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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 마틴 가드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일루젼 2021. 9. 2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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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루이스 캐럴 / 마틴 가드너 / 최인자

원제 : The annotated Alice
출판 :  북폴리오
출간 :  2005.03.18


조금조금씩 집정리를 하는 중이다. 억지로 무리해서 정리하면 다시 원상복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시기별로 구역을 정해놓고 정리 및 유지를 하려 한다. 

 

최근 물건 정리와 생각 정리에 관한 책들을 읽은 영향이 컸다. 그렇지 않아도 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또 뭔가를 읽었으면 아주 사소한 것 하나라도 적용을 해보고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영상도 본 참이라 의욕이 생겼을 때 바로 시작했다. 

(신년 결심을 조금 빨리 한 셈이니,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곧 연말과 연초라는 다음 기회가 있다.) 

 

그리고 덕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찾았다.

소장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 발굴에 성공했다. 

 

예전에 구매 당시 일독은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다보니 아무래도 처음 읽는 것 같다. 

일부 주석들은 펭귄코리아와 겹치기도 했지만, 대부분 낯선 내용이었다. 꼼꼼하게 뜯어읽기는 서툰 편인데 해박한 주석들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침 <실비와 브루노>, <스나크 사냥>을 읽고 난 뒤라 더 수월했다. <실비와 브루노> 같은 경우는 속편격이 한 권 더 있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이번 북폴리오 판본을 읽으며 얻은 수확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체스 이동을 정리했다는 것. 

즐거웠다.  

 


   

- 문제는 황당무계하게 보이는 작품은 어떤 것이든 너무나 많은 유혹적인 상징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일단 작가에 대해 아무 전제나 세우기만 하면 꽤 그럴듯한 가설을 손쉽게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거대한 체스판의 가로줄은 시냇물로 나뉘어 있고, 세로줄은 울타리로 나뉘어 있다. 앨리스는 줄곧 여왕 줄에만 머물러 있다가, 단 한 번 제일 마지막에 여왕이 되어 붉은 여왕을 잡고, 졸고 있던 붉은 왕에게 장군을 부른다. 그런데 자신의 줄을 따라서 여덟 번째 칸으로 이동하라고 앨리스를 설득한 사람이 바로 붉은 여왕이란 사실이 흥미롭다. 여왕은 이 충고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얀 말은 시작부터 불과 세 수만에 장군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얀 기사는 KKt.3(왕 쪽 기사 줄 세 번째 칸)에서 첫 번째 장군을 부른다. 만약 붉은 왕이 Q6나 Q5로 이동한다면, 하얀 말은 QB3 (여왕 쪽 승정 줄 세 번째 칸)에서 여왕과 함께 외통 장군을 부를 수 있다. 유일한 대안은 붉은 왕이 K4로 이동하는 것뿐인데, 그러면 하얀 여왕이 QB5에서 장군을 부를 것이고 붉은 왕은 K3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여왕은 다시 Q6에서 장군을 부른다. 물론 이렇게 장군을 부르려면 기민한 머리를 요구하는데, 기사나 여왕 모두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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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자 주 : 체스판의 말 위치는 보통 알파벳 A-H와 숫자 1-8을 조합하여 표기한다. 어느 방향인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리스의 원작과 주석은 진영에 따른 위치 표기법도 사용한다. 루이스 캐럴이 사용한 표기법은 말이 속한 진영의 K(왕쪽) 비숍, 나이트, 룩이냐 Q(여왕쪽) 비숍, 나이트, 룩이냐에 따라 진영으로 상하, 왕과 여왕으로 왼편과 오른편이 나뉜다. 숫자 역시 자신의 진영부터 1로 세기 때문에, 붉은 여왕의 'K. R's 4th'는 하얀 여왕의 'K. R's 5th'이며 'H5'다.)

