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신미경
출판 : 북폴리오
출간 : 2017.01.26
저자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를 무척 좋게 읽었었다. 그 외에도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도 상당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각 책에서 내가 느낀 저자의 이미지는 모두 다르지만, '자신의 시간을 야무지게 쓰는 사람'이라고 느꼈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일상 중에서 소유할 물건들을 분류하는 일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괜히 이곳저곳을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며 버릴 것들을 골라낸다. 애매한 것들은 잠시 남겨두었다가, 지켜보는 동안 더 좋은 활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쉬워도 처분한다. 그러다 새로운 필요성을 느끼고 구매하는 물건도 있다. 다만 이런 경우는 기존의 물건을 대체할 때만 구매한다.
'언젠가' 사용할 것 같은 물건은 앞으로 1년 동안 몇 번이나 사용할 것 같은지를 생각해본다. 훗날 정말 필요해지면 그때 다시 사면된다고 생각하니 선택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좀더 비워낸 삶, 정돈된 삶을 목표로 삼는 것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건들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일까? 정리할 때를 놓친 켜켜이 묵은 때들을 털어내고 싶은 걸까? 혹은 그저 더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일상을 원하는 걸까? 명료하게 정리할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편안한 공간 안에 머무르며 쉬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아는 만큼, 집에 있는 매 순간이 만족스러웠으면 좋겠다.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여름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
많이 걷는 시골 여행
겨우내 먹을 레몬 생강차 만들기
시린 코 끝을 만지는 손가락의 온기
겨울,
첫눈을 보며 마시는 코코아
깜깜한 방에 홀로 불타는 향초와
촉감 좋은 스웨터
창조의 시간이 되어주는 길고 긴 밤.
- 집에서 느긋하게 쉬는 즐거움, 편안한 파자마와 따뜻한 차 한 잔, 멋진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책 한 권과 설레는 음악. 주말을 채우는 것은 더 이상 쇼핑백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적어지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즐겁다. 비울수록 충만해지는 삶에 입문하게 된 행운은 내 삶, 가장 최악의 시기에 찾아왔다.
- 앞서 비우는 삶을 실천한 사람들의 조언 중 '여백이 많은 삶이 우아하다'는 이야기에 크게 공감해 하루에 하나씩 불필요한 소지품과 생각을 비워내며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집만 깨끗해진 것이 아니라 비움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거절하는 법을 배우게 했고,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으며, 마음속으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선택하든지 간에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 준다. 집안일을 적게 해도 되는 작은 집, 가볍고 몸에 편한 옷, 생활과 관계 모두에서 내게 불편함을 주는 것들과의 헤어짐. 홀가분한 마음이 최고의 보상이라면, 예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넉넉해진 통장 잔고는 보너스로 따라왔다.
- 그러다 옷걸이 숫자만큼 옷을 소유한다면 늘 일정량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옷장과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원목 옷걸이 50개를 샀다. 그러고 난 뒤 옷걸이가 없어서 옷을 사지 않는다. 값비싼 옷을 사면서도 쇼핑백 값 100원을 지불하는 것이 아까운 심리와 같다. 옷 가게와 세탁소에서 받은 플라스틱 옷걸이는 여분으로라도 갖고 있지 않고 모두 버리거나 세탁소에 반환했다. 고급 부티크에 걸려 있는 옷처럼 보이게 만드는 부티나는 원목 옷걸이에 맞춰 옷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자 후줄근한 옷들이 쉽게 버려졌다.
- '좋은 것을 사서 오래 사용하는 것이 돈을 잘 쓰는 방법이다.' 이는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조언이지만 쇼핑이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질 때 곧잘 잊곤 한다. 일시적인 옷장 정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반면에 옷을 정리하는 일 자체가 없는 생활은 옷을 사는 방식을 바꿔야 가능하다.
- 옷에 대한 취향이 확고하면 유행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어릴 때부터 외모를 꾸미는데 관심이 많아서 항상 스타일을 참고할 수 있는 뮤즈들을 찾곤 했다. 서른 살이 넘어가자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의 스타일이 내가 원하는 절제된 우아함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일상적으로 셔츠와 스커트 또는 팬츠, 심플한 원피스를 입는데 늘 과하지 않은 편안한 차림이다. 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뮤즈가 있으면 비슷한 분위기의 옷들을 선택하는 기준이 생겨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나는 뮤즈들의 스타일에서 어떤 옷을 살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받지만, 그들의 이름을 딴 가방이나 옷을 맹목적으로 구매하진 않는다.
