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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가 흐르는 이야기 995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저자 : 교고쿠 나쓰히코 / 금정출판 : 비채출간 : 2009.07.28        긴 꿈을, 꾸었다 깨었다. 일본에는 유독 백(百)과 관련된 설화들이 많은 느낌이다. 백귀야행, 백물어 등등. 조금 더 찾아본다면 우리나라에도 수와 관련된 것들이 꽤 있을 테고, 백일기도나 백일치성 등이 있긴 하지만 어쩐지 백(百)보다는 삼(三)이 더 친숙한 느낌.   이번에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시리즈를 천천히 리뷰해보려 한다. 국내에는 세 개의 이야기, 총 네 권이 번역 출간되어 있는데 순서대로 , , 상/하 권이다. 각 이야기마다 시대적 배경이 다르지만 공통적인 등장인물로는 관찰자이자 기록자인 '모모스케'가 있다. 마타이치와 오긴, 고헤이 등은 에서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모모스케의 회상을..

[하지은] 모래선혈

저자 : 하지은 / 소만 출판 : 황금가지 출간 : 2023.06.19 와 은 두 권 모두 예전에 발표되었던 작품을 복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권 모두 표지가 무척 매력적이고 함축적인데, 아직 읽어보지 않은 의 표지도 비슷한 화풍이라 눈길이 간다. 표지 일러스트는 소만 작가의 작품이라고. 사실 에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을 이어서 읽으며 하지은 작가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의 경우는 사막과 지배적 성향의 사막 민족인 쿠세 왕국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매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배경과 설정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펼칠 수 있다니 놀랍다. 이 작품 역시 강렬한 도입부로 시작되는데, '어라?' 싶은 부분은 복선 역할도 하니 섬세하게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비오티는 어느 정도 작가의 작가관..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집 3

저자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햇살과나무꾼 빌헬름 페데르센 / 카이 닐센 / 해리 클라크 / 아서 래컴 / 고든 프레드릭 브라운 출판 : 시공주니어 출간 : 2011.11.20 마음이 산란할 때는 동화를 읽는 편이다. (이 책을 읽은 건 작년 가을의 일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쓴 이야기'라는 아이러니가 좋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주 소비층과 생산층이 이렇게까지 확연하게 분리되어 있는 문화 영역이 또 있을까?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의 영역 또한 향유층 중 일부는 직접 창작 활동을 즐긴다. 그러나 동화는 언제나 '어른', 적어도 '청소년'이 '유아동'에게 시혜를 베푸는 형태로 제공된다. 이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일까? 그것들을 '어른이 보기에도' '이상하지 ..

[하지은] 오만한 자들의 황야

저자 : 하지은 / 소만 출판 : 황금가지 출간 : 2023.06.19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표지에 이끌렸다. 는 내가 처음으로 읽은 하지은 작가의 작품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까지 읽은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이다. 는 서부 개척 시대와 유사한 무법자들의 황야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라신이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해당 시대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총기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현실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한국 작품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내가 접한 작품들 중에서는- 일종의 버터 향이 짙은 소설인데, 저자가 처음에 의도한 분위기대로 마무리가 된 것인지는 조금 모호하다. 하드 보일드를 표방하지만 혈연과 부성애, 최종적으로는 로..

[다카하시 히데미네] 네, 수영 못합니다 - 물이 무서워 수영을 못하는 남자의 포복절도 수영 입문기

저자 : 다카하시 히데미네 / 허하나 출판 : 폭스코너 출간 : 2023.07.28 나는 언제나 조금쯤 가볍고 불성실한 자세로 살아왔던 것 같다. 결과가 좋으면 운이 좋았던 것이고, 결과가 나쁘면 최선을 다했던 건 아니니까 괜찮은 것인. 그렇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애매하게 발을 걸쳐둔 채로 대부분의 시간을 슬렁슬렁 살아왔다. 물론 그런 나에게도 몇 번인가, 정말 다시 한다 해도 그만큼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될 정도로 최선을 다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통해 '최선'은 결과가 아니라 '흔적'으로 스스로를 남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의 한계에 제대로 도달해 본 자만이 한계 너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음- 거창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사실 내게 수영은 벌써 4번째인가..

