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사사키 후미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일루젼 2022. 6. 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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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사사키 후미오 / 김윤경

원제 : ぼくたちに, もう モノ は必要ない. 
출판 : 비즈니스북스 
출간 : 2015.12.10 


       

저자의 방 사진을 보는 순간 절로 탄식이 나왔다. 저자의 과거가 나의 현재였다.

쌓여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것들을 잘 활용해서 행복한 현재를 누리지도 못하는.

 

그래도 조금씩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 저자처럼 날을 잡고 쏟아내고 비워내는 일은 아직 결심이 서지 않는다. '헤야만 해'라는 마음으로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밍기적거리는 것 같아도 그럭저럭 매주 한 박스 정도씩은 정리해나가고 있으니 지금은 나의 속도로 과거를 마주하며 보내고 싶다.

 

가장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진 일상을 위해

비워내야 할 것들을 비워내고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삶.

 

충분히 좋은 삶인 것 같다.    


 

   

 

 

- 두 장의 사진은 모두 똑같은 내 방이다. 10년 동안 한 번도 이사하지 않은, 버리지 못한 물건들로 가득한 방에서 나의 삶은 멈추었다. 그때 내가 만난 것은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이었다. 나는 지저분한 방에서 벗어나 미니멀리스트로 거듭났다. 물건을 줄이자 나 자신도 달라졌다.

 

- 이 책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행복의 모범 답안과는 정반대다. 사실 요즘은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거나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최대한 모아둬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뭐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얼마를 가졌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 그런데 물건을 많이 버리고 나자 내 안의 가치관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는 미니멀리스트, 즉 최소 주의자의 삶은 단순히 방이 깨끗해져서 기분이 좋다든가, 청소하기 편하다는 표면적인 장점뿐만 아니라 훨씬 더 깊은 본질에 그 가치가 있다. 바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는 것, 누구나 추구해 마지않는 행복을 되짚어보는 일이다.  

-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래서 매일 공부하고 일하며 육아와 스포츠, 취미 활동에 힘쓴다. 남의 눈에는 이런 삶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고독하며 불행을 택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 결과다. 나 역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면서 그것이 나의 가치이자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 하지만 평소에는 늘 책이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책장에 다 들어가지 않아 널려 있는 책들. 언젠가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하면서 대충 넘겨보기만 한 게 대부분이었다. 중간에 때려치운 취미 용품들도 늘 바닥에 굴러다녔다. 먼지를 뒤집어쓴 초보자용 기타와 앰프, 시간이 나면 시작해보려고 사둔 영어 회화교재 등이 방바닥에 그냥 놓여 있었다. 멋진 앤티크 카메라에는 필름을 끼워본 적도 없다. 처음엔 잔뜩 의욕에 넘쳐 마구 사들였지만 한 가지를 꾸준히 계속한 적이 없다. 

 

- 가끔은 한방에 인생이 역전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복권을 샀던 적도 있었다. 지금의 내 수입으로는 도저히 미래를 꿈꿀 수없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에게 차이기도 했다. 이 모든 열등감과 질투를 교묘히 숨기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동했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의 나는 쓰레기였다. 

 

-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물건을 버렸을 뿐이면서!"

분명 나는 물건을 버렸을 뿐이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건을 줄인 후 나는 매일 행복을 느낀다. 행복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 예전의 나처럼 비참했던 사람,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사람, 그래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물건에서 벗어나 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처음부터 물건에 대한 집착이 없거나 넘쳐나는 물건의 카오스 속에서도 보물을 발견하는 천재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이 더욱 평범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길, 늘어난 물건들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 본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절히 원해서 손에 넣은 물건으로는 아주 잠깐 동안만 행복할 뿐이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 정말로 아는 것이 없다. 물건을 줄이는 일은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일이다. 이 말도 과장되게 들릴까?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 세상에 태어나면서 손에 뭔가를 쥐고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태어났을 때 우리는 누구나 미니멀리스트였다. 그러나 자라면서 필요한 것 이상의 물건을 꽉 움켜쥘 때마다 우리는 그만큼의 자유를 빼앗긴다. 나 자신의 가치는 갖고 있는 물건의 합계가 아니다. 물건으로 행복해지는 건 아주 잠깐 동안일 뿐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은 에너지와 시간은 물론, 결국에는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이런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이 바로 미니멀리스트다. 소유한 물건을 줄인 미니멀리스트가 날마다 느끼는 상쾌함은, 설령 지금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이라도 상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물건을 줄였을 때 느끼는 홀가분한 기분은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테니 말이다.