- 몸을 압박하는 속옷 문제로 몇몇과 토론을 벌여보니 꽤 피곤했다. 그 뒤로 문화적 고정관념 때문에 내 몸이 고통 받는 것이 있다면 남들을 설득할 시간에 나부터 조금씩 안 하며 살기로 했다. 이 세상에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
- 헤어스타일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지만 머릿결을 좋게 만드는 일에는 신경을 쓴다. 검은콩을 넣은 밥을 지어 먹거나, 견과류를 일상적으로 챙겨 먹는 것이 우선이다. 또 미용실에서 주기적으로 트리트먼트를 받기도 하는데, 집에 셀프 헤어 케어 제품을 없애버린 탓도 있지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관리가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시대에 내가 모든 것을 직접 할 이유는 없다. 이제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직접 해내겠다는 과도한 욕심으로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사며 헛되이 돈을 써온 것에 홈케어 제품도 한몫했다. 차라리 내가 이런 쪽에 게으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전문가의 손에 맡긴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원한 두피 마사지도 즐기고, 모발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편이 만족스럽다.
- 나는 1인 가구다. 집에서 독립한 지 10년이 넘었다. 생활인으로서의 출발이 빨랐던 탓에 자취 초반에는 임기응변 식으로 대충 살았지만, 점점 살림의 노하우가 쌓여 꽤 근사한 1인 가구로 거듭나게 되었다. '근사한 1인 가구'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가정을 돌보는 주부로서의 사명감이 자웅동체로 있을 때 완성되는 것 같다.
- 처음 혼자 살았을 때는 혼자여서 서러운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할 때보다 서글픈 것은 아픈데 기본적인 약이 없거나 죽을 직접 끓여 먹어야 할 때였다. 사실 엄격하게 말하자면 대충 생활한 대가를 치른 것뿐이다. 아플 때를 대비해 상비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느 가정에서나 당연한 일인데 그 일을 소홀히 한 것이 이유였다. 그동안 아프지 않으면 약을 사지 않았다. 먹지 않은 약이 낭비라고 생각해서다. 이제 사용기한을 넘긴 상비약은 말 그대로 안심 담요나 보험 같은 것인지라 약을 안 먹어도 되는 건강함에 감사할 뿐 그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해 아깝지 않다.
-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 지식은 유치원에서 모두 쌓은 것 같다. 누구나 다 아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지킬 수 없는 이유는 더 자극적인 일에 신경이 쏠려서다. 혼자 살면 스스로를 더욱더 잘 챙겨야 한다. 사실 다 큰 성인을 애초에 누군가가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광이 아닐까. 함께 살아도 혼자 살아도 내 몸은 내가 돌보는 게 당연하다. 지나치게 많은 물질에 집착하고,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내 한 몸보다 중요했던 청춘의 시기가 지났다. 이제 그럴듯한 겉모습이 아닌 진짜 잘 사는 것에 집중한다.
- 건강한 식사가 생활에서 중요하지 않았을 때는 외식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귀찮으면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조금 덜 귀찮으면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 있는 반조리 식품을 데워 먹었다. 지나치게 짜고 공허한 포만감이 느껴져서 먹고 나면 자신에게 미안해지는 음식들이었다. "인스턴트 음식과 이별하겠어." 귀찮음에 몸부림치며 끼니를 준비하던 내가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중얼거렸다. 먹어봤자 그저 그런 맛인 가공식품들에 입맛이 지쳤던 탓이다. 반조리식품은 조미료 탓에 입맛은 자극할지 몰라도 식재료의 살아 있는 맛을 느낄 순 없다. 그저 허기만을 달래기 위한 음식이다.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식재료에는 분명 건강한 기운이 있다. 먹을 기회가 얼마든지 널려 있는 세상이니 조금만 먹어도 좋다. 대신 만족할 만한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던 어느 날이 외식도 인스턴트식품도 버리고 제대로 장을 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정말 맛있는 음식은 소스 맛이 아닌 식재료 고유의 맛에서 나온다.