[바딤 젤란드] 트랜서핑의 비밀 - 성공을 선택하는 테크닉

저자 : 바딤 젤란드 / 박인수 출판 : 정신세계사 출간 : 2010.03.22 너무 멀어져 있다 싶을 때면 어떤 방법으로든 다시 돌아오게 되는 지점이 생긴 것 같다. 기준점이라고도, 혹은 고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둘 중 어느 것에 가까우냐는 오롯이 내 상태에 달려 있을 뿐이다. 여전히 일상에 치이기도 하고, 크고 작은 문제로 울고 웃는다. 그런 순간들이면 예전에 비해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훨씬 분명해진 것들이 있다. 선택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었고, 나 자신과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에 대한 판단이 빨라졌다. 스스로를 의심했기에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는 마음으로 버티기만 하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예전이었다..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집 2

저자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햇살과나무꾼 빌헬름 페데르센 / 카이 닐센 / 루이스 모에 / 에드먼드 뒤락 출판 : 시공주니어 출간 : 2010.08.15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한 은 전 7권으로 친숙하고 유명한 작품부터 다소 생소한 작품까지 다양하게 수록한 전집이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다시 읽어보기로 했을 때, 여러 판본들 중 이 책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삽화. 현대에 다시 그려진 삽화들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당시 수록되었던 삽화가들의 삽화를 중심으로 읽어보고 싶었다. 매 권마다 조금씩 다른 삽화가들이 실려 있는데, 이번 2권에는 개인적으로 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카이 닐센과 에드먼드 뒤락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좋았다. 로 널리 알려진 그림 형제의 민담집이 섬뜩하고 잔혹하다..

[하지은 / 호인 / 이재만 / 김이삭 / 한켠 / 서번연 / 지언] 야운하시곡 외 우음, 혁명가들

저자 : 하지은 / 호인 / 이재만 / 김이삭 / 한켠 / 서번연 / 지언 출판 : 황금가지 출간 : 2021.03.12 작은 우연들이 겹치고 겹쳐 만들어진 연들이 있다. 별 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니고, 별 것이라면 또 별 것인 가느다란 연들. 다른 작가의 소장본을 구매하기 위해 책을 고르다, 표지가 눈에 띄어 하지은 작가의 저서를 함께 구매하게 되었고. 그렇게 알게 된 하지은의 작품들을 찾아 읽다 보니 에 이르게 되었고. 에서 '한켠'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반하게 되었다는, 그야말로 나에게만 의미 있는 별 것 아닌 이야기. 표제작인 에 관해서는, 하지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리뷰하면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 과 연이어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저자가 '부정(父情)'을 큰 화두로 삼고 있는 것 ..

[김경진 외] 데프콘 3부 한미전쟁 1-5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1999.11.10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1999.11.10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1999.12.30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2000.02.10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출간 : 2000.02.25 24년도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이다. 최근에는 나의 것과 나의 것이 아닌 것들을 나누어 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인지했지..

[에블린 에예르] 유전자 오디세이

저자 : 에블린 에예르 / 김희경 출판 : 사람in 출간 : 2023.04.28 주제가 흥미롭긴 했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던 책. 저자는 유전자 자체보다는 그 분석을 통한 인류학 연구가로 저서 전반에 걸친 가설 수립과 반증례들을 살펴보면 그 특성이 두드러진다. 는 DNA와 계통분석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류의 기원과 시기에 따른 인종적 대이동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내용이 아직 완전한 검증이 되지 않은 가설 및 저자 자신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독자들은 어느 정도는 흘려 읽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들은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부분과, 수렵 채집인들의 영양 상태는 농경 정착인들의 것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그 외 특정 시기에 ..

