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 베난단티. 흑과 백의 이기고 지지 않는 게임이다. 완전한 이해를 위한 훈련이자 유희일 뿐이다. 검은 쪽은 명배우들이자 기술자들로 마야-이원적인 환상을 '믿게 하는 자'들이다. 결국 모든 게임이 종료되면 하나로 통합되어 패배할 존재들이지만 이 세계가 지속되는 한 그들은 속일 권리를 얻는다.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요 의무다. 보다 실감나는 환상으로 이끌어낸 감정이 그들이 받을 보상인 것이다. 감정의 종류보다는 그 순도와 강렬함이 값진 게 아닐까. 감정의 흑과 백도 그저 나눠놓은 것일 뿐이니까. 어쩌면 '어느 쪽을 믿게 하느냐'의 경기일지도 모른다. 게임이 끝나면 흑말도 백말도 그냥 경기말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