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조안나 린지] 불꽃 같은 사랑

일루젼 2024. 5. 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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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조안나 린지 / 나채성
출판 : 큰나무
출간 : 1995.12.01


       


봄날이라 간질간질했다.

<내 남자>를 읽은 뒤라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이어서 읽고 싶었는데, 마침 추억의 소설들을 읽던 참이라 이 책으로 골랐다.

 

어린 시절 '할리퀸' 시리즈를 알게 해 줬던 <불꽃 같은 사랑>. 

지금 다시 읽으면 '우와' 싶은 대목이 많지만, 추억 보정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는 특히나 할 말이 별로 없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내 취향의 설정이 들어간 평범한 로맨스 소설이다.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언), 서부, 총잡이, 말이 나오는.

 

나는 문선사 세계 명작 시리즈 중 폴 고블의 <야생마를 사랑한 소녀>와 울 데리코의 <무지개 도깨비>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중 <야생마를 사랑한 소녀>의 분위기가 난다고 생각했다. (사실 관련된 부분은 거의 없지만 어렸을 때니까) 스즈키 코지의 <낙원>도 비슷한 이유로 좋아했었다.

 

가만히 보면 유독 소수 민족이나 원주민들을 좋아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취향은 그대로인데 그들에 대해 깊게 공부한 적도, 닮으려고 노력한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이 드는 걸까? 2-30년이 지난 책들이 여전히 좋다는 건- 나는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함을 동반한다. 

 

이번 리뷰는, 사실 리뷰라기보다는 나중에 다시 읽고 싶어졌을 때 찾아보기 위한, 순전히 나를 위한 메모에 가깝다. 해서 별 상관없는 TMI로 채워 넣기로 했으니 몇 가지 근황을 더 남겨본다.

 

최근 층간소음으로 고민 중이다. 소음 자체는 더 커도 되는데, 이게 고의성이 느껴지는 보복성 소음이라 그게 괴롭다. 윗 세대, 아랫 세대 할 것 없이 동 전체가 모두 마음이 상한 듯한 상황. 누가 누구인지 모르니 인기척만 나면 고무망치를 치는 것 같은데 여러 세대가 그러다 보니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는다. 야간 근무자인 나로서는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내가 현관문을 여는 인기척으로 돌림 노래가 시작되니 상당히 괴롭다. 

 

신기한 건 키스킨을 씌운 일반 노트북 타이핑 소리나 가스불 켜는 소리에도 반응이 있다는 점. 나 스스로도 믿을 수 없지만, 부각을 먹다가 망치 세례를 받은 터라 대체 어디까지가 소음인가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당연히(?) 전자렌지도 눈치껏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 한 번에 여러 끼 먹을 분량을 준비해두는 중.

덕분에 집에서도 상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고 지내는 신세다. 

 

시간이 지나면 흘러갈 문제겠지만, 가능하면 서로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는 상황이 빨리 찾아오길.

마침 근무하던 병원을 하나 그만둔 참이라 이렇게 된 김에 주간 생활로 바꿔볼까 싶기도 하고. 

여름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여름밤을 좋아하는 거지 작열하는 햇빛을 받으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여름이다. 

의미있는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가 되었으면.  

 


   

 

- 목동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면서, 엘로이의 시선이 다시 한번 그쪽으로 쏠렸다. 이틀 전에 보았던 것 때문이 아니라 그냥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목동이 자신의 이름을 빌챕맨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금 전에 살롱으로 들어왔는데, 모든 사람에게 술 한 잔씩 돌리라고 거들먹거렸다. 그것은 말처럼 대단한 주문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일곱 명밖에 없었고, 그중의 두 명은 살롱의 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챕맨은 북쪽에 농장을 갖고 있으며 그 지역을 공포에 떨게 한 인디언들에 대해 자기 만큼이나 치를 떠는 남자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엘로이의 관심을 끈 것은 '인디언들'이라는 단어였다. 
 
- 엘로이는 약하다는 느낌은 좋아하지 않았다. 195센티미터에 술통처럼 생긴 거대한 몸집 덕분에 살아오면서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엘로이의 거대한 주먹을 맛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서른두 살, 그는 지금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로이 역시 이곳에 정착하려는 점잖고 신앙심 깊은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평야를 헤매고 다니는 야만인들 때문에 고민이었다. 그들은 정정당당한 게 뭔지도 모르고 승산 따위는 고려해 보지도 않는 야만인들이었다. 엘로이가 들은 이야기들은 그조차도 소름이 돋을 만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지정된 인디언 지역 캔자스와 텍사스 사이의 거대한 불모지 가까이 정착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사실 그의 농장은 캔자스 경계선에서 5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은 탐나는 땅이었다. 제기랄, 아칸소와 월넛 강 사이.

 

- 전쟁이 끝나면서 엘로이는 군대가 인디언들을 정해진 구역내에 제한시켜 놓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군인들은 모든 곳에 다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민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인디언들은 정착자들과의 싸움을 선언했다. 시민전쟁은 끝났지만 인디언들의 전쟁은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땅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단호했다.

- 바로 이틀 전 피터와 함께 위치토로 오기 전에, 엘로이는 그의 땅 서쪽 모퉁이를 가로질러가는 소규모 인디언 무리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그가 본 최초의 적대적인 인디언 그룹이었다. 서부를 여행하면서 보았던 겁 많은 인디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무장을 하고 녹비바지를 입은 여덟 명으로 구성된 그 특이한 무리는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엘로이는 호기심으로 그들을 뒤쫓았다, 물론 멀리에서. 그리고 아칸소와 니네스카 강의 분기점에 있던 그들의 캠프까지 따라갔다. 열 개의 천막들이 아칸소 동쪽 둔덕을 따라 솟아있었고, 여자와 아이들을 포함하여 적어도 열두 명의 야만인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의 집에서 몇 시간만 열심히 달리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카이오와(북미 서부의 유목 인디언)나 코만치족의 무리가 캠프를 치고 있다는사실은 엘로이의 피를 차갑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그는 이웃에게 인디언들이 아주 가깝게 캠프를 치고 있다고 알렸고, 그 소식이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 다음날 아침 열네 명의 남자들이 맹렬한 기세로 위치토를 달려나갔다. 열아홉 살 난 피터는 굉장히 흥분해 있었다. 이런 모험은 처음이었다. 그의 몸은 흥분으로 거의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피터뿐만이 아니었다. 남자들 중 몇 명은 단지 살인을 즐기는 자들이었고, 이번 기회는 완벽한 구실을 만들어주었다. 
엘로이는 그들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와 같은 종류가 아니었다. 그들 모두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서부에서 살아왔다. 그것 때문에 열등감을 느꼈지만 어쨌든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인디언을 증오할 만한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코트니가 여섯 살이었을 때 엄마는 돌아가셨다.
그 후로 9년간 아버지는 너무나 깊은 슬픔에 잠겨 아이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코트니는 이 학교에서 저 학교로 옮겨 다녔다. 에드워드 하르테는 정리된 걸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코트니는 일 년에 한 번 여름의 몇 주간만 집에 오는 걸 허락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조차도 에드워드는 자기의 유일한 아이에게 절대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전쟁 중이었을 때는 집에 붙어 있지도 않았다. 

- 열다섯 살, 코트니는 너무나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하고 원하지 않는 아이로서 고통받은 상태였다. 그녀는 더 이상 솔직하거나 친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내성적이고 조심스럽고, 아주 약간의 싫어하는 듯한 흔적만 있어도 뒤로 후퇴해 버리는 아주 다루기 힘든 소녀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어색한 수줍음은 엄격했던 선생님들 탓도 있겠지만, 그 대부분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자 했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한 것이었다.

- 나쁠 건 하나도 없지. 진짜 상류계급의 친절한 의사양반.

그는 엘로이의 목에 세 줄기 긁힌 상처가 있음을 발견하고는 연고를 좀 바르라고 했다.
상처 얘기가 나왔을 때 엘로이는 약간 당황했다. 창피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숙녀들 앞에서 섹스와 관련된 일, 인디언 캠프에서 있었던 그런 일들을 얘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의사선생은 어떻게 긁혔는지 묻지 않았고, 엘로이도 그것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를 할퀸 그 어린 야만인이 순종 인디언이 아닌 것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망설여지긴 했었다. 순종 인디언일 리 없는 그 눈동자가 혐오를 담고 그를 올려다보았었다. 하지만 그는 살인으로 너무 흥분해 있는 상태여서 멈출 수가 없었다. 엘로이는 일을 다 끝낼 때까지 여자가 죽어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그런 일에 대해 그는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단지 그 눈동자가 자꾸 떠오르는 게 짜증 날 뿐이었다.

- 통나무집에서 20미터 떨어진 곳부터 그의 옥수수밭이 시작된다. 쑤욱 자란 줄기들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헛간으로 향하면서 그걸 눈치챘다면 엘로이는 들판에 동물이 풀어져 있나 생각했을 것이다. 바람 한 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  

- 두 명의 코만치들이 헛간으로 들어갔다. 하나는 마차로 올라 내용물을 집어던지며 탐색했다. 다른 한 명은 숨을 만한 장소가 있는지 살피고 다녔다. 그의 눈길은 철저하게 모든 곳에 내리 꽂히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밖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고통스런 슬픔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는 어제 코만치 캠프로 갔다가 백인 남자들이 남기고 간 끔찍한 현장을 발견하였다. 3년 동안 떠나 있다가 그날 처음으로 부족을 방문하는 것이었는데, 어머니와 여동생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복수를 한다고 해도 그들의 고통은 보상받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자신의 아픔은 달랠 수 있었다.

- 코트니는 두 명의 인디언들이 헛간으로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울려서 마당에서 나는 소리도 거의 들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식료품 상자의 뚜껑이 열리고, 심호흡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머리가 잔인한 손에 붙잡혔다. 그녀는 다가오는 죽음의 일격을 보지 않으려고 질끈 눈을 감았다. 이제 목이 잘려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뒤로 젖혀져 목이 다 드러나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하느님, 이제 곧.

-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지만, 그는 여자를 죽일 때 그녀가 눈을 뜨고 보기를 원했다. 다른 여자는 구멍 속에 쓰러져 기절해 있었지만, 이 여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떨고 있었다. 여자는 그를 보지 않았다. 손으로 가능한 한 세게 머리를 비틀어도 마찬가지였다. 몹시 아플 텐데도 여전히 눈만 질끈 감고 있었다.
격렬한 분노의 틈새로 그는 여자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는 여자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옷을 입고 있었다. 옥양목도 아니고 낡은 면도 아니었다. 햇빛을 받아본 적이 없는 듯한 하얀 피부는 거의 반투명해서 농부의 아내거나 아이일 리가 없었다. 머리카락은 그의 손가락에 비단같이 감겨 있었다. 갈색이나 금발이 아니고 두 가지를 섞은 듯한 색이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는 여자가 열네 살보다 더 나이 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조금 더 먹었을까?  
천천히 여자를 보고 마차를 보았다. 구부러진 손가락이 내던진 많은 드레스들을 보았다. 그가 여자의 머리를 놓아주었다.

- 일단 풀려나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살며시 떴을 때, 그녀는 거의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 인디언처럼 무서운 광경은 평생 본 적이 없었다.
길고 칠흑 같은 머리는 두 갈래로 땋고, 맨가슴에는 물을 섞은 핏빛으로 줄을 그려 넣었다. 여러 색깔들이 얼굴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위장하였다. 하지만 그의 눈,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그의 눈은 그의 것이 아닌 듯했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고, 나머지 부분과는 동떨어진 것 같았다. 
그가 눈을 돌렸다가 다시 그녀를 보는 동안 코트니는 계속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대담하게 그의 나머지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칼을 쥔 손이 그녀에게 가까이 닿아 있는 것이 보였다.

- 그는 고양이 같은 여자의 금빛 눈이 크게 떠지는 것을 보았고, 그다음에 여자는 기절했다. 여자가 다른 여자 옆으로 풀썩 쓰러지자 그는 코웃음이 나왔다. 멍청한 동부 여자들 같으니. 그들은 호신용 무기도 지니지 않는다니까.
그가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여자의 동그란 아기 같은 볼이 여동생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 여자를 죽일 수가 없었다.
그는 조용히 음식상자의 뚜껑을 닫고 걸어가며 구부러진 손가락에게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 엘로이 브로어는 빌 챕맨이 달려온 바로 그날 위치토에 있어야만 했던 자신의 운명이 저주스러웠다. 그는 자기가 죽을 거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언제, 대체 언제? 그와 그를 사로잡은 자들은 농장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챕맨의 흔적을 따라 북쪽으로 달렸고, 태양이 머리 위로 치솟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이미 알게 해 주었다. 그는 뜨거운 땅으로 동댕이쳐지고, 옷을 벗기우고, 사지를 벌린 채, 신체의 부분 부분들이 정오의 햇살 아래서 서서히 타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그는 그들이 원하는 걸 알았다. 농장에서 세 명의 죽은 남자들을 보았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두 손가락을 치켜들고, 그를 가리켰다가 세 구의 시체들을 가리키면서 그들은 끈기 있게 자신들의 의도를 이해시켰다. 그들은 인디언 대학살에 참여했던 두 명의 남자가 농장에 있다는 걸 알았고, 그가 그중 하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는 걸 확신시키기 위해 몸부림쳤다. 어차피 거기에는 두 구의 시체가 더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을 때마다 그를 베었다.

- 여섯 개의 작은 상처가 생기고 나서야 그는 피터의 시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게 무슨 상관있겠나? 그 소년은 이미 죽었고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엘로이는 그들이 피터의 시체에 행하는 짓을 보고는 고통스러웠다. 그들이 시체를 거세하고 살을 조각내 입으로 처넣은 다음 입을 꿰매버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모든 것을 게워내고 있었다. 팔다리가 잘린 피터의 시체를 보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명백히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피터가 살아 있는 동안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건 엘로이밖에 모를 것이었다.

- 그가 피터처럼 운이 좋을 것인가? 자기가 살아 있는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대학살에 참여했던 다른 사람들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짐작했다. 그들이 그를 오래 살려놓을수록 그는 더 고통받을 것이다. 그것에 종지부를 찍을 수만 있다면 그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개새끼들이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째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맙소사, 그는 다른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그들이 그걸 믿어줄까? 물론 그렇지 않겠지.

- 코만치 중의 한 명이 그에게 몸을 굽혔다. 엘로이는 태양 때문에 검은 그림자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가 머리를 들려고 애쓰다가, 한순간 인디언의 손을 흘깃 보았다. 그 남자는 몇 개의 화살들을 쥐고 있었다. 마침내 끝내버리려는 걸까? 하지만 아니었다. 아주 점잖게, 그 인디언은 엘로이의 상처 중 하나를 살폈다. 그리고는 천천히 몹시도 고통스럽게 화살촉을 그 상처 안으로 쑤셔 박았다. 똑바로가 아니라 옆으로, 지방질 많은 근육 속으로. 오, 세상에, 화살촉에는 타버릴 것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살갗에 뜨거운 석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 엘로이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다른 상처에 똑같은 짓을 할 때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는 참아내고 있었다. 상처가 여섯 군데뿐이니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의 몸에 고통이 흡수되도록 잠시 내버려 둘 것이다.
그는 고통을 잊어버리려 노력했다. 운 나쁘게도 그의 농장에 들르고 만 숙녀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에게 발생한 일을 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갑자기 그를 혐오스럽게 올려다보던 그 눈동자가 다시 생각났다. 그 일에 대한 대가라면, 그것은 전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다.

- "개새끼들! 재수 없는 개새끼들! 원하는 걸 말해주겠다. 뭐든 얘기하겠다구!"
"그래?"
엘로이가 비명 지르던 것을 멈췄다. 아주 잠깐 고통을 잊어버렸다.

"영어 할 줄 알아?"
그가 숨을 헐떡거렸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 희망이 있다. 거래를 할 수가 있었다.
"말하려는 게 뭐지, 농부양반?"
부드럽고 유쾌한 목소리에 엘로이는 혼란스러웠다.
"나를 놔주면 너희가 원하는 남자들의 이름을 말해주겠다, 그들 모두. 찾을 수 있을 만한 곳도 말하겠다.”
"넌 어쨌든 우리에게 말하게 될 걸, 농부양반. 네가 거래할 수 있는 건 생명이 아니라 죽음이야, 빠른 죽음."
엘로이는 희망을 갖고 잔뜩 몸을 내밀었다가 다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패배했다. 이제 바랄 수 있는 건 올 것이 빨리 오는 것뿐이다. 

- "이제 날 죽여."
"네가 우리 아내와 엄마와 여동생들을 죽인 것처럼?"
너무나 확실하고 정확한 영어로 말한 그 인디언이 그의 발치로 와서 섰다. 엘로이는 이제 그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얼굴과 눈. 오, 맙소사, 불타는 증오심으로 그를 노려보던 소녀의 눈과 똑같은 눈. 엘로이는 이 남자가 그를 빨리 죽여 없앨 생각이 없음을 알았다. 
 
- 전사의 영혼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깊은 울부짖음이 들리더니 엘로이의 조롱이 멈췄다. 다른 사람이 그 젊은 전사를 막으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그 고통은 엘로이에게 최소한의 것이었다. 나머지 고통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 방금 청소를 마친 객실 문을 닫으면서 코트니의 입술에는 작은 미소가 어렸다. 신문을 발견한 것이다. 로클리에는 자체적인 신문이 없었다. 그녀가 바깥세상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이 지역을 지나가는 이방인들의 대화를 듣거나 호텔 손님들이 놔두고 간 신문을 읽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물론 그런 일은 자주 있지 않았다. 자체 신문이 없는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신문은 책만큼이나 멋진 것이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기 것들을 꼭 지켰다. 사라도 신문을 수집했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남에게 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코트니는 항상 먼저 발견하기 위해 애를 썼다. 

- 계단 꼭대기에서 코트니는 낯선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아채고는 속도를 늦췄다. 그러다가 딱 멈추어 서서 그 남자를 응시했다. 그녀는 거의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는 그런 자신을 꾸짖었다. 하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남자는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 다른 사람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 그녀가 첫 번째 느낀 것은 그가 똑바로 서 있고 키가 크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그의 마르고 매와 같은 옆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너무나 인상적인 그의 모습이었다. 그는 마음을 설레게 할 정도로 잘생겼다. 그의 왼쪽 옆모습만 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확신했다. 검은 조끼와 바지에서부터 귀 바로 밑까지 똑바로 내려오는 검은 머리에 구리빛 피부까지 그는 온통 어두운 빛이었다. 회색 셔츠와 목도리까지. 
그 남자는 호텔에 들어서면서도 챙 넓은 모자를 벗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박차는 달고 있지 않았다. 그게 좀 이상했다. 말을 타고 달려온 듯 안장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트니는 박차 없이 말을 타는 남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 그때 옆모습만 보느라 알 수 없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중벨트를 매고 있었다. 그것은 오른쪽 허벅지에 총이 매어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서부로 오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과 연결된 총은 자신의 보호만을 위해 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 코트니는 총잡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볼썽사나운 깡패들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이 그랬다. 그런 종류의 남자는 자기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말을 하든 괜찮다고 믿었다. 그들을 비난할 용기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즉시 총을 맞을 테니까.

코트니는 방으로 가기 전에 얼른 책상에 펼쳐진 숙박부를 훔쳐보았다. 그의 이름은 찬도스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름뿐이었다.

- 하지만 마티가 한 말 중 한 가지는 옳았다. 그녀는 찬도스 씨에게 감사를 전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구출해 준 남자를 찾으러 갈 용기를 불러일으키기까지는 한 시간이 더 걸렸다.

 

- "빌어먹을! 살아 있는 동안 입이나 조심해! 머리 날아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라구!" 

"난 몇 시간 더 마을에 있을 거요, 만약 당신 친구가 계속하고 싶다면 말이오."
"아닙니다! 우린 버키를 캠프로 데려가겠습니다. 아직 정신이 덜 들었다면 억지로라도 알게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 녀석을 보지 않으실 겁니다."
의심의 여지가 있긴 했지만 눈감아주었다. 그는 뉴턴을 떠날 때까지 경계를 해야만 할 것이다.

-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는 몇 미터 앞 먼지 속에 있는 머리카락 뭉치를 보았다. 가느다란 미풍이 그것을 그가 있는 쪽으로 몰고 왔다. 그리고는 그의 발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었다. 다시 날아가기 전에 충동적으로 그 위에 발을 올렸다. 찬도스는 그것을 집어 다시 조끼 주머니로 되돌려놓았다.

-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광경은 그러기엔 너무 확대되어 있었다.
그가 풀어주자 코트니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안녕히 가세요, 리드."
"우린 결혼할 거요, 코트니."
그녀가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코트니는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협박처럼 들렸다. 어쩌면 리드가 위치토로 이사 간 후까지 출발을 연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진짜로 그녀를 막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리드에 관계된 한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 너무 생각에 몰두해 있던 그녀는 총잡이와 거의 부딪칠 뻔했다. 사실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그가 손을 내뻗어야만 했다. 그는 호텔 입구에서 문을 막고 서 있었다. 왜 그를 알아채지 못했을까? 맙소사, 리드와 키스하는 걸 보았을까? 그의 눈동자는 평소처럼 자신의 생각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의 뺨이 당황스러움으로 붉어졌다. 그녀는 리드가 아직 자기를 보고 있는지 슬쩍 곁눈질해 보았지만 그는 벌써 살롱으로 돌아가고 없었다.
"난, 난 당신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말을 더듬거리고 있는 그녀에게 그가 종이 한 뭉치를 던졌다.
"한 시간 안에 다 준비할 수 있겠소?"
 
- 그녀가 구겨진 종이를 펼쳐 얼른 내용을 읽었다. 그녀의 가슴이 콩당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필수품 리스트였다.
천천히 그녀의 눈이 그에게로 향했다.
"당신이 마음을 바꿨다는 뜻인가요?"
그가 오랫동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쉽게 드러냈다. 고양이 같은 눈 속에 떠오른 희망과 흥분.
"한 시간이오, 아가씨, 아니면 난 혼자 떠나겠소."

- "시간이 없어, 마티. 그가 한 시간이라고 말했으면 그건 정말 한 시간이야."
"뭘 해야 할지 알겠다."
마티가 투덜거렸다.
 

- "넌 뼈 빠지게 일했어, 정말!"
마티의 솔직성에 웃음이 나왔다. 지난 몇 년간 그녀는 친구에게서 희한한 말들을 얻어듣곤 했다. 가끔씩 생각 없이 하는 말들이 그랬다. 그래서 적어도 이제는 전처럼 그런 과격한 말에 얼굴을 붉히지는 않게 되었다. 
갑자기 마티를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보고 싶을 거야, 마티. 그리고 남은 것 중에서 갖고 싶은 건 뭐든지 가져."
마티의 눈이 커졌다.
"정말? 이 예쁜 드레스도 다?"
"사라보다 네가 가졌으면 좋겠어."
"그럼, 좋았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나도 네가 보고 싶을 거야."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기 전에 방을 달려 나갔다. 우는 건 지각없는 짓이다. 코트니는 이미 떠날 결심을 굳혔으니까 말이다.