 

- 다음 구절은 조지 엘리엇의 <펠릭스 홀트>에서 인용한 것이다. 만약 모든 체스 말들이 크든 작든 간에 감정과 지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상대의 말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조차도 믿을 수가 없다면, 만약 당신의 기사가 몰래 다른 칸으로 슬며시 옮겨가기도 하고, 당신의 승정이 당신의 성장을 싫어한 나머지 졸을 꼬드겨 제자리를 이탈하게 한다면, 또한 당신의 졸이 단지 졸이라는 이유 때문에 당신을 증오해서 장군을 부를 수도 있는 좋은 자리를 피해 다닌다면, 도대체 어떤 체스 게임이 될지 상상해 보라. 제 아무리 당신이 최고의 연역법 추리가라고 해도 당신의 졸에게 당하고 말 것이다. 만약 당신이 거만하게 수학적 상상력에 의존하며 감정을 지닌 당신의 말들을 우습게 여긴다면 더욱더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상상의 체스 게임조차도 한 동료를 이용하여 다른 동료와 맞서야만 하는 게임에 비하면 쉬운 것이다. 

 

- 그리고 H. G. 웰즈는 교육에 관한 훌륭한 소설인 <꺼지지 않는 불>의 서문에서 이 주제를 반복했다. 이 소설의 모델이 된 욥기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는 신과 악마 사이의 대화로 시작된다. 그들은 체스 게임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두는 체스는 인도에서 비롯된 그런 시시한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전혀 규모가 달랐다. 우주의 지배자는 판과 말과 규칙을 만들어냈다. 그는 모든 말을 움직이고, 자신이 원할 때마다 마음대로 수를 쓴다. 하지만 그의 적수는 각각의 수마다 약간의 설명할 수 없는 부정확성을 개입시킬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 때문에 말의 움직임을 수정해야만 한다. 창조주는 게임의 목적을 결정하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대가 그를 이기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지, 혹은 측량할 수 없는 신의 계획안에서 오히려 신을 도와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신의 적수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 끌고 가는 한, 결코 진 것도 아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이 게임에서 어떤 합리적인 계획도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막는 데 있다." 

    

- 앨리스는 단호하게 집을 등지고, 이젠 언덕에 도착할 때까지 곧장 걷기만 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고는 다시 한 번 길을 따라 출발했다. 잠시 동안은 꽤 순조로웠다. 그래서 앨리스는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정말로 성공하려나 봐." 그 순간 길이 갑자기 뒤틀리며 흔들렸다. (앨리스가 나중에 묘사한 바에 따르면 그랬다.) 다음 순간 앨리스는 자신이 문 앞을 걷고 있음을 알았다. 

 

- "거꾸로 산다고요!" 앨리스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런 건 처음 들어봐요!"
"하지만 그것엔 꽤 큰 장점이 있단다. 기억이 앞뒤로 작용하거든."

"제 기억력은 한쪽으로만 작용하는 게 분명해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기억을 하지 못해요."

"뒤로만 작용을 하다니 형편없는 기억이로구나." 

 

- "아무도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는 못한단다."

 

- "아무 소용 없어요. 불가능한 것을 믿을 수는 없어요."
"너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은 게 분명해." 여왕이 말했다.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날마다 하루에 30분씩 연습을 했어. 때로는 아침 먹기 전에 불가능한 일을 여섯 가지나 믿게 되곤 했으니까. 이런, 숄이 다시 날아가잖아!" 

 

- "이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 주겠지만, 다음번에는 그렇게 믿음을 가지려고 서두르지 말아요. 만약 모든 것을 한꺼번에 믿기 시작하면, 당신의 정신 근육은 곧 지쳐버릴 것이고, 당신은 너무 지쳐버린 나머지 가장 단순하고도 진실한 사실을 믿을 수 없게 될 테니까요. 바로 지난주에도 내 친구 한 명이 거인을 죽인 잭에 대해서 믿기 시작했지요. 그는 간신히 그 사실을 믿을 수 있었지만, 그러느라 너무 지쳐버린 나머지, 내가 밖에 비가 온다고 말했을 때(그건 사실이었답니다), 그 말을 믿지 못하고 모자나 우산도 쓰지 않고 그냥 거리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머리가 비에 홀딱 젖어서 거의 이틀 동안이나 제 모양이 나지 않았답니다." 

