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불꽃
출판 : 팬덤북스
출간 : 2018.05.15
출간 당시에 제목에 터져서 바로 읽었었는데, 리디 셀렉트에 떠 있길래 반가워서 재독해봤다. 여전히 빵 터진다. 얼마 전 반말에 대해 좀 생각해 본 터라 그 부분에 특히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현시대에서 나이는 크게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삶의 경험이 나이와 비례하던 시대도 지나갔고, 생존 그 자체가 존재의 의의를 가지던 시대는 머나먼 곳으로 사라졌다.
반말의 존재 가치는 하대와 친밀감 표현이다. 그리고 이제는 신분제가 사라졌으므로 '하대'라는 관념을 분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상호 협의된 사이에서만 친밀감의 표현으로 서로 반말을 하고, 그 외에 어떤 경우에도 반말을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직업적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지만 나는 어린 아이나 학생이라고 해서 반말을 사용하지 않는데,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반말을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상호 존대'와 '생활 예절를 지키자'는 상충하는가? 어떤 점에서는 그렇고, 어떤 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의범절이란 사회의 묵시적 동의 하에 형성되는 '상식'이다. 그런데 세대가 바뀌며 서로가 생각하는 '보통'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부딪치는 부분이 이런 '마땅히 지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라는 집단의 가치관의 충돌인데, 문제는 그 '사회'라는 것이 내가 속하는 집단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는 것이 문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차이점들을 과감하게 무시하고 '일단 외울 수 있는' 답을 제시하는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일리 있는 답들이라고 생각한다.)
'예의범절'인가 '허례허식'인가?
그것을 나누는 경계는 목적에 있다. 예의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상처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는 기본 자세가 갖추어져야 한다. 몰라서 저지르는 결례는 그것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교정이 가능하다. 그것은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과 상대를 존중하는 것 사이의 애매한 경계점에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는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므로, 우리는 아주 간단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어떤 이유에서건 그게 문제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지점이 나뉜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행동을 한 그 사람인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인가?'
대부분은 당연히 자신이 옳고 상대가 그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다음은 주변에 물어보거나 질문 글을 올린다. 어느 쪽이 다수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조금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곰곰이 생각해보고서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서로의 가치관이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불편을 표현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반응을 보고 관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이 경우에는 문제라고 느끼는 사람이, 자신의 불편을 잠시 벗어두고 먼저 손을 내민다는 해탈의 경지에 도전을 해야 하지만, 딱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나도 언제 어디에서 실수할지 모르는 것 아닌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보다 더 가까운 누군가가 알려주어 고치지 못한 것들을 내가 짊어지고 알려줄 필요도 없고, 불편을 참아가며 다 맞춰줄 필요도 없다. 다만 예의를 지킬 마음은 있는데 표현형이 다른 것이라면 조율의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불편을 표현한 상대에게 맞추어 자신의 표현형을 바꾼다. 나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는 마음은, 그렇게 표현이 가능하다. 그외의 경우에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건 상관이 없으니 나는 내가 옳다고 느껴지는 대로 살겠다.'
그것도 좋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이 신념대로 살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알고'는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에서는 보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대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관이 없을 때, 혹은 그걸 넘어설 수 있을 때, 그리고 최소한 상대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 때, 선택은 당신의 자유다.
나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손가락질 받게 하지 않는 삶을 지향한다.
- KTX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네가 오늘 한 행동은 분명 나중에 친구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백 번 양보해 친구인 우리에게는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 '내가' 지키는 예의가 '나만' 지키는 예의였음을 깨달은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는 표현을 실감했다. 그때 그 전신을 휘감았던 분노는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쓰게 하였고, 글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분노로 가득 차 휘갈기듯 쓴 글이 뜻밖의 공감과 지지를 얻은 덕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내가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 때문이었으나, 목소리를 갖게 된 것은 이 글을 읽어 주는 당신 덕분이다.
- 출간에 있어 걱정과 우려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결심한 데는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각종 민폐 상황들 때문이었다. 하객 민폐, 대중교통 민폐, 카페 민폐, 돌잔치 민폐, 직장 생활 민폐 등... 이런 다양한 민폐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는 나처럼 피해를 보고 딜레마를 겪는다는 것이기에. 소위 예의 없고 싸가지 없고 개념 없는 것들을 향한 쓴소리를 멈출 수 없었다. 앞으로 할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물, 상황, 소재 따위만 바뀔 뿐 본질은 같다. 좋게 좋게 말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인간들을 향해 적당히 시원하게 분노하며, 욕하고, 때로는 수명을 단축시킬지도 모르겠다.
- <조문 예절> 1. 양말 신어라.
아무리 급하게 뛰어 왔다고 하더라도 양말은 필수다. 관혼상제 중 특히 상喪은 의복이 최우선이다. 네 발이 양귀비 뺨치게 예쁘다고 해도 양말은 신는거다. 그렇게 자꾸 맨발로 들어오면 네 발등에 십자수로다가 양말 새겨 넣는 수가 있다.
- <선후배 간 예절 - 나는 선배다> 1. 반말하지 마라.
언제부터 친했다고 얼굴만 몇 번 익혔다 싶으면 일언반구도 없이 반말 찍찍 뱉는 자식들이 도처에 널렸는데 죽는 수가 있다. 가정 교육 사설로 받은 티 내지 마라. 설령 네 후배가 유치원생이라 하더라도 존댓말은 필수. 선배의 '선先'은 먼저 선이다. 먼저 살았고, 먼저 배웠으면 먼저 모범을 보여라. 후배 건드리면 아주 '잣' 되는 거다. (천지 분간 못 하고 후배들한테 반말 지껄이다 한 대 처맞지 말고.)
- <선후배 간 예절 - 나는 후배다> 1. 잘하자, 반말하지 말고.
선배가 말 놓으라는 소리도 안 했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 가지고 반말도 아니고 존댓말도 아닌 '반존대' 찍찍 쓰는 자식, 성별 혹은 만만함을 척도로 보자마자 당연하다는 듯이 마음 편히 말부터 놓아 버리는 자식들, 싹 다 뒤지는 수가 있다. 이런 애들이 꼭 빠른 연생이 반말하면 개월 수까지 다 따져 가며 게거품 처 물지. 명심하자. 앞으로 말은 허락받고 놓는 거다.
- Q. 얼마 전에 알게 된 지인이 있는데 서로 인사만 하고 통성명은 못 해서 아직까지 이름을 몰라요. 그러고 나서 시간이 꽤 흘렀는데 느닷없이 물어보면 실례일까요?
A.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 게 더 예의 없는 행동이다.
- Q. 상대가 무례하게 구는 상황에서도 예의를 지켜야 하나요?
A. 예의 있게 싸우는 법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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