- 창문을 내다보니 찬도스가 말에 탄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척추 사이로 공포의 전율이 흘렀다. 그녀는 그 남자를 거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이 둘이서만 여행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가 말도 하나 갖고 왔어."
마티가 웃음을 참으며 계속했다.
"안장도 얹고 모든 준비가 돼 있어. 그가 한 거야, 안장까지 골랐다니까. 네가 좋은 말을 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나 봐. 내가 늙은 넬리를 사긴 했지만 말야. 진짜 싸게 샀어."

- "그렇게 불안한 소리 하지 마."
"내가 그랬나? 네가 떠나잖아. 아, 그것만이 아니야. 난 모르겠어. 찬도스를 보면 오싹해. 그는 마구간에서 인계받으면서 아무 말도 안 했어. 네 말이 맞아, 그는 말이 별로 없지. 그리고 그는, 그는 더럽게도 무서워."
"마티!"
"그래, 그렇다구. 무얼 보고 그 사람을 믿는다는 거니, 코트니?"
"그냥 믿어, 그뿐이야. 벌써 한 번 날 구해줬다는 거 잊었니, 그 끔찍한 짐 워드한테서? 그는 지금 다시 나를 도와주려는 거야."
"알아, 알아.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어."
"그건 상관없어. 난 그가 필요해, 마티. 자, 어서 늙은 넬리에 묶는 것 좀 도와줘."

- 두 여자가 가게에서 나갔을 때 찬도스는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코트니의 가방을 묶는 것도 도와주지 않았고 말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코트니는 서둘렀다. 찬도스 때문이 아니라 리드가 그녀를 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리드의 살롱이 있는 쪽을 불안하게 흘깃거렸다. 구경거리가 되기 전에 떠날 수 있어야 할 텐데. 

- 마침내 그들은 강을 건넜다. 그녀는 모헤어 승마용 치마와 페티코트를 덤불에 널어 말리고 익숙지 않은 바지를 차려입었다. 이제는 그녀를 강 건너편으로 안전하게 데려다준 작은 암말과도 친해졌다. 그녀의 암말과 찬도스의 말인 슈어풋은 둘 다 얼룩말이었는데 암말이 갈색과 하얀색, 슈어풋이 검정과 하얀색으로 섞여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두 말은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었다. 두 마리 모두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갖고 있었다. 
얼룩말은 인디언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는 것을 코트니는 알고 있었다. 긴 여행에 적합한 스태미나와 인내심이 바로 그 이유였다.

- 이동을 시작한 지 한 시간쯤 후, 그들은 여전히 강변을 따라 자란 두꺼운 잎을 피하면서 강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그때 코트니는 다시 인디언을 보았다. 아까와 같은 자일까? 그녀가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이번은 환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히 인디언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타고 있는 것과 아주 똑같은 얼룩말에 올라탄 인디언이 서쪽 작은 언덕에서 그녀와 찬도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 "저 남자 보여요?"
"응."
"뭘 원하는 거죠?"
"아무것도."
"그럼 왜 저기 있어요? 우리를 보면서?"
그가 마침내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정해, 아가씨. 다음 몇 주 동안 당신이 볼 인디언은 저 자만이 아닐 거야. 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

- 그가 단호히 말했다.
코트니가 입을 꽉 다물었다. 세상에, 정말 화나게 하는 남자다. 하지만 찬도스가 태평하다면 그녀도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잠깐 사이에 그들은 인디언을 지나쳐 갔다. 뒤돌아서 따라오는지 살펴보았지만 그는 그대로 작은 언덕에 앉아 있었다.  

 

- 오후가 지나면서 코트니는 들었거나 읽은 모든 인디언들의 공격을 기억해 내기 시작했다. 어떤 공격은 조지 커스터 대학살이라는 재판에 회부될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고 제7기병대는 샤이엔족의 우호적인 무리를 치는 우를 범했다. 그 대량학살은 그녀가 아버지를 잃었던 바로 그해에 일어났다. 그리고 커스터는 최근 증거부족으로 대량학살에 관하여 무죄로 석방되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백인 남자들은 살인을 했다. 인디언들은 복수하려고 달려들었다. 그러면 백인 남자들이 또 복수를 하려 달려들고, 인디언들은 다시 앙갚음을 했다. 그 고리가 멈춰질 수 있을까? 
빠른 시일 내에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멕시코에서 캐나다 경계선까지 퍼져 있는 인디언 부족들은 모든 장소를 공격하고 있었다.
 
- 그가 성큼성큼 불 곁으로 걸어가 나무 조각들을 아무렇게나 던져 넣었다.
"다시 자도록 해, 아가씨."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 그가 말했다.
"당신 어디 있었어요?"
"무슨 소리가 나길래 조사해 본 거야. 아무것도 아니었어. 하지만 당신은 그런 결론을 내리기 전에 내 말이 사라졌는지 봤어야 했던 거야. 다음에는 그걸 기억하라구."
코트니는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는 귀찮은 존재밖에 되지 않는 히스테릭한 여자가 달라붙었다고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 

- "식사요."
그녀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가 아침은 먹지 않는다고 말한 것 같은데?"
그가 부드럽게 대꾸했다.
"당신이 말한 건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요. 당신은 전혀 먹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고 가볍게 먹는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난 옥수수 과자를 두 개 만들었어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확실히 가벼운 식사죠. 하지만 아침에 더 든든하게 먹고 싶다면 말씀하세요. 우린 점심을 거를 수도 있으니까. 휴식은 낮시간을 허비하는 거죠. 우리는 아마 더 시간을 벌 수 있을..."
"당신이 입을 그만 나불거린다면, 아가씨, 어제 낮휴식을 취한 건 당신을 위해서였다는 걸 말해줘야겠군,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따라오지 않았다면 난 여기까지 오는 데 그 반도 안 걸렸을 거야. 하지만 만약 당신이 따라올 수 있다면..." 

 

- "옥수수 과자나 먹지.”
그가 점잖게 말했다.
코트니가 얼른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다시 한번 바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가 옳았다. 아픈 몸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몇 시간 더 안장에 올라 있는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실은 마티가 예언한 만큼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찬도스의 사려 깊은 생각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찬도스에게 커피를 건네면서 그녀가 물었다.
"언제 인디언 구역을 통과하게 되나요?"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우리가 어젯밤 캠프를 만들기 두 시간 전쯤."

- 그곳은 그들이 뒤에 남기고 온 캔자스의 대지와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였다. 그녀는 무얼 기대했던가, 인디언들이 사는 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에 다른 사람은 없었으며 그저 평평한 땅과 강변을 따라 난 나무들뿐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인디언들에게 할당된 땅이고 그들이 여기 어딘가 있단 말이지.

- "날 코트니라고 부르지 않을 건가요?"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그건 당신의 문명세계 이름이지. 여기서는 아무 상관없어."
그녀는 다시 섭섭해졌다.
"찬도스가 당신 진짜 이름 아니죠?"
"응."
그녀는 그가 당연히 평소처럼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놀라고 말았다.
"그건 내 여동생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기 전에 불렀던 이름이지."
어떤 이름이었기에 찬도스처럼 들릴 수 있었을까 이상해하면서도, 그에 대해 무언가를 알게 된 것이 기뻤다. 그럼 여동생이 있었던 걸까?
그다음 말은 그녀에게라기 보다는 그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끝마칠 때까지 사용할 이름이지. 동생이 울음을 그치고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 "당신 마음대로 불러, 고양이 눈."
말에게로 달려가면서 그녀는 아이러니를 느꼈다. 내 마음대로 부르라고, 자기가 마음대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그는 그녀가 아가씨로 불리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고양이 눈은? 글쎄, 아가씨보다는 괜찮았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이 왠지 진짜 이름보다 더 친근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 코트니가 두 번째로 강을 건너면서 젖은 치마를 비틀어 짜고 있을 때, 찬도스는 저녁식사거리를 찾으러 갔다 올 테니 돌아올 때까지 캠프를 만들어놓으라고 했다. 코트니가 항의의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그는 떠나버렸다. 그녀는 앉아서 그의 떠나는 뒷모습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건 테스트였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다. 화가 나긴 했지만 해야만 했다. 찬도스가 하던 것처럼 자기의 얼룩말과 넬리를 지켜보면서 나무를 모았다. 어떤 것은 너무 마르지 않아서 불을 피울 때 연기가 심하게 났다. 그녀는 콩요리를 시작했다. 아, 필수품 가방에는 얼마나 콩 통조림이 많았는지. 이번 여행이 끝나면 다른 콩은 절대 보고 싶지 않을 거다. 사워도 빵까지 만들었다. 

- 기분이 즉시 고양되었다. 더 이상 찬도스가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어스름한 분홍빛 하늘은 아직까지 빛이 충분했고, 그녀는 콜트 리볼버를 갖고 있었다. 물론 다루는 게 서툴기는 하지만.
 
- 그녀가 물 밖으로 나와 젖은 옷들을 주워 들었을 때 하늘은 막 생생한 빨강과 보라색으로 줄을 그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물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막 캠프로 돌아가기 위해 돌아섰는데, 네 마리의 말들이 강변에 띄엄띄엄 묶여 있어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네 마리의 말과 네 명의 사람.
그들은 인디언이 아니었다. 그게 코트니의 머리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이었다. 하지만 머리속에서 울려대는 경고의 벨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그녀를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피부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남자들은 다리가 젖어 있었다. 그것은 물을 건너온 지 별로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이 건너오는 것을 보았더라면, 접근하는 소리를 듣기라도 했더라면. 
"남자는 어딨지?"

- "그 사람은 금방 돌아올 거예요."
그들 중 두 명이 웃었다. 왜? 갈색투성이의 남자는 웃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그대로 무표정했다.
"그건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야. 그놈 어디 있지?"

그가 반복해서 물었다.
 
- "찬도스를 트인 곳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만 필요했다고 당신 아미고에게 말할 수는 없겠지? 찬도스는 말을 갖고 있어. 그러니 캠프로 돌아올 필요가 없지, 여자만 아니라면. 나 같으면 내 여자가 억지로라도 이용됐다면, 그 여자를 돌려받고 싶지 않을 거야. 난 그냥 달려가 버릴 거야."
코트니는 그의 냉담함에 섬뜩했다. 어떤 사람이길래? 그녀가 데어의 대답을 듣기 위해 그를 쳐다보았다. 분명 그가 대장인 모양이었다.
"로메로가 옳아, 한체트."
마침내 데어가 말했고, 코트니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감이 있었다.

- 그가 다시 대답하고는 설명해 주었다.
"찬도스는 데어를 찾아다녔어. 그런데 그다음에 근처에서 기다리질 않았어. 데어는 이런 걸 좋아하지 않지."
"당신 말은 당신들이 우리를 쫓아왔다는 건가요?"
"씨, 우리는 당신들 뒤로 하루 이상 처져 있었지. 금방 따라잡기만 바랄 뿐이었어. 그런데 이렇게 천천히 여행하다니 아주 놀라운 걸."

코트니는 그게 자기 잘못이라는 걸 알았다. 찬도스가 더 서두르지 못한 것, 이 남자들이 그를 따라잡은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가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 "그 담요를 죽일 셈인가, 아니면 뭐지?"
코트니가 홱 몸을 돌렸다.
"뭐라구요?"
"살인이라도 할 것처럼 그걸 노려보고 있었잖아."
"난 나, 나쁜 꿈을 꾸었어요."
"놀랄 일도 아니지. 그럴 만도 해."
그가 불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손에는 작은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그는 벌써 면도를 하고 옷도 입고 챙 넓은 모자까지 쓴 채였다. 그는 떠날 준비를 끝냈지만, 그녀가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깨우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지독히도 잠이 필요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주 급하게 서두르는 게 아니라면 나한테 커피 좀 주실래요?"

그녀가 일어나서 담요를 접으며 말했다. 그때 그녀는 아직 어젯밤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세상에, 정신이 나갔었나 봐."
군데군데 옷이 젖어 있는 것을 느끼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너무 때늦은 충격이군, 아마도."
찬도스가 말했다.
"충격? 당신은 알고 있었죠! 왜 나한테 얘기해 주지 않았어요?"
그녀의 눈이 그를 찌를 듯이 노려보았다.
"얘기했지. 당신은 고맙다고 말하고는 즉시 누워서 자더군."
코트니가 시선을 돌렸다.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잠자다니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그건 모두 찬도스가 그녀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어쩜 그렇게 바보 같을 수 있었을까?
"난 옷을 갈아입어야겠어요."
그녀가 말하고는 서둘러 일어섰다.

 

-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젯밤에 너무 급하게 짐을 싸느라고 젖은 옷들을 다른 옷들과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싸버린 것이다.
그녀가 어깨너머로 찬도스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다시 가방을 보았다.
"찬도스, 난..."
"그렇게 나쁘진 않겠지, 고양이 눈."
그녀가 다시 어깨너머로 흘깃 보고는 얼른 말해버렸다.
"입을 게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
"하나도 없어요. 난 젖은 옷들을 쌌어요. 그리고 그것들을 꺼내서 말려야 한다는 걸 잊어버렸어요."
"옷을 말리려면 오늘밤까지 기다려야 하지. 그 바지는 어때? 그건 얼마나 젖었지?"
그녀에게로 다가오며 그가 가방을 살펴보았다.
"그건 젖지 않았어요. 안장주머니에다 넣었거든요."
"그래, 그럼 그걸 입어야겠군."
"하지만 당신이..."
"어쩔 수 없잖아. 기다려봐, 내 셔츠 하나 줄게."
그는 전혀 화난 것 같지 않았다. 잠시 후에 그가 아주 부드러운 사슴가죽으로 만든 크림색 셔츠를 하나 던져주었다. 문제는 단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앞이 레이스로 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그 안에 입을 만한 마른 슈미즈를 갖고 있지 않았다.
"찡그리지 마, 고양이 눈. 그것밖에 없어. 나머지는 모두 빨아야 한다구."

- 재빨리 머리빗을 꺼내 빗었다. 깨끗하긴 했지만 엉망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어렵게 엉킨 매듭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찬도스가 뒤로 다가왔다.
"내 실력을 당신이 믿을 수만 있다면 머리를 잘라줄 수도 있지."

그의 목소리에는 농담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내가 얼마나 많은 머리가죽을 갖고 있을까? 기억을 못 하겠는걸."

코트니가 빙그르르 몸을 돌렸다. 그가 미소 짓고 있었다. 정말 빨리도 분위기를 바꾸시는군!

 

- 어젯밤 그에 대해 말했던 것들이 모두 생각났다. 그녀의 뺨에 붉은 기가 배었다.
"얼마나 오래 듣고 있었던 거죠?"
"아주 오래."
"내가 말한 내용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이 반쪽 인디언이냐고 묻길래 맞다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어요.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어차피 그들은 당신을 본 적이 없으니까 당신이 인디언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알겠어요?" 
"내가 그렇소?"
찬도스가 애매하게 대꾸했다.
"당신은 딱 보면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인디언을 많이 보았소?"

코트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놀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재밌지 않았다.
서서히 그의 태도가 아주 진지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당신 반 인디언은 아니겠죠, 그렇죠?"
그녀가 속삭였다. 그리고는 즉시 후회하였다. 억지로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어쨌든 대답하지 않았고 불안하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 그가 몸을 돌렸을 때 그녀가 물었다.

"찬도스, 벨라가 무슨 뜻인 줄 알아요?"

그녀를 향한 그의 시선이 강렬해졌다.

"그 멕시코인이 그렇게 부르던가?"

"네."

"그건 아름답다는 뜻이야."

"아."

다시 한번 코트니는 묘하고 어색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그녀는 열심히 스튜를 만들었다. 말린 쇠고기와 야채를 넣고, 그녀가 사 온 몇 가지 양념을 사용했다. 그리고 지방질의 덤플링 (고기를 넣고 구운 만두)에 스튜를 쌓았다. 안에는 콩도 들어 있지 않았다. 
코트니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찬도스는 안장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그의 몸이 흔들리면서 눈은 더 꼭 감겼다. 그녀는 다시 콧노래를 불렀다. 그가 생각하고 있을 때에 딱 맞추어 감각을 흔드는 여자. 코트니 하르테에 관한 한 그는 경계심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 그녀가 몸을 돌리는데 찬도스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다음번에는 당신이 무얼 하는지 알려줘. 물뱀한테 물릴 수도 있고, 아니면 떠다니는 통나무에 맞아 휩쓸려갈 수도 있어. 아니면 인디언들이 데려갈 수도 있고 더 안 좋을 수도 있지."
"인디언보다 더 안 좋은  있다구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녀가 경박하게 말했다.
"더 안 좋은 게 있지."
"하지만 당신이 멀리 있지 않잖아요. 내가 비명을 지르면 당신한테 들렸을 거예요."
"당신이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었다면 말이지. 남자는 당신한테 그런 기회를 안 줄 거야."

 

- "나한테 씻지 말라는..."
"아니."
그 명백한 의미에 코트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당신은..."
"제기랄, 아니야."
그녀만큼이나 그녀가 내린 결론에 소름 끼쳐하며 그가 으르렁댔다.

"내가 당신을 지켜볼 필요는 없어. 그냥 보호할 정도로 가까이 있기만 하면 돼."
그는 이 말에 당황스런 결론밖에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됐어."

- 다음날 내내 코트니는 행복에 젖어 있었다.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열기도 벌레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했고 말 타는 것도 지루하지 않았다.
이틀 후 그녀는 확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3일이 지나자 마음이 변했다. 그녀는 찬도스처럼 분통 터지게 하는 남자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를 아직까지 원할 수는 있었다. 그것 때문에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코트니가 발끈한 것은 그가 불가사의한 그 자신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녀를 절정의 꼭대기로 몰고 갔었는데, 다시 똑같은 예전의 무관심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진실에서 도망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용당한 것이다. 그날 밤 찬도스가 말한 것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는 자기의 욕망을 채웠고, 이제 더 이상 그녀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 

- 코트니는 당장은 물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떨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찬도스와 마주하는 게 무서운 건 아니었다. 그저 그의 화가 가라앉을 만한 시간을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때 야영지 방향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런 음모를 꾸민 거라면, 아직까지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것일 터였다.
그러나 10분 정도가 지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몰라. 그가 야생동물을 죽인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찬도스를 쐈든지. 그가 죽었을지도 몰라!

- 코트니는 물에서 달려 나왔다. 하지만 그대로 산길을 달려 올라가지는 않았다. 젖은 속옷을 마른 것으로 갈아입고 베이지와 하얀 줄무늬가 있는 치마를 입고 최근에 수선한 하얀 실크 블라우스를 걸쳤다. 부츠를 포함해서 다른 것들도 모두 챙겼다. 부츠는 강을 건넌 탓에 아직까지 젖어 있었다. 근질근질한 것이나 유독성 있는 것을 밟지 않도록 기도하면서, 그녀는 캠프로 서둘러 달렸다. 
피워놓은 불빛이 보일 때까지 달려간 다음 천천히 속력을 늦추고 조심스레 나아갔다. 그녀는 좁은 길에 누워 있는 뱀에 걸려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것은 길고 노란빛이 나는 빨간색으로 끔찍한 독사머리를 하고 있었다. 죽어 있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뭐야?"
날카롭게 외치는 찬도스의 소리를 듣고, 그녀는 너무나 안심했다.
그가 보일 때까지 달려갔다. 그는 살아 있었고 혼자였다. 불 옆에 앉아 있었다. 코트니가 갑자기 멈추어 섰다. 안색이 창백해졌다. 찬도스는 부츠 하나를 벗고 한쪽 바지통을 무릎까지 찢은 상태였다. 장딴지 뒤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가 칼로 짼 그 부분을 짜내고 있었다. 뱀한테 물렸던 것이다! 

- "왜 부르지 않았어요?"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치료하려고 애쓰는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총소리 후에 아주 오래 걸렸군. 내가 불렀다면 왔겠어?"
"무슨 일인지 말했다면 왔을 거예요!"
"당신이 나를 믿었을까?"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았던 것이다. 이 남자는 어떻게 이렇게 침착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아니, 침착해야만 하지. 그렇지 않으면 독이 더 빨리 번질 것이다. 

- "배를 깔고 누워요."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그의 퉁명스러움에 당황했지만 그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장딴지의 넓은 부분이 자주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물린 바로 위쪽에 벨트를 꽉 졸라맸다. 종아리 한가운데였다. 아주 약간만 아래쪽으로 내려왔더라면 찬도스의 부츠를 물었을 텐데. 운도 없어라! 
"독은 대충 빨아냈나요?"
찬도스의 눈이 그녀를 쏘아보았다. 평소보다 더 연한 녹색이었다.

"자세히 좀 보시지, 아가씨. 내가 거기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친 사람이지."
코트니의 얼굴이 또다시 창백해졌다.

- "난 아버지가 뱀에 물린 상처를 치료하는 걸 봤어요. 아버지는 의사였어요. 그 벨트를 아직 풀지 않았나요? 풀어줘야 하는데, 매 10분마다. 오, 제발, 찬도스, 누워요, 제발. 너무 늦기 전에 독을 빨아내야 해요!"
그가 한참 동안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거절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침구 위로 누웠다.
"자른 건 괜찮을 거야."
그의 목소리가 좀 약해졌다.
"볼 수는 있었으니까. 단지 입이 거기 닿지 않았을 뿐이야."

"고통 말고 다른 느낌은 없나요, 기운이 없어진다거나? 아니면 메스껍다거나? 똑똑히 보여요?"
"말하고 있는 사람은 의사인가?"
아직 뒤틀린 유머가 살아 있다는 것에 그녀는 일단 안심했다.

- 코트니는 그가 진실을 말하는 건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가 약해진다는 느낌을 가졌다 해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 게 그다우니까 말이다.
그녀는 그의 종아리 옆에 자리를 잡고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했다.
그녀가 일을 하는 동안 찬도스는 완벽하게 그대로 있었다. 그녀의 손이 그 빌어먹을 곳에 닿지 않도록 지점을 가르쳐준 것 말고는. 코트니는 빨고 뱉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은 새빨개졌고, 그의 다리 너무 위쪽으로 손이 가지 않도록 주의했다. 나중에 이것에 대해 화가 나겠지. 남자의 욕망이란 고통받고 있는 중에도 조절될 수 없는 것인가. 

- 상처에 바를 만한 연고라도 있었으면, 약초에 대한 상식이라도 있었다면. 강을 따라가거나 숲 속으로 가면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데. 독을 뽑아내는 데 도움이 되든가 아니면 부기라도 가라앉힐 수 있는 약초. 하지만 그녀는 무얼 찾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강에서 물을 떠 와 차갑게 젖은 수건을 상처에 갖다 댔다. 그리고 10분마다 피의 흐름을 억제하고 있는 벨트를 풀어주었다. 잠깐 동안 풀어놓았다가 다시 졸라매기를 계속했다. 
잠시도 쉬지 않았다. 그녀가 마침내 기분이 어떠냐고 묻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는, 대답을 듣기에 너무 늦은 상태였다. 그는 의식을 잃고 있었다. 코트니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 "내 머리를 자르기만 해 봐, 늙은이, 죽여버릴 테다!"
코트니는 몇 번씩 되풀이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내용들이 있었다. 모두 찬도스의 생에 슬픈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그는 온몸이 불덩이가 된 채 잠꼬대를 해대고 있었다. 

