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 양장본 | 432쪽 | 195*136mm | ISBN(13) : 9788973378296 2007-03-30 |
사라마구.
그의 글은 읽을 때마다 전율하게 된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이은 '눈뜬 자들의 도시'.
간혹 대사와 문단이 달리 구분되어 있지 않은 빽빽한 편집에 가독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 점은 그들이 지적해주기 전까지 눈치 채지도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렇게 구분되지 않는 점이 의식의 흐름에 가까워 가독성과 몰입도를 높여줄 수도 있다고 본다.
(말투나 앞뒤 문맥이 있어 누구의 대사인지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한 사람의 말이 이어질 때는 ','로 이어지고 그 말이 맺어지면 '.'로 끝나며 다음 인물의 말이 이어진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사라마구의 책 중 유일하게 읽어본 책이었다면, 이 책의 초반을 읽다보면 많이 당혹스럽거나 실망할 수도 있다.
이전 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느껴지는 하얗게 반사되고 있는 유리 거울 같은 매끄러움과 차가움, 함께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현기증이나 고독함은 없었다. '눈뜬'은 오히려 그 이면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벗겨지기 시작하는 은칠의 거친 촉감 같은 빈정거림과 풍자가 가득한 글.
그러나 읽어나가다 보면 '눈먼 자들의 도시'와 '눈뜬 자들의 도시'는 결국 이어지게 되며, 그 이어짐은 서로의 등을 마주하고 있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임이 확연해진다. '눈뜬'은 '눈먼' 이후 약 4년이 경과한 시점의, 대체 존재하기는 하는가?! 라고 부르짖게 만들었던 정부와 공권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선거부터 시작된 '백지 투표'에 관한 이야기에며, 결국은 안과 의사와 그 부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정말로 전율했던 것은 예언서에 가까운 내용들 때문이었다.
결국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권력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것들은 사람의 특질이 아닌 권력 자체의 특질인 것인지.
경악보다는 결국은 그런 것인가, 하는 씁쓸함이 길게 여운을 남겼다.
사라마구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해 날카로운 눈을 가진 작가로, 나는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눈뜬'은 '눈먼'과는 아주 다른 이미지와 내용의 글이다.
그러나 그 자신의 매력으로 읽는 이를 휘어잡으며 결국은 '눈먼'에서 느꼈던 느낌까지도 슬쩍 내비춰주는 매력적인 글이기도 하다.
매우 정치적이면서도 조금도 정치적이지 않은 글. 위정자와 권력의 속성과 생리는 어떤 것인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어 서글픈 글. 그러면서도 끝까지 블랙 코메디로 유머를 놓지 않는 글이기도 했다.
희생양은 내려진 것이 아니라 뽑혀올려진 것이고, 살아가기 위해 그 존재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이 인간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불현듯 눈물이 날 것 같아진다.
하지만 그 결말은 비극적인 결말과 희망의 상실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눈먼 남자들의 대화는 '눈뜬' 이들이 어떤 이들을 말하고 있는지를 강하게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꿈을 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글.
어째서 수도였는지에 대해, 나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여자의 죽음과 콘스탄테의 죽음 역시 참으로 많은 것을 던져준다.
산다는 것은 실로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발췌]
# 관리관은 신중하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말을 사용했다. 표정이나 말투로 자신의 정치적 또는 이념적 성향을 드러내는 실수는 하지 않았다. 설사 이런 평범한 투표소의 관리관이라 해도 어떤 상황에서든 엄격한 독립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늘 예법을 준수해야 한다.
# 그러나 비서는 종이가 바깥벽에서 일 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여, 그가 기본적인 상식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이 초면 잉크가 줄줄 흐를 것이고, 삼 초면 바람이 종이를 떼어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 저 바깥은 물의 사막 같았습니다.
