운 정령들도 있었고, 위험하고 앙심을 품은 정령들도 있었다. 러시아와 핀란드, 폴란드, 에스토니아에서는 특정한 나무들을 신령한 대상으로 생각해서 보호하고, 선물과 제물과 의식으로 달랬다. 

- 영국에서 오크나무는 드루이드 예배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드루이드'라는 말은 고대 켈트어의 dru('나무', 특히 오크나무)와 wid('알다')를 조합한 것으로 '오크나무를 아는 자들'을 뜻한다고 추정된다. 앵글로색슨인들은 같은 단어를 '나무'와 '진실'(treow)을 뜻하는 말로 썼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숲이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 장소, 예언과 예배 장소, 오늘날 교회 제단과 다르지 않은 장소가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나무를 만지는 관습은 이러한 초기 의례들에서 기원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소원을 빌거나 나무 정령들에게 영적인 중재를 부탁했다. 

- 오늘날 '나무를 만진다'는 말을 활용하는 방식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거기에는 여전히 정령이나 운명에게 따끔한 교훈을 얻고 싶지 않다면 자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랑을 했다거나 행운이 계속된다고 느낄 때, 부정을 타지 않게 하는 주문으로 '나무를 만진다'고 말한다. ‘난 몇 주 동안이나 아프지 않았어, 나무를 만진다(실제로 나무를 만지는 게 아니라 'touch wood'라고 말한다.  


- 신부를 위하여 빌려온 것, 파란 것
샬럿 소피아 번(Charae Sphin Rurne)은 작가이자 편집자로 영국 민속문회의 첫 번째 여성 회장이었다. 그녀가 1883년에 기록한 자료에는 결혼식 민요 <헌것, 새것, 빌려온 것, 파란 것>이 랭커셔 지역의 전통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이 가사에 담긴 생각들은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 헌것을 입는 마신의 기원은 적어도 16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입었던 옷이 사악한 정령들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으며, 특히 갓난아기나 임신부를 지켜준다고 믿었다. 헌 신발은 강력한 효과가 있어서 임신에 성공하고 태아를 안전하게 지킬 목적으로 사용되곤 했다. 그리고 1940년대 잉글랜드에서는 결혼식에서 헌 신발을 신으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파란 것의 기원은 '헌것'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1390년 초서는 파란색이 여성의 정절을 나타내는 색이라고 썼다. 1601년 벤 존슨 드 같은 생각으로 파란색은 진실함을 표현한다(bluenesse doth exprese)'라고 했다. 심지어 19세기에는 웨딩드레스로 하얀색보다는 파색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결혼식에 파란 옷은 언제나 진리다.'

- 겨우살이 아래에서 입맞춤
겨우살이 아래에서 입맞춤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라고 할 수 없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그 풍습을 무척 즐겼다. 디킨스의 <픽윅 클럽 여행기>는 이 낭만적인 풍습이 가진 조금 위태로운 면을 보여준다. '(젊은 여성들은)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치다가 구석으로 달려간다. 방을 떠나는 것만 빼고 모든 것을 해보았다. ... 그러다가 갑자기 더 이상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선선히 입맞춤을 받기로 한다.'

- 겨우살이 아래에서 입맞춤을 하는 풍습이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은 1700년대인 듯하다. 그 당시의 민속 문화에 대한 여러 기록에는 그 풍습에 적용되는 복잡한 규칙들이 설명되어 있다. 어떤 곳에서는 입맞춤이 한 번 허락될 때마다 열매를 하나씩 떼어내는데 마지막 열매는 마지막 입맞춤을 의미하게 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젊은 여성이 구혼자의 입맞춤을 거부하면 가까운 시일에는 결혼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또 겨우살이를 다음 해의 겨우살이로 바꿀 때까지 일 년 내내 걸어 두어야 하는 곳도 있었다.

