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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4

[김초엽] 행성어 서점

저자 : 김초엽 / 최인호 출판 : 마음산책 출간 : 2021.11.01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화풍의 삽화들이 매력적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색감과 표현, 인물의 자세나 구름이 떠있는 커피잔 등이 좋았는데, 급히 찍었더니 사진은 그 색감을 다 담지 못해 아쉽다. 다만 표제작인 의 삽화에 있어서는, 나는 빨간 핏빛 슈트에 검고 각진 선글라스를 쓴 긴 머리의 여성을 상상했던 터라 조금 당황했다. 새삼스럽지만 같은 글을 읽으면서도 각자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모두 다르게 마련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개인적으론 빨간 슈트 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와 로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진 단편집이었다. 에 수록된 단편들은 각각의 독립적인 단편들이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최근의..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 김초엽 출판 : 허블 출간 : 2019.06.24 때때로 지나치게 '주류'로 보이면 비껴가고 싶은 삐딱함이 고개를 든다. 이미 맛집을 검색하고 구매 후기를 확인하는 시점에서 '주류'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임을 인정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을 읽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로 길게 고집을 부려왔다. 읽으면 좋아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 책은 김초엽 작가가 지금껏 발표했던 단편들에 라는 미발표작을 포함해 엮은 책이다. 상대적으로 초창기에 쓰인 글들이 많아서인지 문체와 느낌이 최근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김보영 작가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김초엽 작가의 초기 문체들이 좋아졌다. 어딘지 모르게 조금 더 다정하고, 소설 속에서 다루는 갈등들조차도..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저자 : 김초엽 출판 : 자이언트북스 출간 : 2021.08.18 은 내게 열린 창문 위로 부서지듯 떨어지던 빗방울들과 무초, 그리고 이제는 사라진 어린 시절의 모래밭과 강둑을 떠오르게 했다. 다시 마주하면 부서져버릴까 두려운, 꿈 속에서도 떠올리지 못할까 걱정이 되는 소중한 기억들. 나는 김초엽의 문장을 좋아한다. 과학자로서의 그녀도, 소설가로서의 그녀도, 그리고 김초엽 자신으로서의 그도 모두 녹아들어 있다. 묘한 곳에서 디테일한 상황 묘사를 읽다보면 피식 웃게 되어버린다. 이번 작품은 소설 자체로서도 매력적이었고, 식물에 대한 시각과 설정도 매력 있었다. 결국 모두는 각자가 품은 조각들을 안고 그것만을 기억하며 살아가게 된다. 한 세대의 상흔은 그 순간을 살았던 이들에게 모두 다른 기억을 남긴다. 그..

[김초엽,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저자 : 김초엽, 김원영 출판 : 사계절 출간 : 2021.01.15 시작하는 말 나의 첫 직장은 화상 전문 대학병원이었다. 5년 정도 근속하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내가 그곳에서 가장 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은 누가 가르쳐준 적 없는 어떤 것이다. 당시 근무처 바로 옆에는 영안실로 통하는 복도가 있었고, 병원의 위치 상 자상 환자들도 심심치 않게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직장 치고는 조금 험한 구석이 있었다. 그런 저런 나날 중에, 나도 모르게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기'였다. 어떤 환자를 대하더라도 아무런 표정이나 어조의 변함없이 대하기. 움찔 놀라지도 말고, 지나치게 상냥해지거나 안타까운 표정을 짓지도 말고,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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