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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 나쓰히코] 속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저자 : 교고쿠 나쓰히코 / 금정출판 : 비채출간 : 2011.07.20                   연(緣)이란 연(煙)과 같아서 덧없고 허망해서 아름다운 것이다. 닿았기에 끊어지고, 끊어졌기에 이어진다.  는 와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전편을 읽지 않았더라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마타이치와 오긴, 모모스케의 연을 알고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읽히겠으나 그들의 얽힘은 전편에서와 같이 은은하게 암중하여 겉으로 쉬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이어지는 듯하면서도 독립적이다. 지난 일들을 단단히 굳힌 지층 위로 쌓아 올라가는 연작물들이 있는가 하면, 느슨하게 짜인 그물망처럼 각각의 눈이 끝없이 펼쳐지는 연작물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는 후자에 더 가까운 작품이라고 생각..

[로맹 가리] 마법사들

저자 :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 백선희원제 : Les enchanteurs출판 : 마음산책출간 : 2017.04.25                 아.자꾸만 미루게 되는 일을 해내는 방법은 "'언제, 어떻게, 얼마나'를 생각하기를 멈추기"인 것 같다.생각을 비워내고 행하면 '끝'은 온다.  세상에는 수많은 불가해가 존재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큰 미지이자 불가사의는 자기 자신이 아닐까. 틀림없이 존재했던 과거 한 지점의 나에게 낯섦을 느끼며. 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을 발표하기 1여 년 전에 저술한 작품이다. 저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포스코 자가'라는 인물의 회상을 통해 18세기부터 19세기,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담담하게 관조한다. 개개인에게 시대의 흐름은 벗어날 수 없..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저자 : 교고쿠 나쓰히코 / 금정출판 : 비채출간 : 2009.07.28        긴 꿈을, 꾸었다 깨었다. 일본에는 유독 백(百)과 관련된 설화들이 많은 느낌이다. 백귀야행, 백물어 등등. 조금 더 찾아본다면 우리나라에도 수와 관련된 것들이 꽤 있을 테고, 백일기도나 백일치성 등이 있긴 하지만 어쩐지 백(百)보다는 삼(三)이 더 친숙한 느낌.   이번에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시리즈를 천천히 리뷰해보려 한다. 국내에는 세 개의 이야기, 총 네 권이 번역 출간되어 있는데 순서대로 , , 상/하 권이다. 각 이야기마다 시대적 배경이 다르지만 공통적인 등장인물로는 관찰자이자 기록자인 '모모스케'가 있다. 마타이치와 오긴, 고헤이 등은 에서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모모스케의 회상을 통해 생생하게 활약..

[하지은] 모래선혈

저자 : 하지은 / 소만 출판 : 황금가지 출간 : 2023.06.19 와 은 두 권 모두 예전에 발표되었던 작품을 복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권 모두 표지가 무척 매력적이고 함축적인데, 아직 읽어보지 않은 의 표지도 비슷한 화풍이라 눈길이 간다. 표지 일러스트는 소만 작가의 작품이라고. 사실 에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을 이어서 읽으며 하지은 작가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의 경우는 사막과 지배적 성향의 사막 민족인 쿠세 왕국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매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배경과 설정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펼칠 수 있다니 놀랍다. 이 작품 역시 강렬한 도입부로 시작되는데, '어라?' 싶은 부분은 복선 역할도 하니 섬세하게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비오티는 어느 정도 작가의 작가관..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집 3

저자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햇살과나무꾼 빌헬름 페데르센 / 카이 닐센 / 해리 클라크 / 아서 래컴 / 고든 프레드릭 브라운 출판 : 시공주니어 출간 : 2011.11.20 마음이 산란할 때는 동화를 읽는 편이다. (이 책을 읽은 건 작년 가을의 일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쓴 이야기'라는 아이러니가 좋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주 소비층과 생산층이 이렇게까지 확연하게 분리되어 있는 문화 영역이 또 있을까?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의 영역 또한 향유층 중 일부는 직접 창작 활동을 즐긴다. 그러나 동화는 언제나 '어른', 적어도 '청소년'이 '유아동'에게 시혜를 베푸는 형태로 제공된다. 이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일까? 그것들을 '어른이 보기에도' '이상하지 ..

[하지은] 오만한 자들의 황야

저자 : 하지은 / 소만 출판 : 황금가지 출간 : 2023.06.19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표지에 이끌렸다. 는 내가 처음으로 읽은 하지은 작가의 작품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까지 읽은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이다. 는 서부 개척 시대와 유사한 무법자들의 황야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라신이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해당 시대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총기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현실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한국 작품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내가 접한 작품들 중에서는- 일종의 버터 향이 짙은 소설인데, 저자가 처음에 의도한 분위기대로 마무리가 된 것인지는 조금 모호하다. 하드 보일드를 표방하지만 혈연과 부성애, 최종적으로는 로..

[다카하시 히데미네] 네, 수영 못합니다 - 물이 무서워 수영을 못하는 남자의 포복절도 수영 입문기

저자 : 다카하시 히데미네 / 허하나 출판 : 폭스코너 출간 : 2023.07.28 나는 언제나 조금쯤 가볍고 불성실한 자세로 살아왔던 것 같다. 결과가 좋으면 운이 좋았던 것이고, 결과가 나쁘면 최선을 다했던 건 아니니까 괜찮은 것인. 그렇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애매하게 발을 걸쳐둔 채로 대부분의 시간을 슬렁슬렁 살아왔다. 물론 그런 나에게도 몇 번인가, 정말 다시 한다 해도 그만큼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될 정도로 최선을 다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통해 '최선'은 결과가 아니라 '흔적'으로 스스로를 남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의 한계에 제대로 도달해 본 자만이 한계 너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음- 거창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사실 내게 수영은 벌써 4번째인가..