- 그런데 왜 입맞춤을 나누는 것일까? 겨우살이 식물은 치유력이나 신성한 것과의 연관성 덕분에 수천 년 동안 숭배되어 왔다. 예수의 탄생 직전에 쓰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 영웅이 지하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로 겨우살이 가지이다. 그리고 서기 77년 대 플리니우스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켈트족의 드루이드교인들에게) 겨우살이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고 전한다. 그들은 겨우살이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믿으며, 치유와 희생 제의의 핵심 재료로 사용했다. 또한 '(그들은 겨우살이로 만든 음료가)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모든 독에 대한 해독제라고 생각했다.'고 쓰여 있다.

- 플리니우스는 동료 로마인들이 겨우살이가 임신에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겨우살이는 (...) 여성들이 늘 지니고 다니는 습관을 들이면 수정을 촉진시킬 것이다.' 12세기 웨일스의 '머드파이의 의사들(Physicians of Myddfai)'도 이러한 믿음을 공유했고, 불임에 겨우살이를 처방해 주었다.


- 2월 29일에만 청혼하세요
남자와 여자는 동등하지만, 청혼에 있어서만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과 같이 계몽된 시대에도 여자는 4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날인 2월 29일에만 청혼해야 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결혼에 관한 이 이상하고 고루한 관습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많은 자료에 따르면 13세기의 의회제정법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마거릿 여왕이 누구든 청혼을 하고 거절을 당한 여성은 상대로부터 무거운 벌금을 받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무척 혁신적이지만 그런 만큼 확실히 사실이 아니다. 또 5세기 아일랜드에서 성 패트릭과 성 브리짓이 그 전통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 또한 사실이 아니다.

- 윤년은, 1년이 딱 맞아떨어지는 365일이 아니라 365와 14일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4년마다 하루를 더하는 달력 교정법은 로마시대 이후로 실행되어 왔다. 2월 29일은 '제대로 된 날'이 아니라고 간주되었다. 따라서 그날은 사회의 규범과 행동이 엉망이 되는 ‘무질서의 축제일'에 가장 유력한 후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 로마 문화에서 달력 속의 변칙과 예외는 불길한 날로 표시되곤 했다.

- 윤년의 전통을 언급한 초기 자료를 보면 청혼 대신 여성이 남성의 옷을 입는 것이 허락되는 풍습이 전해진다.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작품인 <처녀의 변신 (The Maid's Metamorphosis)>에서 작가는 이렇게 쓴다. '주인님 안심하세요. 올해는 윤년이에요. 반바지와 속치마를 입은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 역할 반전의 날이 현대의 청혼 전통으로 변형된 것이 사실일 것이다.

- 많은 나라에서 윤년을 불길하게 여긴다. 그리스에서는 결혼을 피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약혼이나 집 장만처럼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인은 특히 윤년에 대해 미신적인데 'Anno bisesto tutte le donne senza sesto(윤년에는 여자들이 변덕스럽다)'거나 'Anno bisesto, anno funesto(윤일이 든 해, 사악한 해)'와 같은 속담들이 있다. 북부 이탈리아에서는 윤년을 'a l'ann d'la baleina(고래의 해)'라고 부르는데 고대 민속 신앙에서 고래는 윤년에만 새끼를 낳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숨은 동전 찾기
트리나 반짝이 장식, 칠면조가 빠지면 크리스마스가 아닌 것처럼 숨겨진 6펜스 은화를 찾으려고 크리스마스 푸딩을 돌아가며 쑤셔보는 장면 또한 축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그 기원은 어디를 찔러봐야 찾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유서 깊은 요리 전통인 '12번째 케이크(Twelfth Cake)'로 거슬러 오른다. 크리스마스가 단 하루에 집중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중세 초기에서 1900년대 초기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축하는 12월 25일에 시작하여 1월까지, 더 정확하게는 12일절 전야까지 계속되었다.

- '12일'은 의미심장한 날짜였다. 크리스마스 축일의 마지막을 나타낼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세 동방박사가 예수를 찾아간 날을 기념하는 주현절의 전야였기 때문이다. 주현절 기념 의식에서 노래와 음주, 연회와 더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12번째 케이크('킹 케이크'라고도 부른다)였다. 케이크를 굽기 전, 말린 콩과 완두콩을 숨겨 넣었다. 전통에 따르면 말린 콩을 발견한 남자는 연회가 계속되는 동안 '실정의 왕(lord of misrule, 크리스마스 파티의 주재를 맡았던 관직의 이름)'으로 선정되고, 완두콩을 찾은 여자는 '여왕'이 된다. 두 당사자는 축제 행사를 이끄는 책임을 맡고, 변장을 하거나 (이성의 옷을 입고) 외설적인 게임을 준비한다.