# 당신들은 죄책감 때문에 예민한 겁니다.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당신 상관한테 가서, 왜 모든 악으로부터 자유로운 댁이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행동했는지 물어보세요. 더 할 말 없습니다, 요원이 말했다, 방금 그 일은 없었던 일입니다. 요원은 그러더니 기술자를 향해 말했다, 그 종이 주시오, 잊지 마시오, 아무 말도 하면 안 되오, 만일 한 마디라도 하면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요.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입을 꾹 다물고 있겠습니다. 나도요, 여자가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장관님한테 이 말은 좀 해주세요, 아무리 빈틈없는 꾀를 내도 소용이 없다고요, 우리는 진실을 말할 때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도 계속 진실을 말한다고요, 바로 장관님처럼, 바로 댁처럼 말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댁한테 나하고 같이 자고 싶으냐고 물었다면 댁은 뭐라고 말했겟어요, 저 기계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 경찰 확성기는 다섯 명 이상의 집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나 그곳에는 쉰, 오백, 오천, 오반 명이 있었다. 사실 누가 그런 상황에서 다섯을 기준으로 세겠냐만. 경찰국장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해도 괜찮은지 알고 싶었다. 북부사단을 책임진 장군은 자신에게 탱크를 진격시킬 권한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남부 공수부대 사단을 지휘하는 장군은 낙하산부대를 보낼 만한 조건이 되는지, 아니면 지붕에 떨어질 위험 때문에 적당치 않은지 알고 싶었다.
# 출발 시간은 모두 똑같이 정해, 새벽 세 시로 잡았다. 오직 심각한 불면증에 걸린 사람만이 침대에서 계속 뒤척이다가 밤의 아들이자 타나토스의 쌍둥이 형제인 히프노스 신에게 자신의 상처 입은 가엾은 눈까풀에 양귀비의 달콤한 향유를 떨어뜨려 이 고통에서 헤어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할 시간이었다.
# 백지투표 말씀이시로군요, 각하, 백지투표요. 그건, 총리, 나 혼자서도 생각할 수 있었던거요, 내가 관심을 가지는 건 내가 모르는 거란 말이오. 물론입니다, 각하. 어쨌든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제가 이론적으로, 오직 이론적으로만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국가 안보를 파괴하고 민주체제의 정통성에 반대하는 비밀 조직의 존재 가능성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해도, 이런 일들은 연줄 없이는, 회의 없이는, 비밀 세포 없이는, 자극 없이는, 문서 없이는, 그렇습니다, 문서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 결국에 가서는 오늘 여러분을 여러분이 선택한 운명에 맡기고 떠나오기로 결정한 나와 국민의 정부가 다시 무력을 이끌고 돌아가 여러분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로부터 여러분을 해방시킬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간의 모든 고통이 헛되고, 모든 고집이 쓸데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제야 여러분은 뒤늦게 권리는 그것이 표현되는 말 속에서만, 또 헌법이든 법이든 규칙이든 그것이 기록되는 종이 위에서만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을 뿐임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제야 여러분은 그 권리를 그릇되게 또는 아무 생각 없이 적용하다가는 이미 단단하게 자리를 잡은 사회를 흔들어놓게 될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며, 또 바라건대,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약간의 상식만 있는 사람이라면 그 권리라는 것을 가능한 일의 상징으로 받아들이지, 절대 실행 가능한, 구체적 현실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맹목적으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 시대에,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 꿈꾸던 것과는 달리 돈도 많이 벌며 편안하게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를 만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들도 열여덟 살 때는 단지 유행의 빛나는 횃불이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모가 지탱하는 체제를 타도하고 그것을 끝내 우애에 기초한 낙원으로 바꾸어놓겠다고 결심한 대담한 혁명가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온건한 보수주의 가운데 어느 것 하나로 몸을 덥히고 근육을 풀었다. 따라서 그들이 과거 혁명에 애착을 갖던 것처럼 지금 애착을 갖고 있는 그 신념과 관행들은 시간이 흐르면 가장 외설적이고 반동적인 종류의 순수한 자기중심주의로 변해갈 것이다. 예의를 약간 걷어내고 말을 하자면, 이런 남자와 이런 여자들은 자신의 인생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매일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라는 가래로 과거의 자기 모습이라는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
# 누가 그 폭탄을 설치했냐에 관해서 말입니다. 아, 그거야 뻔한 것 같군, 백지투표를 던진 당신 친구들이 이제 직접 행동에 좀 나서보겠다고 한 게 분명하지 않소.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사실이오. 사실입니까, 아니면 사실이 될 겁니까. 그건 당신 마음대로 생각하시오.