 

- 밤을 지내는 동안 그녀는 잠깐잠깐 잠이 들었었다. 오래는 아니었다. 찬도스의 다리 뒤쪽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데, 찬도스가 속으로 무언가를 외치고 있는 듯했다. 그놈들이 모두 죽을 때까지 죽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깨우려고 하자 그녀를 밀쳐내 버렸다. 
"제기랄, 카리다, 날 좀 내버려 둬."
찬도스가 으르렁거렸다.
"마리오의 침대로나 가보라구. 난 피곤해."

- 그 후는 다시 그를 깨우려 애쓰지 않았다. 그녀는 차가운 수건을 갈아주고 계속되는 그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었다. 그는 총격전, 매질, 늙은이라 부르는 사람과의 만남을 계속 회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미라에게는 존경스럽게, 하얀 날개한테는 점잖은 훈계조로 얘기했다. 그들과 얘기할 때는 그의 목소리가 다르게 변했다. 그것으로 그가 그들을 아주 많이 아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그가 언급한 이름 중 인디언 이름은 하얀 날개 외에도 몇 명 더 있었다. 그중 한 명을 그는 되풀이해서 '친구'라고 불렀다. 그는 '늙은이'에게 코만치 남자를 두둔하기까지 했다. 너무나 정열적으로 두둔했기 때문에 코트니는 찬도스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별로 해보지 않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때때로 사용하던 이상한 언어가 인디언들의 방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그녀에게 별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인디언이든 아니든, 그는 여전히 찬도스였다.

- 새벽의 붉은기가 아침을 알리자, 코트니는 찬도스의 회복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쳤다. 그를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상처는 어젯밤처럼 여전히 흉칙했고 부기는 거의 가라앉지 않았다. 여전히 열이 펄펄 끓었고 고통은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신음을 하면서 힘이라곤 남아 있지 않은 사람처럼 약하게 엎치락뒤치락했다.
"오, 하느님, 그놈이 그녀의 팔을 부러뜨렸어. 그래서 그와 싸울 수가 없었어. 빌어먹을 개새끼, 어린애를 죽어, 그놈들 모두 죽는다." 
그의 중얼거림은 이제 속삭임이 되었다. 말할 힘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고리를 끊어, 고양이 눈."
그녀가 일어나 앉아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이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찬도스?"
"잊을 수 없어. 내 여자가 아니야."
그의 가쁜 호흡이 무엇보다도 더 코트니를 공포에 떨게 했다. 그를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자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 그가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지 않았다.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이미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녀는 분노를 그 피난처로 삼았다.

 

- 코트니는 그의 등을 내려친 후 충격을 받고 주저앉았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의식이 없는 남자를 때리다니!
"오, 하느님. 찬도스, 미안해요!"
그녀가 울면서 때렸던 그의 등을 문질렀다.
"제발 죽지 말아요. 더 이상 당신한테 화내지 않을게. 당신이 아무리 야비하게 굴어도 화내지 않을게. 그리고 당신이 낫는다면 다시는 당신을 원치 않겠다고 약속해요."

"거짓말."
코트니는 거의 숨이 막힐 뻔했다. 그의 눈은 그대로 감겨 있는 채였다.
"미워 죽겠어!"
그녀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찬도스가 천천히 옆으로 돌아눕더니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왜?"
그가 조용히 물었다.

- "내가 그런 말을 했어?"
"5분 전에."
"제길, 내가 잠꼬대를 한 거야?"
"아주 많이."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는 빙그르르 돌아 걸어가 버렸다.

"남자가 잠자면서 한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 고양이 눈. 그리고 바로잡겠는데 난 당신을 빌어먹을 처녀로 생각하지 않아, 지금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 그녀가 계속 걸어갔다.
그러나 죽은 뱀보다 더 멀리 가지는 못했다. 그 옆에 가죽 주머니가 하나 놓여 있었던 것이다. 어젯밤에는 없었던 게 분명했다.
싸늘한 냉기가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른 주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누구든 숨어 있을 수 있는 식물들과 나무와 덤불이 무성하게 자라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 자루를 노려보았다. 만지기가 겁났다. 그것은 잘 만들어진 사슴가죽 주머니로 그녀 주먹의 두 배쯤 되는 크기였다. 불룩하게 부풀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안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캠프에 왔었다면, 그녀가 찬도스를 돌보고 있던 밤중에 왔었다면, 왜 그를 보지 못했을까? 아니 왜 눈치채지도 못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은 왜 자기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을까? 누군가가 우연히 이걸 떨어뜨린 걸까? 그렇다면 그는 캠프의 불빛을 보고 다가왔을 텐데. 모습을 나타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밤중에 거기 있었다. 그녀가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누가? 그리고 왜 주머니를 남겨두었을까? 

 

- 그녀는 주머니의 끈을 조심스레 들어 몸에서 멀리 떨어져 잡았다. 그리고는 캠프로 돌아왔다. 찬도스가 아까 그 상태대로 옆으로 누워 있었다. 그는 사실 좋아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깨어났을 뿐인 것이다. 맙소사, 약하고 고통받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물 것 같지는 않군, 고양이 눈."
"뭐라구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며 그녀가 물었다.
"그 주머니, 당신이 몸에서 가능한 한 멀리 잡고 있는 그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구."
코트니가 주머니를 그의 앞으로 던졌다.
"난 열지 않는 게 좋겠어요. 죽은 뱀 옆에서 찾았어요."
"그 빌어먹을 독사 얘기는 꺼내지도 마. 그놈을 다시 죽여버리고 싶어."

- 그의 관심은 이제 주머니에 가 있었다. 그가 그것을 열었다.

"축복 있으라!"
그가 축 처진 식물을 꺼내 들며 외쳤다. 뿌리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게 뭐예요?"
"뱀꼬리라는 약초야. 어젯밤에 이걸 사용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낫지."

- "누가 이걸 놔두고 갔는지 알아요?"
"응."
"누구?"
그가 오랫동안 그녀의 시선을 되받았다.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내 친구."
그녀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그 친구는 왜 가까이 와서 나한테 주지 않은 거죠? 이걸 사용하는 방법을 말해줄 수도 있었잖아요."
찬도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당신에게 사용법을 말해줄 수 없어. 영어를 할 줄 몰라. 그리고 그가 다가왔으면 당신은 아마 도망쳤을 거야."

 

- "인디언인가요?"
그건 묻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 그 방문자가 인디언이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어쩌면 날뛰는 늑대?"
찬도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진짜 무슨 말을 했나?"
"당신은 아주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했어요. 항상 그렇게 잠꼬대를 하나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날카로운 대꾸에 그녀가 돌아섰다. 그리고는 뱀꼬리를 준비해서 그에게 다시 돌아갔다.

- "당신 친구는 아직 거기 있나요, 찬도스?"
"그를 만나고 싶어?"
"아뇨..."
그가 피곤한 듯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근처에 없을 거야, 그게 당신이 걱정하는 거라면. 하지만 내가 회복됐는지 보러 아마 다시 나타나겠지. 당신은 보고 싶지 않겠지만, 고양이 눈. 그는 당신이 쉽게 겁을 먹는다는 걸 알고 있지."
"그렇지 않아요."
그녀가 냉담하게 말했다.

- "그가 어떻게 알죠?"
"내가 말했어."
"언제?"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
"아뇨."
다리에 다 붙인 다음 그녀는 그의 앞으로 돌아와서 마주 보았다.
"난 단지 그가 왜 우릴 따라다니는지 알고 싶어요. 내가 저번에 봤던 게 그 사람인가요, 그래요? 얼마나 우릴 몰래 따라...?"

그녀가 무언가를 생각해 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그날 밤에는 근처에 없었어, 고양이 눈."

찬도스가 다 안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우릴 따라다니지 않아.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야."
"하지만 내가 없었다면 당신은 그와 같이 갔겠죠, 그렇지 않나요?"

- "하지만 내가 더 이상 당신의 말을 반도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그녀를 안심시키는 대신 찬도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거나 아니면 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도 그러지 않았다. 어깨를 펴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난 씻으러 강에 갈 거예요.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당신 친구를 보고 기절한 줄이나 아세요."

- 찬도스는 코트니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에게 먹였던 묽은 수프를 다시 데우고 있었다. 늦은 오후의 태양이 그녀의 머리에 내려앉아 황금빛 줄이 갈색 머릿단에 그어졌다.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를 지치게 하는 데는 자기가 아주 정력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못되게 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는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다르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안다면, 그녀는 그걸 깨달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알아버린다면 그녀는 공포로 가득 찰 것이다. 

- 그녀는 물론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정열에 휩싸여 있었고 완전히 그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가 이용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를 증오한다면 더 나을 것이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한순간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는 절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어떤 삶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 그는 4년 전에 백인세계를 단념하고 코만치의 삶으로 돌아가리라 결심했었다. 열다섯 명의 악마들이 그의 삶을 영원히 변화시켜 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끝나면, 그에게 무엇이 남을 것인가?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헤매고 다녔으므로 어딘가에 정착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코만치 사람들과 함께라 해도. 백인 여자가 그런 생활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는 그녀에게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렇게 밉살스럽게 굴 수 있다니 빈사상태는 아닌 모양이죠?"

그녀가 새치름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눈치채지 못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말해봐요, 당신 반 인디언이에요?"
아주 잠깐 침묵이 있은 후 그가 입을 열었다.
"당신 알지, 당신 치료는 이 묽은 수프가 나에게 힘을 줄 거라고 믿었을 때까지는 괜찮았어."
코트니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간단하게 그렇다 아니다만 대답하면 된다구요. 하지만 대답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말아요. 당신이 반 인디언이라 해도 난 상관없으니까."
"관대하시기도 하셔라."
"비꼬기도 잘하시는군요, 찬도스."

 

-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당신이 인디언을 기절할 정도로 무서워한다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녀가 턱을 치켜올렸다.
"인디언을 만난 유일한 경험이 나쁜 것이라 그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분명히."
찬도스는 거의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억지로 참았다.
"나를 짐작하려고 애쓰지 말 것을 경고해 주지. 당신이 나를 인디언으로 만들려 한다면, 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구."
"그럼 정말 아니란..."
"그래. 하지만 야만인이 되기 위해서 굳이 인디언이 될 필요는 없어. 그렇지? 증명해 보일까?"

- "나를 무섭게 하는 게 당신의 뒤틀린 즐거움의 일종인가요?"
"내가 당신을 무섭게 했나?"
그가 순진하게 물었다.
"물론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은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렇죠?"

"물론 아니에요."
찬도스가 똑같이 흉내 냈다.
그는 그녀가 흥분하는 게 재미있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벌꿀 같은 갈색 눈동자에 불꽃을 튀기면서 머리는 어깨 뒤로 젖히고 위엄 있게 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이름을 아주 적절하게 붙인 것 같았다. 고양이 눈이 호랑이로 변할 수도 있으니까. 이번 여행은 그녀를 위해서 좋은 기회였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텍사스에 도착하기 전에 그녀가 얼마나 자신에 대해서 발견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주 전만 해도 그의 앞에서 말을 더듬어대던 겁 많은 여자였는데, 이제는 그녀가 날뛰는 늑대를 본다 해도 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 "수프를 마시려고 겨우 고개나 들 수 있는 사람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요. 찬도스?"
"조심해, 아가씨. 남자가 화나면 무슨 짓을 할지 놀라게 될걸."

코트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난 그저 궁금했을 뿐이에요."
"그럼 이리로 와 봐. 내가 호기심을 채워주지."
그가 달래듯이 말하자, 그녀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당신은 자기 상태에 관심이 없는지 모르지만, 난 달라요! 당신은 지금 싸울 게 아니라 힘을 아껴야 해요. 자, 제발, 수프나 마셔요, 찬도스. 그리고 내가 저녁거리를 준비할 때까지 좀 쉬세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더 이상 화나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 비가 내리고 있었다. 검은 구름이 몰려드는 게 폭풍우가 내릴지도 몰랐다.
코트니가 깨어났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그것이었다. 두 번째는 찬도스가 아직 자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에 가서 수통을 채울 만한 여유는 있는 것 같았다. 그가 깨기 전에 커피를 끓이고 싶었다.

- 수통에 물을 채우려고 몸을 구부리면서 코트니는 으스스한 하늘을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비, 그게 세상의 끝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찬도스는 회복되어가고 있다. 그 점에 대해 감사해야만 한다. 감사할 게 또 많이 있다. 비가 조금 온다고 해서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 "아니, 세뇨르. 그녀는 찬도스의 여자야. 그는 여자를 찾으러 올 거야. 그가 왔을 때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지금 말을 타고 가는 게 낫다고, 밤중에 혼자서?"
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쳤군."
프리티 보이가 끼어들었다.
"여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자기가 찬도스의 여자라고 했어."
"그 잡종이 백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신경이나 쓴다는 거야?"

프랑크가 소리쳤을 때 로메로의 검은 눈에 경멸이 떠올랐다. 그는 그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나는 그 잡종이 내 아미고에게 하는 걸 봤어, 여자의 가이드 정도였을 때. 하지만 이제 자기 여자야. 자기 여자를 훔친 사람에게 코만치가 어떻게 하는지 알아?" 
"그는 반만 코만치일 뿐이라구."
짐이 지적했다.
"아니, 세뇨르. 그게 그를 두 배로 지독하게 만들어. 왜냐하면 그는 백인으로서도 코만치로서도 죽일 수 있으니까. 우리는 코만치 구역 깊숙이 들어와 있어. 그리고 난 그가 여자를 찾으러 오는 게 두려워, 혼자 오지 않을 테니까."

- 코트니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찬도스가 그녀를 위해 왔다! 아픈 몸으로 그녀를 구하러 왔다!
그는 지독해 보였다. 이틀 동안 자란 텁수룩한 구레나룻과 꼬깃꼬깃한 옷 때문에 그의 수척한 행색이 더 두드러졌다.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았다. 
프리티 보이가 씨익 웃고 있었다. 반면에 프랑크는 총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찬도스는 고삐를 쥐고 있었고, 총은 총집에 있었다. 그의 시선이 코트니의 찢어진 옷에 머물더니 턱이 꽉 다물어졌다.
 
- 밤중에 살육현장을 떠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코트니는 찬도스의 보호를 받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또다시 그는 그녀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 그는 자기를 쫓아온 남자들에게는 상처만 입혔는데, 그녀를 쫓은 남자들은 죽여버렸다. 

- 칠흑 같은 까만 눈이 넓은 얼굴에 자리하고 있었다. 피부는 오래된 가죽 색깔이었다. 그는 젊고 호리호리했지만 어깨에는 힘이 넘쳐 보였다. 소총을 아기처럼 팔로 끌어안고 있었다. 
그가 캠프로 걸어왔을 때 코트니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저 두 남자가 서로 인사하고 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얘기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물론 코만치 말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그녀를 무시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들과 저녁식사를 할 수 없었으므로 없어진 것이 없는지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없어진 것은 없었다. 

- 날뛰는 늑대는 금세 떠났다. 들어오면서 오래도록 강렬하게 감정하듯 쳐다보았던 것과 똑같은 시선을 던지고는. 하지만 전에는 경계하는 표정이었다면, 지금은 방어를 푼 편안한 모습이었다. 거의 미소를 지었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는 찬도스가 설명하길 기다리지도 않고 가버렸다. 그가 떠나자 찬도스는 불 옆에 쭈그리고 앉아 풀잎을 씹으면서 친구가 사라진 나무 사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날뛰는 늑대가 한 말을 자진해서 해석해 줄 것 같지 않자, 코트니는 저녁거리를 준비하러 갔다.

- 평소처럼 콩과 마른 쇠고기와 비스킷을 꺼내 가지고 왔을 때, 찬도스가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 블라우스 태워버려."
그의 말에 그녀가 멈칫했다. 하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비스킷 줄까요, 아니면 덤플링?"
"태워버려, 고양이 눈."
그는 깊이 파인 V자 계곡을 응시하고 있었다. 블라우스를 함께 묶은 매듭까지 쭉 찢어져 있었다. 찢어진 슈미즈를 안에 입고 있었지만 찢어진 부분이 뒤로 가고 그 뒤가 앞으로 돌아와 있어서, 가슴이 겨우 가려진 상태였다. 
"당신 친구가 내 블라우스를 보고 뭐라 그러던가요?"
"주제를 바꾸지 마."
"그러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래야 당신 기분이 좋아진다면 블라우스를 갈아입겠어요."
 
- 이 남자가 왜 이래?
"수선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에요. 난 다른 것도 고쳤..."

그녀가 말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아, 당신이 찢은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찢은 건 태워버리라구요. 그렇죠, 맞아요?"
그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분노가 흐뭇한 만족감으로 녹아들었다. 질투, 소유욕, 그것이 무엇이든 이것은 그가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그가 말한 대로 기꺼이 해주기로 결정했다. 
산호색 블라우스를 꺼내 나무 뒤로 갈아입으러 갔다. 잠시 후 돌아와서, 그녀는 조용히 찢어진 하얀 블라우스를 불 속으로 떨어뜨렸다. 멋지고 우아한 실크였는데. 몇 조각의 재가 떠올라 바람에 휩쓸려갔다.

- 찬도스는 생각에 잠긴 듯 계속 불 속을 쳐다보고 있었다.
"당신 친구가 뭐라 그랬어요?"
코트니가 다시 물었다.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날 보고 있었어요."
"당신에 대해서 말했어."
"그런데요?"
정적 속에서 장작 타는 우지직 탁탁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당신 용기를 칭찬하더군."
그가 마지못한 듯 대답했다.
코트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나 그 반응도 찬도스 때문에 채 나타내지 못했다. 그가 일어나서 강으로 걸어가 버린 것이다. 진실을 말한 것일까 의아해하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 그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날뛰는 늑대의 말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지 않았다.

'너의 여자는 이제 더 용감해졌어. 네가 그녀를 곁에 둘 작정이라면 좋은 일이지.'
오, 제기랄, 찬도스도 그녀가 더 용감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그녀는 아직 찬도스가 절대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을 원했고 당연히 그럴 만했다. 때문에 그녀를 곁에 둘 수 없었다. 하지만 날뛰는 늑대가 '너의 여자'라고 불렀을 때 아주 그럴듯하게 들렸다. 빌어먹을 여자. 빌어먹을 고양이 눈! 

 

- 이틀 동안 코트니는 레스토랑 위에 있는 침실의 창문 앞에 앉아 창밖의 거리만 내다보고 있었다. 마마 알바레스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호통을 쳤을 때, 코트니는 약하게 미소 지었을 뿐이었다. 마마는 그녀를 위해서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찬도스가 아직 파리에 도착하지도 않았을 텐데 창 옆을 지키고 있는다는 게 어리석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 그녀는 침실에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아무리 자신과 싸워보았지만 한 가지 진실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찬도스를 사랑했다. 누구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그를 사랑했다. 그녀에게 안전한 느낌을 준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도 중요한 이유였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를 원했다. 너무나 그를 원했다. 그녀가 부드러움을 원할 때는 부드러울 수 있고, 사랑을 필요로 할 때는 사랑해 주는 그가 좋았다. 또한 그의 고독한 독립심도 좋았다. 가까이할 수 없는 태도, 그의 그것 때문에 그는 얼마나 상처받기 쉬워 보이는지.  
하지만 그를 원하는 것만큼이나 코트니는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찬도스를 가질 수 없다는 것. 그녀가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는 상관없었다. 그는 영원한 관계를 원하지 않았고 그것을 분명히 밝혔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찬도스와 결혼하지는 못한다.
그녀는 진실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사랑을 보답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옳았다는 것도 지금 그녀의 마음을 위로하지는 못했다.

- 마마의 집에 머문 이틀째 날 코트니는 마마의 딸을 만났다. 그 여자가 노크도 없이 자기소개도 없이 코트니의 방에 쳐들어왔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불꽃이 튀겼다. 코트니는 찬도스가 꿈속에서 부른 이름이 그 여자라는 걸 알았고, 카리다 알바레스는 찬도스가 코트니를 데려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리다는 아름답고 힘이 넘쳐 보였다. 윤기 나는 까만 머리와 갈색 눈동자, 하지만 그 눈동자는 악의로 번쩍이고 있었다. 코트니보다 네 살 정도 많을 뿐이었지만 그것이 많은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천성이 정열적인 듯한 그 여자는 코트니가 항상 갖지 못했던 자신감과 여유를 내뿜고 있었다. 
한편 카리다는 코트니를 첫 번째 경쟁자로 판단했다. 차갑게 형식적이고 침착하게 자신을 컨트롤하는 젊은 여자, 그리고 태양이 입맞춤한 듯한 외모는 아주 흔치 않은 것이어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황금빛 피부, 금빛으로 줄이 그어진 갈색 머리카락, 고양이 눈처럼 꼬리가 위로 치솟고 따뜻한 위스키 색깔로 빛나는 눈, 코트니는 온통 황갈색 금덩이 같았다. 카리다는 그 눈을 할퀴어버리고 싶었다. 

- "당신이 나의 찬도스와 여행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가 있나?"
"당신의 찬도스?"
"그래요, 내 거."
카리다가 쌀쌀맞게 말했다.
"그럼 그가 여기 사나요?"
그 여자는 역습을 예상치 못한 듯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자신으로 돌아왔다.
"다른 어떤 곳에서보다 더 오래 여기서 살지."
"그것으론 그를 당신 것이라 말할 수 없죠."

- "결혼을 거절한 사람은 바로 나야! 그와 결혼하고 싶으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된다구."
여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코트니는 그녀의 성질이 불타오르는 걸 알았다. 찬도스는 카리다 알바레스가 얼마나 그에게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알까? 그녀가 그렇게 확신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그렇군요, 알바레스 양. 하지만 당신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질 때까지는 내가 찬도스와 여행하는 이유를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

"내가 상관할 일이야!"
카리다가 거리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코트니는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더 질문할 게 있으면 찬도스에게 직접 물어보길 권하겠어요. 이제 나가주세요."

- 코트니는 그 여자 뒤로 문을 쾅 닫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카리다의 협박이 진짜일까? 그녀가 찬도스에게 코트니를 여기 버리고 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충분히 걱정스러운 협박이었다. 카리다는 찬도스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그를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코트니에게는 열심히 대항하는 찬도스가 카리다에게는 가끔 돌아왔었던 것이다. 

