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3 - 502쪽 |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37484445 2012-04-05 |
부제 : 리르 이야기.
소설 위키드의 특색을 꼽자면 첫째는 강력한 알레고리, 둘째는 성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오히려 판타지스럽다. 말하는 동물과 용과 이종족들이 어우러진 이야기는 마더구즈를 넘어선 냉혹함과 잔인함으로 다가선다.
마녀들의 남동생은 마법사의 후예로 이름없는 신의 제 1의 창, 황제가 되고.
초록 마녀는 아비 없이 태를 빌어 다시 태어났다.
사라진 럴라인의 딸도 돌아올 것인가?
흥미로운 이야기이고, 아직도 풀린 것보다 풀어나가야 할 것이 더 많아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높은 별점을 주기 어려운 것은 묘하게 툭툭 끊어지는 몰입감과 한두번씩 갸웃하게 될 정도로 급작스럽게 전환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시점이나 시간이 뒤바뀌는 것은 그런데로 따라갈 만 하지만-
같은 화자를 유지하면서도 급속도로 바뀌는 분위기는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좋게 보자면 그런 점까지 더해 더욱 현실감을 살렸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사람의 일상 역시 그렇듯, 몇 초마다 지나치게 지루하고 평범했다가 까무러치곤 하니까.
자.
마녀는 태어났다.
그리고 나는 4권, 사자 이야기를 읽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발췌]
# "저에겐 엘파바의 재능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별로 슬퍼할 만한 인물도 못 돼요. 저를 믿으세요." 리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힘은 그녀의 일부에 불과했어. 그녀는 용감했지. 너도 그렇구나." 글린다가 말했다.
"용기는 배울 수 있는 거예요." 리르가 글린다를 위로하며 말했다.
"용기는 어리석은 거지." 체리스톤 사령관이 말했다. "내 말을 믿어."
# "잘 할 수 있을 거다." 글린다 부인이 리르르 보며 말했다. "서두르거라. 네 빗자루를 잊지 말고."
"제 빗자루가 아니에요."
"네 거야."
# 누구나 마녀나 성녀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재능이나 심술궂은 성미나 성스러운 축복을 받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명확한 인성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대개 희미한 모순의 수원이다. 생각으로는 멋지고 아름답다. 그것도 운이 좋을 때나. 하지만 우리가 그런 생각을 살(肉)로서 실현하는 순간 그것은 따분하고 애석한 일이 될 뿐이다.
# 부잣집 여자 가정교사들은 아이가 잔혹하고 추악한 세상 꼴을 보지 못하게 하고 아이의 순진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곤 한다. 그러나 엘파바를 키운 유모와 같은 시골 노파나 아줌마들은 아이를 품 안에서 응석받이로 키우지 않았다. 그들은 럴라인마스에 병아리에게 닥치는 운명을 아이들에게 보이는 게 낫다고 믿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약한 자와 산만한 자, 그리고 불운한 자에게 떨어지는 심술궂은 운명을 알게 하는 게 낫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 교욱 방침도 공통의 가정을 깔고 있었으니 그것은 아이의 성장과 변화가 주어진 조건에 대한 반응이라는 견해였다. 그러나 우리는 거꾸로 아이에게 반응하는 것이 세상의 숙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남다른 개성 때문이든, 악마적인 아름다움이나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 때문이든, 아이들은 세상 속으로 아장 아장 걸어 들어가 세상을 망쳐 버리고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다.
끝없이 양보하는 쪽은 오히려 세상이다.
# 눈먼 절름발이 왜가리가 비틀비틀 걸어나와 부리로 리르의 다리를 쪼아 대며 말했다.
"나는 이제 날지 못해, 눈도 보이지 않아."
왜가리가 말했다.
"그렇다고 내가 새가 아닌 것은 아냐, 그렇지?"
# "자네 부인은 몸이 무거운데도 우리에게 무척 친절했네, 자네 남편도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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