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일상다반사

나의 밤은

일루젼 2012. 6. 2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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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의 노래 중 그런 노래가 있었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그렇다면 나의 밤은 타인의 낮보다 아름다운가?

 

그것은 확신하기 어려우나

내가 밤을, 특히 새벽을 사랑하는 마음이 평균치를 상회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헤세의 골드문트는 쾌락과 고통은 닮아있다고 말한다.

나의 경우에는 절망과 평안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모든 결말이 결정지어진 채로 그 어떤 희망도 없는 완벽한 절망에는 더이상 떨어질 나락이 없으므로 간혹 주어지는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평온함과 안락함이 있다.

 

그 틀이 깨어지고 헛된 희망이 생겨나는 순간이 고통의 시작이다.

끝이 없는 기다림은 고되지 않으나 기한이 정해진 기다림이 못견디게 괴로운 것은 그래서이다.

 

'기다림'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 보상과 연결되어서는 안된다.

그는 그저 '기다려서' 기다렸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보상이 주어질 것을 기대하고 시간을 흘려보냈다면 그 이는 기다린 것이 아니다.

그 순간까지의 시간을 버린 것이다.

그에게도 나름대로의 고통과 초조함이 있었겠으나, 진정한 기다림은 그 기다림의 끝을 정하지 않은 것이다.

 

언제 끝날지도, 어떻게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상태로 이어지는 기다림은 되려 그리 고통스럽지 않다.

지금 이대로 변화할 것이 없는 삶이기 때문이다.

일상은 일상으로 흘러가고, 나는 그 흐름 위에서 그저 기다릴 뿐.

 

그것은 때로 평온하기까지 했다.

 

 

그런 시간이 부서져간다.

그것은 고통이나, 피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

달콤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견딜 수 없게 아프고 괴로운 그 무엇은 아니다.

 

내가 실로 걱정하는 것은, 이기적이게도 나이다.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던 때의 기다림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몇 해가 흐르더라도 그리 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끝이 아무런 보답이 없는 죽음으로 이어지더라도, 큰 후회는 없었으리라 이 순간의 나는 믿는다.

 

그러나 한 번 타인에 의해 기간이 정해진 기다림은

저 너머 아릿한 그 곳으로 맨발로 가시밭길 위를 춤추며 달려가는 그런 것이다.

달리고 또 달려가도 결국엔 신기루로 흩어져버릴지도 모르는, 그럼에도 나는 춤을 멈출 수 없는 그런 것.

 

 

여름이다. 

나의 6월이 끝나간다. 

그리고, 7월이 시작된다. 

 

그 31일은 참으로 길 것만 같아서.

 

 

나는 실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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