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데이비드 도사] 고양이 오스카

일루젼 2012. 6. 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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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오스카 - 8점
데이비드 도사 지음, 이지혜 옮김/이레

288쪽 | 210*142mm | ISBN(13) : 9788957091791

2010-05-31 | 원제 Making the Rounds with Oscar

 

일단 책 이야기보다 다른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어쩐지... 이런 저런 책들이 자꾸 너무 저가로 나와서 이상하다 싶었다. 

최근 작은 사이즈의 양장본으로 다시 출간하는 일이 많아 초판들을 정리하는 거겠지 생각했는데, 방금 좀 찾아보다 보니

출판사 '이레'가 부도가 났다고 한다....

 

'이레' 지금까지 좋은 책 많이 냈는데....

 

싸게 나왔다고 '와-' 하고 샀는데 반성한다.

 

전자책 시장이 점차 넓어지고 있고, 나부터도 전자책리더를 갖고 있고 사용하지만.

그래도 종이책이 주는 만족감과는 확실히 다르단 말이다.

 

우리나라도 재생지를 좀더 많이 이용하고, 문고판과 소장판을 구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paperback..... 그런데 결국 책을 사서 읽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긴 하다.

현재 한국의 출판계는 (특히 만화계는) 도서대여점과 결합되어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에잇, 머리 아프게 말하려던 게 아니라.

그냥 망했다는 말에 마음이 아파서...

 

 

 

알츠하이머 등의 치매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스티어하우스'.

그 곳에는 환자의 죽음을 미리 감지하는 고양이 '오스카'가 있다.

마지막 순간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보호자의 슬픔을 위로해주는 고양이.

 

이 이야기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와 별개로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중점적으로 관심을 둔 부분은.

 

 

미국의 복지 시스템과 치매 환자에 대한 개념이었다.

한국에서도 치매 환자는 날로 늘고 있다. 이제는 노인병이라는 이미지조차 벗어던지고 2-30대의 젊은이들에게서도 발병하는 일이 아주 드물지만은 않다. (글쎄... 아주,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 하나 있지만 그건 아직 밝혀 말하기에는 근거 자료가 부족해 조심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보험제도는 냉랭하고, 미국에서조차 그리 자리잡지 못했다는 '호스피스' 개념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개인 간병인을 고용해 집에 가둬두다시피 유폐하는 것이 한계일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졌다. 

 

사랑하는 이가 더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할 때. 

내 소중한 이를 닮은, 아주 낯선 이가 되어가는 그를 바라보는 마음. 

더 이상 혼자서는 옷을 입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어지는 모습을 보는 마음. 

 

그리고 그 이를 제외한 나의 삶을 여전히 지켜내야 하는 고통. 죄책감. 

 

 

이러니 저러니 생각이 많았지만, 결론은 잘 읽었다 싶다.  

 

 

 

[발췌]

 

 

# 의대에서는 나쁜 소식을 전할 때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경청하고 의지가 되어주되 개입하지 말라.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 나의 대답에 할아버지의 표정은 불신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내가 병의 진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그 병을 안겨준 사람인 것만 같았다. 지금 할아버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불길한 소식을 전한 사람을 쏘아 죽일 총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가끔은 내 직업이 정말 싫다.

 

 

# 나는 이미 경험을 통해 환자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환자를 놓아주는 것임을 알고 있엇지만 리타의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었다.

"가장 안 좋은 방법으로 환자를 되돌리려고 하니까요. 사람들은 그저 부모님을 되찾고 싶어 하죠. 성적표에 사인을 해주고, 명절 음식을 차려주시던 분 말이에요.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그 사실을 아는 것, 그 사실과 타협하는 것은 사실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들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사라져버리면 다른 한 사람은 줄이 끊어진 연줄을 잡은 채 홀로 남겨진다.

 

 

 

# 추억은 사람들로 하여금 삶을 지탱하게 한다. 하지만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사라져버리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만 남게 되는 것이다. 끝내지 못한 말싸움, 건네지 못한 따뜻한 말,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살갗 아래 박힌 가시같이 변해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이 된다.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상실감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다.

 

 

# "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증상만 보는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병명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의사는 물론 여러 환자들도 병명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병명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치매 환자가 진행성 핵상마비나 알츠하이머, 피질성 치매, 루이 소체 치매 같은 병명에 신경 쓰겠습니까?"

맨 앞줄에 앉은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병을 고치려면 병명을 아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의사에게는 그렇지요. 의사들이 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용어니까요. 어떤 질환을 규명하고, 다른 의사들과 병에 대해 상의할 때는 유용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요."

"환자들도 자신이 앓는 병명을 알고 싶은 건 마찬가지 아닐까요?" ....

"당연하죠. 환자들은 몸이 불편한 이유를 알고 싶어 합니다.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두려움보다 훨씬 큰 법이니까요. 하지만 결국에는 정확한 병명이나 진단보다는 몸이 불편하고 움직이기 힘들다는 사실 그 자체가 환자에겐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교수님은 이번에도 내용을 강조하려는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병 때문에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가 환자들에겐 가장 큰 관심사예요. '이 병 때문에 죽게 될까?' '혼자 힘으로 걷는 것이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남편이나 아내, 자식들을 부양할 수 있을까?' '통증이 심하지는 않을까?' 환자들은 이런 데 관심이 더 많죠."

 

 

# "의사는 환자에게 병명을 진단해주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병명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죠. 보통 사람들은 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더 궁금해해요."

 

 

# 이미 손에 들어온 패는 바꿀 수가 없다. 가지고 있는 패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어떤 불운이나 행운이 있더라도 모두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 알츠하이머 병을 비롯한 치매 질환들이 환자들의 기억을 앗아가는 반면, 환자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추억만 남겨준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 "우리는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죠. 지금 건강하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해 서로 사랑하세요. 그리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하세요. 그렇게 해야 마지막 순간에 후회가 없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따뜻한 추억으로 가득한 인생이라면 천국으로 가는 길이 두렵거나 슬프지도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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