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가이도 다케루]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나이팅게일의 침묵, 제너럴 루주의 개선, 나전미궁

일루젼 2012. 7. 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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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작가 본인이 외과의에서 병리의로 전환한 만큼, 경험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각을 잘 유지한 듯 하다. 
바티스타 수술이라는 소재는 일본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인 모양인데 (여러 작품에서 다루고 있다)

이는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메디컬 미스테리라는 장르가 한국에서 성장하려면 어떤 토양을 만들어 주어야 할까.
또한, 바티스타 수술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익숙하고 이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에서도 하는 수술인데.

(Batista operation, 좌심실 부분 절제술. 이 수술은 Randas J. V. Batista에 의해 약 10년전부터 시작되어 약 410 예를 수술하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임등에 의해서 처음 보고되었다. by. [좌심실 부분 절제술후 좌심실 구혈율이 현저히 개선된 확장성 심근증 1예], 가천의대 부속 길병원 심장센터 순환기내과학교실)

미스테리도 미스테리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가는 동안 하나 하나 짚어가는 과정에서 꼬집히는 의료 현실들은 또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나이팅게일의 침묵.

 

 

'나이팅게일'이라는 단어를 노래하는 자의 의미로도, 백의의 천사로도 사용한 이중적인 제목이 마음에 든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과는 애초에는 한 작품이었으나 상하권은 부담된다는 출판사의 의견에 각각 다른 이야기로 분리되어 버린 슬픈 샴이다.

초반 부분의 독특한 분위기와 설정은 아주 마음에 들고, 중반까지는 정말 매력적인 전개로 날 흔들었으나ㅠㅠ
마지막 결론을 내기 위해 사용된 다소 무리한 설정은 좀….
샴쌍둥이를 분리시키기 위해 비중이 줄어든(다른 말로 매력을 잃은) 캐릭터들도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멈추면 가이도 다케루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일 보 후퇴는 이 보 전진을 위한 노림수였다.

 


덧) 소아 치료에 대한 것도 일본에서는 상당히 큰 화두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

 


루주,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작품 내에서는 핏빛의, 붉은, 피로 물든 등의 의미로도 쓰였지만 립스틱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나이팅게일의 샴 다운 제목.

피로 물든 장군의 개선이라…. 아주 좋았다.
나이팅게일의 밋밋했던 장면들이 또다른 재미와 반전이 되어 장군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두 권을 모두, 특히 나이팅게일을 먼저 읽어야만 이 재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제너럴 루주.
ER의 하야미는 실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또한 부쩍 커버린 안돈….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허를 찌르는 대반전까지는 없지만, 알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논리의 충돌과 충분히 유쾌하고 매력있는 캐릭터들의 배치,
그에 이어 잘 녹여낸 작가의 지식이 빛난다.


하지만, 서글픔도 있다.

응급 의료와 환자 이송, 그에 따른 비용적인 문제들. 이는 한국에서도 매우 중요한 화두다.
플러스) 메디컬 판타지란 장르에서 약사의 정체성은 어떻게 해야만 찾을 수 있을까. 흠.

 

 




 

나전미궁.

 

 

사쿠라노미야라는 가상의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메디컬 시리즈 4편.

우선 외과의였으며 현재는 병리의인 작가에게 찬사를.

일본어와 한국어는 어순이 같은 만큼 번역이 매끄러운 편이라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이과 출신의 작가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좋은 문장들이다.

 (가독성과 간결성에 있어서. 문학적으로 좋은 문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ㅋ)

또한 모든 작품이 애초부터 형제로, 사소한 설정 하나하나까지 모두 맞물려 있다는 것도 놀랍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슬몃 등장한 별칭 달팽이가 실상은 이런 곳으로 등장할 줄이야, 이거 참ㅋ

하나하나의 완결성도 좋은 편인데, 그게 사실은 옴니버스가 아닌 피카레스크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세상에, 이걸 다 짜고 집필을 시작한 거야?

 

특히 이번 소설에서는 캐릭터의 강렬함을 조금 죽이고 전반적인 짜임새에 집중한 것도 좋다.
(실제로는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지만, 발표 순서 상으로도 그렇고 네 번째가 잘 어울리는 글이다)

 

의료계의 모순을 꼬집어내는 작중 인물들의 대사들은 언뜻 그 인물 안에 숨어서 자신의 목소리로 외치는 작가를 보여준다.

(AI(atopsy imaging)를 지나치게 강렬하게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작가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도 주장하고 있으니 뭐…)


미스터리 이면에서는 자살과 안락사에 대한 문제를 꼬집고 있다.

 

가이도 다케루.

몇 작품은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종종 신작이 나오진 않았는지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참, 이 시리즈에서와는 주인공이 달라 열외로 하지만,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도 좋다.
거기에서는 현 일본의 산과와 부인과의 상황을 여의사의 눈으로 재조명하는데 실상 국내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아 여러모로 마음이 안타까웠다.
인공 수정, 낙태, 배아 줄기 세포 및 실험 이용, 여의사, 출산 등등을 잘 녹여내어 다룬 글.

안돈(다구치 고헤이) 시리즈와는 분리되지만 역시 한 번 읽어봄직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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