 

- "얼마든지 선택할 수가 있어. 결정만 하면 되지. 자, 뭘 사겠니?" 

 

- "단어들도 성격이 있어. 그중에서도 특히 동사가 그래. 자존심이 가장 강하지. 형용사는 어떻게든 할 수가 있어. 하지만 동사는 안 돼, 그렇지만 나는 그것들 전부를 다룰 수가 있다고! 절대적! 바로 그거야!" 

 

- "내가 단어를 쓰면," 매우 경멸하는 말투로 험프티 덤프티가 말했다.

"그 단어는 내가 선택한 의미만 띠게 되는 거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

"문제는," 험프티 덤프티가 말했다. "누가 주인이 되느냐지. 그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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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 어머! 오늘은 정말 모든 게 이상하네! 어제만 해도 정상이었는데, 밤 사이에 내가 변해 버린 걸까? 생각 좀 해봐야지.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괜찮았었나? 조금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기는 해. 그런데 내가 달라졌다면, '도대체 나는 누구지?' 아, 도무지 알 수가 없잖아!" 

 

- A. L. 테일러는 <하얀 기사>라는 책에서 흥미롭긴 하지만 훨씬 복잡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18진법을 사용하는 숫자 체계에서는 4×5가 실제로 12이며, 21진법을 사용하는 숫자 체계에서는 4×6이 13이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계속 진행해 보면, 언제나 기준 숫자는 3씩 늘어나고, 곱한 값은 1씩 늘어나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곱한 값이 20에 도달하게 되면 처음으로 이 법칙이 깨지게 된다. 4×13은 20이 아니라(42진법을 적용했을 때) 1이 되기 때문이다. 

 

- <땅 속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토끼는 소리친다. "후작 부인! 후작 부인! 오 내 불쌍한 발들, 내 불쌍한 털과 콧수염들! 후작 부인이 날 죽일 거야, 족제비처럼 사정없이!" 이 이야기의 처음에는 공작부인이 등장하지 않다가 나중에 하얀 토끼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 "여왕이 바로 후작 부인이지. 그걸 몰랐단 말이니?"  

(리뷰자 주 : 후작 부인과 공작부인은 다른 인물인데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장이다.)

 

- 소크라테스 : 그러므로 감각의 실재에 대해서는 금방 의심이 일어난다는 걸 알 수 있소. 왜냐하면 우리가 깨어 있는지 혹은 꿈을 꾸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없으니까 말이오. 우리의 시간이 잠자는 것과 깨어있는 것으로 똑같이 나누어져 있는 것처럼, 존재의 양쪽 영역에서 우리의 영혼은 지금 현재 우리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진실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오. 결국 우리는 인생의 절반 동안에는 그 순간의 진실성을 확신할 것이고, 다른 절반 동안에는 또 다른 순간의 진실성을 확신할 것이오. 그러니 두 가지 모두 똑같이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오. 

 

- 집 앞 나무 아래에는 탁자가 놓여 있고, 3월의 토끼와 모자 장수가 탁자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둘 사이에서 산쥐 한 마리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데, 그 둘은 마치 산쥐가 쿠션인 양 산쥐의 몸에 팔꿈치를 얹고 산쥐의 머리 위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앨리스는 생각했다. "산쥐가 무척 불편하겠어. 잠이 들어서 모르고 있을 뿐이야." 