- 카리다는 저녁에 일하고 있는 마리오의 살롱으로 튀어 들어갔다. 엄마와 살긴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그녀의 것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원하는 곳에서 일을 했고, 엄마의 애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흥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살롱을 택했다. 때때로 말다툼과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들 대부분은 그녀 때문에 싸웠다. 카리다는 흥분을 갈망했고 싸움을 유발시킬 때가 가장 행복했다. 두 남자를 서로 맞붙게 한다든지, 아니면 드라마를 지켜볼 수 있게 다른 여자한테서 남자를 빼앗는 것이다. 카리다는 한 번도 방해받은 적이 없었으며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실패한 적도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 그녀는 열이 올라 있었다. 그 그린가가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은 것이다. 찬도스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서 화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찬도스와 그린가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을까? 어쩌면 마마가 보았다던 키스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카리다는 찬도스와 코트니 사이에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에는 한 번도 여자와 여행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찬도스는 고독한 사냥꾼이었다. 그것이 카리다가 그를 좋아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것과 그에게서 풍겨 나는 위험스런 분위기. 


- 그녀는 찬도스가 총잡이라는 걸 알았지만 또한 무법자일 것이라고 믿었다.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무법자들은 어떤 다른 것보다도 카리다를 흥분시켰다. 법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위험스런 그들의 삶. 그들의 대다수가 도망가는 도중에 알라메다에 들렀다. 보통은 인디언 구역에 숨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많은 무법자들을 알았고, 그들과 여러 번 같이 잤다. 하지만 찬도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그는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감언이설로 속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그를 기만할 수 없었다. 그가 그녀를 원한다고 말하면 원하는 것이었다. 그의 질투심을 자극하려고 수를 쓸라치면 그는 떠나버렸다.
그의 독립된 행동 때문에 그녀의 호기심은 지속되었고 마을에 올 때마다 그는 그녀와 잘 수 있었다. 그녀가 다른 누구와 자고 있건 상관없었다. 그리고 찬도스는 항상 그녀에게 왔다. 또 마마의 집에서 머물렀다. 그것이 편리했다. 

- 찬도스는 호텔을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처음 알라메다에 왔을 때 마마에게 방을 빌려달라고 말했었다. 마마는 그를 좋아했다. 카리다의 다른 남자들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찬도스만은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카리다의 오빠들이 자라서 집을 떠난 이후로 그 집에는 빈 방들이 여럿 있었다. 마마는 찬도스와 딸이 늦은 밤 같이 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카리다는 방으로 남자들을 끌어들였다, 마리오까지도. 하지만 마마가 카리다를 개심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한 지는 오래됐다. 그녀의 딸은 내키는 대로 행동했고 언제나 그럴 것이다.
그런데 자기만이 독점한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마을로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고, 게다가 그 여자를 그녀 엄마에게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얼마나 불안한 일인가!
 
- "아무것도 아니야. 일 시작하기 전에 위스키나 한잔 줘, 스트레이트로."
그녀는 술을 따르는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먼 친척뻘인 마리오는 9년 전에 그녀의 가족과 함께 알라메다로 들어왔다.  

- 마리오는 기분 좋을 때의 카리다의 연인이었다. 그는 잠깐 그녀와 결혼한 적이 있었다,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카리다는 남편을 원하지 않았다. 마리오를 원하지 않는 건 확실했다. 그는 벨벳 같은 갈색 눈동자에 스페인 귀족처럼 보이게 하는 얇은 콧수염을 한 잘생긴 사내였다. 그리고 억센 힘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겁쟁이였다. 마리오는 절대 그녀를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가 위스키잔을 건네자 카리다가 다시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그럴싸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다.
"마마한테 손님이 왔어, 아름다운 그린가."

- "다친 발이 나을 때까지만 우리 집에 머물 거라고 그 여자가 고백했어. 그런 다음 베르타의 집으로 옮길 거래."
마리오의 호기심이 커졌다. 그는 가끔 베르타의 집에 찾아가곤 했다. 비록 그를 받아줄 여자는 몇 명뿐이었지만, 새로운 창녀는 찾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아름다운 새 창녀라면 더더구나 그럴 것이다. 마리오는 자기가 마지막 순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 말할 셈이야?"
카리다가 입을 오므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 그의 손이 죄어왔다. 하지만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당신 다쳤나?"
분노의 낌새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그가 위험스러울 정도로 화가 났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따뜻하게 해 주기도 전에 질문부터 했다.
"아뇨."
"어디까지?"
"찬도스!"
카리다 앞에서 그 얘길 하는 건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찬도스는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 "좋아."
찬도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를 죽이지 않겠어. 하지만 아직 처리할 문제가 있지. 당신 방에서 기다려."
그의 말에 그녀가 긴장하며 머뭇거렸다.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만졌다.
"당신이 반대할 일은 없어, 고양이 눈. 자, 가봐. 몸 좀 손질하든지 잠을 자라구. 그게 필요할 것 같군.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의 목소리가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그의 감촉이 더 이상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말대로 카리다와 그를 남겨두고 부엌을 나섰다. 

 

- 몸을 대충 씻고 물을 치우려 했을 때 찬도스가 방으로 들어왔다. 노크 같은 건 물론 하지 않았다. 그에 관한 한 사생활이란 없다는 것에 익숙해졌으므로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상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거의 그녀처럼 엉망인 채로 옆구리를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나한테 필요하지."
그가 목욕물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한테 말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겠죠?"
그녀가 단호히 말했다.
"아무것도 말할 거 없어."
그가 피하려다가 한숨을 쉬었다.
"난 그놈을 죽이지 않았어. 하지만 그냥 놔둘 수도 없었지. 카리다는 당신이 떠나는 순간 도망쳐버렸어, 그렇지 않았다면 목을 졸라버렸을 거야."
"하지만, 찬도스, 마리오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당신을 만졌어."
그녀는 입을 딱 벌렸다. 얼마나 소유욕 강한 대답인가. 그렇게 말하려다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누가 이겼죠?"
"당신은 비겼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가 신음하며 침대에 앉았다.
"그런데 그 개자식이 내 갈비뼈를 부러뜨린 것 같아."

- "파리의 일은 해결했어요?"
그녀의 소리가 모기소리만 했다.
"아, 아, 난 샌안토니오에 가야 해." 
"날 웨이코로 데려다 준 후에 아니면 전에?"
"후에."
그가 대답했다.
"난 서둘러야 해. 그러니까 우린 열심히 달려야 해. 그럴 수 있겠어?"
"저한테 선택의 여지가 있겠어요?"

- "왜 그래, 고양이 눈?"
"아무것도 아니예요. 우린 오늘 떠나나요?"
그녀가 딱딱하게 물었다.
"아니. 난 좀 쉬어야 해. 당신도 어젯밤 충분히 자지 못했을 거고."
"그래요."

그리고는 침묵이 흘렀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갈비뼈를 어떻게 묶을 수 없을까?"

"어떻게?"

"페티코트 같으면 괜찮겠군."

- 밤하늘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뿌려진 까만 벨벳 같았다. 멀리에서는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더 멀리에서는 살쾡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밤은 기분 좋게 시원했다. 그리고 부드러운 바람이 언덕 위의 나무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말들이 터벅터벅 올라가서 그 나무 아래 멈춰 섰다. 수많은 깜박이는 불빛들이 아래 평평한 평원에 펼쳐져 있었다. 코트니가 한숨을 쉬었다.
"저긴 무슨 마을이에요?"
"거긴 마을이 아니야. 바 엠 랜치라고 하지.”
"하지만 저렇게 커 보이는데!"
"그래. 플레처 스트래턴이 하는 건 뭐든 크지."
코트니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아빠의 사진이 있었던 그 신문 기사에서 읽었던 것이다. 플레처 스트래턴은 목장주였는데 그의 부하들은 웨이코의 법원에서 포기한 가축 도둑들을 체포한다고 했다. 

- "왜 멈추는 거죠?"
그녀가 물었다. 찬도스가 말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웨이코가 가까운데 여기서 캠프를 치려는 건 아니죠?”
"마을까지 6킬로미터 정도지."
그의 손이 허리를 잡아 내리는 걸 도와주었다. 알라메다를 떠난 이래로 그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알라메다 이후로 그녀에게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지도 않았다. 
발이 땅에 닿자마자 그녀가 그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에 남아 있었다.

- "캠프를 만들지 않아, 고양이 눈."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작별인사를 하는 거야."
코트니는 선 채로 얼어붙었다.
"당신, 당신이 날 웨이코까지 데려다 주지 않을 건가요?"
"그럴 생각은 없었어. 마을에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그리고 어쨌든 당신 혼자 웨이코에 남겨둘 순 없었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어야지. 바 엠에 한 아가씨가 있어. 내 친구야. 그게 제일 좋은 해결책이야." 
"또 당신 애인 중 한명한테 날 맡겨놓는 건가요?"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 "아냐, 제기랄. 마가렛 롤리는 스트래턴의 가정부야. 영국 여자고 어머니 같은 사람이야."
"약간 나이든 아가씨, 그런가요?"
그녀가 맞받아쳤다.
그는 그녀의 날카로움을 무시하며 가볍게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녀한테는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한 번 그렇게 말했다가 귀싸대기를 얻어맞았거든."
배에서 덩어리 같은 게 목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정말 떠나려는 거다. 그녀의 인생에서 걸어 나가려는 것이다, 그냥 이렇게. 그에게 이것보다는 더 의미 있는 존재라고 믿었었는데. 
"그렇게 쳐다보지마, 고양이 눈."
그가 고개를 돌리고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화난 듯 나무를 잘라 불속으로 던져 넣는 그를 지켜보면서 그녀는 망연해 있었다. 곧 불길이 타오르며 불빛이 그의 날카로운 옆모습을 드러냈다.
"난 너무 늦기 전에 샌안토니오에 가야 한다구!"

- "당신이 마을에 자리 잡는 걸 볼 시간이 없어."
"내가 자리 잡는 걸 볼 필요는 없어요. 아버지는 의사예요. 거기 계시면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만약에 계시다면 말이지."
공기 중으로 불꽃이 탁탁 튀었다.
"만약 안 계시면, 적어도 다음에 무얼 해야 할지 도움을 줄 사람이 여기에 있어. 마가렛 롤리는 좋은 여자야. 그리고 웨이코의 모든 사람들을 알지. 당신 아버지가 거기 계시다면 그녀가 알 거야. 오늘밤이면 알게 되겠지." 
그가 달래듯이 제시했다.
"알게 될 거라구요? 당신은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는단 말예요?"
"그래."

- "저 아래까지도 데려다주지 않을 거예요?"
"그럴 수 없어. 바 엠에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하지만 당신이 안전하게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여기서 기다릴게."
드디어 찬도스가 그녀를 보았다. 그의 창자가 뒤틀렸다. 상처, 불신, 혼란이 모두 그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그녀의 눈은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느라 반짝거리고 있었다. 

 

- "제기랄!"
그가 폭발했다.
"내가 당신을 여기 남겨두고 싶겠어? 난 이 근처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단 말이야!"
코트니가 몸을 돌려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온 눈물을 훔쳐내었다. 목이 메었다.
"왜요, 찬도스? 여길 좋아하지 않으면서 난 왜 여기 남겨두는 거예요?"
그가 그녀 뒤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친밀함에 설움이 복받쳤다. 뺨으로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고양이 눈. 그 나이 든 아가씨만 빼고."
그의 목소리가 더 침착해졌다.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유 때문에, 마가렛 롤리는 바 엠에서 일하는 걸 좋아해. 내가 이 근처에 다른 사람을 알고 있다면 당신을 여기 데려오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녀는 내가 당신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래야 당신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을 거라구." 

- "당신 일은 끝났어요. 다시는 날 보지 않겠지요. 그런데 당신이 무얼 걱정한단 말이에요?"
그가 그녀를 돌려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
"나한테 이러지 마."
"당신한테?"
그녀가 울부짖었다.
"나는 어쩌구요? 내 감정은 어쩌구요?"
그가 여자를 흔들었다.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 아니야. 그녀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애걸하지 않을 것이다. 떠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작별이 아무리 끔찍하더라도.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떠날 수 있다면 그냥 이렇게 떠날 수 있다면, 그에게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그녀가 그를 떠밀었다.
"당신한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날 어린애처럼 다루지 말아요. 난 여기 오기 위해서 당신이 필요했던 거니까 자리 잡는 것까지 볼 필요는 없어요.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세상에, 난 무기력하지 않아요. 그리고 난 이방인들 손에 넘겨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 "돈은 아무 상관도 없어. 나에 대해서 추측하지 말라고 전에 말했었지, 고양이 눈. 당신은 날 몰라.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그렇지?"

이런 말에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신이 나한테 보이려는 모습보다 나쁘지 않다는 걸 알아요."

"아니라구?"
그의 손가락이 팔을 더 꽉 죄어왔다.
"내가 샌안토니오에 가는 이유를 말해줄까?"
"말하지 않는 게 낫겠어요."
그녀는 불안했다.
"난 한 남자를 죽이러 가는 거야."
그가 차갑고 씁쓸하게 말했다.
"거기에 법적인 건 아무것도 없어. 내가 그를 재판하고, 그의 죄를 발견하고, 사형시키려는 거야. 장애물은 하나뿐이지. 법이 그를 데려갔어, 그들이 그를 목매달 거야."

- "어떻게 그를 풀어놓을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어. 내가 지금 할 일은 그놈이 사형당하기 전에 거기 도착하는 거야."
"당신이 그러는 이유가 있겠지요, 찬도스, 하지만..."

"그만, 제기랄!"
그는 그녀가 이해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에게 돌아서길 원했다, 지금. 그래야 나중에라도 그가 돌아오려 애쓰지 않을 것이었다.

- "당신을 놀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왜 이러는 거예요, 찬도스?"
코트니도 소리 질렀다.
"떠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요, 다시는 당신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냐구요? 내가 당신을 증오하길 바라는 거예요? 그래요?"
"당신은 날 증오해. 아직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야."
그가 음울하게 내뱉었다.
그가 벨트에서 칼을 꺼냈을 때 차가운 냉기가 그녀의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날 죽이려는 거예요?"
그녀가 믿을 수 없어하며 물었다.
"난 4년 전에 그러지 못했어, 고양이 눈, 어떻게 지금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 그녀의 눈이 칼에 고정되었다. 그가 오른손 집게손가락 위로 칼날을 긋고 있었다.
"뭘 하는 거예요?"
그녀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여전히 날 원한다는 걸 알고 있는 한 그 고리는 절대 끊어지지 않을 거야. 그건 끊어져야만 해."

 

- 칼날이 이제 왼쪽 집게손가락을 자르고 있었다.
"찬도스!"
그가 칼을 떨어뜨렸다. 두 손을 얼굴로 올렸다. 두 개의 집게손가락이 이마 가운데서 만나 바깥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관자놀이를 향하여. 그의 눈썹 위에 빨간 핏자국이 남았다. 그의 손가락이 콧대로 함께 모이더니 뺨을 가로질러 아래쪽으로 그어지고 턱에서 만났다. 더 많은 빨간 핏자국들이 그려졌다. 
한순간 코트니는 찬도스의 얼굴을 4등분으로 나누는 핏빛 선들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구리빛 피부에 연한 파란 눈동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신! 당신이었어! 오, 하느님!"


그녀는 되살아난 예전의 공포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앞도 보지 않고 달렸다. 언덕을 절반쯤 내려와 그에게 잡혔다. 그 충격으로 둘 다 넘어지자 그가 몸으로 막아냈다. 그의 팔이 그녀를 안아 보호하고 있었다. 그들은 언덕 밑까지 줄곧 굴러 떨어졌다. 
드디어 멈췄을 때 코트니는 일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가 땅에서 꼭 붙들고 있었다.
공포가 그녀를 엘로이 브로어의 헛간으로 되돌려 보냈다.

- "오, 하느님, 피를 씻어버려요! 그건 당신이 아니야!"

"이게 나야. 이게 내 모습이야. 항상 이 모습이었어."

"아니야."
그녀가 부정하며 거칠게 머리를 흔들었다. 계속 흔들어댔다.

"아니야, 아니야."
"날 봐!"
"싫어! 당신이 아버지를 데려갔어. 당신이 아버지를 데려갔어!"

"그 일은 내가 하지 않았어. 진정하라구, 제기랄!"

그를 때리는 손을 잡아 그녀의 머리 위로 내리눌렀다.

"우린 그 농부만 데려갔어. 나머지는 죽은 놈들이었어."


기억이 났다. 그녀가 신음을 흘렸다.
"난 그 인디언들이 그에게 어떻게 했는지 알아.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마티가 말해줬단 말이야. 당신이 어떻게 그들과 한패일 수 있어? 어떻게 그처럼 조각내도록 내버려 두었냐고?" 
"내버려 둬?"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런 식으로 자신을 속이지 마. 그 농부는 내가 그랬어. 그놈은 내 손으로 죽인 거야."

-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이유를 얘기해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스스로 풀려날 때까지 몸부림치게 놔두었다. 그리고 그녀가 도망쳐 바엠 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녀가 사라진 것을 지켜보고 나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하려던 일을 해냈다. 그녀가 그에게 무엇을 느끼든, 그는 지워버렸다. 이제 그가 그녀에게 제안해야 했던 그 삶이 충분했었는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녀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그 자신에게도 그렇게 쉬울 수만 있다면. 

- 찬도스는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언덕 위로 향했다. 그가 다가갔을 때 말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일찍부터 동요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목동이 접근했을 때. 하지만 찬도스는 코트니에게 너무나 몰두해 있어서 그 남자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지금도 그는 너무나 혼란된 상태여서 불 옆으로 1미터쯤 가까이 왔을 때에야 남자가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시 그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침착해, 케인."
찬도스가 위험스런 자세를 취하자 그 남자가 말했다.
"범위 안에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쏘진 않겠지? 자네 불을 무시할 수가 없었어. 내가 그럴 수 있었겠나?"
"그랬어야 했어, 소투스."
찬도스의 목소리가 경고했다.

- "제길, 넌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그렇지?"
찬도스가 긴장된 자세를 전혀 늦추지 않는 것을 보고 소투스가 투덜댔다.
"너의 그 얼룩말을 보았을 때 믿기지 않더군. 난 말들은 잊어버리지 않지."
"말과 날 본 걸 잊어버려야 돼."
찬도스가 떨어뜨렸던 칼을 주우며 말했다.

-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너와 여자가 서로 소리치는 걸. 네가 여자를 두렵게 하려는 방법이 매우 이상하더군. 늙은이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지 않으려나?"
"싫어."
"그럴 줄은 몰랐는데."
"난 당신을 죽일 수도 있었어, 소투스. 그리고 사람들이 당신 몸을 찾아내기 전에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버릴 수도 있지. 그렇게 해야만 날 보았다는 걸 그 늙은이에게 말하지 않을 텐가?"
"네가 지나쳐가는 거라면 그가 안다고 해서 무슨 차이가 있지?"

"난 그가 여자를 이용해서 날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싫어."

"그럴 수 있나?"
"아니."
"너무 빨리 대답하는군, 케인. 그럴 수 있다는 걸 확신하나?"
"빌어먹을, 소투스!"
찬도스가 으르렁거렸다.

 

- "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아."
"좋아, 좋아."
소투스가 손을 뻗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보이며 천천히 일어섰다.

"꼭 그래야겠다면, 널 본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여자에게서 떨어져 있어."
"아, 네가 여자를 남겨두는 걸 보았는데 그러긴 힘들겠는 걸, 그렇지 않나?"
"롤리와 같이야. 그리고 그 여자는 오래 있지 않을 거야."
"플레처는 그 여자가 누군지 알고 싶어 할 거야."
소투스가 그를 유심히 쳐다보며 느릿느릿 말했다.
"연관 짓지는 않을 거야. 당신은 입만 꽉 다물어, 그것뿐이야."

"그게 여자를 겁준 이유인가, 그래야 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니까?"
"멋대로 유추하지 마, 소투스. 당신은 항상 상관도 없는 일에 코를 집어넣고 다녔지. 그 여자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 여자가 플레처에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 왜냐하면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만약 당신이 그 상황을 변화시킨다면, 끌 수도 없는 불을 일으키는 것밖에 안돼. 난 여기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 "어디로 가지?"
"비일어먹을 사냥개."
찬도스가 소리쳤다.
"그건 단지 친구로서의 질문일 뿐이야."
소투스가 씨익 웃었다.
"젠장."
찬도스가 그를 지나쳐 슈어풋 위로 뛰어올랐다. 트라스크의 말고삐를 잡으며 말했다.
"이 두 마리는 그 여자 거야. 당신이 가져갈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남겨놓아도 돼. 여자가 말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할지도 몰라. 누군가가 이것들을 찾으러 올 거야, 여자가 목장에 도착하기 전에 당신이 따라잡지만 않는다면.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당신의 그 빌어먹을 친구로서의 질문 따위는 닥쳐주시지, 알겠어? 그녀는 오늘밤 질문받을 정신이 아니야." 

- 찬도스가 말을 달려 사라지자, 소투스는 불을 밟아서 껐다.

"자기한테 아무 의미도 없다고, 응?"

그가 씨익 웃었다.

"세상에 누가 그 말을 믿겠어?"

- 야만인의 색칠한 얼굴, 칼. 그리고 그는 그녀를 죽이려 했다. 그의 손이 머리를 비틀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을 보았다. 그것은 인디언의 눈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눈이 공포스런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 할 텐데 전혀 끔찍해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이유를 알았다. 처음 그 총잡이를 봤을 때 그에게 자기 생명을 맡길 수 있었던 이유를.

- 찬도스는 두 사람 사이에 고리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었을까? 고리? 그리고 왜 그는 그날 인디언들과 같이 있었던 걸까? 공격을 하고 살인을 하면서.
코트니는 그날을 더 생생히 기억해 내면서 울음을 그쳤다. 버니 빅슬러가 사라에게 복수에 대해 무슨 말을 했던가? 인디언들은 자기들의 캠프를 공격한 것에 복수하고자 했다. 로클리를 재빨리 떠나버린 라스 핸들리의 아들 존과 다른 남자들이 카이오와의 모든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들까지 쓸어버렸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죽은 인디언들은 카이오와가 아니라 코만치가 틀림없었다. 그들은 찬도스의 친구들이었던 게 분명하다. 빅슬러가 인디언들이란 마지막 한 놈까지 죽일 때까지 복수를 멈추지 않는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녀는 지금쯤 그들이 모두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한 명 정도. 트라스크! 그가 그중 한 명이었을까? 찬도스는 그가 강간과 살인의 죄를 지었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샌안토니오의 남자는? 그도 그중 하나일까? 

- "이게 당신 건가요, 미스...?"
그녀가 깜짝 놀라 비틀거렸다.
그 남자는 더 가까이 왔고 그녀는 늙은 넬리와 이름 붙이지 않았던 얼룩말을 보았다. 그녀의 것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포기했던 그 얼룩말. 

- "당신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군요, 젊은 아가씨."
매기가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을 데려다준 사람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가요?"