- 혼자 사는 것을 선택했지만, 식사 시간에는 역시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 그리워진다. 직장일로 바빴을 때는 혼자 먹기 위해 요리하는 것도 어쩐지 번거로웠지만, 역시 집밥을 먹어야 든든하고 따뜻한 기분이 든다. 시작은 밥과 국, 김이나 밑반찬 약간을 사 먹는 형태였지만 이제 직접 오이소박이를 만들고, 생선을 구우며 기름이 팬 밖으로 튈까 봐 한지 기름종이를 프라이팬 위에 덮어주는 팁을 활용하기도 한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간소한 생활을 하며 물건 사는데 쓰는 에너지를 줄이자 자연스럽게 내 몸이 건강해지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되어서다.
- 주말에 음식이 주인공인 '슬로 라이프'에 관한 영화를 즐겨 보면서 더욱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몇 번을 졸다가 깨곤 했을 정도로 조용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자 주인공은 도시에서의 삶을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가 직접 벼농사를 짓고 각종 채소를 기르며 사계절 내내 온갖 요리를 만들어낸다. '소홀했던 나에게 대접하는 한 끼'를 주제로 그 평범하지만 알찬 일상이 감동스러웠다. 농사는커녕 겨우 배달시킨 잘 손질된 재료로 후다닥 요리하는 것이 뭐가 그리 귀찮아서 그동안 나를 홀대했는지 모를 일이다.
- 극단적으로 적게 먹는소식은 실패했지만, 소식 훈련 기간에 배운 것이 있다. 무슨 음식이든 먹을 만큼만 접시에 덜어서 모두 먹는 습관을 길렀다는 것. 배가 적당히 부를 때까지 먹고 숟가락을 놓을 수 있는 용기를 얻고 난 지금은 소식 대신 느리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함께 먹을 때는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먹으려 하고, 혼자 먹을 때는 책을 읽으며 식사 속도를 조절한다.
- 대체품을 먹지 않는 것도 폭식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것이 마카다미아 초콜릿인데, 일반 초콜릿밖에 구할 수 없다면 그것으로 대신하지 않는다. 일반 초콜릿으로는 내가 원하는 맛을 얻을 수 없다. 어쩐지 만족할 수 없어 요거트를 이어서 먹는다. 그리고는 기어이 밥 까지 먹고서야 후회 속에 음식 대장정을 끝내게 된다. 일단 이거라도 먹자 하는 생각은 불만족스러운 기분을 부르고 결국 폭식으로 이어진다. 마음속으로부터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없다면 구할 수 있을 때까지 대체품을 먹지 않기로 했다. 만족할 수 없다면 차라리 결핍을 받아들인다.
- 김장을 하지 않는다. 옷도 만들어 입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공간은 뭔가를 생산하는 기능이 없다. 집은 휴식을 위함이며 여기에 약간의 업무 공간만 있으면 충분했다. 미국에는 바퀴가 달린 이동식 목조 주택에 사는 미니멀리스트들이 있다. 디 윌리엄스라는 이는 2.4평 넓이의 작은집을 직접 만들었는데, 과테말라에서 학교 짓는 봉사 활동을 한 뒤 삶에 불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규모를 줄인 생활을 실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내가 누리는 11평이라는 공간은 지나치게 클지도 모르겠다. 다년간의 독립생활로 내가 아늑함을 느끼는 공간의 기준이 확실히 있었기에 집을 고를 때 무조건 작은 곳을 찾진 않았다. 침실과 드레스룸은 별도로 있었으면 했고,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도록 작은 거실도 원했다. 물질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철저한 무소유 생활은 아니다.
