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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일루젼 2012. 7. 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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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국내도서>소설
저자 :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 / 송은주역
출판 : 민음사 200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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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책이었다.

과감하게 백지를 내보이기도 하고, 사진을 삽입하기도 한다.

낙서나 편지의 한 문구를 한 면에 그대로 넣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주인공이 되는 오스카 셀의 의식 흐름을 따라 그가 느끼고 보는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시도한 것이 좋았다.

(일부는 할머니와 토머스 셸)

 

오스카 셀은 이제 아홉살이 되는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년이다.

그는 세상에세 가장 멋지고 다정했던 아버지를 한 순간에 잃어버리고 그를 놓기 위해 아버지가 남겨둔 비밀을 풀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오스카가 뉴욕을 헤매며 만나는 수많은 블랙들.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독백 속에서 문단으로 나뉘지도 않은 채 재빠르게 오가는 이야기들.

어쨌거나 그것들은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혹여 스포일러가 될까봐 어디까지 말해도 좋을지 판단하기가 어렵지만. 

나는 사라진 아버지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오스카도 짠하고 좋았지만 토머스 쉘과 안나,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의 이야기에 도 주목하게 되었다. 

 

나는 쉘의 그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가졌던 행복에서부터 모든 것을 잃은 이의 절망, 공포, 수치. 결국 안나와 함께 말을 잃어버린 그는 새로 무언가를 담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할 수 밖에 없었을 거야.

 

믿을 수 없이 시끄러웠지만 더 깊은 의미의 침묵이 있었고 믿을 수 없이 가까우면서 손 닿을 수 없게 멀었던 이야기.

 

 

덧) 난 순진무구하게 멍한 아이보다는 오스카처럼 좀 발랑 발랑 약은 아이가 좋다.

 

 

 

 

[발췌]

 

  

# 어쨌거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읽은 기사 중에 흥미진진했던 것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죽은 사람의 수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는 글이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죄다 햄릿을 연기하려 한다면 해골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나뿐인 건 아니야, 거리의 늙은이들에게 귀를 기울여보면 이런 심음을 흘리는 이들이 있지, "야이 야이 야이," 그러나 그중에는 자기들에게 남은 마지막 말, '나'에 매달리는 이들도 있어, 그들은 절박하기 때문에  말하고 있는 거야, 투덜거림이 아니라 기도지, 그 후 나는 '나'를 잃었고 내 침묵은 완전해졌어. 그리고 이렇게 공책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어, 내가 말할 수 없는 것들로 공책을 채웠지, 그렇게 시작된 거야, 빵집에 가서 롤빵 두 개를 사고 싶으면 공책에 "롤빵 두 개를 사고 싶은데요"라고 썼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세요"라고 썻어, 누가 웃기는 얘기를 하면 "하 하 하!"라고 썼단다, 소나기를 맞으며 노래하는 대신 공책에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썼어, 빗물이 잉크에 물들면 파란색 붉은색 초록색으로 변하지, 음악이 내 다리를 타고 흘러내려, 하루가 끝나면 난 침대로 공책을 갖고 가서 내 삶의 페이지들을 훑어보았지.

 

 

#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군요, 그렇죠?"

나는 배낭에서 공책을 꺼내 마지막 두 페이지 남은 빈 장을 찾아서 이렇게 썼어.

"나는 말을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녀는 종이와 나를 몇 번이고 번갈아 보더니 손으로 눈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어, 눈물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와 작은 그물처럼 맺혔어, 그녀는 울고 울고 또 울었지, 주변을 둘러봐도 냅킨 한 장 없더구나, 할 수 없이 공책을 뜯어냈지ㅡ"나는 말을 못합니다. 미안합니다."ㅡ그걸로 뺨을 닦아주었어, 나의 해명과 사과가 마스카라처럼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어, 그녀는 내게세 펜을 가져가더니 내 공책의 남은 빈 장에 이렇게 썼단다, 마지막 장에

 

 

 

# 내가 생각한 것들의 의미는 나뭇잎이 떨어져 강물 위로 떠내려가듯 내게서 날아가 버렸지, 내가 나무고, 세상은 강이었어.

 

 

# 깃털이 작은 방 가득 날렸어. 깃털은 우리의 웃음소리를 타고 공중을 계속 떠다녔지. 나는 새들을 생각했어. 웃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어딘가에서는, 그래도 새들이 날 수 있으려나?

 

 

# 그러면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서로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얼 하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 우리는 그곳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대 그쪽을 보지 않았어, 꽤 효과가 좋아서 우리는 거실에도 무의 공간을 만들기로 했지, 필요할 것 같았거든, 거실에 있다가도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누구나 가끔씩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잖니.