코트니는 이제 참을성을 잃고 있었다.
"그는 그는 나를 에스코트해 줬어요. 난 그에게 웨이코로 데려가달라고 돈을 냈어요. 하지만 그는 돈을 받지 않았어요. 나를 웨이코로 데려다주지도 않았구요. 대신 여기로 데려왔어요. 당신이 친구이고 이 근처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내가 혼자 있는 걸 걱정하고 싶지 않대요. 맙소사, 정말 웃기죠! 나에 대해서 걱정을 한다고, 나를 떼어버리는 이 마당에 말이에요." 
덩어리 같은 게 다시 목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 코트니는 찬도스에게 아무것도 주장할 권리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녀가 이해할 수도 없는 잔인한 복수의 측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기뻐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고통스러웠다. 포기의 고통, 배신의 고통. 그리고 가슴이 아팠다. 오 세상에,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는지.

- 매기는 코트니를 소파에 앉혔다. 코트니는 그것이 값비싼 치펜데일 가구라는 걸 나중에야 알고 감탄했다. 그리고 레이스 장식의 손수건을 건넸다. 그녀는 거실의 램프를 몇 개 켜려고 비운 것 말고는 젊은 손님 옆을 계속 지키고 있었다. 램프를 켜고서도 금방 돌아와 코트니를 팔로 감싸 안고 조용해질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 소투스가 의자 뒤에 몸을 기대며 그녀를 관찰했다.
"그에게 말할 건가?"
매기가 그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당신은 알고 있었겠죠. 그에게 말하지 않을 셈이었어요?"

"아니, 난 당신이 어떻게 할지 기다리고 있었어. 게다가..."
소투스가 씨익 웃었다
"그 녀석이 나한테 자길 본 걸 잊겠다는 맹세를 하게 했어. 그 녀석 진짜 호소력 있더군. 그놈이 어떤지 당신도 알지?"
매기가 팔짱을 끼고 집의 나머지와 부엌을 분리시키고 있는 문을 노려보았다.

- "그녀가 하르테 박사의 딸인 거 알았어요?"

"그게 정말이야? 음, 그렇다면 한 가지는 안심이 되는군. 적어도 그녀가 한동안은 뿌리내리고 있으리라는 거지. 여기가 아니면 마을에라도 있겠지."
"그렇게 확신할 수는 없어요."
매기가 한숨을 쉬었다.
"그 젊은 아가씨는 아버지가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정말 불쌍한 아가씨예요, 소투스."
"바뀔 거야, 케인이 돌아오는 대로."
"그가 돌아올 것 같아요?"
소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놈이 어떤 것에 신경을 쓰는 걸 본 적이 없어, 매기. 하지만 오늘 그걸 봤지. 그 소녀는 그놈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야.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렇지 않다면 플레처에게 말하지 않을 테니까."
"그게 내 이유는 아니에요."

- "그것뿐이라면 난 굳이 실망할 수도 있는 그를 뒤흔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하르테 양에게 들은 바로는, 4년 전 캔자스에서 코만치 무리가 백인 남자들에게 학살되었대요. 그리고 그때 이후로 그는 복수를 위해 살인자들을 찾아다니고 있대요."
"제기랄, 그럼 미라가 죽었군."

- "살해되었어요. 그리고 플레처는 알 권리가 있어요."

 

- 뭔가 오두막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커다란 소리에 코트니가 잠을 깼다. 그때 오두막 문이 벌컥 열렸다. 코트니는 슈미즈 위로 이불을 끌어당기며 놀라서 일어났다. 아주 커다란 남자가 문가에 서 있었다. 그 뒤로는 매기가 뒤따르고 있었다. 매기가 남자를 한쪽으로 밀더니 방으로 들어왔다. 조심스레 코트니를 본 다음 남자를 돌아보았다.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보여요?"
화난 표정으로 그녀가 큰소리쳤다.
"당신은 불쌍한 젊은 아가씨를 놀라게 했어요! 아침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잖아요."
이제 남자는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부드럽지만 확고하게 매기를 비켜세웠다. 그의 눈이 코트니에게 고정돼 있었고 표정은 단호했다.
그는 큰 키에 억세 보였다. 근육질의 어깨와 가슴, 그리고 두꺼운 팔. 인상적인 갈색 눈에 눈썹 위 중심 부분에 회색의 줄이 가 있는 짙은 갈색 머리를 갖고 있었다. 텁수룩한 콧수염에도 회색빛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그렇게 험악한 표정만 아니면 핸섬한 남자일 거라고 코트니는 생각했다.

- "누구시죠, 미스터?"
그녀가 직접적으로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남자가 묻는 듯 매기를 흘깃 보았다. 그는 사람들이 그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사람인 듯했다. 이 사람이 바 엠의 주인일까?
"난 플레처 스트래턴이오, 하르테 양."

- "당신이 내 아들, 케인을 안다고 들었소, 아주 잘 안다고."

"아니에요, 난 몰라요. 그것이 여기 침입한 이유라면 이제..."

"당신은 그를 찬도스라고 알고 있지."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말은 믿지 못하겠어요. 그는 당신을 스트래턴으로 불렀어요. 만약 그의 아버지라면 그가 말했겠죠,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케인은 미라가 그를 데리고 떠난 후로 날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어. 미라는 그 애 엄마지, 용서라곤 모르는 딱딱하고 검은 머리를 가진 아일랜드계 여자. 그 애는 엄마 눈을 닮았어. 그들 둘 다 죽었다고 포기한 지 10년 만에 그가 여기 나타났을 때, 난 그 눈을 보고 알았지." 

- 깜짝 놀란 코트니가 매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건 사실이에요, 젊은 아가씨."
매기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난 그가 알 권리가 있지 않았다면 당신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을 거예요."
 
- 남자의 침착함이 흩어지면서, 얼굴로 가장 쓸쓸한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그가 더 나이 들어 보였다. 하지만 금세 자신을 추슬렀고, 그의 표정이 더 딱딱해졌다.
"케인이 엄마가 죽었다고 말하던가?"
그가 코트니에게 말했다.
그에게 어떤 희망이라도 준다면 좋을 것이다. 이유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럴 수 있기를 바랐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를 처음 본 인상은 딱딱하다는 것이었다. 맙소사, 그의 아들조차 분명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찬도스는 어머니에 대해서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어요."
그녀가 진실되게 말했다.
"난 학살이 있었다는 건 알았어요. 학살 후에 찬도스가 코만치들과 같이 말을 달려온 걸 보았어요. 그들이 내가 머물던 농장을 공격했을 때, 찬도스는 그날 날 살려주었어요."

- 플레처가 매기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코트니도 매기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매기가 일어섰다.
"당신같이 늙은 괴짜라도 한 번 실수를 했으면 좀 배웠으리라 생각했는데, 플레처 스트래턴. 전에도 이렇지 않았던가요? 기회가 된다면 다르게 행동하겠다고 수백 번 나한테 말하지 않았던가요? 글쎄요, 그 기회가 왔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내가 본 바로는 당신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어요. 당신은 이미 큰 실수를 했어요. 그 젊은 아가씨한테 케인에 대해 아는 게 당신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부탁하는 대신에, 그녀를 못살게 굴었어요. 왜 그녀가 당신에게 말해야만 한다는 거죠? 그녀는 여기서 하룻밤만 보냈을 뿐이에요, 내 집에서라고 덧붙여야겠지만. 그녀는 당신한테 빚진 게 없어요, 플레처. 그러니 왜 당신한테 말해야 한다는 거예요? 나라면 말하지 않을 거예요." 

 

- 자기 할 말을 끝내고는 매기가 오두막을 걸어 나갔다. 작은 거실의 침묵이 입을 열기 불편할 정도로 엄습해 왔다. 코트니는 다시 소파에 앉았고, 폭발해 버린 것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결국 이 사람은 찬도스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찬도스에 대해 다른 모습으로 알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가, 동시에 플레처가 똑같은 말을 하자 미소 지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겠네요, 스트래턴 씨. 찬도스가 왜 이 근처에 오지 않으려 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찬도스."
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투덜거렸다.
"제기랄, 용서하세요, 그 아이는 내가 준 이름과는 다른 이름을 사용할 겁니다. 여기 있는 동안에도 케인이라고 부르면 대답도 하지 않았죠. 어떻게도 부를 수 있었어요. '어이, 이봐'라고 불러도 고개를 돌리긴 했죠. 하지만 케인이라고 부르면 아예 무시해 버렸어요." 

- "저더러 케인이라고 부르란 말씀은 마세요."
코트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저한테 그는 찬도스일 뿐이에요, 그냥 찬도스."
"좋아요, 좋아. 하지만 나한테도 찬도스라고 부르란 말은 마시오."

- "케인이 이 근처에 왔다는 걸 알리려 하지 않는다 해서 놀랄 일은 아니지. 그가 4년 전 여길 떠났을 때 난 그를 데려오라고 부하들을 뒤쫓아보냈소. 그들은 물론 그를 잡지 못했지. 그는 그들을 거의 3주 동안이나 쫓아가게 했어, 데리고 논 거지. 그리고는 지겨워지니까 사라져 버렸어. 내가 그를 다시 여기 잡아놓고 싶어 한다는 건 이유가 안돼. 자기가 이 근처에 왔다는 걸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를 여기 잡아놓을 생각인가요?"
"제기랄, 용서해요, 바로 그렇소. 하지만..."
플레처가 완고하게 말했다가는 멈칫했다. 그리고는 자기의 커다란 손을 내려다보았다.
"똑같은 식으로는 아니오. 이번엔 그에게 있으라고 부탁할 거요. 그 애에게 달라질 거라는 걸 보여주는 데 최선을 다할 거요. 전과 같지 않을 거라고."
"어땠는데요, 전에는?"
"내가 실수를 좀 했지."
플레처가 후회스러운 듯 인정했다.

- "이젠 모든 걸 알 수 있소. 난 그 애가 코만치로서는 이미 성인이 된 열여덟 살이었을 때 아이처럼 다루기 시작했던 거요. 여기 돌아왔을 때 그는 열여덟이었지. 또 한 가지 바보 같은 짓은 코만치에게 배운 모든 걸, 오랫동안 그들과 같이 지내면서 자연스러웠던 바로 그것들을 잊어버리도록 강요했다는 거지. 그 애는 나한테 몇 번이나 화를 냈어. 난 내가 주어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그 녀석을 인정할 수 없었지."
"10년 동안 죽었다고 생각하셨다면서요. 그동안 줄곧 그가 코만치와 같이 살았던 건가요?"
"그래요, 그 애 엄마와 같이. 그녀는 나한테서 도망쳤어. 도망친 걸 욕할 수는 없지. 난 아주 충실한 남편은 못됐으니까. 하지만 아이를 같이 데려갈 필요는 없었어. 그녀는 그 애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어."

-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헤어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난 그녀에게 원하는 걸 주었을 거야. 원하는 곳에 자리 잡도록 해줬을 거야. 내가 요구하는 건 그 애 시간의 반을 같이 보내는 게 전부였다구. 그런데 대신에 그녀는 사라졌어. 그녀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절대 이해할 수 없었어, 케인이 나타났을 때까지는. 난 그때 그들이 그 세월 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알았어. 오, 처음엔 숨은 게 아니었지. 그들은 카이오와에게 붙잡혔다가 코만치들에게 팔렸던 거요. 젊은 코만치 녀석이 그들을 둘 다 샀지. 그는 미라와 결혼했고, 케인을 양자로 삼았어." 
그가 머리를 흔들었다.
"얼룩말을 타고 케인이 여기로 달려왔을 때, 그는 말 그대로 대담했어. 녹비가죽을 입고 그 긴 빌어먹을, 용서해요, 자르지 않겠다고 고집부렸던 땋은 머리를 해가지고선 꼭 인디언 같았어. 내 부하들이 쏘지 않은 게 이상하지."

- 코트니는 그런 모습으로 바 엠에 달려들어오는 젊은 찬도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인 이방인들 한 떼와 마주쳤겠지. 그녀와는 다르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도전적이었을 거다. 그의 아버지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기 아들이 야만인이 되어 ...

- 긴 한숨이 뒤따랐다. 후회하고 있는 듯했다.
"케인이 여기 왔을 때 난 그가 여기 머물 거라고 생각했어. 오고 싶어 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놈이 적대감을 보였을 때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었던 거야. 그놈은 언제나 자기 모습 그대로였어. 사격장에서 연습할 때 빼고는 음식을 먹을 때도 혼자였어. 식탁에 고기를 올려놓지 않은 적도 없었지. 사냥하기 위해선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도 마찬가지였소. 그놈은 나의, 제기랄, 용서해요, 음식까지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

- "처음 나타났을 때, 그놈은 코만치 말 빼고는 전혀 말하지 않았어. 그가 여기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걸 알게 되어 기쁘군."
코트니가 눈을 굴렸다. 맙소사, 그 자존심이라니!
"어디까지 하셨죠?"
"음, 내가 말한 대로 그놈은 언제나 그대로였어. 나는 물론이고 사내 녀석들과 어울리지도 않았어. 자신의 모든 걸 얘기하지 않는 한은 그와 대화할 수 없었어. 그놈이 처음으로 누구와 얘기를 했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난 그놈이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잘 알았지. 그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정말 끈덕진 놈이었어. 물어보지 않고 대답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던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그놈은 우리가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걸 배우고 싶어 했어. 그리고 그렇게 했지. 일 년 후에 그 녀석이 이 목장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게 되었어. 그것 때문에라도 난 그 녀석이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 "그녀가 억지로 시켰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놈은 그녀를 위해 어떤 것도 하지 않았어. 봐, 그놈은 코만치의 일원이 될 만한 충분한 나이가 됐어. 아내를 갖는 걸 포함해서 남자가 되는 모든 특권을 갖는 나이였지. 그가 그 세계에 정착하기 전에 이런 것도 맛봐야 한다고 그녀가 생각한 모양이야.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테니까. 미라가 그랬던 거야." 
그가 코트니에게 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자신이 아니고. 그녀는 그 녀석한테 여기서 5년 동안 있으라고 부탁했어. 그놈은 3년 후에 떠났지. 그녀는 아들이 부자들이 갖는 모든 이점을 즐기길 바랐던 거야. 그리고 당신한테 말하건대, 난 부자야. 하지만 그놈은 내 돈을 비웃었어. 그녀는 아마도 그가 마음을 열게 되길 바랐던 것 같아. 그리고 진짜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기회를 주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그 녀석의 마음은 여기 오기 전부터 결정돼 있었던 거야. 10년을 인디언과 살아온 케인 녀석은 코만치가 되어 있었어. 피만 다르지 모든 면에서 코만치였어. 그놈은 여기 적응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어. 시간만 재고 있었던 거야. 우리 백인들한테 배울 수 있는 건 모조리 배우면서. 그놈은 우릴 확실히 백인이라고 간주했지. 음. 적어도 배우는 데는 마음을 닫지 않았어. 누가 알겠어, 내가 그 빌어먹을 변발만 문제 삼지 않았다면 완전한 5년을 지냈을지."
 
- 코트니가 후회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난 아무것도 아니라구요. 그가 그 사실을 안다면 좋겠는데."

"그가 아는 거라곤 아들을 되찾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라는 거죠. 그게 그가 아는 전부예요. 그는 케인이 당신으로 인해서 이제 정착하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 녀석을 집 가까이에 살게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줄 겁니다. 꼭 목장일 필요는 없고, 때때로 볼 수 있을 정도만 돼도 충분해요. 그들이 서로에게 하는 걸 봐서는 그걸 모르겠지만, 플레처는 아들을 사랑하고 있어요." 
"찬도스는 언젠가 나한테 자기처럼 살 수 있겠냐고 물었어요. 언제나 이동하고, 한 곳에 며칠 이상은 머물지 않는 생활을요. 난 그가 정착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소투스." 
"어떻게 그런 주제가 오르게 된 거죠, 내가 물어봐도 된다면?"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나와 결혼할 건지 내가 물어봤거든요. 그는 하지 않을 거예요."

소투스는 그녀가 물어봤다는 것에도, 케인이 싫다고 했다는 것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가 딱 잘라 거절했다는 말인가요?"
"아뇨. 그는 자기처럼 살 수 있냐고만 물었어요."
"당신이 그를 거절했고?"
"아니에요. 난 그런 생활이 가정을 꾸미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했어요. 그도 동의했죠. 그것으로 토론은 끝났어요."

 

- "당신은 그렇게 살 수 있나요?"
소투스의 물음에 그녀가 눈썹을 찡그렸다.
"모르겠어요. 난 가정에는 무엇보다도 안전과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가정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녀는 자기가 낯선 사람한테 너무나 많이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계속 밀고 나가기로 했다.
"난 항상 찬도스에게 안전을 느꼈어요. 인디언 구역 한가운데 있을 때조차도. 하지만 언젠가는 아이가 생길 거예요. 그리고 아이들은 계속 돌아다닐 수 없지요. 그래서 난 모르겠어요."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을 마쳤다.
"남자들은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마음을 바꾼다고들 그러지요."

소투스가 제시했다.
어떤 남자들은 그러겠죠, 하지만 찬도스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 코트니는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긴장했다.
단호하게 코트니는 똑바로 행진해 들어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그것이 찬도스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동시에 문이 열리면서 크고 마른 여자가 나타났다.
"엘라?"
"맙소사, 아니에요."
여자가 킥킥거렸다.
"난 가정부인 매닝 부인이에요. 하르테 부인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이 시간에는 학교에 계시답니다."
"아니, 음, 사실, 전 에드워드 하르테를 만나러 왔어요."
"들어오세요. 하지만 잠시 기다리셔야겠어요. 그분은 환자를 보러 마을 반대쪽에 가셨거든요."

- 평생에 가장 긴 20분이었다. 안절부절못하면서 녹색 드레스를 만지작거렸다가 머리를 매만져보았다. 일어나서 걸어 다녔다가는 다시 다른 의자에 앉았다.
마침내 현관문이 열리면서 매닝 부인에게 돌아왔다고 외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사무실 쪽의 홀을 내려가면서 열린 문가를 지나쳐갔다.
기가 막히게도 코트니는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아버지를 부르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엇인가가 그의 말을 막고 있었다. 그는 그저 그녀의 응시를 되받아치고 있었다, 그녀의 눈과 똑같이. 그녀의 눈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눈은 커다랗게 떠진 채 그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오, 맙소사, 코트니?"
"아빠."

- 그가 달려왔고, 그녀는 그의 팔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의 팔이 그녀를 꽉 감쌌을 때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안기길 열망했던 바로 그대로 그녀를 안아주고 있었다.

-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에드워드가 딸을 떼어놓으며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딸의 얼굴을 만지며 눈물을 쓸어주었다. 자신의 얼굴도 눈물로 젖어 있었고, 코트니는 그 순간 아버지가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언제나 아버지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게 다른 것이었다고 자신이 의심했던 것뿐이었다. 맙소사, 얼마나 어리석은 아이였을까. 항상 거기 있었던 것을 보지 못하고 비참함 속에 자신을 감추고 있었던 어리석은 아이.

- "찬도스가 데려다주었어요."
"그 사람 혼자?"
그가 큰 소리로 외쳤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과 둘이서만 여행한 거냐?"
가정부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도덕관념이 그의 충격적인 표정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코트니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절 보세요, 아빠. 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에요. 스스로 결정할 만큼 자랐다구요. 그리고 여기 오기 위한 방법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에 그 남자와 여행하기로 내가 결정한 거라면, 그건 그런 거예요. 어쨌든 그렇게 했구요." 
그녀가 더 조용한 소리로 말했다.
"난 여기 왔어요.”
"하지만 넌, 괜찮은 거냐?"
"찬도스가 날 보호해 줬어요. 그는 나한테 어떤 일도 생기지 않게 해 줬어요."
"그게 아니라, 내 말뜻은."
"오, 아빠."
코트니가 한숨을 쉬었다.

- 아버지 뒤쪽 문가에서 충격받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워드, 당신한테 딸이 하나뿐인 줄 알았는데요."
코트니는 적절하게 방해해 준 목소리가 반갑기까지 했다. 아빠가 찬도스에게 전형적인 아버지로서의 태도를 보일까 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의 겁먹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 일로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아버지와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문가에 서 있는 여자를 싫어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돌아서서 그 여자에게 우아하게 손을 내밀었다.

- 소투스는 또 그와 플레처가 1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를 얘기하면서 사람들을 웃겼다. 평원에 밤이 깊었을 때였는데, 두 사람은 각기 상대방이 인디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어두운 밤이었고 너무나 깜깜해서 살필 수도 없었는데, 그들은 서로 소리를 들은 것이다. 짐승일까? 아니면 인디언? 두 사람은 서로 6미터 떨어진 침낭 속에서 긴장한 채 누워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 아침이 되었을 때 그들은 서로를 보고 껄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코트니는 지난 며칠 동안보다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다. 찬도스와 가까운 이런 사람들 곁에 있는 게 필요했다. 글쎄, 어쩌면 가깝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가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를 아꼈다. 그리고 그들 중 아무도 찬도스가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총잡이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면 아버지는 분명 그러셨을 텐데. 

- "그는 날 가졌다고 생각했어. 이 모든 걸 내가 원할 거고 그가 접시에 담아주는 건 뭐든지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 어머니의 죄 때문에 날 처벌했어. 어머니가 그와 같이 사는 것보다 코만치인과 사는 걸 더 좋아했기 때문에. 그는 모든 증오와 원한을 나한테 쏟아부었다고. 그리고는 내가 경멸만을 돌려보낸 이유를 알 수 없어했지."  

그가 그 어리석음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히 그랬다고 생각하나요, 찬도스? 당신이 여기 오기 전에 편견을 갖지는 않았나요? 당신 어머니는 여길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플레처에 대한 분노를 숨겼음이 틀림없어요. 그리고 그중 어떤 것은 당신에게 부어졌을 거예요. 결국 당신은 어린아이였을 뿐이니까. 어쩌면 당신 아버지의 행동은 그를 향한 당신의 행동에 대한 반작용이었는지도 모른다구요." 
"당신은 지금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고 있어."
"난 그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알아요."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당신에게 했던 실수들을 후회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고 싶어 해요."
"그가 원하는 나로 바꾸려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말하는 거겠지."

그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뇨. 그는 한 번 실수로 그걸 배웠어요. 오, 맙소사, 찬도스, 여긴 당신 집이에요."


- 조심스럽게 코트니는 침실 문을 약간 열고 들여다보았다. 찬도스는 아직 자고 있었다. 확실했다. 그녀를 떠난 이래로 그는 30시간도 채자지 못했다. 그 시간으로는 열흘은 물론이고 닷새라도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고 잠시 찬도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원하는 만큼 자도록 해주고 싶었다. 또 그가 여기 있다는 말을 아무한테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매기는 알고 있었지만, 그녀도 플레처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늙은 물닭이 깜짝 놀라게 될 거라고 말했다. 매기는 찬도스가 떠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코트니도 그녀의 말이 맞길 바랐다. 하지만 매기만큼 자신할 수가 없었다. 오, 찬도스가 아직 그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그는 어젯밤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그녀를 원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남겨두고 떠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진짜로 희망이 있었다. 그는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를 떠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코트니의 기분은 한껏 날아오르고 있었다.

