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게임의 법칙 - 336쪽 | 225*153mm | ISBN(13) : 9788960861459 2008-12-05 | 원제 Monkey Business 품절 |
이 책이 발간 이후 적지 않은 수요가 있음에도 재판을 하지 않고 계속 품절인 것은 아무래도 모종의 음모 때문인 듯 하다.
.... 라고 생각이 될 정도.
유사한 도서로 라이어스 포커가 있지만 그것이 트레이더와 세일즈맨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투자은행원(Investment Banker)- 즉 게임의 핵심에 가장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다.
사실 나는 아직도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 직업군에 대해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상당히 양분된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내 자신이 어디까지 버텨낼 것인가, 부딪쳐보고 싶다.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 내 능력을 평가받고 싶다. 고연봉과 명예, 부러움을 한 손에 거머쥐고 싶다는 끓어오르는 욕망.
둘째는 결국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금융은 자본주의의 가장 화려한 꽃, 거품의 꽃이다.
인수합병 때 후려쳐지는 기업들과 곧 추락할 위험한 상품들을 구매한 투자자들에게서 나온 돈이 그들의 고연봉을 보장해준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나 윤리 등, 그래도 내 안에 조금은 남아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설핏 눈썹을 찌푸리게 만든다.
물론 모든 능력치를 떠나 나는 여성이므로 IB로 근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하니) 그것을 떠나서.
잘. 모르겠다.
도전하고 싶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것들이 마음에 걸릴 것만 같다.
리만이 무너졌고, 월가는 시위중이다.
모기지로부터 생겨난 버블의 붕괴로 미국의 위기가 왔다고 보는 시각이 대세인 지금.
이제까지는 한국에서 금지되어있었던 투자은행이 FTA를 통해 어떤 식으로 탄생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최소한 그것이 나라에 해악이 되는 일은 아니기만을 바라며, 내 경영.경제 지식의 짧음에서 비롯된 기우이기만을 바란다.
책 자체는 매우 읽어볼만하나, 연 단위로 품절 상태에서 풀리지를 않으니 도서관을 이용하시길 권한다.
[발췌]
1929년 대공황이 있기 전, 투자은행원들은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을 대중에게 팔아 치웠다. 그들은 이 쓰레기들을 '증권'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마치 투자은행원들이 10달러어치 마약 봉지에 밀가루를 채워 놓고 고객들에게 고급 코카인이라고 속이는 것과 같다. 순진한 고객들은 그전에 코카인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고 돈을 냈다. 게다가 이럴 때 일반 고객들이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밀가루 봉지를 사들이는 바보들이 꼭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사 가지고 간 코카인 냄새를 맡아 보고 이것이 코카인이 아니고 사실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는다. 그는 신속히 밀가루 봉지를 처분하고, 다른 친구 두 명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이 두 명의 친구는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어 재빨리 밀가루 봉지를 팔아넘기고 각각 다른 친구 두 명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 오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밀가루 봉지를 팔아 치우려고 아우성을 치지만, 아무도 사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마침내 대공황이 왔고, 게임은 끝났다.
대혼란이 벌어지자 연방정부는 이 밀가루 봉지를 순진무구한 대중에게 속여 판매한 투자은행원들과 그들의 그릇된 판매행위를 다스리기로 결정했다. 이런 원대한 목표 아래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을 만들어 개혁을 단행했다. 이 법들로 인해 증건거래위원회(SEC)가 설립되었으며, 이후 미국의 증권 발행 관련 행정 및 감독을 책임지게 되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완벽한 관료주의 체제이다. 정책상 새로운 증권 발행을 절대로 승인하지 않으며, '불승인을 실패' 했을 때만 허용한다. 즉 기업과 투자은행이 딜을 추진하려고 할 때 증권거래위원회는 딜을 수행해도 된다는 '오케이' 사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원회는 본건을 승인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Nagative System)'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중부정은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가 딴 여자와 바람피우다 들켰을 때, 여자친구를 달래면서 구차하게 주워섬기는 변명과 비슷하다.
<경영진> 이 섹션에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프로필이 담겨 있다. 경영진 및 이사회 멤버들은 두세 개의 문장에다 자신들이 거물처럼 보일 수 있도록, 있는 허풍 없는 허풍을 다 갖다 붙인다.
경영진 섹션을 읽는 투자자가 이사회 멤버들이 어떤지 평가하는 요령이 있다. 이사들이 투자금을 빼돌릴지 여부를 미리 아는 방법은 박스 안에 각 이사의 이름을 적은 차트를 만드는 것이다. 경영진 섹션을 읽는 동안, 이사들 간에 개인적인 또는 업무상 친분관계를 발견하면 각각의 박스를 선으로 연결한다. 예를 들어 A 이사의 아들이 B 이사의 딸과 결혼했다든지, 이사들 중 동창이 있다든지 하면 빠짐없이 줄을 그어야 한다. 이 섹션을 검토하고 난 뒤, 차트가 거미줄처럼 보이면 절대로 지갑을 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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