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일상다반사

가을

일루젼 2012. 9. 1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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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탄다', 는 말이 있다.
나는 그것이 꽤나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이 되면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의 변화로 몸을 더 많이 가리게 되어 더더욱 햇빛을 덜 받게 되어 그로인한 vit.D의 합성 저하가 기분에 미치는....'
이런 표현보다 훨씬, 훨씬 좋아한다.


나는 언제나 가을을 탔다.
그것은 봄을 맞는 일렁임과는 또 다른 어떤 것이었다.
살짝 어지러울 정도의 현기증과 내 몸 전체가 그네를 타는 듯한 일렁임.
마치 놀이기구를 탔을 때처럼 심장이 흔들리는 것 같은, 뱃속 깊숙한 곳이 조여오는 그런 느낌.
그것은 절망을 발라낸 우울함이고 대상이 없는 그리움이다.


조용하게 읊조리는 남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펼쳐놓은 지금,
가슴 한 켠이 오그라들며 눈물이라도 한 방울 흘러내릴 것 같은 기분이 나를 덮쳤다.
서둘러 덧붙이는데 이는 전혀 괴로운 감각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쁘고 행복한 감각도 아니다.
그저 그 자체로 충분한, 하나의 '일렁임'이다.


나는 가을을 좋아했고,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가을이면 흔들리는 이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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