 

- <옥스퍼드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마비스 바티는 빈세이 우물에 얽힌 18세기 전설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알가 왕은 프리데스와이드 공주와 결혼할 마음을 먹고 그녀의 뒤를 쫓아다니다가 신의 진노를 받아 눈이 멀게 된다. 하지만 공주가 왕을 위해 성 마가렛에게 자비를 비는 기도를 올리자, 빈세이에 한 우물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우물에서 솟는 기적의 물은 알가 왕의 눈을 낫게 해 준다. 성 프리데스 와이드는 옥스퍼드로 돌아와서 지금 크라이스트 교회가 서있는 자리에 수녀원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당밀 우물은 중세 시대 내내 인기 있는 치료 장소였다. '당밀'의 옛날 의미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예는 1568년에 인쇄된 그 유명한 '신기한 성경'이다. 이 책은 당밀 성경으로 널리 알려졌다. 신기한 성경이란 특별한 인쇄상의 실수나 혹은 편집자가 선택한 이상한 단어들이 실려 있는 성경들에 대한 일반 명칭이다. 예를 들어 킹 제임스 성경에서 예레미야서 8장 22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길리아드에는 향유가 없느냐?" 하지만 당밀 성경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길리아드에는 당밀이 없느냐?" 크라이스트 교회 성당의 라틴예배당에는 빈세이 당밀 우물을 향해 가는 병든 자들의 무리를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이 있다(마비스 바티 부인의 소책자에는 이 유리창의 컬러 사진이 실려 있다). 

 

- 캐럴의 <스나크의 사냥>에 실린 삽화를 그린 헨리 홀리데이는 캐럴에게 편지를 보내서, 왜 선원들의 이름이 모두 B로 시작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캐럴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어때서요?" 앨리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산쥐가 아니고 3월의 토끼라는 사실을 주목하라. 셀루인 굿 에이커가 지적했듯이, 3월의 토끼 자신의 이름이 M으로 시작하기 때문에(3월의 토끼는 영어로 March Hare이다-옮긴이), 그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셀루인 굿에이커는 또한 'molasses' (당밀을 뜻하는 또 다른 단어-옮긴이) 역시 m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소녀들이 우물에서 당밀을 퍼낸다고 했던 말과 들어맞는다고 지적한다. 
 

- ※퀴즈: 그림에서 하얀 토끼를 찾아보시오. 

(리뷰자 주 : 하트 잭 뒤의 다리.)

 

- "그리고 그 교훈은 말이야, '의미에 신경 쓰라. 그러면 소리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란다." 
분명 미국의 독자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것은 "푼돈에 신경 써라. 그러면 큰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영국의 속담을 대단히 독창적으로 바꾼 것이다. 공작부인의 말은 가끔씩 산문을 쓰거나 혹은 시를 쓰는 데 따라야 할 좋은 규칙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 "그렇고말고, 그리고 그것의 교훈은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보아주기를 바라는 대로 행동하라.' 좀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다른 무엇일 거라고 결코 상상하지 마라. 네가 다른 무엇이었거나 혹은 다른 무엇일 수도 있었다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다른 무엇으로 보였을 테니까." 

 

- "모두 혼자 상상하는 거야, 그뿐이야. 슬픈 일 같은 건 없어. 자. 따라와!" 

 

-  앨리스 시대에 '거북(tortoise)'이란 말은 대개 바다에 사는 거북(turtle)과 구별하여, 육지거북을 지칭했다. 

 

-  '느리게 말하기, 뻗기, 몸 둘둘 말고 기절하기'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왔다고 하는 이 '느리게 선생'은 다름 아닌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을 말한다. 러스킨은 아이들에게 드로잉과 스케치, 유화를 가르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리델 가족의 집으로 왔다. 리델 집안 아이들은 훌륭한 학생이었다. 앨리스가 그린 수많은 수채화와 남자 형제인 헨리의 그림, 그리고 여동생인 바이올렛이 그린 앨리스의 유화 초상화 등은 한번 슬쩍 보기만 해도 예술적 재능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리델 집안 아이들이 그린 작품의 칼라 사진을 보려면 콜린 고든의 <거울 너머로>(하코트 브레이스 조바노비치, 1982년)를 찾아볼 것. 

