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피터 멘젤, 페이스 달뤼시오] 헝그리 플래닛

일루젼 2012. 7. 3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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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플래닛 - 6점
피터 멘젤, 페이스 달뤼시오 외 지음, 홍은택 외 옮김/윌북

496쪽 |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91141360

2008-03-05

 

 

 

 

이 책의 공동 저자인 피터 멘젤(사진 기자)와 페이스 달뤼시오(PD 출신 작가)는 부부로 함께 세계 각지를 취재 겸 여행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읽어보고 싶으면서 동시에 읽고 싶지 않은 책은 '벌레 먹는 인간')  

생각보다는 사진이 꽤 많은 책이었는데, 전개 방식은 세계 각국의 가족을 대상으로 그 가족이 일주일 간 섭취하는 음식들과 함께 찍은 가족 사진으로 한 챕터를 시작한다. 책 전체에는 총 26가구가 소개되는데 그들의 일주일은 무척이나 다채롭다. 그들이 섭취하는 음식 뿐만 아니라 그 음식들에 소비한 총 금액, 그 음식들을 얻는 과정, 그리고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방법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가족마다 다르다.


피터는 가족들과 음식들의 사진을 찍고, 페이스는 글을 담당했는데 솔직히 읽는 입장에서 보기에는 페이스의 생각이 약간씩 들어가긴 하지만- 최대한 관찰자적 시각으로 그 가족의 문화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중간 중간 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에세이가 따로 들어가 책의 전반적인 색채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쪽에 더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책 전체에 대해서는 좀 실망하기도 했다.

(그들 중에서는 내가 꽤나 좋아라 하는 마이클 폴란도 있다)

 

읽는 동안 영화 Food.INC나 책 푸드룰, 몬산토 생각도 많이 났다.

세계 한 쪽에서는 기아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고 또 다른 쪽 어딘가에는 비만과 성인병으로 생명이 단축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기묘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또 다른 논의로 과연 식품이라는 건 어디까지를 식품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지나친 가공으로 인해 합성물질에 더 가까울 제품들이, 그저 삼킬 수 있다고 식품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예전에는 너무나 당연했던 자연적인 식품들로 세끼를 해결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국산, 자연산, 유기농을 따져 사려해도 안목이 없으면 제대로 구매도 어려운.  

한국에서도 돈이 없어서 과일을 못 먹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굶어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말, 그 말 참 무서운 건데.


 

<지금 지구가 지구인이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도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아...>

 

책 중 저 문구가 눈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사서 소장하기에는 꽤 아쉬운 책이지만 눈에 띈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몰랐는데 정가가 2만원이 넘는다. 내가 언제, 왜 이 책을 샀을까?;)

 

 

 

덧) 한 가지 더 아쉬운 점.

소개된 나라 중 중국과 일본은 있었으나 한국이 없었다는 점.

(호주, 차드, 이집트에서부터 그린란드와 인도, 아프리카의 말리까지 있었는데!!)


 

[발췌]

 

 

# <추천의 글 - 매리언 네슬>

 

선진국에서는 지리나 기후, 계절에 상관없이 음식이 공급된다. 세계는 이제 하나의 먹거리 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과일과 채소들을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개발도상국들도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필요보다는 편리함을 우선으로 음식을 사곤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많은 가족들이 구입하는 음식을 보면 식재료와 식품에 대한 기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들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현상을 보여준다. 최근까지도 음식에 대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어떻게 해야 충분히 먹을 수 있느냐였다. 굶주림은 가장 심하게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였다.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기아가 끊임없이 발생했고 많은 사람들이 영양 결핍에 시달렸다. 오늘날에도 식량 부족은 지구상에 사는 약 10억 명의 인구에게 일상적인 고문이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이 어린아이들이다. 지금 지구가 지구인들이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도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가슴 아프다.

 

 

# <프롤로그 - 페이스 달뤼시오>

 

볼록 나온 배에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작은아이는 라면 수프를 입에 털어넣더니 혀에서 살살 녹여 먹기 시작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과 단절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오지에서 생라면을, 그러니까 저 멀리 다른 세상에 사는 바쁜 사람들을 위해 조리 시간을 단축해주고자 발명된 즉석 식품을 아이들이 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와에 머무는 동안 이 놀라운 광경을 수차례 더 목격했다.