 

 

# 나는 미소를 지었어, 그녀는 서둘러 가버렸단다, 달려갈 때 치맛자락이 바람에 붕 떴어, 때때로 내 것이 아닌 모든 삶의 무게에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곤 해.

 

 

# 문학은 그녀의 아버지가 실천하는 유일한 종교였어, 책이 마루에 떨어지면 그는 그 책에 키스를 했어,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그 책을 좋아할 만한 사람에게 거저 주려고 했고, 만약 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땅에 묻었어, ....

 

 

#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챙 넓은 모자를 깊이 눌러썼지, 세상으로부터 얼굴을 숨기면 세상을 볼 수 없게 되거든, 그래서 그 어린 시절, 유럽 한복판에서, 우리 두 마을 사이에서, 모든 것을 다 잃으려는 찰나, 나는 무엇인가에 충돌해 땅바닥에 나동그라졌어. 숨을 몇 차례나 들이쉬고서야 몸을 간신히 추스를 수 있었어, .... 

 

 

# "사실은 아니야", 내가 말했어, 내 입에서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도 모르는 채, 그러나 그 말이 내 것이기를 바라면서,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드러내고 이해받기를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간절히 바라면서.

 

 

# 그날 밤, 그 무대 위, 해골 밑에서, 우주의 모든 것과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까운 동시에 엄청나게 혼자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난생처음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그 많은 일을 다 해야 할 만큼 삶이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삶이 그만한 가치를 갖는다는 걸까? 영원히 죽은 상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꿈조차 꾸지 않는 그런 상태가 뭐 그리 끔찍하다는 걸까? 느끼고 꿈꾸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 난 갑자기 부끄러워졌단다. 부끄러워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말이야. 수치심을 느낀 적이야 많았지. 부끄러움은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때 느끼는 감정이지. 수치심은 원치 않는 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때 느끼는 감정이고.

당신이 떠나려 한다는 걸 알아요. 내가 말했어.

집에 가요, 그가 적었어. 당신은 침대에 있어야 해요.

좋아요, 내가 말했지. 할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내가 집으로 데려다 주리다.

안 돼요.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그가 이렇게 썼어. 당신 미쳤군. 감기에 걸릴 거요.

벌써 걸렸는걸요.

감기 곱빼기에 걸릴 거요.

그가 농담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어. 내가 웃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고.

웃다 보니 우리 집 부엌 식탁이 생각났어. 거기서 우리는 웃고 또 웃곤 했지. 그 식탁은 우리가 서로에게 가까울 수 있는 곳이었어. 침대 대신이었지. 우리의 아파트 안에서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어. 우리는 식탁 대신 거실 탁자에서 밥을 먹었어. 우리는 창문 가까이에 있고 싶어 했지. 할아버지의 괘종시계 몸통에 빈 공책을 가득 채워 넣었어. 마치 그 공책들이 시간 자체인 양. 다쓴 공책은 작은 침실의 욕조에 넣었어. 그 욕조는 쓰질 않았으니까. 나는 잠들었을 때 몽유병자처럼 걸어 다녔어.

한번은 샤워기를 틀었단다. 어떤 공책은 물에 둥둥 뜨고, 또 어떤 것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 다음 날 아침 깨어나 내가 한 짓을 보았어. 물은 그가 보낸 나날들로 회색빛이 되었지.

 난 미치지 않았어요. 내가 그에게 말했어.

 당신은 집에 가야 해요.

 난 지쳤어요. 힘들어서 지친 게 아니라, 너무 지겨워서 지쳤어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서 더 이상은 빵을 구울 수 없다고 말하는 그런 아내들처럼.

 당신은 빵 같은 건 구운 적이 없잖소, 그가 썼어. 우리는 아직도 농담을 하고 있었어.

 그럼 내가 문득 잠에서 깨서 빵을 굽는 것과 같다고 해두죠, 내가 말했어, 그럴 때조차 우리는 농담을 하고 있었어. 우리가 농담을 하지 않을 때가 올까? 그건 어떤 걸까? 어떤 느낌일까?

 소녀 시절 내 삶은 언제나 점점 더 소리가 커지는 음악 같았어. 모든 것이 나를 감동시켯지.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개. 그 개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지. 달이 잘못 적힌 달력. 난 그 달력을 보고 울 뻔했어. 정말로 그랬어.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끝나는 곳. 식탁 가에 놓인 쓰러진 병.

 나는 어떻게 하면 덜 느낄 수 있는지를 배우는 데 평생을 바쳤어.

