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1 ,2-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37484421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3748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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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으면 뮤지컬을 보리라 하고 있었는데, 친우의 뮤지컬을 예매했으니 보러 가자는 말에 급히 읽었다.
2권까지가 뮤지컬의 스토리이고 (많이 각색되었지만) 3권과 4권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이므로 조금 쉰 뒤에 읽으려한다.
1권 엘파바와 글린다
2권 서쪽마녀 이야기
3권 리르 이야기
4권 겁쟁이 사자 이야기
그레고리 머과이어.
이 작가는 백설공주를 16c 보르지아 가문 배경으로 해 'mirror mirror'라는 작품도 썼다고 하는데, 뒤틀어보기가 취미인 모양이다. (난 좋다)
다만, 위키드는 홍보 문구와는 다른 글인데 지나치게 오즈의 마법사의 또다른 버전 쪽으로 몰아가는 듯해서 안타깝다.
소설 위키드는 메르헨이 아니다.
정치와 종교적 이념이 충돌하는, '악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긴 이야기이다.
요정 여왕 럴라인으로부터 이어지는 왕정 체제.
이름없는 신으로 이어지는 유일교도와 소수 귀족층.
타임드래곤으로 연결될 마법사들.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지만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들의 종교와, 정치 노선과, 그 사이 사이 존재하는 소수 민족들과 쿼들링.
그리고 ANIMAL. (말하는 동물들. 소설 내에서는 그들을 동물과 구분해야한다고 주장하며 독립 운동도 벌어지는데, 결국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구제되어야 한다면 말을 하지 못하는 일반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것들은 정당하단 말인가?)
이 소설을 굳이 분류하라고 한다면 나는 성장소설에 가장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 마녀는 없다. 여러가지의 이념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서로 부딪치며 더욱 견고해지기도 하고, 부드럽게 변화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이야기.
글 전반적으로 언급만 되고 지나가는 부분이 많은데 아마도 저자는 상당히 긴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는 듯 싶다.
앞으로 저자가 하나 하나 풀어내어 갈 이야기에 기대가 크다.
(주의!)
뮤지컬과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일화들이 상당히 다르다. 각자의 색깔과 매력이 있으니 둘 모두 추천한다.
길게 새겨진 아름다운 푸른 다이아몬드 무늬를 지닌 이국적인 아르지키의 왕자 피예로를 애버릭과 섞어서 ㅠㅠ
엘파바와 이어주다니... ㅠㅠ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쁘지 않다 -_-
[발췌]
피예로는 엘파바가 자기 가족에 대해 더 물어보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서로의 가족을 상대에게 숨기고 있었다. 그의 빈쿠스 아내와 아이들, 그녀의 선동가와 반란자 무리들.
피예로는 다음에 올 때는 목 부분이 트인 셔츠를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엘파바에게도 그의 얼굴에서 가슴까지 죽 이어서 새겨져 있는 푸른 다이아몬드 무늬가 보일 것이다. 그녀가 그 무늬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으니까.
피예로는 창문이 닫혀 있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만, 그 군인이 뭐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곰들의 몸이 빳빳이 굳어졌고 아기 곰은 울면서 공을 움켜잡았다. 길리킨 남자들은 다가와서 조용히 준비 자세로 섰다. 쿼들링 사람들은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 춤을 추었다. 그들은 엉덩이를 흔들고, 어깨 높이로 팔을 들고 신호를 보내듯이 손을 움직였지만, 피예로는 그 의미를 추측만 해볼 따름이다. 그는 쿼들링 사람을 처음 보았다.
비밀경찰이 목소리를 높였다. 허리에 두른 가죽끈에 경찰봉을 매달고 있었다. 아기 곰이 아빠 곰 뒤로 숨었고, 엄마 곰은 으르렁거렸다.
같이 움직여. 피예로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다. 자기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미처 몰랐다. 힘을 합쳐 움직여 봐. 당신들은 열두 명이고 저쪽은 고작 한 명이잖아. 당신들은 서로 다르다는 점 때문에 그렇게 고분고분한 건가? 아니면 자유를 찾아 탈출했다가는 친척들이 고문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 추측일 뿐이었다. 피예로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어느새 손을 쫙 펴서 유리창에 손바닥을 딱 붙이고 있었다. 아래에서는 곰들이 줄에 들어서지 않는다고 군인이 곤봉을 뽑아 아기 곰의 머리를 내리쳤다. 피예로가 흠칫하는 바람에 차가 쏟아지고 찻잔이 깨졌다. 오늬 무늬의 참나무 바닥에 사기 조각이 흩어졌다.
.... "저는 일개 시민일 뿐이고 제 장사 말고는 관심도 없습니다."
피예로는 체리 초콜릿 잔을 바꿔 온 것을 받지 않았다. 두꺼운 다마스크천 커튼 밖의 세상에서 엄마 곰의 귀를 찢는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들려오더니 이윽고 잠잠해졌다. 피예로는 갑자기 자기가 그 광경을 본 것이 우연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배인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니면 세상을 새롭게 볼 마음의 준비가 되자마자 세상이 그의 눈앞에 본래의 실체를 드러냈을 뿐인가?
이 세상에는 미워할 것이 많지만, 사랑할 것도 너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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