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1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라는 게임이 있다.
간간히 짬날 때 하고 있는데,
게임을 즐기는 동안 잡생각을 좀 해봤다.
- 사람의 인생과 게임의 유사성에 관하여 : 자유의지란?
게임 내의 모든 가능성은 이미 설계되어 존재한다.
모든 순간에, 모든 곳에, 잠재성으로.
어떤 시간, 어떤 장소, 어떤 날씨에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 모두는 사실 이미 설정되어 있던 값을 불러올 뿐이다.
플레이어가 그 순간 그 가능성 중 무엇을 선택 하느냐만이 자유로울 뿐.
(아이템과 몬스터들은 캐릭터가 그것들을 불러내기 전에는 그저 확률로 존재할 뿐이다.)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를 가졌다는,
물에 빠졌다가 이동하면 마르는 시간 동안 물자국까지 나는 게임인 젤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무한의 자유성은 설정된 물리법칙 안에서만 작동한다.
그리고 때로, 이치를 꿰뚫은 자들은.
혹은 우연히 방법을 발견한 자들은.
그들의 의지대로 현실을 창조하는 글리치(마법)를 얻는다.
하지만 그 역시 이스터에그이거나, 기존에 정해진 로직들을 이용한 결과물이다.
플레이어는 무엇도 완전히 새롭게 창조할 수는 없다.
그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허락된 것들을 그만의 순서로 엮어낸 플레이 기록 뿐이다.
매 순간 존재하는 무한의 가능성 중 하나의 선택.
그것이 그에게 허락된 자유의지이고,
그는 그에 따라 잡으라는 가논은 안 잡고 바이크 타고 코로그 열매나 모으러 돌아다녀도 된다.
그런 각각의 모든 장면은 이미 정해져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각 플레이가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더 상상력을 부풀려나가면 거품의 포도송이가 나타난다.
세이브 파일이 시간축을 보여줄 수 있다면 거품송이는 일종의 뫼비우스를 보여준다.
모든 것이 가능한 링크 중 어느 순간의 어떤 링크가 될 것인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무엇도 정해져있지 않다. 시간과 순서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