 

..... 하지만 기본적인 영양소를 구하고 섭취하는 데에도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스맛 사람들이 설탕, 소금, 인공 감미료로 범벅이 된 음식을 먹는 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열렬한 식품 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생각해볼 문제다.

 

..... 취재차 찾아간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는 끝없이 줄지어 있는 옥수수와 대두를 볼 수 있었는데, 알다시피 대부분이 유전자 조작 종자다. 모르는 게 병인지 약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먹고 있는 것이 유전자 조작 식품인지 아닌지 모른다.

 

..... 이 책은 다이어트 책이 아니다. '악덕 기업'이나 '진보의 적;, 또는 측정 정치집단에 대해 투쟁을 호소하는 책도 아니다. 그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정지 화면으로 찍어서 보여주듯,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지구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 <거리의 일품요리 - 찰스 C. 만>

 

분명한 것은 국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이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확산을 촉진했던 풍요로움이 이제는 거리 음식과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신속히 브라질로 쳐들어가고 있지만 카사 도 파오 데 쿠에이조와 같은 회사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브라질 사람들이 좋아하는 치즈 빵 작은 덩어리를 에스프레소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거리 음식 노점상들이 연대해 그 자체가 체인이 된 카사 도 파오데 쿠에이조는 거리 음식이 가야 할 '제 3의 길'을 제안하고 있는지 모른다. 세계적 체인들이 약속하고 있는, 깨끗하고 신뢰할 만한 음식을 제공하되 여전히 지역적 색채를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 <얼굴을 가진 음식 - 마이클 폴란>

 

동물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모순된 태도를 갖고 있다. 감성과 야만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기르는 개의 절반이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가운데, 개만큼 똑똑한 돼지들이 크리스마스 햄이 되는 비참함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돼지는 일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돼지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가? 애완동물을 제외하고 실제로 살아 있고 죽어가는 동물들은 우리의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식료품점에서 구입하는 고기들은 가능한 한 작은 부위들로 잘린 채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동물들을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잔인함에 대한 인식이나 동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 <바다 윤리 세우기 - 칼 사피나>

 

초기 환경 운동의 선각자 알도 레오폴드는 1949년에 나온 고전적 저서 <모래 군의 열두 달>에서 우리의 공동체 의식을 인간을 넘어서 살아 있는 모든 땅으로 넓히자고 촉구했다. 그는 공동체 의식의 확대를 '육지 윤리'라고 이름붙였는데 이는 이후 환경적 사고의 핵심이 된,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레오폴드의 '육지 윤리'는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덮고 있는 땅보다 더 커다란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가치 있는 것들이 영속적으로 존재할 수 잇는 방법을 찾다 보면 끌어안음과 보살핌, 측은지심의 태도로 이어지게 된다는 인식이었다.

이 윤리에 따르면 옳고 그름이 분명해진다. 레오폴드에 의하면 살아 있는 공동체의 고결함과 안정, 아름다움을 보존하려는 경향이 있는 행동은 옳다. 반대의 경향이 있다면 그릇된 것이다. 인간 자신들뿐만 아니라 인간이 부여받은 환경의 관점에서 현재를 지킬 수 있는지, 미래의 가능성을 보존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옳고 그림이 바뀐다.

레오폴드는 윤리를 육지로 한정했다. 그건 아마도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그의 위스콘신 농장에서는, 다른 대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다가 안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 이제 우리의 공동체 의식을 파도 밑으로 넓혀야 할 때다.

 

 

# <멕시코 - 급구! 최저생활임금 - 쿠에르나바카에 사는 카살레스 씨 가족 '현장 노트'>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다면, 쿠에르나바카의 시립 시장으로 가라.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위치한 6개의 낡은 시장 건물 안에서 나는 갓 짜서 만든 오렌지 주스와 당근 주스, 신선한 열대 과일 샐러드를 먹었다. 이 시장에는 돼지머리, 닭대가리, 닭발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여러 곳 있다. 삶이 지닌 또 하나의 진실, 즉 죽음을 밥맛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는 미국이라면 필시 돼지머리가 진열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고기에 한때 머리와 발이 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못하도록, 미국인들은 원형을 알 수 없는 조각들로 자른 후 비닐로 잘 포장해서 고기를 판매한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는 우리가 살점을 먹으려면 동물이 살해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쇠고기 농장을 운영해본 나로서는 현실을 직시하는 쪽에 찬성하는 편이다.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현실을 바로 보고 정직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ㅡ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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