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일상다반사

12.12.17

일루젼 2012. 12. 17. 05:08
728x90
반응형

일상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의 처음은 낯설고, 그렇기에 설레고, 강렬하다.

그 선명함이 조금씩 빛이 바래며 친숙함과 익숙함으로 변해갈 때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일상'은 그 무언가를 체험하기 전의 '일상'과는 결코 같을 수 없다.

그것이 단기적인 하나의 경험이건, 그 순간부터 계속 이어져오는 것이건 간에 말이다.

 

결국 일상이라는 것은 고정된 틀이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저 익숙해진 상태를 이를 뿐인 지칭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밥을 먹던 것이 일상이었던 누군가가 쉐어할 사람이 생겨 항상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 사람에게 '일상'은 두 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될 것이다. 어쩌다 다시 혼자 밥을 먹게 된다면 감회에 젖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익숙한 편안함을 느끼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식사하는 것에 익숙해진 다음이라면.

 

 

나는 그 경계에 서 있다.

'나의 일상'이라는 건 어떤 것이었나 싶어지는 나날들.

낯설던 일들이 당연한 일들로 변해가는, 그런 나날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올 것을 알 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나날들.... 아마도.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새삼스러움을 잃지 않으려 한다. 

처음의 떨림을 '기억'할 수는 있으니까. 

편안함과 익숙함 속에서도 새삼스러움을 쥐고 있어보려 한다.

그것이 당연함이 고마움과 설렘을 뒤덮어 질식시키지 못하도록 지켜줄 것을 믿으며. 

자연스럽게 바래가야 할 것들을 억지로 고정시켜두는 것은 아니기를 바라며.

 

 

나는 아직도.

그리고 점점 더.

 

 

 

 

 

 

 

그래서, 나를 방치해두었던 시간들이 자꾸만.

 

 

   

 

 

반응형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렵다.  (0) 2015.07.04
14. 10. 11.  (0) 2014.10.11
생존신고.  (2) 2013.08.25
  (0) 2012.12.10
2012. 12.  (0) 2012.12.06
.  (0)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