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0
지난 휴일, 간만에 햇살이 좋았다.
산책을 나갔다가 눈에 띄는 곳을 발견해서 들러봤다.
올해 초 오픈했다는데 깔끔하고, 위치도 좋다.
이런 시기가 아니었다면 북적북적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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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세션이 있어서 좋았다.
아직 낮맥이나 책맥이 익숙한 개념은 아니니
브루어리면서 카페와 식당까지 가지고 가려는 듯 하다.
다만 오래 있지는 말라는 것 같은ㅋㅋ
불편한 의자와 듬성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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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IPA 보다는 에일 류가 강세이지만,
국내 브루어리들도 충분히 맛있는 맥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해
국내 생산 맥주로는 성에 안 찬다는 마니아들에게도
시장 확장으로 인해 늘어나는 수입 맥주 판매처들과
한 번씩 터져주는 와앤모 및 GS, 신세계의 주류 이벤트들은 좋은 소식일 것이다.
제주 위트 에일과 제주 펠롱 에일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제주 맥주 Jeju Brewery.
퀸즈 에일로 쓴 맛을 보긴 했지만
일찍부터 선구자로서 노력해 온 끝에
이제는 기업 느낌 나는 세븐 브로이 Seven Brau.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피맥으로 성공한
제주 맥파이 브루어리 Magpie Brewing.
예전엔 바틀도 귀해서 이태원 한스스토어 기웃거리면서
'저... 혹시 듀체스 있나요?' 이랬었다지만.
이제는 한국도 홉 맥주, 탭 맥주가 당연해지고 있다.
요약하면, 세종을 생으로 마셔보려 했더니....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쉬운대로 즈므 블랑을 주문 후 매장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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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형 천장으로 층고가 높은 느낌을 주는 것은 좋은데,
분위기를 잡고 싶었던 창가 만은 조금 다르게 하는 것도 좋았겠다.
뭐 사실 나야 막눈이니 봐도 잘 모른다.
오픈 키친이었지만 메뉴(를 찍는 걸 까먹었네)는
대체로 버거나 샌드위치 등의 가벼운 것들이었다.
노을과 야경의 밤 손님들이 주 타겟이 될 것 같은데...
(낮맥이 더더더더 유행했으면 좋겠다!)
낮 손님들을 잡을 생각은 있는 듯 커피 메뉴도 있었고,
젤라또 메뉴도 있었다.
순두부 젤라또는 좀 궁금했는데 다음 기회에.
위치와 인테리어를 볼 때,
버거는 브런치로 나눠먹기가 좀 힘든 메뉴니까
파스타 류를 추가하거나 아예 탭 맥주 종류를 늘리면 좋을 것 같다.
(맥주를 늘리라는 것은 나의 사심이지만.... 그러면 좋을 것 같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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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바나나와 스파이시.
바나나는 잘 못 느꼈고 적당한 국화향과
끝에 올라오는 산초향이 좋았다.
쓰거나 떫은 맛 없이 적당히 향긋하고
약간 단 향이 있지만 달달까지는 아닌.
샘플러로 종류별 맛을 보거나,
다른 걸로 한 잔 더 하고 싶었지만 잠시 들렀던 길이라 정말 딱 한 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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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저래 세 번이나 보게 되는
<초록뱀과 아름다운 백합>.
읽어야 하나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부담없이 한 잔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집중력도 속도도 한창 읽던 때에는 못 미치지만,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 순간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뭔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멍해지긴 하지만, 책맥은 기분이 좋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