- 그녀는 매기가 일찍 가져다주었던 그의 안장주머니를 구석에 놓았다. 그런 다음 한 번 더 자신의 모습을 살피려고 거울로 다가갔다. 오늘 아침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자신이 놀라웠다. 사랑이 눈에 빛을 가져다준 걸까? 아니, 사랑에는 기복이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확실히 체험했었다! 웃고 싶고, 노래하고 싶고, 심지어는 소리까지 지르고 싶은 이 기분은 바로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 잠시 동안 그녀는 창문 옆에서 찬도스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걸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녀는 방을 나가서 뭔가 자신을 집중시킬 만한 일을 찾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공포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나중에 돌아왔을 때 찬도스가 가버리고 없으면 어쩌나. 아니야, 그는 다시 언제 볼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없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정도 고려는 해주어야만 한다. 그것만이 그녀의 유일한 확신이었다. 그래서 그를 보이는 곳에 꼭 두고 싶었다.

- "면도하고 싶으면 당신 도구가 여기 있어요, 다시 잠자고 싶지 않다면. 당신을 깨우려던 게 아니었어요. 더 자도 돼요. 아무도 당신이 여기 있는 걸 몰라요."
"아직은 모르겠지."
그가 일어나 앉았다.
"하지만 곧 누군가 매기의 집 뒤에서 슈어풋을 발견하게 될 거야."
"매기가 말을 처리했어요."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거실로 끌고 갔거든요."
"뭐라구?"
코트니가 킥킥 웃었다.
"나도 처음 거기서 말을 보고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 애는 꽤나 잘 견디고 있어요. 매기는 당신이 날 여기로 데려왔다는 걸 플레처에게 말할 생각이에요. 이번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당신한테 달려 있는 거라고 그녀가 말했어요."
찬도스가 턱을 매만지며 투덜거렸다.

"면도를 좀 해야겠군."
코트니가 구석에 놓인 안장주머니를 가리키고는 침대에 앉았다.
"아버지를 만날 거예요?"
그녀가 은근히 떠보았다.
"아니."

 

- "그 정도로는 충분치가 않았어."
코트니가 방을 가로질러 그를 감싸 안았다. 그의 팔이 반응을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마침내 그가 그녀를 가까이 잡아당겼다.
"하얀 날개가 당신 동생인가요?"
"그래."
멀리서 들려오는 듯 냉담한 목소리로 그는 그날 일을 얘기했다.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코트니는 흐느끼고 있었다. 위로를 받는 사람은 오히려 그녀가 되어버렸다.
"울지 마, 고양이 눈. 당신이 우는 건 견딜 수가 없어. 이젠 끝났어. 그들도 더 이상은 울지 않아. 이제는 편안히 잠들 수 있어."
그가 그녀에게 부드럽게 키스했고 다시 키스했다. 이것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 "리드. 당신은 나를 찾으러 그런, 그런 살인자들을 보낼 권리가 없어요!"
그가 그녀의 팔을 강하게 잡고는 둘레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남자들에게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목소리까지 낮출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보다 더 화를 내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돌아왔소, 코트니, 겨우 살아서. 당신을 데려갔던 총잡이는 그의 혀를 잘라내고 손을 작살냈어! 맙소사, 그가 한 짓을 보았는데 그 미친놈과 당신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있었겠어, 내가?"
"과장이 꽤나 심한 것 같군요."

- "내가 말하지."
정확한 타이밍으로 도착한 찬도스가 태평스럽게 말했다.
"난 일당 중 한 명이 코트니를 강간하도록 둘만 캠프에 남겨두고 왔다는 말을 듣고 그놈의 혀를 약간 베었을 뿐이야. 그리고 나무에 매달기 전에 덤으로 총 잡는 손가락 두 개를 부러뜨렸을 뿐이지. 그는 고통에 그다지 인내심이 없었던 모양이군, 그런 거야. 당신 인내심은 어떤가, 테일러?"
리드는 그 말을 무시하며 다그쳤다.
"저자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코트니?"
코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지와 벨트만 두르고 문가에 서 있는 찬도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손을 총에서 떼고서도 충분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깨달았다. 지켜보고 있는 카우보이들, 찬도스를 보고 귀까지 입이 찢어져 있는 플레처, 리드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소투스, 그리고 소투스 뒤에, 아빠! 맙소사, 아빠였다! 아버지가 모든 걸 보고 있었다! 

- "당신은 전혀 여기까지 올 필요 없었어요, 리드. 난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거고, 당신과 캔자스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해요. 그리고 당신이 전처럼 강제로 어떻게 하려 한다면 법적으로 처리하겠어요." 
"당신 화났군."
그가 간결하게 대꾸했다.
"당신이 나한테 기회를 줄 생각이라면..."
"그녀는 이미 당신에게 기회를 주었소, 테일러, 떠날 기회."
찬도스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으르렁댔다.
"이제 나와 거래해야 할걸. 그 빌어먹을 손을 내 여자에게서 치워."

- 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 모든 증인들 앞에서 날 쏘려는 건가?"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싼 관객들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아, 아."
찬도스가 미소를 지으며 총을 빼서 빙빙 돌렸다. 그리고 코트니에게 건넸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고양이 눈."
중얼거림과 동시에 그의 주먹이 올라가 리드의 턱을 갈겼다.
리드가 뒤로 나가떨어졌고 코트니는 앞으로 튕겨나갔다. 하지만 찬도스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 현관 계단을 굴러 떨어지는 리드에게서 막아냈다. 그런 다음 미안한 웃음으로 그녀를 한쪽에 세우고는 넘어진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 코트니는 계단 맨 위에 그대로 서서 남자들이 서로 죽이려고 싸우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을 막을 생각도 못했다. 그녀는 찬도스가 '내 여자'라고 말한 것에 너무나 황홀한 상태였다. 그는 그의 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말했다. 맙소사, 그게 진심이었을까? 
팔 하나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자 그녀가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싸움을 보고 있었다.
"그 젊은 녀석이 한 말을 부인하지 않을 셈이냐?"

그가 자연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네."
그녀는 호된 펀치소리가 들리자 얼른 찬도스 쪽을 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하지만 그는 벌써 몸을 세워 리드의 중앙부에 강한 라이트 펀치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찬도스가 더 크긴 하지만 리드는 황소처럼 건강했던 것이다. 

- "저놈이 텍사스로 널 데려다준 녀석이냐?"
에드워드의 목소리는 여전히 자연스러웠다. 
"네, 네."
그녀의 정신은 싸움에만 쏠려 있었다.
"코트니, 허니, 날 봐라."
그녀가 억지로 찬도스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네, 아빠?"
"그를 사랑하냐?"
"오, 그럼요!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런 다음 그녀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싫으세요?"
"잘 모르겠구나. 그는 항상 이렇게 충동적이냐?"

"아니에요. 하지만 그는 언제나 날 보호해 줘요."

"글쎄, 그의 마음에 들면 그런 거구나."
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 아빠, 그를 알기 전까지는 판단하지 마세요. 그가 총잡이라고 해서..."
"총잡이 중에도 좋은 사람이 많이 있지, 허니. 나도 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 생활해서 사람들과 사교적이거나 친절한 것에는 익숙지 못해요, 그러니까..."
"말없는 사람 중에도 좋은 사람이 많지, 허니."
그녀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
"정말로 그 부분에 대해서 편견 갖지 않으실 거예요?"
"내가 감히?"
그가 낄낄거렸다.
"난 저런 주먹 맞고 싶지 않다."
"오, 그는 그러지 않아요!"
그녀가 안심시키려다가 아버지가 놀리고 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 싸움을 지켜보던 카우보이들에게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얼른 어느 쪽을 위한 환성인지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플레처는 현관 난간에 매달려 힘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다가, 소투스와 서로의 등을 쳐대고 있었다. 마치 자기들이 싸움에서 이긴 것처럼. 
코트니는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찬도스를 찾아보았다. 그는 배를 감싸며 몸을 굽히고 있었다. 얼굴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겠는 걸."
에드워드가 현관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네."
코트니는 찬도스를 열심히 쳐다보며 동의했다.
"난 다른 녀석을 말한 거다."
에드워드가 낄낄거렸다.
"네? 아,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코트니가 동정의 기색 하나 없이 말했다. 리드는 땅바닥에 완전히 쭉 뻗어 있었다.

 

- "글쎄, 이번엔 그놈이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군, 고양이 눈."
찬도스가 그녀를 향해 비틀거리면서 걸어왔다.
"단지 고집 센 돼지머리 같은 놈 때문에 그 개자식에게 총을 쏴야만 했다는 게 증오스럽군."
"오, 찬도스, 앉아요!"
그녀가 숨을 들이키며 현관 쪽으로 그를 이끌었다.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그녀가 계단 위에 그를 억지로 앉혔다.
"맙소사, 당신을 좀 봐요.”
그녀가 그의 눈썹 위로 머리카락을 들어 얼굴을 살폈다.
"아빠, 가방을 가져오시는 게 낫겠어요."
"아빠?"
찬도스가 뒤돌아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나한테 귀띔해 줄 수 있었잖아."
코트니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빠는 싸움을 즐기셨어요."
찬도스가 투덜거렸다.
"그래 당신 아버지니까."

- 그가 플레처를 보고는 다시 투덜거리고 있었다. 플레처는 부하들에게 테일러를 말 위로 던져서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하는 중이었다.
"이게 뭐야, 빌어먹을 가족의 재결합인가?"

그녀는 그가 단지 궁지에 몰려 있기 때문에 험악해 있는 거라는 걸 알았다.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요."
"난 당신 때문에 왔어, 아가씨, 다른 것 때문이 아니고."
"그랬나요?"
"당신은 그걸 알아."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그와 비슷해졌다.
"그럼 말해봐요. 난 당신이 그런 말 하는 걸 듣지 못했어요, 찬도스."

 

-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지금 현관 난간에 기대어 몇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소투스는 그의 옆 난간에 앉아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그녀와 찬도스의 대화에 대한 흥미를 숨기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더 심하게는 그녀의 아버지가 열심히 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 찬도스는 그에게 쏠린 그들의 눈동자를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코트니의 단호하고 불타오르는 눈동자를 느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눈동자만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은 내 여자야, 고양이 눈. 처음 본 순간부터 내 여자였어."

그것으로는 그녀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말해요!"
그가 씨익 웃으며 그녀를 잡아 무릎에 앉혔다. 거기서 그녀는 그의 말을 기다리며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
"당신을 사랑해. 그게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인가?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알지 못할 만큼 아주 사랑해."

- 그녀가 그의 말에 녹아내리며 목을 감싸 안았다.
"나도 당신을..."
"워, 워."
그가 그녀를 제지했다.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걸, 고양이 눈. 당신의 사랑을 나한테 주기로 한다면 난 당신을 돌려보내지 않아.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지 못해줄지 더 이상 걱정하지도 않을 거야. 최선을 다하긴 하겠지만 나중에 마음을 바꿀 여지는 전혀 없을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당신이 내 여자가 되려면 나한테서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아야 해."
"두 쪽 다 유효한가요?"
그녀가 분개하며 말하자 찬도스가 웃었다.
"바로 그렇지."
"그럼 내 의견을 말하겠어요. 당신은 이미 날 사랑한다고 말했고, 나도 당신을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나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하지만 나중에 마음을 바꿀 생각이라면, 경고해 두겠는데, 나한테서 숨을 수 있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이 나한테 가르쳐 준 첫 번째 기술이 바로 추적하는 방법이니까. 당신이 가르쳐준 두 번째 기술은 총 쏘는 방법이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찬도스?" 
"네, 마담."
그가 느릿느릿 말했다.

- "좋아요."
그녀가 이제 자신의 대담함에 볼을 붉히며 미소 지었다. 앞으로 기대어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과 아주 가까워져 있었다.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이 떠나면 죽고 싶을 만큼 당신을 사랑하니까. 다시는 그런 느낌 갖기 싫어요, 찬도스."
"나도 그래."
찬도스가 입술이 닿기 직전에 정열적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절묘한 부드러움으로 키스하고 있었다.
"아직 그르렁대는 방법을 알고 있겠지, 작은 고양이."
"찬도스!"
그가 낄낄거렸다. 이제서야 그녀는 관객들을 의식하게 되었다. 얼굴을 붉힐 때 눈에서 불꽃이 튀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 "확실해, 고양이 눈?"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요."
"나처럼 살 수 있어?"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살겠어요, 아기들을 등짐에 메고 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아기들!"
"아직 아니에요."
그녀는 창피해서 거칠게 속삭였다. 눈동자가 아버지에게 꽂혀 있었다.
그가 그녀를 꼭 껴안고는 웃었다.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그를 본 적이 없었다. 오,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 "하지만 우린 아기를 갖겠지, 그렇지?"
그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어쩌면 집이라는 게 그렇게 나쁜 생각이 아닌지도 몰라."
코트니가 깜짝 놀라며 몸을 굳혔다.
"진심이에요?"
"난 목장을 관리할 수 있어. 내가 그 모든 걸 배웠다는 건 늙은이가 확실히 알지. 그는 또 내가 절대 사용하지도 않을 내 이름으로 웨이코 은행에 한재산 쏟아부었지. 그것이 이 근처에다 멋지고 넓은 장소를 사게 해 줄 거야. 늙은이랑 경쟁할 수도 있지."

 

- 플레처가 침을 튀기며 말하는 걸 들으면서 찬도스의 눈 속에서 웃음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코트니뿐이었다. 소투스는 너털웃음을 멈추지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에드워드도 계단을 내려와 그들과 합류하면서 웃었다.
"내 왕진가방이 필요할 것 같진 않구나. 그렇게 유머러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심하게 다친 경우가 없거든."
"맞습니다, 의사선생. 내가 의사선생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전혀, 자네가 금방 내 사위가 된 방법을 보면 에드워드라는 게 딱 맞겠지만."

 

-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목욕뿐이야. 그리고 내가 결혼 얘기를 했던가, 고양이 눈?"
"아뇨, 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아버지의 표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오, 아빠. 그는 농담하고 있는 거예요. 아빠한테 말해요, 찬도스. 찬도스?"
"와우!"
그가 그녀의 손을 머리에서 잡아뗐다.

"정말로 나를 감정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백인들의 의식으로 밀어 넣을 참이야? 난 스스로 공표했어, 증인들 앞에서. 당신도 선언했고. 당신은 이미 내 아내야, 고양이 눈."
"그게 아버지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찬도스."

코트니가 간단하게 대꾸했다.
"당신은?"
"나도."
"그럼 내가 농담한 모양이군.”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그를 껴안았다. 너무나 행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떤 면에선 무례하고 야만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의 찬도스였다. 때가 되면 부드러울 수 있는. 그리고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 한 곳에 정착하겠다는 말이 그것을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해 주었다.  

- 코트니는 뒤로 몸을 뺐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처럼 행복해지길 바랐다. 플레처를 포함해서.
"아버지한테도 놀리고 있는 거라고 말하지 그래요?"
"그렇지 않거든."
찬도스가 몸을 돌려 플레처의 눈을 마주 보았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 늙은이?"
"빌어먹을, 당연하지!"
플레처가 고함을 쳤다.
"나도 그러리라 생각했지."
일순 플레처의 눈이 꿈틀거렸다. 비록 스스로 미소 짓는 걸 허락하지 않았지만, 마소란 전혀 그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쁨에 넘쳐 폭발 직전이었다. 그는 이렇게 따뜻하고 솔직하고 접근하기 쉬운 아들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건 시작이었다. 운 좋게도 좋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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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단 하나뿐인 호텔에서 일하면서 코트니는 총잡이들을 피할 수 없었다. 어떤 놈은 그녀를 거의 강간할 뻔했고, 다른 녀석들은 입술을 훔치기 위해 열렬하게 싸워댔다. 그것이 그녀가 로클리를 떠나고 싶어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고 또 로클리 남자와 결혼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는 호텔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하녀처럼 일만 했다.

 

"어쩌면. 그런데 전에 남자를 피하려고 호텔을 나온 적이 있었던가?"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걸."
"그럼 이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 건지도 몰라."
"제기랄, 찰리, 말도 안 돼."
"언제 여자가 말 되는 적이 있던가?"
찰리가 낄낄거렸다.
"하지만 난 그녀가 리드 테일러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계모가 일어나길 바라는 일이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내가 마티 케이츠에게서 들었다구. 코트니 양은 폴캣만큼이나 리드를 좋아한다더군."

 

- 그녀는 그가 방에 없기를 기도했다. 저녁에 시원한 물과 타월을 갖다 두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긴 하였지만, 지금은 저녁식사 시간이기 때문에 찬도스 씨가 식당에 있길 바란 것이었다. 그럼 감사를 전하려 노력했는데 그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마티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 테니까. 아니야, 그녀는 벌써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그 남자에게 감사해야만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놀라운 남자와 일대일 맞대면이라니! 어쨌든 그 남자가 방에 없다면, 메모를 남겨놓으면 된다. 

- 그녀가 숨죽인 채 그의 방문을 두 번 두드렸다. 조심스레 귀를 기울인 다음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잠겨 있다. 그럼, 이쯤 해두자. 여분의 열쇠는 없었다. 왜냐하면 해리는 손님이 방문을 잠갔다면 아무도 들여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확고히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이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이유는 그 손님들의 종류가 들어오라는 말 없이 방에 들어간다면 총을 쏴대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코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남자는 위험했다. 언제나 그녀가 피하려고 온 힘을 기울였던 타입의 남자.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그를 찾지 못하자 그녀는 실망스러웠다. 짐 워드에게 그녀에게서 손을 떼라고 하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이 총잡이는 그녀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이런 느낌이 한 번도 없었는데. 

- 코트니는 몸을 돌려 책상에서 그에게 남길 메모나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다시 몸을 돌렸다가는 몸이 얼어붙었다. 그의 손에 총이 들려 있었다.

"미안하오."
그가 바지로 총을 쑤셔 넣었다. 그가 문을 넓게 열면서 뒤로 물러섰다. 
"들어와요."
"아니에요, 그럴 수 없어요."
"그 물을 주러 온 것 아니오?"
"아! 네, 네, 물론이에요. 죄송합니다, 전, 전 단지 이걸 세면대에 갖다 놓으려고."

- 세면대로 가서 물과 타월을 내려놓으며 코트니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자기가 불안해하는 멍청이로 느껴졌다. 오, 이 남자가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엔 핸들리의 가게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더니, 이제는 이렇게 바보같이 더듬거리고.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보기까지 그녀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야 했다. 그는 가슴 위로 팔짱을 끼고 문틀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커다란 형체가 유일한 출입구를 막고 있었다, 고의적이든 아니든. 그녀와는 다르게 그는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를 더 어리석게 느끼도록 하는 태평스런 자신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를 철저하게 벗겨서 모든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자신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호기심도, 흥미도. 그녀에게 약간의 매력이라도 발견한 듯한 기미마저 없었다. 그는 그녀의 오래된 수줍음을 되돌려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코트니. 수년 동안 노력해서 얻은 자신감을 망쳐놓기 전에 그에게서 떨어져.

- "찬도스 씨..."
"씨자는 빼고 그냥 찬도스로."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그의 목소리는 깊고 위로하는 듯한 음색을 갖고 있었다.
궤도에서 벗어난 것에 당황한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렸다.
"당신 무서워하고 있군. 왜지?"
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 "난 당신한테 감사하고 싶어요. 오늘 당신이 해주신 일에 대해서."
"남자를 죽인 것?"
"아뇨! 그게 아니라!"

- "아가씨. 쓰러지기 전에 여기서 나가는 게 좋겠군요."
제기랄, 그가 맞았다! 그가 몸을 풀고 현관 밖으로 움직이는 동안 코트니는 모욕받은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지나쳐 달려갔다. 
멈출 수가 없었다. 지독히도 모든 것을 휘두르고 있는 수치심 때문에 모욕감도 잊어버렸다. 그녀가 다시 돌아섰다. 그는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은 파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의 눈동자는 그녀를 위로하고 그녀의 공포를 풀어주며 이상하게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기뻤다. 
"고맙습니다."
그녀가 또렷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난 그 보상을 받을 거요."
"하지만 당신은 그가 수배자라는 것도 몰랐잖아요."
"내가?"
그는 가게에 있었다. 마티와 그녀의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선생님, 당신은 나를 도와주었어요." 

 

- 그녀는 신문을 침대에 펼치고 첫 번째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총격전에 대한 것은 건너뛰었다. 찬도스 씨와 죽은 짐 워드에 대한 생각이 되살아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워드에게서 멀어졌지만 찬도스에게는 여전히 머물고 있었다. 그에 대해 생각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눈을 바라본 순간부터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가 그녀를 끌어당긴 첫 남자는 아니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처럼 철저하게 그녀를 혼란에 빠뜨리지는 못했다. 처음 마을에 왔을 때 리드 테일러도 그녀의 마음을 끌었지만 그를 알고 난 후에는 그렇지 않았다. 
찬도스에 대하여는 그가 누구인지 뭘 하는 사람인지 안 지금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 그는 얼굴에서 균일하고 가는 허리와 긴 다리의 꽉 짜인 근육까지 딱딱해 보였다. 어깨의 폭은 키 작은 남자에게는 너무 넓은 것이었지만 키 큰 그의 체형에는 완벽해 보였다. 얼굴은 아주 잘 그을렸으며, 피부는 왼쪽 뺨 높은 곳의 작은 상처 말고는 깨끗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입과 눈의 결합이었다. 입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섹시하게 곧았다. 검은 피부 바로 옆에 위치한 너무나 밝은 색깔의 눈은 두껍고 까만 속눈썹과 함께 정말로 아름다워서 그의 모습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그러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치 근육질이었다.
그의 곁에서 코트니는 어느 때보다도 자신이 여자임을 깨닫고 있었다.

- 손에는 양초를 들고 옆구리에는 귀중한 신문을 낀 채 손님들의 객실이 있는 층계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뭘 하려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껏 그녀가 해본 일 중 가장 대담한 행동이었다. 생각을 한다면 할 수 없겠기에 그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문을 노크하기까지 일 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물론 조용히 노크할 정도의 지각은 있었다. 지금이 몇 시인가? 그건 몰랐지만 다른 사람을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찬도스 씨만 깨우려는 것이다.  

- 세 번째 노크를 했을 때 문이 살짝 열리더니 그녀는 거칠게 안으로 잡아당겨졌다. 입은 손으로 꽉 덮이고, 등은 바윗돌 같은 가슴에 눌리고 있었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그녀의 양초가 떨어지고, 방은 완전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밤중에 남자를 깨우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던가? 비몽사몽 중이라면 당신이 여자인지 깨달을 시간조차 없었을 거야."
그가 놓아주자, 그녀는 거의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미안해요. 난, 난 당신을 만나야만 했어요.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당신이 떠나버릴까 봐. 아침에 떠나실 거죠, 그렇죠?"