[오스카 와일드] 심연으로부터 -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저자 : 오스카 와일드 / 박명숙원제 : De Profundis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5.05.02      불현듯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걸 느낄 때, 그리고 사실은 소유하고 있는 것들조차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감사함과 함께 부끄러움을 감각한다.  욕망은 너무나도 손쉽게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저것'만 가지면 모든 게 좋아질 것만 같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해낸 적 없던 일들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만 같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 문제들도 모두 매끄럽게 풀려나갈 것만 같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저것'을 얻지 못하면 다른 이들에..

[케이트 뱅크스] 마술사의 제자

저자 : 케이트 뱅크스 / 피터 시스(그림) / 정회성 원제 : The Magician's Apprentice 출판 : 사파리 출간 : 2013.10.30 한 남자가 어느 날 자신이 변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내는 죽었다. '줄거리'나 '요약'이란 때때로 의도와는 달리 엄청난 왜곡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요약에서 카프카의 을 떠올렸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톨스토이의 을 떠올렸을 것이며 모두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문득 최근 선호되는 작품들은 '플롯', 즉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나 '누가 어떻게 되었는가'에 집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약한 내용만 보더라도 흥미진진하고, 사실은 이러저러했다는 내용 그 자체가 짜릿한. 하지만 그렇게 요약된 문장만..

[스와미 사라다난다] 치유를 위한 손가락 요가 - 건강과 명상을 위한 요가 무드라의 모든 것

저자 : 스와미 사라다난다 / 장슬기 원제 : Mudras for Modern Life 출판 : 프로제 출간 : 2019.07.12 요가매트가 없을 때에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요가, 직장에서도 할 수 있는 요가가 있다. 바로 손가락 요가(무드라)다. 정확한 동작도 의미가 있겠지만 손가락과 호흡에 신경을 쓰며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익숙해진다면 특정 무드라를 취함으로써 감정적 여유와 편안함까지 경험하게 될지도. 사실 내 경우에는 평상시에도 스트레칭을 겸해 자주 손을 움직이는 편인데, 몇몇 동작이 무드라였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랐다. 바꿔 말하면 그 정도로 친숙하고 간단한 동작들이 많다는 것. 어려워 보이는 무드라도 사진을 찬찬히 살핀 뒤 한 손가락씩 움직여보..

[김경진 외] 데프콘 2부 한일전쟁 1-4

저자 : 김경진 / 진병관 / 윤민혁 / 신재호 / 손중극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들 출간 : 2009.06.25 완연한 봄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바람결엔 찬 기운이 감돈다. 올해 가을까지는 그대로 유지하려 했던 일상에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새로운 운동을 하나 시작하고, 근무 환경을 좀 바꿀 예정이다. 불안함보다는 기쁨이 더 큰걸 보니 잘한 결정인 모양이다. 2부 한일전쟁은 아무래도 다소 국수주의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또 전편과는 다르게 한국은 먼저 전쟁을 시작하는 침략국의 입장이기도 하다. 어떤 입장에 이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읽는 동안 내심 개운하기도 해서, 꽤나 복잡한 마음이었다. 아마 저자가 서술하고 싶었던 건 '전쟁에 과연 승자란 존재하는가?'였던 것 같다. 전술..

[키쿠치 히데유키] 마계도시 블루스 1-6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김진수 출판 : 이야기 출간 : 1999.09.30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김진수 출판 : 이야기 출간 : 1999.10.05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김진수 출판 : 이야기 출간 : 1999.10.15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김진수 출판 : 이야기 출간 : 1999.10.29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김진수 출판 : 이야기 출간 : 1999.11.17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김진수 출판 : 이야기 출간 : 1999.12.08 한창 추억의 책들을 탐독하고 돌아왔다. 빠져들어 있는 대상이 변하면 사소한 일상까지도 따라 변하는 듯하다. 식성, 자세, 습관과 취향들까지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왔다. 초부난가도 아니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계절이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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