- 빅토리아 시대에 접어들어 더욱 침착하고 가족 중심적인 크리스마스가 자리 잡으면서 12번째 케이크의 인기는 쇠퇴했다. 하지만 케이크 안에 물건을 숨기는 풍습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크리스마스 무렵 연회의 후식으로 중탕으로 익힌 크리스마스 푸딩(중세시대의 과일 포리지에서 비롯된 요리)을 먹었는데 그 안에 작은 액세서리를 넣어 조리했다. 내년에는 돈 많이 벌게 해 달라는 의미로 은화를 자주 넣었지만 이밖에도 은으로 만든 위시본(소원 빌기, V자 형태를 띤 새의 뼈 - 옮긴이), 말편자(행운), 단추(우정) 그리고 작은 종(액막이)처럼 더 호화로운 액세서리도 사용되었다. 은 골무가 나올 때도 있었는데 이는 절약이나 독신의 삶을 뜻하는 것이었다. 

- 케이크 안에 든 장신구들은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다. 프랑스에서는 주현절 전야에 여전히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 또는 '가토 데 루아(gâteau des rois, 왕의 케이크)'라고 하는 케이크를 먹으며 기념한다. 그 안에는 도자기로 만든 작은 인형이나 장식품을 넣었다. 도자기 재질의 액세서리는 콩을 뜻하는 '페브(fève)'라고 불린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축제 참가자들이 마르디 그라 킹 케이크에 도자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기 인형을 넣는다. 누구든 그것을 발견하면 그 해에 운이 좋다고 한다. 스페인[로스콘 데 레예스(roscón de reyes)]과 라틴 아메리카[로스카 데 레예스(rosca dereyes)]에서도 이와 유사한 왕의 반지 케이크를 즐긴다.

- 미로 같은 마녀의 표식에 귀신 가두기
마녀의 표식 또는 '헥스포일(hexfoil)' 문양은 귀신을 물리치고 행운을 불러들이기 위해 헛간이나 교회, 기타 건물 등의 벽이나 나무에 새겼다.
이 표식은 수세기 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흔적이 너무 희미해서 촛불에 비쳐도 보이지 않거나, 종종 석공의 표식으로 오해받았다. 하지만 1967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바이올렛 프리처드가 지역 교회에서 기이한 문양을 발견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 아직 연구로 밝혀진 내용이 많진 않지만 중세 그라피티(graffiti)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갔다. 아주 오래된 이 그라피티는 파괴적인 낙서와는 달리, 특정한 목적을 띤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 사회에서는 그라피티를 무분별한 훼손으로 보지만 사실 오래전에 새겨진 이 문양들은 과거로 통하는 창문이었다. 초기 그라피티는 의미와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소외된 세대가 닥치는 대로 끼적거린 현대의 낙서와는 거리가 먼 이 그라피티들은 중세 교회 신도들의 희망과 두려움을 대변한다. 

- 이 표식들은 마녀와 미신에 대한 믿음이 일상의 일부였던 시대에서 기원한다. 중세시대 마을에서는 교회 의식과 민간 신앙이 공존했다. 쟁기를 축복하는 일을 비롯하여 갓난아기들이 사악한 힘에 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르기까지, 마법과 의식은 가정과 교회 생활 양쪽에서 중심이 되었다.