- 내 집이 생기면 당연히 공을 들여 구석구석 꾸미고 싶어 지기 마련인데, 나는 억지로 꾸민 것 같은 세련됨보다 자연스러운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생각은 '좋은 품질의 실용적인 물건을 최소한으로 갖고 살자'는 생활방식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 게으름도 한몫했다. 게으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가지면 안 되었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놔야 정돈에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일들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잡동사니가 사라진 공간에서 생활한 뒤로 나의 일상은 조금씩 변화되었다.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부터 다르다. 언제나 어지러운 집을 뛰쳐나가기 바빴다면 이제 여유를 조금 부린다. 잠에서 깨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침구를 대충 정돈해도 방안이 순식간에 깔끔해지는 기적을 맛본다. 텅 빈 공간이 많으면 허전할 법도 싶지만 지내다 보면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햇볕이 스며드는 여백이 꽤 근사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흰색 침구 위로 햇살이 들어오는 침실, 소음이 없는 작은 탁상시계가 묵묵히 제 일을 하는 공간이 좋다.
- 연한 핑크빛 장미 무늬 접시에 매료된 이후 나는 집에 있는 심심한 식기를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음식을 그 접시 하나에 담아서 먹었다. 예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는 기쁨이 꽤 컸는지 그 이후 웨지우드, 노리다케, 로얄알버트 등에서 나오는 여러 종류의 그릇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신경 써서 만든 식기들은 동네 빵집의 흔한 케이크를 마치 프랑스 유명 파티세리의 작품처럼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맛있는 것을 아껴 두었다가 마지막에 먹고, 어떤 사람은 제일 좋은 것을 가장 먼저 취한다. 나는 후자다. 삶은 유한하니까 미래의 달콤함을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 그래서 보관만 하는 시기는 없다. 언제나 제일 좋은 식기를 꺼내서 쓴다. 삶의 규모를 줄인 이후로 아름다운 그릇을 더 갖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관심사가 달라지서인지 옷이나 구두보다도 더 정리하기 힘들었던 물건이 바로 그릇이기도 했다.
- 이상적인 미니멀 라이프에서 필요한 식기란 밥과 국그룻, 반찬을 조금씩 덜어서 담을 직사각형 접시, 면기 하나 정도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찻잔과 티포트만 있으면 살아가는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늘 같은 접시에 밥을 먹는 삶은 꽤나 지루해서 내 영혼을 허기지게 만들 것 같다. 그릇의 양을 최소한으로 줄여 보려 했지만 거듭 고민한 끝에 어쩌다 한두 번 쓰는 2단 케이크 트레이나 작은 케이크 접시, 소서 등도 그냥 두기로 했다. 최소한의 것만을 남겨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더 이상 그저 갖고 싶어서 새로운 그릇을 욕심내진 않는다. 가지고 있는 것을 충분히 쓴다.
- 집에 생화가 없는 날 혹은 음식 냄새가 공기 중에 배어 있으면 향초를 켠다. 청소 후에 향초를 켠 날은 어쩐지 공간이 완벽해진 기분이 든다. 디자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밋밋한 공간인데도 품격이 생겨난 것 같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도 목욕시간에도 빠져서는 안 된다. 결론은 내 삶에서 향초를 뺄 수 없다는 것.
- 누군가의 집에 갔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나면 집의 인상은 물론 집주인에 대한 호감도 떨어진다. 후각에 민감한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심리와 다를 바 없다. 향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지워졌지만 향을 통해 어떤 감정이 되살아나는 기분 같은 것. 좋은 인상은 웃는 얼굴과 향기로 결정된다고 믿는다. 이처럼 깔끔한 집은 담백한 미소를 어리게 할 수 있고, 좋은 향은 어떤 모습의 집이라도 긍정적인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 이런 생각 때문인지 11평 집에는 과분할 만큼 많은 향초와 디퓨저를 가지고 있다. 로즈·샌달우드·머스크·자몽으로, 내 몸에 뿌리는 향수는 단 한 개 밖에 없는데 집에 쓰는 힘들은 이토록 다양하다. 항을 다양하게 갖고 있는 이유는 분명 기분 탓이다. 향초에 불을 붙이고 심지가 타들어 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마음이 복잡한 일이 생기면 향초를 켜놓고 불을 끈 채 누워 있는다. 은은한 불빛 아래, 향에만 집중하면 어느덧 마음이 편안해진다. 굳이 고급 스파를 찾지 않아도 힘 하나로 심신의 평화가 찾아온다.
