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힘 - 양장본 | 134쪽 | 195*133mm | ISBN(13) : 9788954602808 2007-03-24 | 원제 Plenos Poderes (1962년) |
나는 시의 세계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윤동주의 시를 읽으면서는 가슴 설레일 수 있지만, 글쎄, 네루다의 시는 내 경우에는 so so.
오랜 기간 감금 당했던 전력 탓인지 다소 사회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었는데, 그건 좋았다.
네루다는 계산되고 정제된 운율보다는 격정으로 노래하는 시인 모양이다. 문제는 내가 그걸 그리 느끼지 못하겠다는 게 문제;
어쩌면 나는 아직 시를 이해하고 노래하기에는 연륜이 부족한 것일지도.
언어가 조금 더 다듬어지면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하지.... 만....) 영시는 가급적 원어로 읽고 싶다.
[발췌]
<작별들>
안녕, 안녕, 한 곳에게 또는 다른 곳에게,
모든 입에게, 모든 슬픔에게,
무례한 달에게, 날들로 구불구불 이어지다가
사라지는 주週들에게,
이 목소리와 적자색으로 물든
저 목소리에 안녕, 늘 쓰는
침대와 접시에게 안녕,
모든 작별들의 어슴푸레한 무대에게,
그 희미함의 일부인 의자에게,
내 구두가 만든 길에게.
나는 나를 펼친다, 의문의 여지 없이;
나는 전 생애를 숙고한다,
달라진 피부, 램프들, 그리고 증오들을,
그건 내가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규칙이나 변덕에 의해서가 아니고
일련의 반작용하고도 다르다;
새로운 여행은 매번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장소를, 모든 장소들을 즐겼다.
그리고, 도착하자
또 즉시
새로 생긴 다감함으로 작별을 고했다
마치 빵이 날개를 펴 갑자기
식탁의 세계에서 달아나듯이.
그리하여 나는 모든 언어들을 뒤에 남겼고,
오래된 문처럼 작별을 되풀이했으며,
영화관과 이유들과 무덤들을 바꾸었고,
어떤 다른 곳으로 가려고 모든 곳을 떠났다;
나는 존재하기를 계속했고, 그리고 항상
기쁨으로 반쯤 황폐해 있었다,
슬픔들 속의 신랑,
어떻게 언제인지도 모르는 채
돌아갈 준비가 되어 이쏙, 돌아가지 않은.
돌아가는 사람은 떠난 적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나는 내 삶을 밟고 되밟았으며,
옷과 행성을 바꾸고,
점점 동행에 익숙해지고,
유배의 큰 회오리바람에,
종소리의 크나큰 고독에 익숙해졌다.
<알스트로메리아> - 꽃의 과명
이 1월달에, 알스트로메리아,
땅 밑에 묻혀 잇던 그 꽃이
그 은신처로부터 고지대 황무지로 솟아오른다.
바위 정원에 핑크빛이 보인다.
내 눈은 모래 위의
그 친숙한 삼각형을 맞아들인다.
나는 놀란다,
그 창백한 꽃잎
이빨, 그 신비한 반점을 지닌
완벽한 요람,
그 부드러운 대칭을 이룬 불을
보며ㅡ
땅 밑에서 어떻게 준비를 했을까?
먼지, 바위 그리고 재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거기서
어떻게 그건 싹텄을까, 열심히, 맑게, 준비되어,
그 우아함을 세상으로 내밀었을까?
지하의 그 노동은 어땠을까?
그 형태는 언제 꽃가루와 하나가 됐을까?
어떻게 이슬은
그 캄캄한 데까지 스며내려
그 돌연한 꽃은
불의 뜨거운 쇄도처럼 피어올랐을까,
한 방울 한 방울, 한 가닥 한 가닥
그 메마른 곳이 덮일 때까지
그리고 장밋빛 속에서
공기가 향기를 퍼뜨리며 움직일 때까지,
마치 메마르고 황폐한 땅으로부터만
어떤 충만, 어떤 개화,
사랑으로 증폭된 어떤 신선함이
솟아올랐다는 듯이?
1월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제의 메마름을 바라보며; 지금은
수줍게, 생기 있게
알스트로메리아의 부드러운 무리가 자라는데;
그리고 한때 돌 많고
메마른 평야 위로
향기로운 꽃의 파도를
물결치며 바람의 배가 지나갈 때.
<요약>
나는 그다지도 많은 의무를
떠맡은 걸 기뻐했다ㅡ내 생애에는
가장 흥미로운 요소들이 축적되었다:
나를 망가뜨린 온화한 유령들,
나를 어지럽힌 설명할 수 없는 바람,
상처 입히는 어떤 키스들의 자상, 내 형제들의
어려운 현실,
항상 경계해야 하는 데 대한 부득이한 필요,
나의 혼자이고자 하는 충동, 자신의 쾌락이라는
약함 속에 오로지 혼자이고자 하는.
이게ㅡ돌에 떨어지는 물인ㅡ내 인생이 항상
기쁨과 의무 사이에 있는 그 길을 노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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