- 성냥불이 번쩍이는 동안 그녀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양초를 집어 들자 다시 불이 켜졌다. 그는 양초를 작은 서랍장 위에 얹었고, 그녀는 그 옆에 안장주머니와 안장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일부러 짐을 풀어서 정돈해 놓는 사람일까. 아니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떠날 준비가 된 남자처럼 보였다.
그녀는 이 방을 청소하기 위해 수백 번도 더 드나들었지만, 오늘밤은 왠지 이곳이 다르게 보였다. 커다란 융단이 둘둘 말려 벽에 세워져 있었다. 왜일까? 그리고 침대 옆에 있던 융단이 침대 아래 깔려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까 그녀가 갖다 놓았던 타월과 물은 사용하였고, 타월은 세면대 위 막대에 널려져 있었다. 하나짜리 창문은 닫혀진  커튼을 내린 상태였는데 그녀는 창문이 잠겨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방 가운데 있는 무쇠로 된 스토브는 싸늘했다. 그 옆의 등 곧은 나무의자에는 그가 입었던 깨끗한 푸른 셔츠와 검은 조끼, 목도리와 벨트가 걸려 있었다. 총을 끼는 벨트는 침대 옆에 걸려 있고 권총집은 비어있었다. 그의 검은 부츠가 마루에 놓여 있었다. 

 

- 헝클어진 남자의 침대를 보자 그녀는 굴욕감을 느끼며 문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잠자는 남자를 깨우다니, 어쩌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그녀가 사과했다.
"당신을 깨우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했지. 그러니 이유를 말할 때까지는 떠날 수 없소."
그 말은 말 그대로 위협처럼 들렸다. 그녀는 그가 맨가슴에 제대로 잠기지도 않은 바지만 걸친 채 배꼽 부분까지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젖꼭지 사이와 또한 배꼽의 중앙 부분과 바지 안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곧게 뻗은 T자형의 검은 털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가 그의 벨트 고리에 매인 짧고 날카로워 보이는 단검까지. 총은 아마도 바지 뒤춤에 꽂혀 있을 것이다.
아니, 문을 열기까지 그럴 기회는 없었을 텐데. 서부의 남자들은 다른 역할을 필요로 하며 산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이런 남자들은 절대로 경계를 풀지 않았다.

- "아가씨?"
그녀가 움찔했다. 그의 목소리에 성마른 구석이라곤 없었지만 그가 대답을 들어야만 하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머뭇거리며 그녀가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난, 당신이 나를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랐어요."

 

- 그녀의 생각처럼 그에게는 총이 있었다. 그가 손을 뒤로 뻗어 총을 총집에 꽂은 다음 침대에 앉아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코트니에게 이 상황은 지옥 같았다. 헝클어진 침대, 반쯤 옷을 벗고 있는 남자. 그녀의 뺨이 불타기 시작했다.
"무슨 문제가 있나?"

- "날 텍사스로 데려다주시겠어요?"

그녀는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다행스러웠다.
그가 말을 하기까지 짧은 침묵이 흘렀다.
"당신 미쳤군?"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아니오. 난 진심이에요. 난 텍사스로 가야 해요. 아버지가 거기 웨이코에 계시다는 걸 믿을 만한 이유가 있어요."

- "그 길을 가려는 건 아니겠지?"
"그게 가장 빠른 루트예요, 그렇지 않나요? 그곳은 아버지와 4년 전에 여행하려 했던 루트라구요. 만약 음, 아니 됐어요. 나도 위험하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 당신한테 에스코트해 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왜 나지?"
명백한 대답을 생각해 내기까지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해야 했다.
"여기서는 부탁할 다른 사람이 없어요. 글쎄, 한 사람 있긴 하지만 그는 가격을 너무 비싸게 부를 거예요. 당신은 나를 보호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걸 오늘 증명해 보였어요. 당신이 나를 웨이코로 안전하게 ..."

- 험악해져 있었다. 여자에 굶주린 카우보이들 중 하나가 대초원에서 코트니 하르테하고만 있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진 않았다. 자신이 그걸 신경 쓴다는 자체가 더 기분 나빴다. 멍청한 동부 여자 같으니. 그녀는 그의 손에 목숨이 달려 있었던 그때 이후로 4년 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여전히 생존에 대한 본능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 찬도스는 터틀 살롱 앞에 멈췄으나 내리지는 않았다. 조끼 주머니로 손을 넣어 4년간 가지고 다녔던 작은 머리카락 뭉치를 꺼냈다. 코트니의 머리를 휘어잡은 후 손에 남아 있던 머리카락들이었다.
그때는 이름도 몰랐었지만, 로클리로 와서 그 고양이 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름은 알았다 해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고양이 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찬도스는 지난 수년간 가끔씩 그녀를 기억하곤 했었다.
물론 지금의 모습으로 상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녀의 이미지는 죽은 동생과 비슷한 또래일 듯한 겁에 질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 이미지는 지금 변했다, 멍청이 같은 소녀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전처럼 멍청하긴 하지만. 어쩌면 더 그런 지도 모르겠다. 텍사스에 가겠다는 완고한 결정 때문에 강간당하고 살해되는 그녀의 모습을 그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의 상상이 아주 현실성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 찬도스는 말에서 내려 터틀 앞에다 자신의 얼룩말을 잡아맸다. 그는 잠시 더 손에 쥐고 있던 머리카락 뭉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다음 지겨운 듯 던져버리고는 그것이 바람에 날려 먼지 낀 거리로 쏠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찬도스는 잠시 후에 터틀 살롱을 떠났다. 아직도 트라스크를 찾기 위해 뒤져야 할 살롱들이 더 있었다. 댄스홀과 매춘굴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었다. 텍사스를 떠난 이래로 여자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나이트가운을 입은 코트니 하르테 때문에 예기치도 못하게 마음이 심란해졌다. 

 

- 그녀는 찬도스가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 믿었는데, 이제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그 모든 느낌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녀가 몸서리를 쳤다. 두 발을 떡 버티고 선 그의 모습이 너무나 잔인하게 보였다. 너무나 강하고 핸섬하고, 하지만 너무나 잔인하게.
"당신은 아직 자기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군. 그렇지 않다면 비명을 질러서 내 화를 돋구지는 않았을 테니까."
"난, 난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나한테 정확하게 말해봐, 지금."
"당신은 날 강간하려 해요."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난 당신을 그만두게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난, 난 더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해야 할 게 아주 많이 있지, 아가씨. 강간은 아주 최소한의 걱정거리야. 당신은 자신을 나한테 맡겼어. 그건 어리석었어. 왜냐하면 지금 난 원하는 어떤 빌어먹을 짓이든 할 수가 있으니까. 내가 하는 말 알겠어? 난 당신 목을 따서 어떤 사람에게도 발견되지 않을 곳에다 뼈를 묻고 갈 수도 있어." 

- 코트니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간이 있을 때는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
그녀가 떠는 걸 멈추지 않자 찬도스는 그녀의 뺨을 내갈겼다. 그 즉시 고통스런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 어쩌면 너무 심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런 레슨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필요하다면 더 가혹하게도 몰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벌써 충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울음을 그쳐. 이제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다." 
그녀가 믿지 않는 것을 보며 그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하려던 것보다 일을 더 잘 해낸 것 같았다.

- "내 말 들어, 고양이 눈."
그가 억지로 온화하게 말했다.
"고통은 기억된다. 그게 내가 고통을 사용한 이유다. 난 네가 오늘 배운 걸 잊지 않길 바래. 또 다른 남자가 널 강간할지도 모르고, 그런 다음 자기 죄를 숨기려고 널 죽일지도 몰라. 너의 목숨을 낯선 사람의 손에 맡기지 마라. 이런 장소에서 뿐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너에게 그걸 말해주려 했지만 넌 듣지 않았을 거야. 이런 길을 달리는 남자들 중에는 위험한 자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그녀가 울음을 멈췄고 그는 그녀의 입에서 손을 뗐다. 그는 그녀의 입술 위로 작은 분홍색 혀가 움직이는 걸 지켜보았다. 그런 다음 일어서서 등을 돌렸다.
"오늘밤은 여기에 캠프를 치는 게 낫겠다."
그가 다시 돌아보지도 않으며 말했다.
"아침에 로클리로 바래다주겠다."

- 손이 그의 몸을 애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게 싫었다. 하지만 그는 그 여자를 웨이코로 데려갈 것이다. 눈물에 젖은 아름다운 얼굴, 절망으로 가득 찬 고양이 눈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는 그 여자를 데려갈 수밖에 없다. 남은 인생 동안 그 이미지를 간직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죽은 여동생을 기억나게 했던 겁먹은 소녀의 이미지를 4년 동안 간직해 왔던 그런 똑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 유감스럽게도 처음 보았던 그날부터 그녀는 그와 연결되어 버렸다. 그가 고통받았던 것과 그녀가 고통받으려 했던 것을 통하여 그들은 연결되었다. 그가 그녀의 목숨을 살려주었을 때, 그녀는 그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녀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알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녀가 아직 거기 사는지 보기 위해 로클리에 들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녀를 어리석음에서 구출하기 위해 다시 돌아간 것은 더 심각한 실수였다. 그녀는 그의 책임이 아니다. 그는 그들을 얽어맨 끈을 잘라내고 이 인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대신 그녀를 웨이코로 데려가고 있다니. 그래, 확실히 미친 거야.

 

- "찬도스?"
그가 얼굴에 남은 비누거품을 걷어내고, 안장머리에 걸려 있는 셔츠를 집었다. 그녀를 쳐다보며 셔츠를 입었다. 그녀는 아주 여성스럽게 불 옆에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작은 컵을, 다른 손에는 먹다 남은 비스킷을 들고 있었다. 홍조가 남아 있는 얼굴을 그의 눈과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무나 덤불이 별로 없는 평평한 대지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즉시 그녀의 딜레마를 짐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기다렸다.
그녀의 눈이 그를 스쳤다가 다시 지나갔다.
"난, 나는 저기, 내 말뜻은, 아, 됐어요."
그의 눈에 웃음이 번졌다.  

 

- 그녀는 바지 입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가능한 한 말들과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덤불 밖으로 나왔다.
가게에서 옷을 입어볼 시간은 없었다. 그냥 한번 보고 맞을 것 같다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판단은 틀렸다. 바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그것은 남자 바지가 아니라 소년이 입는 바지였다. 만약 배고파 죽을 지경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덤불 뒤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 찬도스는 강의 모서리를 따라 내려가며 수통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요리 중인 점심식사가 눈에 띄자 그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 작은 장작불 위의 냄비 속에서 스튜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녀가 스푼을 찾아 휘휘 저었다. 그 향기에 입에서 침이 고이고 있었다.
"빌어먹을!"
코트니가 비명을 지르며 스푼을 떨어뜨렸다. 천천히 몸을 세워 찬도스를 돌아보았다. 그는 그녀로부터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한 손은 수통 두 개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은 고통을 피하려는 듯 이마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손을 내려 그의 눈을 보았을 때, 코트니는 그가 ...

- 코트니는 나중에 그도 그녀처럼 놀란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가 아니면 왜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있다가 제대로 선 다음에도 계속 그러고 있었겠는가?
그의 횡포는 이걸로 충분했다. 그녀가 날카롭게 말했다.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으며, 달래는 듯하고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혼란스러웠다.
"당신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 그렇지, 고양이 눈?"
그녀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당, 당신 지금 나를 놔줄 수 있나요?"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짧은 순간 그의 눈이 그녀만큼이나 당황한 것 같았다. 그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러지, 아가씨."
그가 마침내 중얼거렸다.
"이런 식으로 날 놀라게 하지 말도록. 당신은 바지를 입을 수 있어, 물론 당신이 지적한 대로 내가 사라고 했지. 만약 내가 찬성할 수 없다면, 음, 그건 내 문제겠지, 당신 문제가 아니고."
그녀는 그것이 그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도 그를 분별없이 만드는 거라면 다시는 놀라게 하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었다.
"당신만 괜찮다면, 난 먼저 식사를 하고 치마를 좀 더 말리는 게 좋겠어요. 괜찮겠어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고, 코트니는 짐말로 접시들을 꺼내러 갔다.

 

- 찬도스는 코트니가 잠들었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 다음 부츠와 총만 쥐고 일어서서 소리 없이 야영지를 떠나갔다. 그는 강에서 떨어진 방향으로 걸어갔다. 어두웠고 모든 게 그림자투성이었다. 

- 그리 머지않은 곳에서 찬도스 옆으로 나란히 선 날뛰는 늑대를 발견했다. 그들은 목소리가 바람에 날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 아무 말도 없이 걸어갔다.
"그녀는 당신 여잔가?"
찬도스가 앞을 노려보며 멈추어 섰다. 내 여자? 그건 정말 듣기 좋군. 하지만 그가 자신의 것이라 칭하거나 그러길 원했던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가 여러 번 되돌아갔던 유일한 여자는 정열적인 카리다 알바레스 뿐이었다. 하지만 카리다는 많은 남자들에게 속해 있었다. 

 

- "아니, 내 여자가 아니야."
그가 마침내 말했다.
날뛰는 늑대는 유감스러운 듯한 낌새를 놓치지 않았다.
"왜?"

많은 이유들이 있다는 걸 찬도스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만 말해주었다.
"그녀는 무턱대고 따라오는 타입이 아니야. 그리고 난 끝나지 않은 일을 그만두지 않아."
"하지만 당신과 같이 있잖아."
찬도스가 낄낄거리자 하얀 이가 어둠 속에서 번득였다.
"항상 그렇게 호기심이 많았던가, 친구? 그녀가 나보다 더 강하다고 말한다면, 아니 오히려 더 끈질기다고 말하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그녀가 어떤 무기를 휘둘렀는데?"
"눈물, 빌어먹을 눈물."
"아, 나도 눈물이라는 무기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지."

- 찬도스는 날뛰는 늑대가 죽은 아내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언제나 그랬다. 한마디 말이나 표정만으로도 날뛰는 늑대는 찬도스에게 그 일을 아주 생생히 떠오르게 했다.
지금 그의 행로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찬도스는 그 일을 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날뛰는 늑대는 아니었다. 코만치의 용사는 매일매일 추억과 함께 살았다. 그것이 그의 지지대요 살아 있는 이유였다. 
마지막 열다섯 번째의 학살자가 죽는 날까지 그들 중 누구에게도 악몽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어야만 찬도스는 꿈속에서 비명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며,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날뛰는 늑대가 죽은 아내와 두 달 된 아들이 누워 있는 곳에 무릎을 꿇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목이 베인 채 누워 있었던 그 작은 아기! 
때때로 그 이미지가 쫓아다닐 때면 찬도스는 주위와의 연락을 끊고 혼자서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그 악몽을 발견했던 그날 그랬던 것처럼. 날뛰는 늑대와 그의 계부가 운 것처럼 그도 울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이 마음대로 흐르지 않았다. 그의 계부는 몇 차례 강간당하여 피로 얼룩진 아내의 다리를 덮으며, 고통과 죽음의 공포로 가득 찬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감겨주며 피눈물을 흘렸다. 찬도스의 어머니는 파란 눈의 여자라고 불렸었다. 

- 아마도 언젠가는 눈물이 흐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머니의 비명소리를 그만 들을 수 있겠지. 아마도 어머니는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얀 날개의 이미지는 영원히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를 숭배하며 동경했던 작은 의붓동생. 그 사랑스럽고 달콤한 아이를 도살한 모습이 그의 영혼을 지져대고 있었다. 부러진 두 팔, 이빨 자국들, 뒤틀리고 피로 범벅이 된 몸뚱어리. 그의 어머니를 강간한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치자. 그녀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하얀 날개를 강간한 것은 상상하는 이상으로 증오스러웠다.

- 그 끔찍함에 책임을 져야 할 열다섯 명의 백인 중 두 명만이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 날뛰는 늑대와 찬도스와 같이 말을 달렸던 다섯 명의용사들은 그해에 살인자 대부분을 찾아내어 사형을 집행시켰다. 찬도스의 계부는 두 명의 코틀 형제들을 쫓아갔고 나중에 그들 시체 옆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 개자식들이 인디언이 들어갈 수 없는 마을에 숨었을 경우에만 찬도스는 백인 남자처럼 머리를 자르고 총을 찼다. 마을로 들어가서 그놈들을 없애버리기 위하여.
 
- 찬도스가 가장 원하는 녀석은 웨이드 스미스였다. 그 녀석은 트라스크처럼 그를 교묘히 피해 다니고 있었다.
존 핸들리는 뚱뚱한 농부가 죽기 전에 말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였다. 실제로 행동한 놈들의 이름을 불었다. 날뛰는 늑대의 젊은 아내를 죽인 녀석은 트라스크였고, 그 코만치는 그놈이 죽을 때까지 휴식하지 않을 것이다. 찬도스가 스미스를 발견할 때까지 추적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찬도스는 트라스크를 날뛰는 늑대에게 넘길 수 없다면, 친구를 위해 직접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얀 날개를 마지막으로 괴롭히고 목을 자른 놈은 웨이드 스미스였으므로, 스미스는 찬도스가 직접 죽일 것이었다. 

- 인디언 친구들은 할 수 있는 경우에 모두 함께 말을 달렸다. 컬리를 발견한 애리조나에도 함께 갔었다. 그들은 한 번 이상 텍사스를 통과해 말을 달렸고 네브라스카만큼이나 북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뉴멕시코에도 들어갔었다. 같이 말을 달릴 때 찬도스는 그들 중 하나였지만, 그들과 떨어져서 마을을 탐색할 때는 다시 찬도스가 되었다. 그들은 이번에 텍사스에서부터 같이 왔고, 코트니만 아니었다면 그는 그들에게로 돌아갔을 것이다.

- 아주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 여자는?"
"그 여자도 텍사스에 갈 거야."
"그렇군. 이번 횡단에 우리 친구들을 원하지 않겠군."
찬도스가 씨익 웃었다.
"그녀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오늘 당신을 보았을 때 꽤 겁을 먹었지. 다른 친구들을 본다면 아마 히스테리를 감당해 내야 할 거야."

"그럼 우리가 가까이 있다는 걸 잊지 마, 필요할 때."
날뛰는 늑대가 말하고는 왔을 때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 찬도스는 까만 밤하늘을 쳐다보며 한참 동안 거기 서 있었다. 공허했다. 이런 느낌은 마지막 살인자가 죽을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때가 되어야만 그의 사랑하는 여인들이 꿈속에서 비명을 멈추고 잠들 수 있을 것이다.

- 갑자기 온몸에 냉기가 쫘악 흘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비명소리를 들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캠프에 도착했던 그 끔찍한 날 이후로는 느껴보지 못했던 깊은 공포를 느꼈다.
그는 바람처럼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코트니가 쓰러지면서 그의 맨가슴에 딱 달라붙었다.
"미안해요."
그녀가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으며 서툴게 중얼거렸다.
"깨보니 당신이 없었어요. 비명을 지를 생각은 아니었는데, 정말 아니었어요. 하지만 난 당신이 날 두고 떠난 줄 알았어요. 난, 난 너무 무서웠어요, 찬도스, 날 두고 가지 않을 거죠, 그렇죠?"
그가 여자의 머리를 잡아 고개를 들게 했다. 그녀에게 세차게 키스를 했다. 너무나 섹시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입술이 그녀의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부드럽게가 아니었다. 그의 키스, 그녀를 껴안고 있는 방식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 어느 순간 무언가가 어찔어찔한 혼란과 섞이기 시작했다. 배의 움푹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그 이상한 느낌, 전에 느꼈었던 그런 느낌.
그 느낌이 생겨나자 키스를 오래 끌고 있는 사람은 이제 그녀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를 너무나 꽉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키스를 끝내는 일은 그녀가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 찬도스가 마침내 그녀를 껴안고 있던 손을 풀어 멀리 떼어놓았다. 그를 껴안았던 그녀의 팔도 풀어졌다.
강렬한 그의 하늘색 파란 눈동자를 마주 대하자 코트니는 정신이 멍해졌다. 그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약간 늦었다 해도, 그녀는 그의 행동이 정말로 이상스러웠다.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손을 올려 자기 입술을 만져보았다.
"왜, 왜 그런 거죠?"


- 찬도스가 그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왜라니! 글쎄, 그는 처녀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왜라고 물었나? 그 부드럽고 성숙한 유방이 그의 가슴에 아로새겨지고 있었다. 그 매끄러운 맨살의 팔이 그에게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온기로부터 그를 막아주는 것은 얇은 슈미즈와 페티코트뿐이었다. 그런데 왜냐고? 하느님 맙소사!
"찬도스?"
그녀가 다시 불렀다.
그때 그녀 뒤에 있는 날뛰는 늑대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친구는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달려온 것이다. 그가 얼마나 보았을까? 너무 많이. 떠나기 전에 찬도스에게 보인 알 만하다는 미소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찬도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잊어버려."
그가 말했다.
"당신 입을 막을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았어."
"아."
빌어먹을, 그렇게 실망스런 소리를 내야겠어? 자칫하면 바닥에 눕혀진 자신을 발견할 뻔했는데 그걸 몰랐단 말인가? 그래,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자기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 코트니는 입을 열었다가, 찬도스가 화났을 때 쓰곤 하는 이상한 말을 내뱉자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가 몸을 홱 돌려 말 쪽으로 갔다.
"어디 가는 거예요?"
"잠이 깼으니 목욕이나 할 거야."
그가 안장주머니에서 타월과 비누조각을 꺼냈다.

- 코트니는 다시 침구로 몸을 감쌌다. 그가 강으로 내려가버리자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저 사과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렇게 성낼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때 그녀의 눈이 침구 옆에 있는 옷더미로 쏟아졌다. 그녀의 옷이었다. 그리고는 뜨거운 기운이 뺨으로 올라왔다. 생각도 못했다. 오, 세상에! 속옷밖에 안 입은 채로 그의 팔에 뛰어들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수치감에 울어야 하는 건지 찬도스에게 펼쳐 보인 어색한 그림에 웃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글쎄, 웃을 일은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행동한 것도 당연했다. 그는 그녀보다 더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 코트니는 한숨을 쉬며 타는 불꽃과 그 너머의 강을 바라다보았다. 소리가 들리거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찬도스가 거기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남자처럼 강에서 목욕할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픈 근육에 아주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옷을 다 입은 채로 씻어내기만 했던 것이다.

- 찬도스가 캠프로 돌아왔을 때에도 그녀는 깨어 있었다.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았을 것 같아 자는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놀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두꺼운 속눈썹 사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흡사 날렵한 동물처럼 유연하고 우아하게 움직였다. 그에게는 약탈자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습관적인 감각이 아니라 어떤 도전도 확실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주위 환경의 주인인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가 타월을 나무에 걸치고 비누를 안장 주머니에 돌려놓는 동안 그녀의 눈은 계속 그를 쫓고 있었다. 그가 불 옆에 쭈그리고 앉아 나무를 찔러 넣었다. 그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자는지 확인도 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그때 그가 눈을 돌렸다. 그녀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그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과 똑같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그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는 걸까?  
그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없어도 되는 귀찮은 존재라는 생각? 그것이 무엇이든 그녀는 모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마침내 그가 일어서서 자기의 침구로 향했을 때, 그녀는 그의 관심을 갑작스레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을 느꼈다. 그녀의 관심은 아직 그대로인데. 그녀는 그의 등이, 적어도 어깨뼈 사이의 계곡에는 아직까지 물기가 남아 있다는 것까지 알아챘다. 그리고 손으로 그 살갗을 쓰다듬어 물기를 털어주고 싶다는 당혹한 충동을 느꼈다. 