 

- '아직 사용할 수 있어. 나중에 쓸 일이 생길지도 몰라.'

'사놓고 쓰지 않은 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버리지 못했고 물건은 쌓여만 갔다. 지금과는 정반대의 사고방식이다. 그렇게 늘어난 물건에 휘둘려 에너지를 소진했다. 모처럼 사들인 물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늘 자책하기만 했다. 물건이 아무리 많아도 내게 없는 물건만 눈에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시샘했다. 너무나 많아져버린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변명만 늘어놓다가 자기혐오에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 그러던 내가 물건을 버리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건이 지나치게 많으면 확실히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 만일 예전의 나처럼 불만투성이에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물건을 줄여보라. 반드시 뭔가가 바뀔 것이다. 유전이나 환경 탓이 아니다. 성격이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도 아니다. 지나치게 많이 소유한 물건이 당신을 무너뜨리고 있다.

 

-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물건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고 그 외의 물건을 과감히 줄이는 사람이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소중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미니멀리즘에 정답은 없다. 

 

- 미니멀리즘, 즉 물건을 줄이는 일은 목적이 아니다. 미니멀리즘은 다른 소중한 것을 발견하기 위한 수단이며 중요한 이야기를 엮어내기 위한 서장이다. 물건을 줄이고 나서 내가 발견한 것들을 독자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다. 그리고 물건 이외의 미니멀리즘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현대사회는 물건이 넘쳐나는 데다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물건에서 시작된 미니멀리즘은 다른 영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소중한 것을 소중히 하기 위해 소중하지 않은 물건을 줄인다.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인다.' 
이런 미니멀리즘의 정의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싫증 나는 일에 싫증을 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을 원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가 '미래'의 감정을 '현재'를 기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뿐이지만 사실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사정거리는 매우 짧다. 이것이 바로 계속해서 싫증을 내면서도 물건을 사는 이유다. 

 

- 언젠가 어딘가에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잘 보관해두는 빈 과자 통이나 예쁜 종이봉투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시작하겠다고 방치해둔 영어 회화 교재와 도중에 팽개친 취미용품들. 그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언젠가'라는 기대를 이제는 미련 없이 버려라. 지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앞으로도 필요 없다. 

 

- 물건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브랜드의 배경이나 물건이 탄생한 역사에 관해 상세히 알게 된다. 정말로 좋은 물건에는 로망이 있고, 열정을 쏟아부어 개발된 물건에는 배경과 역사가 있다. 세상에 그렇게 많이 존재하는 좋은 물건 중에서 왜 그것을 선택해 가지고 있는가? 이를 열정을 담아 말할 수 있다는 건 그 물건을 고른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다른 물건이 아닌 꼭 그것이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이유가 있는 물건은 자신에게 완벽한 물건이다. 어쩌다 보니 고르게 된 물건은 나중에 버리거나 교환하게 된다. 소유하고 있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물건은 만족도도 낮다. 세상의 좋은 물건 중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물건은 모두 애착을 가지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여기는 물건을 갖고 있으면 다른 물건을 욕심내지 않게 된다. 

 

- <지미헨> 만화로 잘 알려진 만화가 나카자키 다쓰야라는 철저하게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음은 그의 저서 <소유하지 않는 남자>에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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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이나 일기 같은 기록은 나 자신의 과거 자체와는 관계가 없다. 추억이 담겨 있는 사진과 기록을 버렸다고 해도 내 마음속에 있는 기억으로서의 과거는 남아 있다. 물건을 버렸다고 해서 과거를 버렸다는 식으로 과장할 일은 아니다. 만일 잊어버린 추억이라면 잊어도 좋은, 필요 없는 기억일 것이다. 필요한 인생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남아 있기 마련이다.' 

- 이런 사고방식을 접하면서 나는 더욱 자신 있게 물건을 버릴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라는 필터를 거쳐 자연히 남아 있다. 내 속에는 소중한 추억이 모두 보존되어 있다. 물건이라는 단서가 없어도 기억해낼 수 있는 과거야 말로 가치 있다. 또한 물건을 버리면 쓸데없는 소음도 없어져 중요한 과거를 더욱 잘 떠올릴 수 있다. 