# 드디어 기자들의 외침이 비명으로 바뀌었다. 이제, 이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거룩한 동정녀여 우리 모두를 보호하소서, 저 위의 최고천에 올라가 계신 우리나라의 영광스러운 영혼들이여, 이 사람들의 진노한 마음을 진정시켜 주소서. 사실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시위 외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위대 가운데 우리 눈에 보이는 일부는 교차로에서 정지했다. 저택과 그것을 둘러싼 작은 공원이 교차로의 한쪽 모서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군중은 포장도로로 쏟아져나가 옆의 광장과 거리를 메워나갔다. 경찰에서 숫자를 따지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면 모두 해서 겨우 오만 명밖에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숫자, 진짜 숫자는, 우리가 한 명씩 다 세어보아서 하는 말인데, 그보다 열 배는 많았다.
# 시위대는 대통령궁으로 간다던데요. 조직한 사람들한테 물어보시오. 그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누굽니까. 모두이기도 하고 아무도 아니기도 하고 그런 것 같소. 틀림없이 지도자가 있겠지요, 이런 운동은 저절로 조직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발적인 세대는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런 규모의 대중 행동인 경우에는. 지금까지는 그랬지, 맞소. 그러니까 백지투표 운동이 자발적이라고 믿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그런 추론을 하다니 언어도단이로군. 이 일과 관련하여 지금 말씀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아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때가 늘 오기 마련이지.
# 놀라운 건 아무런 외침도 들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만세 소리 하나, 타도하라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군요, 사람들이 원하는 거싱 무엇인지 말해주는 구호 하나 없습니다, 그냥 등뼈까지 떨리게 만드는 이 위협적인 전율 뿐입니다. .....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나 편집실에서 일하는 전문가나 뉴스의 관심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기사 취재는 완전히 시간과 돈의 낭비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좀 더 조악하게 말하면, 정말이지 언론의 불알을 걷어차는 일이었다. 좀 더 섬세하고 세련된 표현으로 하자면, 부당한 모욕이었다. 이자들은 시위도 제대로 할 줄 모르네, 그들은 말했다. 돌이라도 몇 개 던져야 하는 거 아냐, 대통령 인형이라도 태우고, 창문 좀 몇 개 깨고, 낡은 혁명가도 부르고, 자신들이 방금 묻어버린 사람들처럼 죽은 몸이 아니라는 걸 세상에 보여주어야 하는 거 아냐.
# 거의 모두가 되돌아왔다. 며칠 전 내무부장관이 총리의 강요에 의해 그가 설치하라고 명령받은 폭탄과 실제로 터진 폭탄의 크기 차이를 설명하게 되었을 때 사용한 말을 빌리자면, 이 대탈출의 경우에도 또 명령계통에 심각한 착오가 있었다. 경험이 여러 사건과 그 각각의 정황까지 오랫동안 조사하고 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가르쳐주는 것이지만,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경우도 사실 드물지 않다.