- 자신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은 개인에 있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버금간다. 한때는 비워내는 삶이 모든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그릇을 필요한 만큼만 남길 수 없었듯이 향초도 내겐 그런 존재다. 사사로운 욕망을 모두 없애기 위해 수도자처럼 수행하는 중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것을 삶에서 없애서는 안 된다. 일부러 냉담하게 굴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한 번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하루하루 그런 일들을 하나 더 늘려도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의 나는 어리석어 물질의 수를 늘리는 것에서 그런 일시적인 기쁨을 느꼈었다. 지금은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이 향초 그 자체가 아니라 좋은 향을 맡으며 긴장을 푸는 그 순간임을 안다.
- 어떤 습관에 길들여지면 더 쉬운 길을 제시해준다고 해도 굳어진 생각 때문에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 할 수만 있다면 무 자르듯이 생활 방식을 단번에 바꾸고 싶다. 하지만 내 자신에게 바뀐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한 번에 하나씩 바꾸는 것이 더 오래가는 길이다. 그러니까 지치지 않게 천천히 바꿔나간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 그들의 홍보 문구가 커다랗게 새겨진 물건들이 '완전한 내 취향'이라서 열광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알뜰한 생활인으로서의 본능 때문에 이런 사소한 것에 욕심을 내는 것일 뿐. 생활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단 하나라도 내 취향이 아닌 물건을 소유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때 아무렇지 않게 썼던 기념일이 크게 새겨진 온갖 일상품을 모조리 버렸다. 연말에 각종 커피숍에서 성행하는 프로모션에도 당연히 참여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커다랗게 새겨진 컵과 캘린더, 다이어리는 전혀 탐나지 않고, 특히 기념 수건은 걸레로도 쓰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경사스러운 날은 일상에서 계속 떠올려야 할 만큼 내게 큰 의미가 없다. 대신 아무런 무늬가 없는 품질 좋은 수건을 직접 구매해서 사용한다.
- 남과 자신으로부터 거절하지 못한 물건들을 끌어안고 지내는 것은 거절하는 일보다 훨씬 쉽다.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도 음식을 거부하지 못해서고, 내가 떠맡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도 안 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서다. 그러면서 언제나 인생은 힘들고 나만 피해자인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다 거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일 뿐. 그러니까 제발 사소한 물건부터라도 "아니오, 괜찮습니다. 고맙지만 저는 필요 없어서요"라고 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말 중 아무것이나 입에 감기는 대로 골라서 일단 한번 내뱉어본다.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한 뒤에야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 생필품은 고정적으로 쓰는 것을 정해두었다. 그래서 무엇을 살지 별다른 고민 없이 10퍼센트 정도가 남았을 때 같은 제품을 그만큼 채워둔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충전을 하는 것과 비슷한 습관이다. 늘 쓰는 칫솔 치약은 여분이 몇 개씩 더 있다. 칫솔을 교체하는 주기가 잦은 편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손님용으로도 쓰기 때문이다. 반면에 세제나 화장품은 여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세제는 언제 바닥이 날지 예측이 가능하며, 세탁을 조금 미룬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화장품은 피부 상태를 고려해 계절에 따라 다른 제품을 쓰기도 하니 여분을 갖추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단순하지만 편안한 생활을 위해 생필품을 얼마만큼 갖고 있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다 이렇게 지내기로 했다. 보통 불안함을 느끼면 그에 대비하는 물건이나 행동이 불안의 크기만큼 늘어난다. 불안은 느긋한 생활을 방해한다.
- 내가 어느 정도의 마음으로 이 물건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생각한 다음 구매를 결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과 '있으면 좋은 것' 중 '있으면 좋다' 쪽의 생각이 강할수록 사지 않기로 한다. 기간을 두고 생각하다 보면 결국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때가 더 많다. 또, 사고 싶은 물건이 고민하는 동안 품절되었다면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할 뿐 아쉬워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이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었다.