 

- 소중한 물건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 실제로 이와 똑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상상으로 실험을 흉내 낼 수는 있다. '소유한 물건 제로'에서 시작해 하루에 한 가치밖에 꺼낼 수 없다고 규칙을 정하고, 이 물건은 몇 번째로 필요한 것인지 물어보라. 혹은 이 물건을 도둑맞았다고 치고 다시 동일한 가격으로 사고 싶은지 생각해보라. 아니면 다음 주에 이사한다고 가정하고 이 물건을 가지고 갈 것인지 물어보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막연히 갖고 있는 물건이 많을 것이다. 물건에게 물어보는 일은 중요하다. 물건에게 물어보는 일은 자신에게 물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 물건을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들 때는 바로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마음속 한구석에서 '실패'라고 생각하는 물건과 오랜 시간 부대끼게 되므로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실패한 이유를 마음에 새겨두는 편이 다음에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방법이다. 

 

- 선물로 받은 물건을 버리거나, 세상을 떠난 사람의 물건을 버리거나, 다 사용하지 못해 아까운 물건을 버릴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받았지만 필요 없는 물건일 경우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아도 분명 마음속 어딘가에서 싫은 느낌이 든다. 어렴풋이 싫다고 느끼면서 그래도 계속 갖고 있는 것은 상대에게도 예의가 아니며 당신의 마음도 상하게 한다. 버릴 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버려라. 물건을 만들어준 사람에게, 선물해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버린다. 싫다는 감정과 함께 계속 갖고 있기보다는 감사의 마음과 함께 처분하는 편이 훨씬 아름답다. 버릴 때 들었던 감사한 마음은 물건 자체가 없어져도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그렇게 해서 남은 물건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물건일 것이다. 

- 상당히 많은 물건을 처분하고서 깨달았다. 이제 만에 하나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남에게 폐를 끼칠 일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심란하고 슬픈 상상이긴 하지만 그때 느낀 감정은 '자유'였다. 더욱 행동력이 좋아질 것 같아 힘이 솟았다.

 

- 최근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만 작동하는 뇌 활동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가 존재한다고 한다. 생각을 하거나 뭔가 작업을 하고 있을 때는 작동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만 활동하는 뇌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이 활동은 자기 인식, 소재 의식(자신이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의식하는 것 -옮긴이) 그리고 기억을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느긋하게 늘어져 있는 시간은 그저 헛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다.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모닥불을 바라보는 시간, 그런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시간은 부자에게도, 가난한 자에게도 하루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진다. 따라서 시간을 느긋하게 사용하는 일은 '궁극의 사치'이기도 하다. 

 

- '청소는 자신을 갈고닦는 일'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이는 금언이나 다름없다. 방에 쌓여 있는 것은 먼지와 더러움이 아니다. 먼지나 더러움을 방치한 과거의 자신이 쌓여 있는 것이다. 해야 할 때 하지 않았던 자신이 퇴적되어 있다. 먼지나 더러움은 싫지만 무엇보다 싫은 것은 그것을 방치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이건 정말 고역이다. 하지만 물건을 줄여 청소가 간편해지면 누구든지 청소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해야 할 일을 실행한 자신과 매일 마주하게 되므로 자신감이 솟구친다. 그때그때 하지 않으면 도망치게 된다. 

 

- 세탁을 말끔히 끝내고 나서 출근하는 것과 빠듯하게 일어나 허둥대며 집을 나서는 것은 직장에서 일할 때의 의욕에도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기만 해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신을 좋아하게 된다. 자신을 좋아하게 되면 다른 일에도 도전하기 쉽다. 어떤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달라진다.  

 

- 내가 물건을 버리고 알게 된 것은 반드시 뭔가를 이루거나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평소에 해야 할 일들을 완수하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좋아하게 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다. 

 

- 물건을 줄인 나는 평범한 생활을 할 뿐인데도 상당히 충실한 기분이 들고 만족스럽다. 단지 살아가는 것만으로 즐겁다. 

 

- 물건에 대한 욕심을 내버려 두면 스스로 절제할 수 없는 괴물로 자란다. 예전의 나는 물욕 덩어리로, 부족한 물건에만 눈길이 갔기에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갖고 싶은 물건이 특별히 없다. 나는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고 있고 부족한 물건은 없다. 정말 최고의 기분이다. 