[바딤 젤란드] 트랜서핑의 비밀 - 성공을 선택하는 테크닉

저자 : 바딤 젤란드 / 박인수 출판 : 정신세계사 출간 : 2010.03.22 너무 멀어져 있다 싶을 때면 어떤 방법으로든 다시 돌아오게 되는 지점이 생긴 것 같다. 기준점이라고도, 혹은 고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둘 중 어느 것에 가까우냐는 오롯이 내 상태에 달려 있을 뿐이다. 여전히 일상에 치이기도 하고, 크고 작은 문제로 울고 웃는다. 그런 순간들이면 예전에 비해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훨씬 분명해진 것들이 있다. 선택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었고, 나 자신과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에 대한 판단이 빨라졌다. 스스로를 의심했기에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는 마음으로 버티기만 하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예전이었다..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집 2

저자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햇살과나무꾼 빌헬름 페데르센 / 카이 닐센 / 루이스 모에 / 에드먼드 뒤락 출판 : 시공주니어 출간 : 2010.08.15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한 은 전 7권으로 친숙하고 유명한 작품부터 다소 생소한 작품까지 다양하게 수록한 전집이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다시 읽어보기로 했을 때, 여러 판본들 중 이 책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삽화. 현대에 다시 그려진 삽화들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당시 수록되었던 삽화가들의 삽화를 중심으로 읽어보고 싶었다. 매 권마다 조금씩 다른 삽화가들이 실려 있는데, 이번 2권에는 개인적으로 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카이 닐센과 에드먼드 뒤락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좋았다. 로 널리 알려진 그림 형제의 민담집이 섬뜩하고 잔혹하다..

[하지은 / 호인 / 이재만 / 김이삭 / 한켠 / 서번연 / 지언] 야운하시곡 외 우음, 혁명가들

저자 : 하지은 / 호인 / 이재만 / 김이삭 / 한켠 / 서번연 / 지언 출판 : 황금가지 출간 : 2021.03.12 작은 우연들이 겹치고 겹쳐 만들어진 연들이 있다. 별 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니고, 별 것이라면 또 별 것인 가느다란 연들. 다른 작가의 소장본을 구매하기 위해 책을 고르다, 표지가 눈에 띄어 하지은 작가의 저서를 함께 구매하게 되었고. 그렇게 알게 된 하지은의 작품들을 찾아 읽다 보니 에 이르게 되었고. 에서 '한켠'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반하게 되었다는, 그야말로 나에게만 의미 있는 별 것 아닌 이야기. 표제작인 에 관해서는, 하지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리뷰하면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 과 연이어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저자가 '부정(父情)'을 큰 화두로 삼고 있는 것 ..

[김경진 외] 데프콘 3부 한미전쟁 1-5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1999.11.10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1999.11.10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1999.12.30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2000.02.10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2000.02.25 24년도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이다. 최근에는 나의 것과 나의 것이 아닌 것들을 나누어 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인지했지..

24.04.01

일상이 조금 다채로워지길 바라긴 했지만이렇게 스펙타클해지길 바랐던 건 아닌데 뭔가가 새롭게 시작될 때는빈 자리에 스며들 듯슴슴했으면  리뷰는 데프콘3 발췌 정리에서 막힘이번 달도 밀린 목록만 늘어가고  바딤 젤란드 - 트랜서핑의 비밀유진성 - 광마회귀하지은 - 오만한 자들의 황야하지은 외 - 야운하시곡하지은 - 모래선혈하지은 - 녹슨 달조안나 린지 - 불꽃같은 사랑짤짤이 - 인류보호회사 1-5사쿠라바 가즈키 - 내 남자한병철 - 심리정치슈테판 클라인 -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에블린 에예르] 유전자 오디세이

저자 : 에블린 에예르 / 김희경 출판 : 사람in 출간 : 2023.04.28 주제가 흥미롭긴 했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던 책. 저자는 유전자 자체보다는 그 분석을 통한 인류학 연구가로 저서 전반에 걸친 가설 수립과 반증례들을 살펴보면 그 특성이 두드러진다. 는 DNA와 계통분석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류의 기원과 시기에 따른 인종적 대이동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내용이 아직 완전한 검증이 되지 않은 가설 및 저자 자신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독자들은 어느 정도는 흘려 읽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들은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부분과, 수렵 채집인들의 영양 상태는 농경 정착인들의 것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그 외 특정 시기에 ..

[오스카 와일드] 심연으로부터 -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저자 : 오스카 와일드 / 박명숙원제 : De Profundis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5.05.02      불현듯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걸 느낄 때, 그리고 사실은 소유하고 있는 것들조차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감사함과 함께 부끄러움을 감각한다.  욕망은 너무나도 손쉽게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저것'만 가지면 모든 게 좋아질 것만 같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해낸 적 없던 일들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만 같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 문제들도 모두 매끄럽게 풀려나갈 것만 같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저것'을 얻지 못하면 다른 이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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