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 271쪽 |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92717144 2008-12-19 |
반가웠고, 또 조금 놀라웠다.
책의 제목이 아닌 저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손쉽게 익숙해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읽은 책의 저자가 누구인가를 꼭 확인해보는 편이지만 (특히 문학은 작가를 보고 책을 선택하니까)
주위를 보면 제목에 이끌려 책을 선택하고 다 읽고도 그대로 덮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내 경우에는, 영화의 경우 감독을 확인하지 않는 일이 가끔 있는데-
아마 관심도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구매하고 읽지 않고 있던 책이었는데, 다시 눈에 띄어 집어들고 보니 저자가 '로렌 슬레이터'였다.
얼마 전에 읽은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의 저자였던, 그 '로렌 슬레이터'였다.
이 책은 나에게 강한 인상과 혼란을 주었다.
'심리상자'에서 후반부에 유독 뇌엽절제술 등의 물리적인 뇌수술에 관심을 둔다 싶었는데...
'나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는 소설이라 볼 수도 있겠고 에세이라 볼 수도 있겠다. 글에 등장하는 화자는 '로렌 슬레이터'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녀는 간질 환자이며 뇌량 절개 수술을 받았고- 어쩌면 그녀는 뮌하우젠 증후군일수도 있고- 여전히 심리학자이자 작가이다.
'심리상자'에서 저자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는 모조리 부서졌으며 (솔직히 말하자면 의심이 생길 정도다...) 놀랍고 당혹스럽다.
'심리상자'는 중반까지 저자가 남성인 줄 알았는데 (나는 보통 저자 약력 등은 본문을 다 읽고 확인한다) 이 책의 경우는 소녀에서 처녀를 오가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여성 화자였다. 분위기가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것들을 무너트릴 수도 있는 글을 써서 발표했다는 것이 놀랍고.
그 내용을 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상당히 당혹스러우며.
내용 자체는 매우 놀랍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직업을 생각하면 더더욱 놀랍다.
이 책은 '왜 사람이 거짓말을 할까?'에 대한 심리서가 아니다.
'로렌 슬레이터'의 자전적인 기억 (여기서 말하는 로렌은 실제 저자 로렌이 아니라 글 내부의 '로렌'이다)을 더듬어 가며 어째서 그녀는 발작을 일으켰으며 거짓을-사실 진실과 그리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말하게 되었을까를 함께 바라보게 되는 에세이. 혹은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스타의 이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서 본 쪽이 죄책감이 드는.
부러 찾아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우연찮게 연이 닿아 만난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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