 

- '자신에게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세계는 당신과 하나가 된다.'    - 노자

 

- 한순간에 불행해지는 방법이 있다. 바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다. 

 

- 예전에 나는 확실히 전자책에 위화감을 느꼈다. 반면에 종이책은 근사하다. 무엇보다 책장을 빨리 넘길 수 있는 데다 아날로그의 온기마저 느껴진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책 디자인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전자책 보다 눈이 덜 피로하다. 하지만 전자책에 대해 느꼈던 위화감은 사실은 종이만이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리 읽어도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위해 모으는 거라고 믿었던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은 실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과시욕의 산물이었다. 

- 나는 가득 쌓인 책으로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가치를 보여주려는 목적을 이루려면 아무래도 읽은 책을 쌓아두어야만 했다. 종이책은 읽은 권수를 눈으로 볼 수 있고 누구나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몇 권을 가지고 있는, 몇천 권을 읽는 한 권을 읽은 것처럼 보이는 전자책에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언젠가 읽으려고 마음만 먹고 몇 년 동안이나 읽지 않은 채 내버려 둔 책들은 이미 책을 사서 쌓아두는 게 취미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책을 몽땅 처분했고, 이제야 정말로 관심이 있는 한 권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읽고 싶은 책도 예전보다 늘어났다. 오래된 책을 버렸더니 새로운 분야에 관심도 생겼다. 버림으로써 새로운 것을 얻었다. 

 

- 미니멀리스트들 중에는 명상이나 좌선, 요가를 습관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생각해보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건을 줄이면 자신의 바깥에 있는 물건에 신경 쓸 일이 적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의식은 자신의 내면으로 향한다. 예전에는 나도 명상 같은 것은 지나치게 영적이고 수상쩍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 내가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좌선 강좌에 참가하면서 이제는 좌선을 하고 명상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곧바로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는 동안에는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럴 때는 집중해서,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의식을 그저 가만히 호흡할 수 있게 돌려놓는다. 이렇게 되풀이하다 보면 집중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평소 자신의 의식이 어떤 흐름을 이루고 있는지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좌선과 명상은 나 자신을 운영하는 제어 시스템을 새로 설치했다고 할 정도로 커다란 힘을 발휘했다. 

 

- 무소유를 설파한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물건을 갖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애쓰는 편이 훨씬 더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간디만큼 타인을 위해 생애를 걸고 전력을 다하지는 못해도 확실히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면 기쁜 마음이 든다.

 

-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해주고 그 사람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그동안의 수고를 잊고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타인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바로 '미러 뉴런(거울 뉴런)' Mirror neuron이라는 신경세포다. 사람은 누군가가 다치거나 넘어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아야!" 하며 자신도 아픈 듯이 느껴지는데, 이는 미러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러 뉴런은 다른 누군가가 뭔가 하고 있는 행동을 보기만 해도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등에 빠지는 것도 바로 이런 작용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면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슬퍼지고 해피엔딩에서는 자신의 일인 양 기쁘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에도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미러 뉴런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느끼고 같이 기뻐하는 것이다. 

 

- 나는 물건을 많이 버렸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르는 물건들까지 버렸다. '언젠가'라는 미래를 벗어던진 것이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미래의 일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미래라는 가게의 셔터를 내린 것처럼 미래를 생각하려고 해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물건을 버렸을 뿐인데 말이다. 

- 예전에는 완전히 반대였다. 나는 장래에 대해 불안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사양 산업인 출판을 직업으로 선택했고, 편집자로서 그다지 잘 나가지도 못하고 업무의 폭은 좁았다. 여차하면 이 자리마저 잃을 것만 같았다. 나이도 삼십 대 중반이니 이직하기도 힘들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다. 친한 친구도 별로 없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독사뿐인가? 그렇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서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어떻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데일 카네기가 쓴 <데일 카네기 자기 관리론>에 나오는 "더럽지도 않은 그릇을 씻으려고 하지 마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오늘 하루에 씻어야 할 그릇은 단 하루치뿐이다. 내일 씻을 그릇이나 모레의 그릇, 그리고 1년 치의 그릇을 씻을 일까지 미리 생각하기 시작하면 누구나 질리고 불안해져서 오늘의 그릇을 씻는 일조차 자신이 없어진다. 미래의 실업, 결혼, 아이를 갖는 일, 나이 들어 병드는 것, 고독사 등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것은 마치 더러워지지도 않은 미래의 그릇을 설거지할 걱정에 빠져 있는 것과 같다. 

