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내내 꿈결 같았다.
딱히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몇 년 만에 본 야구가 22년 플옵 2, 3, 4차전이어서 그렇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경기는 히어로즈가 아직 넥센이던 시절이다. 염경엽 감독이 진두지휘하던 코시였는데... 그때 입은 내상 이후 제대로 야구를 보지 못했다. 지금 확인해보니 그때가 벌써 14년이라니... 아득하다. 이후 바지 장 감독 이후로도 간간이 가을 야구를 했던 건 알고 있었지만 딱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불현듯. 정말 불현듯 스포츠 뉴스에서 야구를 검색해봤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25일 화요일 오후 6시, 30분 뒤면 LG vs 키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 전날의 경기는 히어로즈의 실책들로 인한 자멸패.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대로 중계를 틀었는데, 초반 6점을 뽑아놓고도 히어로즈다운(?) 경기력을 보여주 시간이 지나도 히어로즈는 언제나 히어로즈, 우리 넥센 키움 변하질 않지 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승리해서 몇 년 만에 승전을 보는 기쁨을 느꼈다.
이후 플레이오프 세 경기를 연이어 봤는데, 볼 때마다 승리하는 거기에 놀라운 호수비와 명장면까지!! 하리보!! 기염을 토하고 있어 나도 모르게 승리요정이 된 것인가 얼떨떨해하며 한 주를 보냈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터라, 선수들의 근황을 모르는 채로 봐서 2차전 때는 정말 벙쪄 있었다. 서건창 선수가 LG 타석에 서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허도환 선수가 왜 거기서 포수 자리에...? 왜 용규 선수가 우리 팀에 있지...? 박병호 선수가 KT로 갔다고...? ...??????????
이제는 오재영, 손승락, 마일영, 송신영, 배힘찬, 김영민, 이택근, 강정호 등등 현대 시절부터 함께 했던 많은 선수들이 떠난 히어로즈지만, 또 안우진, 최원태, 김재웅, 이정후, 김혜성(..!) 같은 새로운 히어로즈들이 빛나 주어서 기쁘다. 정들었던 선수가 떠나도 계속 같은 팀을 응원하게 되니 어찌보면 신기한 일이다.
모쪼록 SSG 랜더스(자꾸만 SK 와이번스라고 고치고 싶다)와의 한국 시리즈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주길.
연이은 경기로 소진된 전력, 3선발로 돌리기엔 이미 부하가 걸린 투수들과 얇은 불펜층, 차가운 문학 구장에서의 경기 같은 불안 요소들이 있지만. 여기까지 온 것도 예측불가의 결과였던 만큼 불타오르는 가을을 보내길.
또한 나 역시도 그러한 가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