- '적게'라는 물건의 실질적인 소유 개수에 집착하던 시기, 내가 미처 잊었던 것이 있었다. 삶에서 불필요한 것을 비워냈던 이유는 가장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함임을. 그래서 지금은 필수품이 아니어도 삶에 영감을 주는 것에 돈을 기꺼이 쓴다. 내 경우에는 읽고 싶은 책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좋아하는 것'을 산다는 행위가 공허함을 채우려는 핑곗거리나 일시적인 위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나는 과목 편식이 심한 학생이어서 결론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이런 내가 지금도 왕성한 지적 허영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질적인 욕심이 줄어드는 반면 지식에 대한 탐욕은 늘어난다. 그렇다고 책을 씹어 먹듯이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철학 책을 읽으며 지적 우위에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 사실 그런 배경지식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가까스로 환자를 모두 읽은 것일 뿐 내용은 내 것이 아니다. 이런 불필요한 지적 허영심 덕분에 항상 집에는 어려운 책들이 쌓여 있었다. 어려운 책은 몇 페이지 읽지 않아서 거의 새것인데, 거기에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는 마음의 부담까지 더하고 있어 더 무거웠다. 즉 버릴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책이다. 그리고 가벼운 책은 나름 책 읽는 연습을 많이 한 덕분에 2~3시간이면 한 권씩 뚝딱 읽었다. 그런 책은 읽고 난 다음에 다시 읽을 일이 없었다. 비록 심심풀이 책일지라도 책이어서 버리지 않았다.
- "다른 건 다 버려도 책은 버릴 수 없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평소 책보다 TV를 더 즐겨 보더라도, 여러 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자신이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진 양 뽐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히 그런 마음이 있었다. 책을 소유한다고 해서 지식까지 다 내 것이 되는 건 아닌데 교양 있어 보이는 책이 그냥 좋아서 가지고 있기도 했다.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면 여러 번 읽게 될 것이고 내용은 내 것이 될 테니 책을 굳이 갖고 있지 않아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유 자체가 목적이어서 책은 쌓이고 쌓였고 결국 책만큼은 버릴 수 없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
- 취미 생활이야말로 한 사람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어서 서로 얼마나 잘 맞을지 가늠하는 잣대로 취미로 대표되는 관심사를 묻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삼는다. 나는 독서만큼은 질려본 적이 없어서 "독서가 취미입니다"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많다. 그런데 그 독서란 것은 갑남을녀 모두가 이야기하는 평범한 것으로 일단 개성이 없었고, 또 누군가가 독서는 삶의 필수지 취미란에 적혀야 할 것은 아니라고 한 말에 강한 인상을 받은 뒤로 독서는 취미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미리 밝히자면 이제 나의 평생 취미는 독서뿐이다.
- 물론 비우는 삶이 나의 물욕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 것은 아니다. 내 취향의 옷을 볼 때면 입고 싶어지고, 더 좋은 음식이나 서비스도 즐기고 싶다. 단순히 절약하는 생활이었다면 욕구를 누르는 것에 비참해했을 것이다. 비우는 삶의 태도는 물건을 바라볼 때 소유에 따르는 관리비와 처리비를 생각해서 행동한다. 더 가질수록 삶이 복잡해지고 불편해진다는 것을 정리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일반적인 상식과 정반대의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일하는 일상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휴가만큼은 지루하게 보내고 싶다. 평소 아무 고민이 없어서 어떤 고민거리라도 만들고 싶어 휴가를 떠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긴장을 풀고 조금 무료하게 보내는 나의 휴가법을 소개하고 싶다. 해변에서 할 수 있는 일. 태양에 눈이 부셔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하늘을 본다. 고개를 바로 하면 서퍼들이 파도 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음악 혹은 책에 빠져든다. 언제라도 걸을 수 있는 여행. 작은 도시 또는 쌀쌀한 계절에 떠나는 시골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작은 도시는 걸어서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고, 걷는 중에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누군가 악평을 했을지도 모르는 현지 식당이나 카페를 도박하는 심정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보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시골길은 소박한 자연과 벗 삼아 조용히 걸을 수 있고, 드물게 집들이 있으니 자연에서 길을 헤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 사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느긋하게 그 순간의 풍광을 즐기며 낯선 여행자와 현지인 중간쯤 되는 기분으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휴가 마음이 끌리는 데로 발길을 옮기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기분에 더 관심을 가져본다. 그리고 휴가의 끝은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에 대한 기록과 약간의 글로 대신한다.