- 잉글랜드에서는 190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에, 당시의 인종차별주의를 반영하여 노랫말이 불쾌하게 변했다. 금을 밟으면 흑인 아기를 낳거나 흑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풍습을 기록한 가장 초기의 자료는 1890년 런던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에도 성인들 사이에 퍼진 보편적인 미신들 가운데 5위에 꼽힌다. 우리 중에 절반 정도는 보도에 난 금을 피해 간다고 인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균열과 불운의 관련성은 훨씬 더 먼 옛날부터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를테면 역사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화에 속한 많은 사람들은 갈라진 금을 현실 세계와 초자연적인 세계를 잇는 연결고리로 받아들였다는 가설이 있다. 벽과 문 사이의 균열이든지 바닥과 바위에 난 균열이든지, 갈라진 틈은 인간과 영적 세계가 만나는 장소라고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틈을 통해 귀신이나 요정이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치아나 머리털 뭉치처럼 아픈 사람에게서 가져온 물건을 바닥이나 나무 몸통 또는 출입구에 난 틈에 놓아두면 치료될 수 있다고 믿었다.

- 입에 올리면 안 되는 이름, 맥베스
연극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미신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맥베스>의 저주다. 작품 제목을 입에 올리는 배우는 저주를 받아 자신과 동료 연기자들을 불행에 빠뜨린다고 전한다(그래서 '맥베스'라는 제목 대신 '스코틀랜드 연극(The Scottish play)’으로 부른다. - 옮긴이).

- 전설에 따르면 이 작품은 초연부터 저주를 받았고,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처럼 보인다. 우선 1600년대 초반, 작품이 처음 무대에 올려졌을 때 레이디 맥베스 역을 맡기로 했던 어린 소년 배우가 갑자기 사망했다(이 사건과 관련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1672년 암스테르담 공연에서는 한 배우가 다른 배우를 칼로 찌르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알려졌다. 몇 년 후 런던에서 재공연을 앞둔 개막일 밤에 영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폭풍이 몰아닥쳤다.

- 개처럼 생긴 괴생물체 이야기
셜록 홈스는 <바스커빌 가의 개>에서 데번셔의 음울하고 안개 낀 황무지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거대한 짐승의 존재를 조사한다. 책은 출간 즉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 고딕풍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수께끼 같은 괴생명체는 에드워드 7세 시대의 독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민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 오랫동안 검은 개들은 초자연적인 현상과 연관이 깊었다. 야산이나 황야 혹은 해변의 낭떠러지에 출몰한다고 알려진 기괴한 개 이야기는 지역에 따라 변형된 모습으로 수없이 존재한다.

 

- 블랙 셔크(Black Shuck) 이야기는 그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잘 알려졌다. 1577년 블랙 셔크는 영국 서퍽주의 교회에 씻지 못할 피해를 입혔다고 전한다. 2명이 목숨을 잃었고, 괴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흔적이 남았다. 당대의 작가였던 에이브러햄 플레밍은 <기이하고 무시무시한 불가사의(A Straunge And Terrible Wunder)>에서 그 무시무시한 생명체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 [이 검은 개, 혹은 비슷한 것을 찾자면 악마와 다름없는 이 개는 [전지전능하신 신이시여('악마'를 입에 올렸기 때문에 액막이용으로 신을 찾은 것 - 옮긴이)] 대단히 민첩하고 믿을 수 없이 날쌔게 교회 본채로 뛰어들어 사람들 사이를 날뛰었다. 눈에 띄는 형태와 모양을 한 개는 무릎을 꿇은 채 기도에 심취해 있는 것 같은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목이 뒤로 꺾이더니 그 자리에서 이상한 죽음을 맞이했다.] 

- 이와 유사한 검은 개 이야기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언급되는) 요크셔의 가이트래시(Gytrash)와 플랑드르의 야수와 스코틀랜드의 쿠시(Cú-Sith), 중앙아메리카민담의 유령 같은 검은 개 카데호(Cadejo) 등이 좋은 예다.

- 왜 개들이 사악한 힘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는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사실에 토대를 두고 짐작해 볼 따름이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와 고대 북유럽 신화에서 개들은 지하세계의 입구를 지킨다. 검은 색깔은 오랫동안 영적인 어두움과 불행에 연결되어 있었다. 검정은 감추는 색이며 공허와 밤의 색이다.  

