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디거 - 408쪽 |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60171107 2007-06-29 | 밀리언셀러 클럽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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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를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그의 저서 중 번역된 것으로 '그레이브 디거'와 '13계단'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주문해 읽어본 책이다.
약 5년 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글이지만 이미 그 때에도 그의 글은 상당한 속도감과 가독성을 자랑한다.
그다지 착하다거나 선의 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야가미'.
그런 그가 골수 이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엽기적 연쇄 살인에 휘말려 그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자 잠정적 용의자가 되어 쫓기게 되는 하룻밤이 스토리의 주요 골자이다.
인물 간의 조각난 정보의 조합은 '제노사이드' 만큼 신선하지만, 글쎄 이전 작품이라는 나의 편견 탓인지 몰라도 다소 뻑뻑한 조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제노사이드'가 보다 다양한 정보들의 부드럽고 예상키 힘든, 그러나 충분히 개연성 있는 조합이었다면
'그레이브디거'는 보다 튀고 집중적인 정보들의 독특하고 신선하지만 조금은 예측이 가능하고 무리함이 있는 조합이라는 느낌이다.
따라와, 따라오라고!! 라고 외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서 저 만치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구상을 따온 것은 이단심문관의 심판자 '그레이브 디거'이나 '가즈아키'답게 설득력 있게 풀어나갈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곤조'에 대한 풀이도 그렇고 부분 부분 아쉬운 점들이 있다.
'보여주기'용으로만 사용하고 실제로 '퍼즐 맞추기'에서는 제외된 조각들이 있다는 말.
다만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곤조'의 상징화이다.
발견된 당시 밀랍화가 된 것도 미라화가 된 것도 아니면서 늑골 일부만 백골화가 진행되었다는 부분에서 '에수'를 떠올리게 된다.
'롱기누스의 창' 말이다.
이것이 큰 복선이 된다면 복선이 되는데, 그 결과가 마음에 드느냐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는 장치였다.
리뷰에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가득한데, '제노사이드'보다 낫다는 평을 미리 듣고 다소 큰 기대를 걸었었기 때문인 듯 하다.
글 자체는 무척 재미있으며 취향에 따라서는 확실히 '제노사이드'보다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발췌]
# 이 부서에는 스스로 자청해서 발령을 받았다. 경찰관의 범죄를 적발해 내는 만큼 정의를 실현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강제 권력의 울타리 속에 있는 악당들을 인정사정없이 때려눕히고 싶다는 속셈이었다. 동료들에게 원한을 사든 검거한 경찰관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든 그는 개의치 않았다. 범죄행위가 발생한 이상 경찰증을 가진 자만이 용서받는다는 억지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 인간과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을 구분해 내는 경계선은 유머 감각이 있고 없고에 달렸다고 본다.
# "지배욕....."
오치는 중얼거렸다. 나라를 통치하는 정치인이나 흉악범에게도 공통된 욕구였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의견이 다른 자에게 적개심을 느끼고 공격하고 배척하려 든다. 마녀사냥이 자라날 토양은 이 인간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 "그 부서에 발령받은 뒤에 난 나카노에 있는 경찰대학교에 입학했지. 보안부 직원들에게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야. 학생은 본명을 감추고 도청이나 미행 기법을 배우고 있어. 그중에서도 반공 사상 교육이 제일 철저했어. 공산당은 악이다, 빨갱이를 용납하지 마라. 그런 식으로 보안부 직원들은 이단 심문관이 되어가지."
"일반 경찰학과에서도 반공 교육은 실시하잖나?"
"정도가 다르지. 보안부 직원은 공산당원을 그대로 풀어 뒀다가는 나라가 망한다고 세뇌를 당해. 매일 그렇게 세뇌당하다 보면 위법 수사도 서슴지 안헥 되지. 가택침입, 도청, 도촬, 매수, 별 수 있어? 보안부가 오히려 컬트 집단이 되어 가는 거야."
"자네는 세뇌를 안 당한 건가?"
"나 스스로는 모른다는 게 세뇌의 무서운 점 아닉ㅆ어? 물론 나는 일개 시민으로서 공산주의는 지지하지 않아. 자본주의는 인간을 비천하게 만들고 공산주의는 인간을 게으름뱅이로 만들지. 양자가 싸우면 게으른 놈들이 자멸했다는 게 세계의 역사야. 나는 강한 쪽에 붙고 싶아."
# "이런 이야기는 나가타초에는 얼마든지 널렸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비리 사건에서는 당사자만 목숨을 잃은 게 아닙니다. 취재하던 언론인이라든가 수사에 협조한 증인이라든가, 묘하게 죽은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아요. 2차 대전 이래 최대의 비리 사건은 아시죠?"
"1970년대의 항공기 의혹요?"
"네. 그때는 관계자가 네 명이나 죽었거든요. 그것도 모두 급성 심부전으로."
"급성 심부전이면 병으로 죽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미국 상의원의 조사회에서 기묘한 증언이 튀어나왔답니다. 중앙정보국, 그러니까 CIA가 자연사로 보이게끔 사람을 죽이는 독약을 개발했다는 거예요. 시체 해부를 해도 심부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약물을요."
"그걸 일본에서도 누가 사용했단 말입니까?"
"진상은 고스란히 역사의 어둠 속에 묻혔죠. 그 사건 때는 그 밖에도 진상을 아는 중요 증인이 있었어요.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들은 심장병도 없었는데 급성 심부전의 특효약인 니트로글리세린을 쭉 복용했어요. 그렇게 목숨을 부지한 겁니다."
나가타초 일대의 밤의 어둠이 한층 어둡게 느껴졌다.
"덧붙이자면 총리의 범죄를 추궁한 언론인은 보안부 형사가 미행에 붙었답니다. 수상의 자리에 있는 자가 보안 경찰을 마음대로 움직인 거죠."
후루데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권력이 부해하는 구조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현 체제 속에서 권력자가 범죄행위에 가담한 경우, 이를 추궁하는 행위마저 반체제의 딱지가 붙어 보안 조사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권력 기구는 비리를 추궁하는 손에서 벗어나 부패의 길을 곧장 달려간다. 구정물을 좋아하는 시궁쥐의 세계가 자연 정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계의 부정부패로 찌든 수치스러운 이 나라의 현대사는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그리고 50년 후의 역사 교과서에는 이런 대목은 송두리째 삭제할까?
# "그래. 형사부가 수사에 착수했더라도 보안부의 압력으로 무산되었겠지. 게다가 검찰청이 입건을 하려고 해도 불가능해. 검사총장 자체가 보안부에는 데들지 않는다는 전례를 만들어 버렸잖아."
후루데라가 예로 든 이야기는 부안부의 비밀부대가 저지른 도청 사건이었다. 혁신계 정당의 간부 자택의 전화를 보안 경찰이 조직적으로 도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청은 증거를 확보해 놓고도 입건하지 않고 사건 자체를 어둠 속에 묻었다. '거대악의 척결'을 표방하던 검사총장이 경찰 조직과의 정면 대결을 앞두고 꼬리를 내리고 도망친 것이다. 만약 같은 도청 행위를 민간 단체가 했더라면 검찰관은 주저 않고 소추했을 터였다.
# [봄을 좋아하는 아이는 마음이 깨끗한 아이]
[여름을 좋아하는 아이는 마음이 강한 아이]
[가을을 좋아하는 아이는 마음이 깊은 아이]
[겨울을 좋아하는 아이는 마음이 넓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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