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젼 2021. 8. 5. 04:14
728x90
반응형

 

 

월요일,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가 몇 차례 실패했던 애니메이션을 골랐다.

 

나는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책, 음악, 애니, 미술- 그리고 모든 것들이 그렇다.

첫눈에 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귀멸의 칼날>도 그랬다.

예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매번 극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리타이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에 정주행하고 코믹스로 완결까지 읽었으니, 이 시기가 닿을 시기였나 보다 하게 된다. 

 

작화와 모션 모두 매끄러웠고, 특히 '물의 호흡'을 사용할 때 물결 표현이 좋았다.

'우키요에' 양식의 파도 그림이 떠올라서 매력이 있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그림들은 참 매력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일본 특유의 정서들이 보였다. 판타지 작품 속에서도 '생활상은 최대한 자연스럽게'라는 느낌이라 조금 부럽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세시 풍속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신기록>, <홍도> 등이 조금 다듬어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면 좋겠다는 생각. 그 전에 소장용 단행본부터 만들어주세요 제발.) 

 

주인공이 먼치킨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노력형에 가치관이 바른 캐릭터라서 보기에 조금 더 편안했다. '나' 이외에 중요한 것들이 많다, 함께 사는 세상이다, 같은 지금은 조금 고루하게까지 느껴지는 메시지도 좋았고. 삐딱하게 보자면 많은 티끌이 보이겠지만, 그냥- 좋게 봤다.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적절히 유머를 섞어주는 강약 조절도 좋았고, 알게 모르게 설정에 공을 많이 들인 듯 해서 즐거웠다. 독을 쓰는 여성 캐릭터들이 모두 보랏빛으로 등나무를 연상시킨다는 점은, 일본에서 등나무의 정령이 어떤 이미지인지도 연결해서 본다면 더 재미있으리라 생각했다. 

 

'호흡'을 통해서 한계를 극복한다는 설정이 눈을 끌었다.

또한 체감의 영역인 호흡을 기술로써 가르치고, 훈련해서 터득하는 부분도. 

오의를 깨치는 자는 극소수이겠지만 감각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과 '훈련이 가능하다'는 점.

타고나는 호흡에 대한 적성과, 훈련을 통한 숙련도와 적성은 관계가 없었다는 점. 적성은 '발견'하는 것이었다. 

한계 이상을 끌어내는 반점과 그 반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즐겁게 달렸다. TV판 2기가 방영된다면 그것도 보고 싶은데, 제작사 측이 대표를 비롯해 이슈가 많은 상황으로 보여 다소 안타깝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