- 까치는 오랫동안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찰스 스웨인슨은 1885년 저작 <영국 조류의 향토 명칭과 민담(Provincial Names and Folk Lore of British Birds)>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 [독일과 북부에서는 마녀들이 종종 까치의 모습으로 변신하거나 혹은 까치를 말처럼 타고 다닌다. 스웨덴에서는 마법사들이 블로클라(발푸르기스의 밤에 마녀들이 모여서 행사를 여는 산 - 옮긴이)로 갈 때, 까치로 변신한다고 믿었다. ... 스코틀랜드에서는 까치가 때때로 '악마의 새'로 불렸고 혀에 악마의 피가 한 방울 있다고 믿었다. ... 하이 피크(잉글랜드 더비셔주의 자치구 - 옮긴이)에서는 성호를 긋는 것이 관습이었다. 웨스트 라이딩(잉글랜드 요크셔주의 행정구 - 옮긴이)에서는 두 엄지손가락을 교차하여 십자를 만들었다. ... 동시에 이렇게 반복해 말했다.
"나는 까치에게 성호를 긋는다, 까치는 나에게 성호를 긋는다. 불행은 까치에게 행복은 나에게."]

- 성경에는 까치가 특별한 역할로 언급된 적은 없다. 그러나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지역의 사람들은 성경을 해석하며 까치를 소환했는데 이 민속적 해석에 따르면 까치는 익살스럽고 잘 놀리는 생물이었다. 노아의 방주의 한 판본에서는 까치 한 마리가 배에 타기를 거절한다. 까치가 너무 수다를 떨어 방주에서 쫓겨나는 이야기도 ...


- 마주치면 행운, 돌아서면 불행, 검은 고양이
고양이와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원만하게 지내왔다. 고고학적으로 새롭게 발견된 사실에 따르면 고양이가 사육되기 시작한 건 기원전 1만 년경으로 추정된다. 신석기시대 근동 지역의 농부들이 애써 기른 농작물을 야생동물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양이를 길렀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는 실용적인 목적에 맞았고, 그 보답으로 주인들에게 사랑받았다.

- 이 고양이 친구들은 세계 전역에서 숭배를 받았다. 인도에서 일본, 페르시아와 고대 로마에 이르기까지 여러 고대 문명에서 고양이는 신비주의와 민속 문화의 중심적인 역할, 독립과 행운, 보호의 상징 역할을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집고양이가 죽었을 때 가족 전체가 애도하며 눈썹을 깎을 정도로 비통해했다.

- 하지만 12세기의 길목을 지나던 서구인들은 고양이의 지위를 애정의 대상에서 악의 상징으로 떨어뜨렸다. 무엇이 그렇게 잘못된 걸까? 그 모든 것은 제우스의 부인 헤라와 알크메네의 몸종 갈린티아스에 관한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헤라는 제우스의 아들을 임신한 알크메네의 출산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알크메네는 갈린티아스의 도움으로 아들 헤라클레스를 무사히 출산한다. 그 벌로 갈린티아스는 고양이 (또는 족제비)로 변하게 되는데 마침 마법과 주술의 여신 헤카테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조수로 삼는다. 고양이와 비밀스러운 주술이 연결되는 순간이다. 

- 구멍 난 돌 해그스톤
옥스퍼드의 피트 리버스 박물관에 있는 어두운 유리 진열장에는 구멍이 하나 뚫린 작고 매끄러운 돌이 놓여 있다. 그 위에는 누군가가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어놓았다. '마녀를 쫓기 위해 문에 걸어 두는 구멍 난 돌. 러시모어, 윌트셔.' 이것이 해그스톤(hagstones), 즉 구멍 난 돌이다.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19세기말 무렵의 해그스톤 세 점 중 하나다.

- 살무사 돌, 마녀 돌, 암말 돌, 뱀 돌, 도비 돌이라고도 부르는 해그스톤은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이 있는 조약돌이다. 긴 세월 낙숫물에 노출되어 뚫렸거나 돌맛조개라는 연체동물이 부지런히 파고들어 생긴 구멍이다.

- 해그스톤은 오랫동안 신비하게 여겨졌고 (가장 오래된 예는 기원전 2000년 고대 가자에서 찾을 수 있다.) 농가나 외양간 문, 침대 기둥과 뱃머리에 걸려 있곤 했다. 사람들은 해그스톤이 뱀의 침이 딱딱하게 굳어 생긴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부적이나 행운의 장식으로 여기고, 마녀나 꼬마 요정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리라고 생각했다. 농부들은 심술궂은 정령들이 밤에 말을 훔쳐 타지 못하게 하려고 구멍 난 돌을 마구간에 걸어두었다.

