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윤고은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3.10.11 현실적이다. 이 책을 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놀라움과 충격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현대의 도시는 타자와의 분리가 극도로 진행된 사회이다. 보기 싫은 것들은 차단해 버릴 수 있고, 원하는 것들은 대부분 살아있는 사람과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도 내가 지정한 공간에 놓여지게 할 수 있다. '나'로만 이루어진 삶 속에서는 조금이라도 나와 다른 것들을 철저히 사물로 분리시켜 버릴 수 있다. 이런 토양 위에서 재난은 시한성을 가진 체험 상품이 된다. '나'라는 주체와는 분리되어 있기에 철저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로만 남을 뿐이다. '내'가 그 지옥도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