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초엽, 김원영 출판 : 사계절 출간 : 2021.01.15 시작하는 말 나의 첫 직장은 화상 전문 대학병원이었다. 5년 정도 근속하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내가 그곳에서 가장 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은 누가 가르쳐준 적 없는 어떤 것이다. 당시 근무처 바로 옆에는 영안실로 통하는 복도가 있었고, 병원의 위치 상 자상 환자들도 심심치 않게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직장 치고는 조금 험한 구석이 있었다. 그런 저런 나날 중에, 나도 모르게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기'였다. 어떤 환자를 대하더라도 아무런 표정이나 어조의 변함없이 대하기. 움찔 놀라지도 말고, 지나치게 상냥해지거나 안타까운 표정을 짓지도 말고,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