 날이 갈수록 느끼는 감정들이 줄어들었지.

 이런 것이 늙어간다는 것일까? 아니면 늙는다는 건 뭔가 더 나쁜 것일까?

 슬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면, 행복으로부터도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단다.

 그는 공책 겉장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어. 마치 공책 겉장이 손인 것처럼. 그는 울었어. 누구 때문에 우는 걸까?

 애나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나 때문에?

 자기 자신 때문에?

 나는 그에게서 공책을 빼앗았어. 꼭 책이 울고 있는 것처럼 책장 위에서 눈물방울이 굴러 내리고 있었지.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어.

 당신이 우는 모습을 제게 보여주세요. 내가 그에게 말했어.

 당신에게 상처 주고 싶진 않아요,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이렇게 말했어.

 당신이 나에게 상처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게는 상처예요. 우는 얼굴을 보여주세요.

 

 

# 친애하는 오스카,

 외상값 76.50달러를 부쳐줘서 고맙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돈을 받을 거란 기대는 전혀 안 했어. 이제 세상 사람들을 다 믿을 거야.

(택시 운전사) 마티 마할트라

추신. 팁은 없어?

 

 

# 화장실에 가야 했어. 일어나고 싶지 않았단다. 내 배설물 속에 널브러져 있고 싶었어. 나는 그래야 마땅해. 내 오물 속에서 뒹굴고 싶었어. 하지만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단다. 그게 바로 나야.

 

 

# 그는 자기가 찾고 있는 것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러면 그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가 편지를 쓸 줄 알았어. 아니면 돈을 부쳐 오든가. 하다못해 내 사진은 아니라도 아기 사진만이라도 보내달라고 부탁하던가.

사십 년 동안 소식 한 줄 없었어.

텅 빈 봉투 뿐이었지.

그런데 이제, 내 아들의 장례식 날, 단 한 마디라니.

미안해요.

그는 돌아와 있었어.

 

 

# 그 말을 듣자 아직 찾지 못한 자물쇠가 떠올라 부츠가 무거워졌다. 자물쇠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아빠에 대한 내 사랑이 모자란 탓이다.

"이 빌딩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습니까?" 블랙 씨가 물었다.

"제가 답을 갖고 있다면, 그건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죠, 그렇지 않을까요?"

 

 

# 그날 밤 그녀가 창문에 손바닥을 대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단다, 수위에게 쪽지를 한 장 더 남겼지, "나를 다시 보고 싶소, 아니면 내가 떠났으면 좋겠소?" 다음 날 아침 창문을 보니 그녀가 남긴 글이 있었어, "가지 마세요," 그것도 뭔가 의미가 있기는 했지만, "당신을 다시 보고 싶어요."라는 뜻은 아니었지. 나는 조약돌을 한 움큼 모아서 그녀의 창문에 던졌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더 많이 던져봤지만, 그녀는 창가로 오지 않았어, 일기장을 뜯어 쪽지를 적었어ㅡ"나를 다시 보고 싶소?"ㅡ나는 그것을 수위에게 주었어, 다음 날 아침 다시 가봤지, 그녀의 삶을 지금보다 더 힘겹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지, 유리창에 메모가 있었어, "당신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 그것도 뭔가 의미가 있었지만, '예'는 아니었어. 나는 거리에서 조약돌을 모아 그녀의 창문에 던졌어, 내 말을 듣고 내 뜻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기다렸어, 그녀는 창가로 오지 않았어, 나는 쪽지를 써서ㅡ"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ㅡ수위에게 주었어, 수위가 말했지, "틀림없이 전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소."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다음 날 아침 다시 가보니, 유리창에 메모가 있었어, 첫 번째 메모와 같은 것이었지, "가지 마세요."....

 

 

# 공책을 집어 그녀에게로 갔어. 내가 어디에 있었고 떠난 후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누구와 시간을 보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에 귀를 기울이고 무엇을 먹었는지 쓰기 시작해어, 하지만 그녀는 공책에서 그 책장을 뜯어냈어, "관심 없어요," 그녀가 말했어, 그녀가 정말로 관심이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그랬는지 모르겠어, 다음 페이지에 이렇게 썼어,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 다 얘기해 주리다," "나한테 털어놓으면 당신 삶은 더 편해지겠지요, 하지만 난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요."

 

 

# 그 생각을 하면 이미 조각났던 내 마음이 더 작은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졌어, 왜 사람들은 자기가 전하려는 뜻을 그 순간에 말할 수 없을까?

 

 

# "아주 안목이 있더구나."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어. 물건을 보면 그게 자기가 찾던 건지 아닌지 바로 알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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