 

- 당시 찍은 러스킨의 사진이나 맥스 비어봄이 그린 캐리커처를 보면, 그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것이 붕장어를 많이 닮았다. 캐럴과 마찬가지로 러스킨도 어린 소녀들에게 매력을 느꼈는데, 그것은 바로그들의 성적인 순수함 때문이었다. 그는 열 살이나 어린 유페미아(에피) 그레이와 결혼을 했지만, 6년간의 불행한 생활 끝에 '치유 불가능한 성적 불능'이란 이유로 무효가 되었다. 에피는 즉시 젊은 존 밀 레이즈와 결혼을 했는데, 러스킨은 그가 그린 라파엘 풍의 그림을 대단히 높게 평가했다. 에피는 여덟 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중에 한 명이 밀 레이즈의 그 유명한 '나의 첫 번째 소명'이란 그림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이다(두 번째 앨리스 책의 3장 주석 4번을 참조할 것). 4년 후에 러스킨은 로지 라 투세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아일랜드 은행가의 딸로, 그녀의 어머니는 러스킨의 글을 무척 좋아했다. 당시 그녀는 열 살이었고, 러스킨은 마흔일곱 살이었다. 로지 라 투세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러스킨은 그녀에게 청혼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것은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러스킨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어린 소녀들과 사랑에 빠졌고, 일흔 살 때에는 한 소녀에게 청혼을 하기도 했다. 결국 십 년 동 안 심각한 조병에 시달리다가 1900년 사망했다. 한자 서전은 앨리스 리델에 대한 그의 연정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루이스 캐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 나의 첫 설교 My first sermon, 1862

 

 

- 왕이 배심원단에게 말했다. 배심원들은 석판에 그 세 날짜를 열심히 적었다. 그런 다음 그 날짜들을 모두 더하고 더한 답을 다시 돈으로 환산해서 적었다. 

 

- 42라는 숫자는 캐럴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앨리스 책에는 42개의 삽화가 실려 있었다. 그런가 하면, 주의해야 할 중요한 규칙인 42번이 <스나크의 사냥>에서 캐럴이 쓴 서문에 인용되어 있다. 또한 7연 1절에서 베이커는 조심스럽게 포장된 상자 42개를 배에 싣는다. 그의 시 <판타스마고리아> 16연 칸토에서 캐럴은 자신의 나이를 마흔두 살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그의 나이는 다섯 살이나 더 어렸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왕은 험프티 덤프티를 되찾기 위해서 4,207명의 병사와 말을 보낸다. 7은 42의 약수이다. 두 번째 책에서 앨리스의 나이는 일곱 살 육 개월로 나오는데, 7 곱하기 6은 42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립 벤햄이 주장했듯이, 각각의 앨리스 책은 12장 혹은 2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24를 거꾸로 하면 42가 된다. 캐럴의 생애나 성서, 혹은 셜록 홈즈와 같은 다른 여러 책에 나타난 42 숫자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영국의 루이스 캐럴 협회 소식지인 <벤더스내치> 42호를 볼 것(이것은 1942년 더하기 42년 1월에 간행되었다). 또한 에드워드 웨이클링의 '네가 마흔두 번이나 말한 건 사실이야!' (<재버워키> 1977년 가을호), '숫자 42에 대한 상세한 사실들' (<재버워키>1988년 겨울/봄호)을 볼 것. 또한 나의 <주석 달린 스나크>의 주석 32번을 참조할 것. 더글러스 애덤스의 공상 과학 소설 <은하수로 가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42란 숫자가 '모든 것에 관한 최종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나온다. 42에 관한 또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1장 주석 4번을 볼 것. 

