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굴뚝청소부 - 480쪽 |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76829429 2005-02-25 | 제2개정 증보판 |
인문철학 입문서로는 훌륭한 편이라 생각한다. 2개정시 추가된 '들뢰즈/가타리'와 보론 '근대적 지식의 배치와 노마디즘'까지 근대철학부터 포스트구조주의, 탈근대 지향 철학까지를 폭넓게 다룬 이 책은 골머리가 아플 만큼 어렵지도 않지만 슬렁슬렁 읽을 만큼 편안하지도 않다.
인문. 혹은 철학.
이에 대한 관심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이야기가 사실은 일상에 관련된 것이라는 걸 체감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조예가 깊다면 모르겠으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데카르트', '플라톤', '칸트'란,
그 이름은 익숙하지만 사상은 너무나도 낯선, 몇 장 들춰보다 던져버리게 되는 것들일 것이다.
이 책은 그들의 사상을 최대한 그 시작점부터 중반, 그리고 결론까지의 흐름을 살려 이야기해주는 글이다. 강의가 기본바탕이 되어 그런지 조근조근하여 따라가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또한 전반에서 후반까지, 시작점은 같았던 두 사람의 사상이 어떤 부분이 달라 나뉘는지, 왜 이 사상을 근대적이라고/혹은 탈근대적이라고 하는지, 그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잘 드러내주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게 생각하는 것은 저자가 최대한 가치중립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철학은 말 그대로 생각, 사상, 즉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구조가 세워져 있지 않더라도 본능에 가깝게 동의하게 되는 사상이 있고, 반면 불편함을 느끼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상도 생기게 된다. 저자는 어느 사상의 우월함을 은연중에 드러내지도 않았고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이용하지도 않았다.
결국 누군가의 주장은 타인이 아닌 그 자신에 의해서도 부정되곤 한다. 지난 날 나의 생각은 잘못 되었다-고 주장한 철학가들 역시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 부정한 초기의 사상은 긴 시간을 살아남아 지금까지도 회자되곤 한다.
즉.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한 번 태어난 사상은 그 잉태자까지도 결국 '제대로' 이해하기는 불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철학과 사유가 중요한 것은.
거칠게 말하자면 '내가 짐승이 아니다'라고 자위하고 싶은 인류의 상상놀음이며 그로부터 사회 분위기와 문화가 탄생한다.
인문학의 위기는 바꿔 이야기하자면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생각을 더는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들이 있으나-
개인적으로 가장 큰 것은 '말초적인 자극과 반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가 원인이 아닌가 한다.
아, 물론 나는 반자본주의자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체감과 인지는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정도.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연이어 읽어서인지 느낌이 색달랐다.
시간을 들여 읽고, 그로부터 관심이 가는 이들의 주장으로 다가서기에는 좋은 다리 역할을 해줄 책이다.
그에 더해, 서양 철학에 치우치지 말고 동양 철학에도 관심을 보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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