# 어쨌든 그 정당들에 투표를 한 사람들은 모두 민주 제도 방어의 제일선에 선 것이라고 말하시오, 그 사람들이 버려두고 온 집은 봉기를 일으킨 무리가 칩입하고 약탈할 것이라고 말하시오, 물론 필요하다면 우리가 직접 침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 나이와 사회계급을 불문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시민은 정부가 법질서의 충성스러운 촉진자로 여길 것이라는 말도 덧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촉진자라는 말은 적당한 말 같지 않소, 너무 천박하고, 너무 상업적이야, 이게 뭐 판매촉진도 아니고, 게다가 법질서는 이미 충분히 촉진하고 있거든,
# 그 시절의 눈먼 상태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겁니다, 사 년 전 그 눈먼 상태의 텅 빈 시야와 지금 텅 빈 투표용지를 맹목적으로 던지는 사태 사이의 유사성을 보게 하는 겁니다, 이런 비교는 어설프고 그릇된 것이며, 누구보다 내가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지성, 논리, 상식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여 바로 거부해버릴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나는 그런 사람들이 곧 압도적 다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 수도가 그리웠다. 시키는 대로 표가 움직이던 행복한 시절이 그리웠다. 소부르주아적 공관이나 국회에서 단조롭게 흘려보내던 시간과 날이 그리웠다. 흥분을 불러일으키던, 또 종종 즐겁고 재미있기도 했던 정치적 위기들이 그리웠다. 그런 위기들은 예측 가능한 시간 동안 통제 가능한 강도로 지속되는 갑작스러운 화산 분출 같았다. 또 거의 언제나 진압이 되었다. 이 위기들을 통하여 진실을 말하면 안 된다는 것뿐 아니라, 필요하면 진실이 하나하나 거짓과 일치하게 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 존경을 바라거든 친해지지 마라, 이것은 지혜로운 경구다.
# ...백지투표를 던졌음에도 도시를 잿더미로 만드는 벼락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소돔과 고모라만이 아니라 아드마와 스보임도 이보다 훨씬 덜한 악덕으로 기초까지 다 타버렸는데. 물론 아드마와 스보임보다는 소돔과 고모라가 훨씬 더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데, 아마 그 이름의 매혹적인 음악성 때문에 사람들 귀에 영원히 남게 된 것이리라.
# 남자는 눈을 내리깔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 눈먼 남자들하고 관련이 있습니다, 집사람이 그 더러운 놈들과 그 짓을 했다는 걸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 년이나 그 치욕을 견디었죠, 하지만 결국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을 떠났고, 이혼을 했지요. 참 이상한 일일세, 그 다른 눈먼 남자들이 당신네 여자들을 받는 대가로 먹을 걸 줬다고 하지 않았소, 경감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당신이 원칙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 부인이, 당신 표현대로, 그 더러운 놈들과 그 짓을 한 뒤에 가져온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어야 하잖소.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 사 년 전 도시의 다른 사람은 모두 비틀거리고 가로등에 부딪히던 판에 부인 혼자 눈이 멀지 않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오,
#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 평생 지킬 협정에 서명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게 자문할 날이 온다, 누가 여기에 나 대신 서명을 했는가.
# ... 시간, 모든 것을 닳아 없어지게 하고 변형시키는 그 시간에 맡기기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해 왔다,
# 단골들이 모든 게 다 평소의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러 들리는, 아침의 머핀 맛이 영원을 말해 주는 그런 카페였다.
# 몰수당한 신문에 난 기사의 복사본이다. 우리는 무엇을 듣지 못했나라는 표제가 붙어있다. 행간에서 지난 닷새의 진상을 이야기하는 기사다. 경정은 이제 자신을 억제할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어린 아이처럼 발작적으로 흐느끼기 시작한다.
# 기다리는 동안 신문들을 훑어본다. 검은 색과 빨간색으로 된 표제만 보더라도 각가의 신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잇는지 우리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조국의 적들의 또 한 번의 전복 행위, 누가 복사기를 돌렸는가, 허위 정보의 위험, 누가 그 복사 값을 냈는가.
# ... 나도 필요는 법을 모르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이해하오, 하지만 거기에도 목적을 달성한다는 조건, 필요의 법을 따른다는 조건이 붙소, 하지만 당신은 따른 것도 없고 달성한 것도 없소, 그리고 이제 경정이 죽었소. 경정은 우리 적들이 죽였습니다. 제발 내 앞에서 오페라 아리아 좀 부르지 마시오, 나도 이 게임을 오래 해본 사람이라 동화는 안 믿는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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