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일상다반사

공중그네

일루젼 2012. 10. 5.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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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pèze.

공중그네.

화려한 의상을 입고 거침없이 공중으로 몸을 던지는 서커스의 꽃.


어린 나이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그래서 아직도 조그만 브라운관 화면 속의 그 장면 그대로 눈꺼풀 안쪽에서 재생되곤 하는 한 곡예가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사는 것은 그와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는 위태롭게 몇 가닥의 줄에 매달려 자신 만의 속도로 일렁이고 있다.


모든 만남 역시 공중그네와 같다.

서로 양 편의 대 위에 올라
남자가, 혹은 여자가, 그 누군가가 먼저 몸을 날려 높고 화려하게 허공을 가른다.
그리고 잠시 뒤 다른 한 명도 재빨리 몸을 날리면, 둘은 허공에서 아름다운 랑데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의 감정의 진폭과 속도가 서로 맞는 이를 찾아내야만 진정한 곡예는 시작되는 것이다.
누군가 너무 높아도, 누군가 너무 느려도 랑데부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어느 지점인가에서,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바로 그 순간에,

한 쪽은 다른 한 쪽을 믿고 자신의 줄을 완전히 놓은 채 까마득한 공중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실패하면 그대로 추락하리라는 공포를 안고서도.


그것을 망설이는 사이, 어느 한 쪽이 힘을 잃고 멈춰서기 시작하면,

그네를 띄우는 것이 공중에서의 몸부림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지면,


결국 그 쇼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고 두 사람은 쓸쓸히 대로 돌아와 퇴장한 다음 다시 홀로 흔들리며 다른 상대와의 다음 공연을 기약해야 한다.




나를 놓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처음의 강렬함이 사라지기 전에,

상대와 내가 서로를 향해 동시에 다가가는 바로 그 한 순간에,

상대가 나에게로 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이겨내고,
홀로 떨어져내릴 것만 같은 공포를 이겨내고,




미소를 지으며 몸을 날리는 그 아찔한 순간.




공중그네가 그 토록이나 아름답게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무척이나 위험하고-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Toi et moi, ça peut se raco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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