- 악몽을 꾸거나 가위에 눌리지 않으려고 침대 위에 걸어두기도 했다. 한때는 마녀나 악귀와 같이 해로운 초자연적 존재가 악몽을 꾸게 만든다고 믿었다. 어부들은 구멍 난 돌을 배에 달아서 선박의 안전을 기원했다. 호신부적용으로 작은 해그스톤을 줄에 꿰어 목에 걸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주택 벽에 숨겨두는 경우도 있었다.

- 해그스톤을 믿는 것이 구태의연해 보일지 몰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특정한 물건이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해를 입지 않게 지켜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믿음의 배후에 깔린 근거가 빈약한 까닭에 서구 세계에서는 이전보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마녀와 악령을 믿는다.지만 그 효과는 진실할 수 있다. 행운의 부적을 믿는 것이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거듭 입증되고 있다. 행운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효능감이 더욱 커진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운이 좋다고 느끼면 다가올 도전을 더욱 잘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 내 아이가 아니라고? 아이 바꿔치기
1690년, 스웨덴의 고틀란드 섬에서는 남녀 한 쌍이 재판에 회부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병약한 열 살짜리 아이를 분뇨 무더기에 방치한 죄였다. 소년은 유독성분에 노출되어 사망했지만 부모들은 뉘우치지 않았다. 그들은 그 아이가 실은 친자식이 아니라 '바꿔치기 당한 아이'로, 진짜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요정이 훔쳤고, 그 자리에는 요정의 아기가 남겨졌다고 항변했다.

- 요정이 아기를 훔쳐가고 대신 자신들의 아기를 두고 간다는 믿음은 유럽과 그 밖의 지역에 걸쳐서 보편적으로 퍼져 있었는데 심지어 1960년대까지도 그런 사례가 종종 보고되었다. 아이를 훔쳐가는 정령은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그리스와 그 너머 지역의 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예컨대 '바꿔친 아이(changeling)'가 독일에서는 'Wechselbarg', 네덜란드에서는 'wisselkind', 발리에서는 'bajang cholong'이라고 알려졌다. 

- 부모들은 바꿔치기가 일어난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건강하고 온순한 아기가 갑자기 성장을 멈추거나 까다로워졌다면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민속 문화에서 '치유법'은 바꿔치기 당한 아이를 학대해 쫓아버리는 것이었다. 바꿔치기 당한 아이는 매를 맞거나 굶주리거나 혹은 집 밖이나 불가에 방치된다. 나쁜 정령을 몰아내고 원래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일이지만 말할 필요도 없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 그토록 잔인한 미신은 현대인에게는 야만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미신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에게 왜 어떤 아기들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는지 납득할 만한 원시적인 설명을 제공해 주었다. 심각한 정신 이상이나 신체적 기형이 있는 어린이들도 태어날 때는 '정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이 바꿔치기 신화는 부모들에게 답을 주고, 몸이 좋지 않거나 결함이 있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결책도 제시해 준다. 비록 잔인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바꿔치기 당한 아이가 학대의 결과로 숨지면 부모들은 노동력 없는 가족 구성원을 돌봐야 하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진다. 

- 민담에 따르면 아기는 출생과 세례 사이의 기간에 정령의 영향을 받을 위험이 가장 높다. 아기가 태어나서 맞이하는 첫 몇 주간이 결정적인 시기다. 이 시기에 아기를 몰래 훔쳐가는 일이 없도록 어머니는 특히 아기 가까이에 붙어 있어야 한다. 요정들이 쇠를 몹시 싫어한다고 알려진 것이 사실이기를 바라면서, 부젓가락이나 말편자, 가위 같은 부적을 요람에 넣어두기도 한다. 또 성경이나 기도서를 아이의 베개 밑에 두거나 코담배와 후추를 이용해 아기가 재채기를 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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