- 친구 없이는 아무 곳도 못 가던 내가 혼자 노는 편안함을 알게 된 것은 독립생활 이후였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놀이 방법을 소개한다. 일단 서울에서 즐겨 찾는 거리로 향한다. 안국역에서 내려 윤보선길을 지나 정독도서관을 향해 가는 길은 삼청동으로 가는 주요 거리보다 인적이 드물어서 산책하기 좋다. 길을 걷다 끌리는 카페에 들어가 주문한 티를 홀짝이며 책을 읽고 다시 경복궁을 지나 서촌을 향해 걷는다.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책을 읽고 또 책을 읽고, 배가 고파지면 요리를 한다. 주말은 회복을 위한 시간이다. 평일에 일로 받은 스트레스는 주말을 잘 보내는 것으로 잊을 수 있다.
- 주말이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자 편안한 시간이 된 것은 서른이 넘어서다.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관심사가 서로 달라지면서 연락도 뜸해지자 자연스럽게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아졌다. 나와 노는 것은 편안한 즐거움이 따른다. 밥을 혼자 먹는 것은 이제 예삿일, 혼자 여행을 가서 외국의 시골길을 겁 없이 헤매고, 공포영화를 혼자 보며 후회하기도 한다. 배우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혼자서 놀기, 쉬어가고 싶을 때 쉬어갈 수 있는 무한한 자유는 덤으로 따라온다.
- 우리는 서로 잘 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서로의 역사를 꿰뚫고 있어 대화 주제가 떨어질 일이 없고, 심지어 서로 말이 없는 시간조차 편안하다. 사소한 보디랭귀지도 해석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 오래된 사이일수록 인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것보다 사적인 공간에서 어울리는 것이 좋다. 집으로 친구를 초대하면 평소보다 신경 써서 메뉴를 준비한다.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외식이 잦은 친구를 위해 집밥을 준비하고, 평소 잘 챙기지 못할 것이 분명한 과일도 잔뜩 먹인다. 날씨가 좋다면 피크닉을 떠나기도 한다. 가까운 산이나 공원에서 간단하게 준비한 도시락과 따뜻한 차를 즐기며 무한한 여유로움을 느끼는 주말이 좋다.
- 연금과 비상금을 준비해두는 일도 미래를 위해서 해나간다. 이렇게 생활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준비는 작게나마 하고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삶에서 죽을 고비를 한번 넘긴 뒤로 죽음을 노년에 준비한다는 것이 굉장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 명료한 일이다. 죽어서도 내 뜻대로 하고 싶다는 의지 표현. 유언장을 생활의 일부로 포함시키고,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 내가 유언장을 쓰면서 생각했던 가장 큰 줄기는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할 뒷정리 부담 줄이기, 기억과 기념을 강요하지 않기'다. 그 외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 중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연명치료 거부다. 연명치료는 정상적인 회복이 불가능한데 식물인간처럼 단순히 목숨만 붙어있게 하는 치료다. 나는 남겨진 사람들이 나를 대신해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도록 친필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제 계속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들, 간소한 장례 형태, 재산 목록 및 상속 지분, 그리고 거래하던 은행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해지 및 남은 청구금 해결을 포함시켰다. 유언장 작성이 끝난 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유언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렸다. 이 자필증서 유언이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직접 손글씨로 작성한 유언 내용에 작성 연월일, 성명, 주소(주민등록상 주소지)를 포함하고 서명과 도장 또는 지장이 찍혀 있어야 한다. 재산이 많다면 변호사를 찾고 공증까지 할 수 있겠지만 내 유언장은 어디까지나 사후 의견 표시 수준이다. 앞으로 매년 생일마다 유언장을 새로 쓰기로 했다. 출생과 죽음은 이어져 있다는 감상적인 생각도 분명 있지만, 유언장을 쓴다는 것은 현재의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서다.
- 나이 탓을 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지만, 가끔은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나이를 받아들이는 법은 모르지만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지내기로 했다. 이 계절에만 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행복들을 떠올리고 즐기는 일, 사계절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 항상 계절의 끝은 아쉽고, 시작은 설렌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삶에서 결코 뺄 수 없는 것들을 반복해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계절은 순환하고, 나는 지금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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