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 이정민
원제 : 朝が來る
출판 : 몽실북스
출간 : 2017.11.01
흐름을 끊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작가가 원했던 것은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무엇이 옳다고 말하는 것인가'라는 시선으로는 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다. '그것 봐'라고 덮어버릴 수도 없다.
선택과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작가는 세심한 순서로 독자를 히카리의 시선 속으로 옮긴다. 어째서 그녀가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들을 하게 되었는지를. 때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현실감이 짙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단 한 순간. 위태로운 찰나에 필요한 것은 믿음이었다.
어른이란. 좋은 어른이란. 가족이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아침이, 아사토가 온다.
- "육아는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여태까지 저희가 양자결연을 중개해 온 가정 중에는 아기가 와 준 덕분에 더 젊어지거나 건강해진 가정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육아는 돈과 시간은 물론 부모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습니다. 게다가 누군가의 칭찬을 바랄 수도 없는 일이지요."
- 핏줄로 이어진 친부모와 말다툼 같은 대화를 하면서 가족이란 노력해서 쌓아 올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족은 아무리 핏줄로 이어졌다 한들 오만하게 굴어서는 쌓아 올릴 수 없는 관계다. 사토코 부부가 만난 그 가족은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니, 누구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 일전에 들었던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과는 약간 다르다. 하지만 사토코는 분명히 깨달았다. 아침이 왔다는 것을.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을 걸어, 빛 하나 없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영원히 밝아 오지 않을 것 같던 아침이 지금 밝았다.
- 입원이 다가온 어느 날 검진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바다 위에 떠오른 태양을 구름이 가리고 있었는데, 놀라울 만큼 강한 햇빛이 비쳐, 태양과 구름이 빛과 그림자로 선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 아름다웠다.
마치 포스터 같은 완벽한 광경이었다. 떠다니는 구름 너머로 빛을 발하는 태양이 있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빛이 비칠 뿐만 아니라 가리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문제가 발생하면 늘 이랬다. 자신의 아이가 가한 쪽이든 당한 쪽이든 우선 선생님들이 사과를 한다.
- 늘 하던 대로 굴어야 한다. 누가 뭐라든 흔들려서는 안 된다. 사토코는 이런 일쯤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 남편의 목소리는 완전히 쉰 상태였다. 그 말이 힘겨웠는지 남편은 등을 굽히고 몸을 가늘게 떨기 시작했다. 남편의 눈과 이마에 밀착된 손에 뜨거운 눈물이 닿았다. 오열과 함께 토해내는 남편의 숨이 손바닥에 닿았다. 좀처럼 억눌러지지 않는 흐느낌이 사토코의 손안에 녹아내렸다.
-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 번째는 역시 서로의 부모님이었다. 입양을 결심했다 할지라도 양쪽 집안에서 쉽게 받아들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동료와 대화하면서 깨달은 것인데, 일본은 '가문'이나 '핏줄'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뿌리 깊은 나라다. 따라서 양자 결연은 서양에 비해 이해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토코와 기요카즈의 부모님은 지금껏 겪어 온 바로는 입양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본인의 일이 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것이다.
- "두부 먹을 때 원래 생강도 곁들이는 거였어? 진짜 맛있다."
- 나는 언제쯤 이 사람들의 가족이나 친척을 그만들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 엄마의 딸로 살아야 할까. 걱정된다는 단지 그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걸까.
- 두려웠다. 궁지에 몰렸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공포와 끝까지 내몰린 심정을 부디 다른 사람도 알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남자들과 히카리 사이에는 조리 있게 말로 따지는 상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 갚을 필요 없는 빚이라는 것은 히카리가 누구보다 뼈저리게 그렇게 생각했고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을 게 뻔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했어야 옳았다는 걸까.
- 하지만 그렇기에 돌아가면 어떻게 될지 생각했더니 겁이 났다. 더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돌아가지 못했다. 싫은 것에 뚜껑을 덮고 봉하듯 히카리는 자신을 기다리는 현실에서 도망쳤다. 도망친 뒤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 히카리와 부모님의 관계는 현재로서는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끈끈한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임에도, 아니 가족이라서 관계의 거리 두기에 실패한 것이다. 부모님은 히카리를 간섭하고 옭아맬 줄만 알았지 믿고 보듬어 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부모님과 어긋난 히카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하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고, 끝내 막다른 길에서 소멸되어 간다.
-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실제로 불임치료 끝에 아이를 입양한 가정을 취재하고 자료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입양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가정이 많았다고 한다. 또 입양 가정에서는 불임 치료를 거쳤음에도 아이를 갖지 못했기에 아이의 생모를 질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생모가 아이를 낳아 준 덕분에 입양할 수 있었다며 생모까지 포함해서 한 가족으로 여기는 가정도 의외로 많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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