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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사 7

[한병철] 심리정치 -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저자 : 한병철 / 김태환출판 : 문학과지성사출간 : 2015.03.02       다른 곳에서 한병철의 가 언급된 것을 들었다. 해서 문득 생각이 난 김에 오래도록 굴러다니던 를 집어 들었다.  는 에서의 자발적인 자기 착취를 자본의 재생산과 연결 짓는다. 이전 시대까지의 권력이 규율을 통해 노동을 강제하고 자본을 착취하는 형태였다면 신자유주의에서의 새로운 권력은 더 이상 개인을 강제하지 않는다. 개인은 무엇이든 허용된 '자유로운' 느낌에 취해 자신의 선택으로 스스로를 검열하고, 착취하고, 게시한다. 모두가 하나의 기준으로 자신을 검열하는 사회에서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자본과 숫자뿐이다. 개인의 삶은 수많은 숫자들로 분해된다. 수익뿐 아니라 개인의 정신과 감정 또한 수치화된다. 저자는 이런 상태..

[에도가와 란포] 파노라마섬 기담 / 인간 의자

저자 : 에도가와 란포 / 김단비 출판 : 문학과지성사 출간 : 2018.12.19 최근 리뷰를 훑어보니 일본 작품들이 꽤 늘어난 느낌이다. 실제로 읽은 책들은 좀더 다양하게 섞여 있지만, 책마다 발췌나 생각을 천천히 정리하다보니 리뷰 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다른 작품들에서 언급된 바는 익히 접했으나 실제로 란포의 작품을 읽어보는 건 처음이다. 뭐랄까. 단 두 편의 단편을 읽고 '이런 것이 란포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당연하지만- 어쩐지 그것만으로도 '이게 란포구나'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뒤에 덧붙여진 해설에 따르면 란포는 '에드가 앨런 포'를 특히 좋아하여 그 이름에서 자신의 필명을 따왔다고 하는데, 두 작품 모두 확실히 포처럼 끝맛이 길게 남는다. 하지만 끈적한 묘사와 -아름다우면서..

[아우구스테 레히너] 니벨룽의 노래

저자 : 아우구스테 레히너 / 김은애 출판 : 문학과지성사 출간 : 2017.07.15 오랜만에 눈에 띄어 일독. 개인적으로는 보다는 쪽을 훨씬 마음에 들어 하는데, 비단 신화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브룬힐트) 간의 관계성도 '반지' 쪽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바그너의 오페라도 좋지만 울리 에델의 도 매력적으로, 특히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이 판본은 를 기반으로 하되 독자의 연령층을 다소 낮추어 표현한 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아동/청소년 문학을 다루어왔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니벨룽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는 권하고 싶지 않다. 2부의 훈족의 유럽 침공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면 모르겠지만 여성들 간의 알..

[킴 투이] 루 ru

저자 : 킴 투이 / 윤진 출판 : 문학과지성사 출간 : 2019.11.29 과 이어서 읽을 계획이었는데 사이사이 일이 생겨 20여 일 정도의 시차가 생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의 적당한 망각이 를 '루'로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프랑스어로는 '실개천, (피, 눈물, 돈 등의) 흐름'을 의미한다는 '루'는 베트남어로는 '자장가'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소설의 화자 '응우엔 얀 띤'이 출생 이후 지금까지 겪어온 피와, 눈물과, 돈의 흐름이 지금 그녀가 아들들 곁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자장가로 잦아들기까지를 의미하는 이중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는 흐름을 의미하는 제목이다. 얀 띤은 에서의 화자 만과 무척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그녀는 오히려 저자 킴 투이를 더 닮은 것 같다. 미래가 보장..

[킴 투이] 만 Mãn

저자 : 킴 투이 / 윤진 출판 : 문학과지성사 출간 : 2019.11.29 조그만 크기에 단단해 보이는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퀘벡으로 넘어간 뒤, 지금은 유년기의 언어인 베트남 어가 아닌 프랑스 어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는 저자의 약력 또한 눈을 끌었다. 그전까지 베트남 문학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아직 를 읽지 못해 조심스럽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 '만'과 저자의 삶은 많은 부분이 겹쳐 보인다. 만과 그녀의 세 어머니, 그리고 쥘리와 홍 모두 작가의 조각들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소설이라는 형태로 정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게 아닐까. 삶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어떤 것이, 꼭 서글픈 것이기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 ..

[한병철] 타자의 추방

저자 : 한병철 / 이재영 원제 : Die Austreibung des Anderen: Gesellschaft, Wahrnehmung und Kommunikation heute 출판 : 문학과지성사 출간 : 2017.02.27 를 너무 인상깊게 읽었었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이번 저작은 그 날카로움이 조금 무뎌진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의 개인들은 더이상 '타자'로서의 타인과의 교류를 체험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과잉 표현 -자기복제- 에 몰입해 스스로를 자기 잠식의 사멸로 몰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타인은 하나의 숫자, 재화와도 같다. '나와 같은 사람의 숫자'인 '좋아요'로 쌓아올리는 자기 긍정은 실상 '나와 다른' 온전한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같은 다름' 만이 남아 진정한..

[카를로 긴즈부르그] 밤의 역사 - 악마의 잔치, 혹은 죽은 자들의 세계로의 여행에 관하여

저자 : 카를로 긴즈부르그 / 김정하 출판 : 문학과 지성사 출간 : 2020.07.06 이전 저작에서 프리울리라는 한 지역권 안에서의 베난단티를 좁고 깊게 파고들었던 저자는 에서는 보다 넓은 시야로 전형들의 맥락을 따라 세계를 떠돈다. 그러면서도 건조한 역사적 '사실'들에 짓눌려 개별적인 '맥락'을 잃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우선 그는 이 긴 이야기를 유대인과 나병 환자들로부터 시작한다. 소수이자 차별, 경시의 대상이었던 존재들로부터 시작된 '증표'와 '악의'를 읽어내는 것이다. 그 박해로부터 마녀 사냥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여타 저자들이 성별 구조와 폭력 속에서 바라보던 시각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그 마녀들이란 어디에서 온 개념들인가? 저자는 여기에서 베난단티의 사례를 들어 풍요와 재생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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