 

- 거울 속 우유에 대한 이러한 판단에는 오직 우유의 원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의 역전에 대한 생각만이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물론 진짜 거울에 비친 우유는 원소 미립자의 구조 자체까지도 거꾸로 방향이 바뀌었을 것이다. 1957년, 두 명의 중국인 미국 물리학자인 청따오 리와 첸닝 양은 어떤 미립자들은 비대칭이라는 '놀랍고도 즐거운 발견'을 낳은 이론적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제 미립자와 반미립자(즉 반대 성질을 가진 똑같은 미립자)는 아마도 똑같은 구조의 거울 이미지 형태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거울 속 우유는 '반물질'로 이루어졌을 것이고 앨리스조차도 그 우유를 마실 수 없을 것이다. 우유와 앨리스는 서로 접촉하자마자, 폭발을 일으킬 테니까 말이다. 물론 거울 반대편에 있는 반-앨리스는 반-우유가 보통 우유만큼이나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리뷰자 주 : 1957년 리정다오와 양전닝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연구는 '베타 붕괴에 따른 스핀 측정-좌우 대칭성의 불균형'에 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주에는 편재성이 존재하므로 물질과 반물질의 1:1 대응이 일어나지 않아 물질계가 존재한다는 이론으로 확장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연구가 보다 직접적으로 영항을 준 것은 이성질체 중 '거울상 이성질체'다. 이성질체란 똑같은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결합의 방향성이 다른 물질로, 보통 편광성을 기준으로 d-, l-을 붙여 나눈다. 약물적으로는 카이랄의 여부가 중요한 편이며, 약효는 동일하나 작용 강도가 다른 경우도 있고 동일하지 않은 약리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 거울을 통과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그린 테니얼의 그림은 꼼꼼히 관찰할 만한 가치가 있다. 두 번째 그림을 자세히 보면, 테니얼은 시계의 뒷면과 꽃병의 밑부분에 빙그레 웃고 있는 얼굴을 그려 넣었다. 유리 덮개 안에 조화나 시계를 넣어두는 것이 빅토리아 시대의 관습이었다. 벽난로 꼭대기 장식 중에 혀를 쭉 내민 이무기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그림은 또한 거울 반대편에 들어간 앨리스의 왼쪽, 오른쪽이 뒤집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앨리스는 여전히 오른손을 높이 들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있다. 

 

- 루이스 패드겟 (고 헨리 쿠트너와 그의 아내인 캐서린 L. 모어의 공동 작품을 위한 필명이다)이 쓴 유명한 과학 소설인 <보로고브들은 불행했습니다>에서 <재버워키>의 단어들은 미래의 언어에서 파생된 상징으로 밝혀진다. 제대로 그 의미를 이해하면, 4차원의 연속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발상이 프레드릭 브라운의 대단히 재미있는 추리 소설 <재버워키의 밤>에도 등장한다. 브라운의 화자는 열광적인 캐럴 마니아다. 그는 보팔 블라데스라고 불리는 캐럴 추종자들의 모임의 회원인 예후디 스미스로부터 캐럴의 상상이 결코 허구가 아니라 존재의 또 다른 차원에 대한 사실적인 보고서라는 말을 듣는다. 이 상상을 푸는 실마리는 캐럴의 수학 문서 안에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다. ... 캐럴 마니아라면 <재버워키의 밤>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거의 앨리스에 필적할 만한 훌륭한 소설이다. 

 

- 획획(whiffling)은 캐럴이 만든 단어가 아니다. 이 단어는 캐럴 시대에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개는 숨을 짧게 획획 부는 것을 지칭했다. 그러므로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속어가 되었다. 캐럴 전 시대에 whiffling은 흡연과 음주를 뜻했다. 

 

- "rigol이 무슨 뜻인고?" 왕이 물었다.

"폐하, 저도 모릅니다." 왕자가 대답했다.

"단지 이 단어가 이 운율에 가장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 이외에는 말입니다."

"그건 그렇군."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뜻이 없는 단어를 무엇에 쓴단 말인가?"

이때 왕자가 하는 대답은 '재버워키'라는 난센스 단어를 은연중에 예언하는 것이었다.

"폐하. 이 단어는 제 입술을 통과했고 이미 말해졌습니다. 그러므로 지상의 어떤 권위도 그 말을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 

 

- "대부분의 정원들은 침대가 너무 폭신폭신해. 그래서 꽃들이 늘 잠에 빠져 있거든." 

