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 에리]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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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카 에리 / 다키나미 유카리 / 황국영
출판 : 휴머니스트
출간 : 2020. 01. 07
저자 명이 '오카 에리'라니, 본명인지 알 수 없으나 묘한 느낌이다.
저자 소개에 표기된 한자는 다르지만, 岡 映里.
기나긴 시간 동안 방황하다가 돌아온 나에게 건네는 한 마디 같은, おかえり.
2014년 즈음 과감하게 쌓여있던 책들을 정리했던 적이 있었다.
꼭 소장하려고 했던 책들도, 한 번은 읽어보고 보내야지 싶어 가지고 있던 책들도 다 털어내고 나니
그저 멍했었다.
뭔가를 잃어버린 기분.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잃어버린 것 같은.
(그리고 다시 야금야금 쌓인 책들이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꼭 일독은 하고 결정하려다 보니 더더욱 산 무더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안정적'인 시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것치고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잘 해왔다 싶다.
지금도 사실 그리 좋은 상태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제는 다시 하라면 이만큼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런대로 잘 살아와서일까.
한 때는 정말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있었는데. 다시 하면 잘할 자신이 있었었는데. 지금은 이것도 나쁘지 않은 나날, 이라는 느낌.
책 더미 앞에서 가만히 책등들을 살펴보며 그날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게 나름의 낙이다.
읽었던 책도 있고, 긴가민가 싶은 책도 있고, 확실히 처음 보는 책도 있다.
선물 받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내가 구매했을 텐데 유독 처음 본다는 느낌이 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랬다.
'내가 이런 책을 샀다고....?'
라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기분 좋게 읽었다.
정말 힘든 시기에 읽었다면 어땠을지 사실 모르겠다.
왈칵 눈물이 흐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힘든 시기의 나였다면 후루룩 넘겨보고 치웠거나, 아마 접할 일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이라, 살짝 웃어가며 읽을 수 있었다.
- 나는 내 마음이 왜 그렇게 되어버렸는지 그 원인과 계기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우울한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었지만 이것이 내 운명이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의 나는 '마음의 지도'가 없어 헤매던 것뿐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으로부터 상처 받았는지, 그 결과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됐는지' 등을 살피며 내 마음속을 관찰했습니다. 덕분에 나는 마음의 지도를 갖게 됐습니다. 나를 알면 알수록 하루하루가 경쾌하고 즐거워졌습니다.
- 시간이 지나자 분노가 거짓말처럼 잦아들며 어느덧 편안함이 찾아왔지만, 그 대신 다른 감정들까지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다든지, 즐겁다든지, 기쁘다든지 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니 쓰레기 방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체험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가장 거슬리는 한 곳만 깨끗이 치우기'로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청소도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라서, 한 번에 끝장을 보려고 하면 오히려 망연자실해 좌절하기 쉽습니다. 10킬로그램을 단기간에 빼려고 하면 '역시 무리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1킬로만 빼고, 1년 동안 천천히 빼보자는 생각으로 멀리 보고 목표를 잡으면 조금은 의욕이 생깁니다. 창소 습관은 평생 가는 것이니, 시험공부하듯 벼락치기로 승부를 보려는 생각은 않기로 했습니다.
- 책을 더 읽고 나서 깨달은 점은 우리 집에 물건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청소 서비스는 청소는 해주지만 물건을 버려주지는 않습니다. 오직 집주인만이 버릴지 말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 나를 용서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엄격해진다.
- '머릿속에 경찰관이 살고 있다'
친구에게 지적을 받은 다음부터 나는 경찰관의 존재를 의식하게 됐습니다. 머릿속 경찰관에게 늘 단속받고 있었고, 심지어 그것을 인식조차 못 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예전의 나는 아침에 몸이 무거운 것을 체질의 문제로 치부해버렸습니다. 거의 매일, 괴로움 속에서 눈을 떠야 했지요. 하지만 머릿속 경찰관의 존재를 깨달은 후부터는 내가 왜 이렇게 아침마다 힘들어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나는 잠에서 깨면 늘 이런 생각부터 했습니다.
- 운이 좋아. 용서할게. 나는 내가 좋아. 스스로에게 이렇게 긍정적인 말을 건네는 것은 고대 하와이 인들이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며 행복을 찾는 '호오포노포노 Hoʻoponopono'라는 방법이라고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호오포노포노 외에도 비슷한 방법들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가령, 서양에서 쓰는 '어퍼메이션 affirmation'이란 행복해지는 언어를 소리 내어 말하는 코칭법의 하나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나 기업가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언어를 사용해 긍정적인 사고를 이끌어내는 테크닉'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