- 물건을 버리는 일에서 나는 중요한 것을 배웠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은 필요하게 되었을 때 구하면 된다. 한번 버려보고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거나 필요한 물건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다시 그때 손에 넣으면 된다.

- 미래와 과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영원한 현재만이 존재한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뿐이다.  

-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오늘 예정한 대로 움직일 것인가?'라고 자문했다. 그리고 이 질문을 33년 동안이나 계속했다고 한다. 잡스는 매일 자신이 철저히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았다. 
 
- 앞서 설명했던 '익숙함'에서 '싫증'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감사뿐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보게 한다. 지금 갖고 있는 물건을 당연하고 시시한 물건으로 보는 것을 막아주며, 싫증 난 물건을 고맙게 여기고 신선한 기분으로 일상을 돌아보게끔 해준다. 감사하는 마음이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건을 새로 사거나 늘리는 자극보다 확실히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아무리 물건을 늘려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모두 싫증 난다. 반대로 아무리 물건이 적어도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다. 

- 새로운 행복을 찾는 긍정의 심리학에서 주장하는 것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행복이다.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 교수는 행복의 50퍼센트는 유전, 10퍼센트는 환경에 영향받으며 남은 40퍼센트는 매일의 행동에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10퍼센트의 환경에는 살고 있는 장소와 집만이 아니라 부자인지 가난한지, 건강한지 병이 있는지, 기혼자인지 이혼 경험자인지 등 온갖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 사람은 인생의 목표라고 할 만한 큰 성공에도 금세 익숙해지며, 인생을 망쳐버릴 정도의 불운에도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응하고 극복해낸다. 이는 행복에 관한 다양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생긴 큰일을 차이로 인식하고 자극을 느낀다. 예를 들어 복권에 당첨되면 처음엔 굉장히 기쁠지도 모른다. 심각한 병에 걸리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평생토록 불행할 것 같은 슬픔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행복하게 보이는 일도, 불행하게 보이는 일도 곧 본인에게는 당연한 체험이 되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그 상황에 익숙해진다.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기업에서 일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갖고 집을 사고, 노후를 위해 저축도 착실히 하고 손자의 얼굴까지 본다면 정말로 행복할 것 같다. 그것이 행복의 본보기다. 하지만 아무리 행복의 본보기를 달성했다고 해도 그 상태에는 모두 익숙해지고 만다. 그리고 남은 40퍼센트의 영역이 있다. 이 40퍼센트는 다름 아닌 자신의 '행동'으로 달라질 수 있다. 굉장히 희망적이고 신뢰가 가는 수치 아닌가?  

- 행복해지는 일은 없다. 행복은 그때마다 '느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현재라는 시간뿐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찾아오는 것은 미래가 아닌 현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우리는 바로 지금부터 언제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 그렇다. 행복은 자기 신고제로밖에 측정할 수 없다. 남이 보기에는 어떤 괴로운 상황에 있어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다. 지금의 환경에 감사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 이것이야말로 행동이 행복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유다. 우리는 조건을 달성함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지금이 순간에 느껴야 한다. 

 

- 나는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임으로써 깨달았다. 그리고 행복을 지금 느끼는 일이 가능해졌다. 환경이 행복을 10퍼센트밖에 좌우하지 않는다면 방에 물건을 많이 쌓아두든, 아무것도 없는 미니멀리스트의 방이든 나의 행복은 10퍼센트밖에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물건을 줄임으로써 40퍼센트의 행동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행동을 바꾸기 위해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발상이 내게는 딱 맞았다.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서야 비로소 나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행복의 모범 답안을 따라갈 수 없었던 자신에게 실망해 늘 부족한 물건만 찾던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 지금 나는 예전보다 큰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미소를 짓는 것조차 잘 못하는 사람이다. 별로 말이 없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로봇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던 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인 나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 매일의 생활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도 충만한 느낌이 든다. 더 이상 남과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비참한 기분에 휩싸이는 일도 없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니 마음껏 행동할 수 있다. 집중력은 높아지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사라지고 염치가 좋아져서 내가 쓴 책을 출판할 정도로 대담해졌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을 똑똑히 느낀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히는 일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겁먹는 일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모든 것에 앞으로도 계속 감사하고 싶다. 모든 현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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