 

- "영어로 생각나지 않는 게 있으면 프랑스어로 말하렴. 결을 때는 발가락을 쫙 펴고, 네가 누구인지 잊어서는 안 돼!" 

 

- J. B. S. 할덴은 그의 책 <가능한 세계들>에서 이 소름 끼치는 까마귀는 일식을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들이 타르 통만큼이나 커다란 괴물 까마귀에 의해서 싸움을 중단한 트위들덤과 트위들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이 영웅들에 관한 진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유명한 크로에수스의 아버지인 리디아의 알야테스 왕은 5년 동안 메데스의 왕, 시아자러스와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이 6년째에 접어든 해인 B.C. 585년 5월 28일, 갑자기 완전 일식이 일어났다. 그러자 왕들은 전쟁을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협상을 받아들였다. 두 명의 중재자 중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네부차드네자르였는데, 바로 전 해에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포로로 잡은 인물이었다. 

 

- 윌키 콜린즈의 소설 <노 네임>에는 이상할 정도로 그녀와 비슷한 인물이 등장한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길을 경유하여, 우리는 똑같은 이상에 도달했다. 그리고 러그 부인과 하얀 여왕은 쌍둥이 자매인지도 모른다. 

 

- 데이비드 피긴스와 C. J. C. 필립스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타난 양의 모습](<재버워키> 1994년 봄)이라는 글에서, 양의 안경은 가까이 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뜨개질을 할 때만 안경을 쓰고 있었을 뿐, 앨리스와 함께 보트에 타고 있을 때에는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이 장면을 그린 피터 뉴웰의 그림에는 계속 안경을 쓰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양의 눈은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양의 안경은 시력 증진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존 테니얼의 안경....?

 

- 가게에는 갖가지 이상한 물건들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앨리스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려고 어느 선반을 눈여겨볼 때마다, 그 진열대는 텅 비는 것이었다. 

 

- 캐럴은 파스칼의 <팡세>의 열렬한 애독자였다. 제프리 스턴은 <루이스 캐럴과 블레이즈 파스칼>(<재버워키> 1983년 봄)이라는 글에서 캐럴이 양의 작은 가게에서 모든 것들이 흘러간다고 썼을 때, 어쩌면 다음과 같은 구절을 염두에 두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확실한 지식을 가질 수도, 완벽하게 무지할 수도 없다. 우리는 막막한 영역 안을 떠돌면서 언제나 불확실하게 이리저리 휩쓸려 다닌다. 뭔가 움켜쥘 수 있고 매달릴 수 있는 확실한 것을 잡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것은 우리를 뒤에 남긴 채 달아나 버린다. 설사 우리가 그 뒤를 쫓는다 해도 그것은 우리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미끄러지며 영원히 우리 눈앞을 떠도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타고난 상황이지만, 그러나 우리의 경향은 그와 정반대이다. 우리는 뭔가 확실한 발판을, 궁극적이고 영원한 기반을 찾고 싶은 열망에 불탄다. 그리하여 그 위에 영원을 향한 탑을 세우고 싶어 하지만, 우리의 기반 전체가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 캐럴은 틀림없이 앨리스가 곧 쓰게 될 왕관에 어울릴 만한 선행을 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은 경건한 기독교인이자 애국심 깊은 영국인인 캐럴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보상이었다. 

 

- It's all along of the wig.

'all along of'는 'all because of'이다. 당시에 쓰였던 또 다른 하층민 속어이다. 

 

- 테니얼은 스무 살 때 아버지와 펜싱 시합을 벌이다가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우연히 아버지의 연습용 펜싱 검에서 칼끝에 댄 가죽이 벗겨지면서 칼날 끝이 그의 오른쪽 눈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그 갑작스러운 통증은 아마도 벌에 쏘인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테니얼이 말벌의 말에 화가 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말벌 이야기에 대한 테니얼의 태도도 달리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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