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히가시노 게이고] 탐정 갈릴레오

일루젼 2012. 8. 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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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재인

352쪽 | 196*137mm | ISBN(13) : 9788990982278

2008-06-10

 

 

 

 

최근 '강박적으로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강박'은 무엇인지 알겠으나, 내가 '강박적으로' 읽는다는 이야기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저 시간이 나고 눈 앞에 글자가 있으니 읽는 것인데-

 

그러지 않으면 못 견디겠고, 읽는 행위 자체가 무엇보다 우선하는 절대 과제여야 '강박적'으로 읽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여전히 야구를 보고.

약간의 영화를 관람하고 음악을 듣고 전시를 본다. 먹으러도 다니고 사람도 만나고 공연도 본단 말이다. -_-!!!!

(물론 재미가 없으면 바로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마는..... 음.... 리뷰 쓰기도 그래서 미루긴 했다마는....)

 

그런데 내가 인정하는 나의 강박증이 하나 있다.

바로 "순서"다.

 

 

내가 그리 규율에 민감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범법을 싫어하는 걸로 보아 완전히 반사회적인 인간도 못 되는 모양이다.

기왕지사 지키라고 만들었다면 우선은 지키는 것이 옳다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입법 행위를 통하여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즉 시리즈 (드라마든 영화든 책이든) 로 발표된 무언가가 있다면 절대적으로. 반드시.

1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연히 중간부터 접해서 알게 되었다면 반드시 처음부터 다시 감상한다.

(음악의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한 곡이 마음에 들면 일단은 앨범 전체를 듣고 다 들은 다음에서야 마음에 드는 곡을 반복 재생하는 걸로 봐서는 완전히 자유롭지도 못한 듯 하다.)

 

웬만해서는 미운 정이라고 한 번 시작한 것은 설사 텀이 길어지더라도 끝까지 함께 달려주니 이 얼마나 충성도 높은 감상자인가.

(아아 나는 좋은 호갱입니다!!!)

 

그러나 정말 정말 못 참고 중간에 나가 떨어지더라도 그 순간까지는 맨 처음부터 연속적이어야 한다는 것.

다시 이어도 그 지점 (만약 그 지점이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면 아예 처음부터) 부터 끝까지 연속적이어야 한다.

 

예능조차 그렇다. 듬성 듬성 보다 안 보다 하지 못한다. 보면 안본 회차를 모두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시청하는 프로가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다. 보면 전부 보고, 안 보면 아예 안 본다. (그리고 뻘소리인데 TOP밴드2는 데이 브레이크의 탈락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올림픽 냉각기 동안 마음이 얼어붙었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몽니가 진출하는 바람에 결국 끝까지 볼 거 같다. 흑)

 

 

그리고 이 블로그에 종종 눈팅을 와주(시)는 분이라면 슬슬 눈치를 챘겠지만.

이렇게 잡설이 길어지는 걸 보면.

 

그렇다.

이 책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별로 없는 것이다.

 

........... 시리즈의 1권이라 꾹꾹 참고 읽었는데.

 

재미가 없었어!!!!!!!!!!!

(실? 레이저인가? 이러니까 레이저고!!!! 노랗다고? 나트륨? 이러니까 나트륨이고!!! 알루미늄? 뭐 전기 같은 걸로 녹이나? 했는데 녹이고!!! 이게 뭐야!!!)

 

그러나 집에서 나를 곱게 바라보는 예지몽과 x와 성녀의 눈초리가 느껴져서 어쩔 수 없었다. 흑.

(그 와중에 리뷰 쓰려고 DB 검색해보니 5권도 나왔네.....)

 

 

 

그러하다.

뭐. 별로 할 말이 없다.

 

나 같은 강박이 없다면 과감히 버려라.

그래도 된다.

 

 

 

 

[발췌]

 

 

# 거기에 전문서와 과학 잡지가 배곡히 꽂혀 있었다. 대학 시절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책이 거의 다였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참고서나 교과서까지 있는 것을 보고 구사나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 입시용 문제집도 있었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꽂혀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다 버리지 못해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역사를 남기고 싶어서 일부러 버리지 않은 것 같았다.

 세상에는 별 특이한 인종도 다 있다고 구사나기는 혀를 내둘렀다. 그 자신은 대학 합격 발표가 난 다음 날로 입시에 관련된 책을 모두 불태워 버린 전과가 있다.

 

-> 왜!! 이게 왜 특이해!!!

현재 내 방엔 5단 책장이 둘, 2단 책장이 셋, 그리고 1단 공간 박스가 약 여덟개 정도 침대를 두르고 있고, 그런데도 바닥에는 세단으로 세 열 이상의 책이 쌓여있고..... 그리고도 곳곳에 책 무더기가 수북해서 도저히 못 참고 나무 책꽂이도 사고.... 서랍 수납장을 하나 더 사서 옷 대신 책을 넣어놓은..... 상태인데 부엌엔 아직도 책 박스가.......

그런데 내 5단 책장 중 하나는 전부 전공서와 입시서란 말이다. 수학관련 책과 과학 기본은 평생 갖고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가끔씩 머리가 복잡하면 풀어보면 좋단 말이다!!! -_-!! 뷁 뷁

 

 

# "그럼 아시겠구먼. 어떤 이유든 참가 신청을 잊어버리는 선수는 시합에 나갈 수 없지 않겠소. 또한 그런 선수가 이길 리도 없고. 학문도 전투와 같아서 누구에게도 어리광을 부려서는 안 되는 거지요."

 

 

# "인간의 선입견이 얼마나 진실을 가리는지 몰라. 비눗방울 속에 공기가 들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말아. 그런 식으로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것을 놓치고 마는 거야."

 유가와는 전기 포트의 뜨거운 물을 머그 컵에 따르고 가볍게 저은 다음 그 하나를 구사나기에게 건네주었다.

 "내 인생이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군."

 "하긴, 그게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여서 좋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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