- "잘 잤어요? 커피도 있구, 음식은 따뜻해요."
찬도스는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에 신음을 내뱉었다. 도대체 내 앞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런 다음 그는 그녀 덕분에 어젯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지금 먹을래요?"
"싫어!"
그가 으르렁댔다.
"기막혀, 그렇게 화낼 필요 없잖아요!"

- "기막혀?"
그가 되뇌어보고는 웃기 시작했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코트니는 완전히 어안이 벙벙해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웃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미소 짓는 것조차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놀라웠다. 얼굴의 엄격한 선들이 편안해지고, 그는 훨씬 더 핸섬해 보였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

- "미안."
그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난 거의 말을 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웃기는 서부 사람들이나 그런 말을 하는 줄 알았지."
코트니가 미소 지었다.
"내 친구 마티의 나쁜 영향이에요. 그 애는 종종 말을 줄여서 쓰거든요. 하지만..."
"종종? 하, 당신은 요즘과 옛날을 왔다 갔다 하는군, 그렇지 않아?"

그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웃었다.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코트니에게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 그녀를 놀리고 있었다.

 

- 그녀는 불을 깨끗이 치우고 그릇들을 정리했다. 일하면서 그녀는 자기가 또 면도하는 찬도스를 훔쳐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길고 단단한 그의 몸 위로 애무하듯이 천천히 움직였다. 
정말 멋진 몸이다, 남자 몸 치고는. 기막혀, 코트니, 조심스럽게도 말하는구나. 최고라는 말이 더 어울려. 그녀는 조각가가 최고의 창조물을 원했다면 바로 찬도스를 조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요리한 그릇들을 모아 강으로 내려가면서 코트니는 한숨을 쉬었다. 마침내 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녀는 찬도스의 몸에 감탄하고 있었던 것이다.

 

- "감탄이라기보다는 욕망이란 말이 더 맞을 걸."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중얼거리다가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게 정말일까? 그래서 그를 보았을 때, 그가 그녀를 만졌을 때, 그리고 특히 키스했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걸까? 욕망에 대해서 네가 뭘 안다는 거니? 남편에 대한 느낌을 노골적으로 말하곤 했던 마티 덕분에 코트니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아는 편이었다. 
"손을 그에게서 뗄 수가 없다니까."
마티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찬도스에 대한 코트니의 느낌도 똑같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를 만지고 싶은 충동은 확실했다. 손가락으로 그 단단하고 팽팽한 살갗을 쓰다듬으며 미지의 것을 밝혀내고 싶은 것이다. 

 

- 이런 느낌들을 어떻게 밀어내면 좋을까? 그녀는 찬도스를 피할 수 없었다. 반면에 그는 그녀에게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여자로서 자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코트니를 혼자만의 상상으로 홀로 남겨 놓았다. 
지난밤의 키스가 계속 마음속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가 키스를 처음 해보는 것은 아니었다. 로클리에서 따라다니던 사람들의 키스, 리드의 소유하는 듯한 키스를 받았다. 하지만 키스를 즐겼던 적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찬도스가 진심으로 키스한다면 어떨까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충격적이게도 그녀는 이 남자가 어떻게 사랑을 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가 살아온 대로 원초적이고 야만적으로? 아니면 점잖게? 어쩌면 그 둘 다? 
"팬 하나를 얼마나 오래 닦는 거요?"
코트니는 깜짝 놀라 팬을 물속에 떨어뜨리고는 물살에 쓸려가기 전에 얼른 잡았다. 한 손에 팬을 든 채 그녀는 몸을 홱 돌려 그렇게 몰래 다가온 찬도스에게 한마디 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 믿을 수 없을 만치 섹시한 입술을 보고는 신음을 흘리며 얼른 시선을 피했다. 
"난 저기, 공상하고 있었어요."
그녀가 죄진 사람처럼 말했다. 그 공상이 어떤 것인지 그가 짐작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 그는 발길을 재촉했다.
가까이 다가선 그를 보자마자 그녀가 울음을 터트렸다. 찬도스는 웃음이 나왔다.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밤 그녀가 그렇게 했다. 그리고 필요할 때는 침착하고 용기 있더니 이제 안전해지니까 울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자기 말로 옮겨서 안아주었다. 그녀가 울면서 바싹 달라붙었다. 그는 그녀를 꽉 껴안고 있었다. 그녀가 울면서 공포를 몰아내는 것이 기뻤다. 이윽고 울음을 그쳤을 때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들어 키스했다. 

 

- 그가 일부러 키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부에서 어찔어찔한 느낌이 솟아오르자 그녀는 무서워졌다. 그리고는 얼른 찬도스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녀가 숨을 죽인 채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침착한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었다.
"이번엔 내 입을 다물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니죠?"
"내가 왜 당신한테 키스했는지 물으려는 거요?"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그만, 작은 고양이. 내가 당신한테 말을 하면 우린 여기서 당장 같이 누워야 될 거요.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당신은 지금처럼 순진하지 않겠지." 
코트니는 깜짝 놀랐다.
"난, 난 당신이 나한테 매력을 느낄 줄은 몰랐어요."
찬도스가 투덜거렸다. 자신의 행동을 해명할 말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고, 그저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할 셈이었나?

"나를 내 말로 돌려보내주는 게 좋겠어요, 찬도스."

그녀가 망설이며 말했다.
"그게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적절한' 일인가?"
그녀의 모든 부분이 이곳에 있고 싶다고 아우성을 쳐댔다. 하지만 그의 빈정거림이 그녀를 재촉했다.
"그래요."
그녀가 새치름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덜컹거리며 안장에 내려졌고, 고삐를 잡기도 전에 찬도스의 말은 출발하여 저만치 가고 있었다.
말을 타는 동안 그녀는 진실로 멍한 상태였다. 찬도스가 그녀를 원했다! 
 
- 찬도스가 그녀를 원했다! 다음날 아침 똑같은 도취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의 머리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 떠오른 생각에 차가운 물 한 양동이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진실이란 그래, 너무나 명백했다! 그런 몽상을 하다니 얼마나 바보 같은가. 물론 그는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기 있는 유일한 여자고, 그는 남자였다. 그것으로 그녀는 남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갖는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진짜로 그녀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무관심했었다. 그는 단지 기분이 그랬던 것이다. 남자들이 여자에게 진짜 관심도 없이 갈구하게 되는 그런 유혹 말이다.

 

- 잠시 후 코트니는 침구를 챙기려고 다시 야영지로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화가 난 것도 있었지만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찬도스의 셔츠가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와 바지 속으로 집어넣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레이스로 된 V자 계곡은, 그에게는 가슴 중간 부분까지나 오겠지만 그녀에게는 배꼽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심한 것은 꽉 묶이지 않는 뻣뻣한 생가죽 레이스였다.  

 

- 얼마나 더 충족감도 없는 채 그녀를 원할 수 있을까? 자신의 자연적인 마음과 싸우는 것은 찬도스에게 있어서 새로웠다. 다른 것을 생각할 수도 없이 여자를 원하고 있었다. 그녀가 딱 달라붙어 있어서 그는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도망갈 길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그녀 자신이 몸을 던지더라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글쎄, 그는 그렇게 고상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요구할 만큼은 있었다. 
아, 그녀는 제안을 했고 그는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다. 그녀를 그 자신으로부터도 보호해야 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생각은 완전히 고문이었다. 관능적인 모습과 부드럽고 굴복하는 듯한 키스로 그녀는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그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원한다는 것을 알자 그의 피는 전에 없이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인내할 수 있는 이상으로 그를 충동질하고 있다는 걸 알까? 아니, 모를 것이다. 그는 그녀가 모르도록 온 힘을 쏟았다, 어젯밤까지는. 그리고 그걸 알았다면 그녀는 분명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육체를 태울 듯한 표정을 전혀 억제하지 않았으니까.

 

- 마침내 그녀는 강에서 나왔다. 타월을 안 갖고 왔기 때문에 말리는데 문제가 생겼다. 손으로 물기를 닦았다. 주여, 찬도스의 등을 이렇게 만지고 싶었던가요? 그런 건 생각하지 마, 코트니, 그녀는 재빨리 옷을 입고 캠프로 돌아갔다.
놀랍게도 찬도스는 벌써 접시를 닦고 불을 피우고 침구까지 펼쳐놓고 있었다.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상쾌한 목욕 후인지라 조금도 졸립지 않았다.
그녀가 다가가자 그가 일어섰다. 그의 눈이 그녀의 연한 녹색 실크가운을 훑어보았다. 갑자기 옷을 입기 전에 완전히 몸을 말리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실크가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고 머리는 젖어 있었다, 핀을 꽂기는 했지만. 그녀가 목욕했다는 것은 확실했고, 벌거벗고 목욕한 것이 떠올라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 "씻는 건 됐어, 그냥 됐다구."
"찬도스!"
"어쨌든 아가씨가 여행 중에 목욕하는 건 제대로 된 게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돼요. 당신도 알잖아요! 내가 옷을 다 벗었기 때문에 그래요? 오늘 목욕을 하긴 했지만 난..."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불러일으킨 상상은 찬도스의 마음을 뒤집어놓았다. 낮게 으르렁대며 그가 여자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억지로 묶어놓았던 정열이 속박을 풀었다. 

- 그의 한 팔이 무쇠처럼 그녀를 안고 있었다. 너무 꽉 눌려서 유방이 그의 가슴에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다른 손은 그녀의 뒷머리를 움켜잡고 있었다. 그녀는 덤벼드는 그의 입술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의 입술은 광포하고 잔인했다. 야만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입술을 아프게 하더니 억지로 벌렸다. 그리고는 뜨거운 혀가 그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난폭함에 코트니는 그가 다시 자기를 다치게 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자유로워지려고 그의 어깨를 밀어보아도 그의 포옹은 강해질 뿐이었다. 비틀고 꿈틀거려도 보았지만 그를 움직이게 할 수는 없었다.

- 찬도스는 코트니가 저항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는 자기와의 전쟁에서 졌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욕망이 여자를 무섭게 할 수도 있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끊임없는 투쟁이 그를 멈추게 했다. 정신이 들었다.
 
- "이게 당신의 또 다른 레슨인가요?"
"아니."
"하지만 또 아프게 했잖아요!"
찬도스가 그녀의 뺨을 쓸었다.
"그러려던 게 아니었어, 작은 고양이.”
그는 이제 아주 온화했다. 그의 목소리, 그의 시선, 얼굴 위에 느껴지는 그의 손. 하지만 코트니는 경계를 풀 수 없었다. 아직도 그가 무서웠다.

- "쉬이이, 고양이 눈. 내 말 들어봐. 당신을 무섭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내가 당신을 원하는 것처럼 남자가 여자를 원할 때는 천천히 하기가 쉽지 않은 거야. 알겠어?"
충격으로 잠시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그녀가 물었다.
"당신이... 날 원해요?"
"그걸 의심할 수 있나?"
그가 온화하게 말했다.
코트니가 눈을 아래로 깔았기 때문에 그는 그녀 눈 속의 기쁨과 혼란을 볼 수 없었다.

 

- 그가 그녀의 턱을 들어 눈을 맞추었다.
"당신에게 저항하려고 열심히 싸웠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가 자책하는 한숨을 쉬었다.
"내 욕망의 분별력을 의심하려면 해. 하지만 로클리 가게로 당신이 걸어 들어온 순간부터 당신을 원했다는 건 의심하지 마. 내가 당신 때문이 아니라면 그 쓰레기 같은 짐 워드에게 신경이나 썼을 것 같아?"
 
- "더 이상 내 느낌을 견딜 수가 없어, 고양이 눈. 당신을 남겨두려고 내 손에서 떠나보내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 당신을 만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어. 특히나 당신도 날 원한다는 걸 안 지금은."
"아니에요, 난..."
그는 그녀가 부인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또 다른 키스가 그녀의 의지와 이성을 앗아가고 있었다. 처음이 잔인했다면 지금은 달콤했다. 하지만 코트니에게 어떤 키스도 성공하지 못한 마력을 불러일으킨 건 그의 고백이었다. 그가 그녀를 원했다. 항상 원해왔었다! 오, 세상에, 너무나 환상적이야.

- 결정을 내려야만 해. 이렇게까지 하고 멈추게 한다면 그가 화낼까? 그를 그만두게 할 수 있을까?
공포의 전율이 다가들기 시작했다.

- 그가 그녀의 귀에 허스키하게 속삭였다.
"이제 원하는 정도로는 안돼. 난 당신을 만져야만 해."
그의 손이 여자의 열린 옷 속으로 미끄러지면서 유방을 하나씩 찾아냈다. 얇은 슈미즈는 강렬한 열기에 어떤 보호막도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쾌감이 찾아왔다. 그가 그녀의 귀를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그는 정열적으로 공략하고 있었고 그녀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가운이 벗겨지는 동안에도 저항은 없었다. 어찔어찔한 키스가 잇따르고 슈미즈가 머리 위로 잡아당겨졌다. 그녀는 허리 위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도로 눕혀졌다. 

- 코트니는 이렇게 멋지고 만족스러운 것을 꿈꿔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이 있었다. 찬도스는 그녀에게 모든 걸 보여주고 싶어서 둘렀다. 
 
- 그녀의 손은 더 이상 그의 팔을 내치지 않았고 남자의 목으로 서서히 올라갔다. 찬도스는 잠깐 멈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 속의 불꽃이 그녀를 매혹시켰다. 더 이상 그의 정열을 억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넌즈시 알리고 있었다. 그것은 거의 견딜 수 없는 폭로였다.
 
- "쉬이이, 작은 고양이. 당신 안에 있는 나를 상상해 봐. 당신은 날 위해 젖어 있어. 당신이 준비되길 기다리는 내가 어떤 줄 알아?"
그가 한 번 두 번 키스했다. 그의 눈이 불타오르면서 그녀를 사로잡았다.
"당신을 사랑하게 해 줘, 작은 고양이. 내가 당신 깊은 곳에 있을 때의 울림을 듣게 해 줘."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가 다시 키스했다. 그의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그녀의 남은 옷들이 다리를 미끄러져 내리고 한쪽으로 던져졌다.
 
- 찬도스는 그녀가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옷을 벗고 그는 즉시 여자의 다리를 벌려 그녀 위로 긴 몸을 뻗었다. 그가 신음소리를 내며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입으로는 고통에 찬 여자의 비명소리를 삼키며, 몸으로는 여자의 몸에서 이는 경련을 흡수하면서.
 
- 오랫동안 찬도스의 입과 손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엉덩이가 움직였다. 그가 섬세하게 애무하며 강력하게 안으로 밖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아, 그래, 작은 고양이, 말해 봐."
그녀가 절묘한 쾌락으로 신음하자 그도 그녀의 입에 대고 신음했다. 그녀가 그르렁거렸다. 견딜 수가 없었다. 팔로 그를 꼭 붙잡고 엉덩이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올라갔다. 그녀는 안으로 더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 다리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높이 올릴수록, 그는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더 높이높이 올렸다. 갑자기 견딜 수 없는 폭발이 느껴지면서, 엄청난 황홀감으로 그녀는 그의 이름을 찢어지게 불렀다. 
그녀는 그가 한순간도 빠짐없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으며, 오랫동안 그를 지배하던 정열을 이제서야 분출해 낸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여행 일곱 번째 날 저녁 그들은 찬도스가 예상했던 대로 또 다른 강을 건넜다. 코트니는 이미 젖었기 때문에 저녁식사 후 목욕을 하기로 결정했다. 찬도스에게 말하지 않고. 그녀는 이번 목욕에 특별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의 명령에 불복종함으로써 찬도스를 모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속옷은 젖어서 몸에 착 달라붙고 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 물에서 막 나오려 했을 때 그녀는 보았다기보다는 느꼈다. 혼자가 아니었다. 심장이 멈추는 듯한 순간이 지나고 찬도스를 보았다. 그는 나무 그늘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그러고 있었을까?
그가 일어나서 그늘 밖으로 나왔다.
"이리 와, 고양이 눈."
그는 지난 3일 동안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지도 않았다. 다시 아가씨로 되돌아갔던 것이다.
코트니는 콧김을 내뿜었다. 그녀의 눈이 불꽃 튀고 있었다.
"나쁜 자식! 또 날 이용하려는 거지!"
그가 한 걸음 더 그녀 쪽으로 걸어왔고, 그녀는 물속으로 물러섰다. 더 멀리 갈 수도 있었지만 그가 멈추어 섰기 때문에 같이 섰다.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 몸의 선 하나하나가 그에게 도전하고 있었다. 그는 가끔 사용하는 이상한 말로 지껄이더니 몸을 돌려 캠프로 돌아가버렸다.
해냈다. 용감하게 내 입장을 고수했다. 그녀는 자랑스러웠다.


- 지금 그녀의 눈 속에 보이는 것은 불길이었다. 거절당한 여인의 분노와 불길. 그녀의 분노가 남자의 자존심을 만족시키지 않는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걸 피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반응에 그는 기뻐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가장된 무관심을 받아들였다면 오히려 상처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무시하면 그녀는 분노했고 그것이 그를 기쁘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그녀의 순수함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그녀를 그 믿을 수 없는 밤에 그의 것으로 만들고 나서 그는 자신의 불타는 갈망이 만족되었다고 믿었다. 글쎄, 더 잘 알았어야 했다. 강에서 목욕하는 그녀를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그는 자신의 결의를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의 광기를 끝내준 뱀에게 거의 감사할 지경이었다. 그럴 수만 있었다면 그는 다시 어젯밤 그녀와 사랑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그녀와 떨어지기가 더 힘들게 될 것이다. 더 연결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다. 

 

- 그는 그녀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들이 마침내 말을 세웠을 때 그의 격정이 폭발했다. 여자를 말에서 내리고 블라우스를 열어젖혔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살인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는 자신이 거의 죽음에 처한 지경이 아니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삶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는 듯, 그리고 그것을 여자의 부드럽고 고분고분한 몸속에서 찾으려는 듯했다. 
코트니는 압도당했다. 찬도스를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두렵지도 않았다. 그녀가 느낀 건 떨리는 흥분, 그의 강렬함이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다. 찬도스가 그의 남성적인 우위를 이런 식으로 나타낼 필요가 있다면, 그녀는 그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었다. 그녀도 풀어야 할 갈망이 있었고 두 사람의 갈망을 풀기에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 뒤안에서,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싶어 한다면 그녀에게 그렇게 화난 것은 아닐 것이라는 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그는 여자를 땅으로 내렸고, 여자는 그에게 꼭 매달렸다. 잡초와 돌들이 옷을 찔러댔지만, 그의 입술이 젖꼭지를 물어 굶주린 듯 빨기 시작하자 거의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여자의 목구멍에서 기쁨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찬도스는 신음하며 여자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몸을 갖다 붙였다. 팔을 밑으로 감싸 여자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그의 복부가 꿈틀거리는 여자의 깊은 곳에 기쁨의 불꽃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녀가 거칠어졌다. 깨물고, 할퀴고,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가 여자의 치마와 페티코트를 확 잡아당겨 엉덩이 밑으로 깔았다. 그것이 그들의 자리를 더 부드럽게 만든 건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벨트와 총집을 풀렀을 때, 정열로 평소보다 더 기울어진 그녀의 눈이 남자의 폭풍우 치는 시선에 사로잡혔다. 어둠 속에서조차도 그의 모습은 숨이 멎을 정도였다. 그가 떨어져 나가자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옷을 다 벗은 순간 그녀는 그를 끌어당겼다.

- 즉시 그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광포한 갈망을 담은 굶주린 울부짖음이 그녀의 내쉰 한숨과 조화를 이뤘다. 그가 물러났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숨을 삼켰다. 여자의 깊은 곳을 내리치는 그를 그녀는 똑같은 열정으로 맞이했다. 마침내 찬란한 절정에 도달했다. 그가 깊이 있게 긴장된 자신을 쏟아붓자 그녀의 황홀경은 오래 지속되었다. 넘쳐나는 그의 해방된 온기가 그녀를 꽉 채울 때까지.

- 그가 몸을 움직였다. 입술이 여자의 목을 스치며, 여자의 가슴에서 그의 무게를 들어 올렸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당신, 비명 지르더군."
"내가?"
자기가 무슨 소리를 냈는지도 모르다니.
그가 미소 지으며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앞뒤로 미끄러지며 그녀를 놀려대고 있었다.
코트니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젠 점잖으시군요."
"당신은 점잖은 걸 원치 않았지, 작은 고양이." 
그것이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원해, 그렇지?"
당황해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옆으로 몸을 구르고는 그녀를 잡아당겼다.  

- 그녀가 그에게로 팔을 둘렀다. 그 같은 남자를 저지하기엔 약하디 약한 동작이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그의 팔이 그녀를 보호하듯이 둥글게 감쌌다.
"찬도스?"
"응, 고양이 눈?"
그녀는 생각을 정리하려 애쓰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코트니라고 부를 수 없어요?"

"그건 당신이 하려던 말이 아니겠지."

"그래요, 아니었어요. 그가 벌써 죽었을까요?"

이번엔 머뭇머뭇하는 어린애 같은 목소리였다.
"응."
그는 거짓말을 했다.

- "당신 진짜로 날 위해 혼자 왔던 거예요?"
"내가 한 부대라도 이끌고 올 거라 생각했나?"
그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아니, 물론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 친구가 있잖아요, 날뛰는 늑대. 그가 가까이 있었다는 거 알아요. 당신이 직접 날 찾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그의 가슴 근육들이 팽팽해졌고, 그녀는 자기가 그의 남성적인 힘을 의심하는 질문을 했음을 깨달았다. 그가 그렇게 영웅적으로 직접 증명해 보였는데 말이다! 
"그래, 당신은 내가 당신을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오늘 아침 굳이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건가, 그들이 데려갔을 때?"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은 완전히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잖아요."
그녀가 변명을 했다.
"그들이 당신을 죽일까 봐 겁났어요."
"이유가 있을 때 남자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알면 놀랄걸. 어젯밤에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 목구멍에 딱딱한 무언가가 걸린 것 같았다. 지불을 하고 있다고? 그게 유일한 이유였나? 그녀가 일어나려 하자 그가 재빨리 잡았다.
"날 다시는 얕보지 마, 고양이 눈."
그의 손이 그녀의 뺨에 닿으면서 관자놀이 옆의 부드러운 머리까지 옮겨갔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다시 가슴으로 갖다 댔다. 그의 따뜻한 목소리에 목에 걸린 덩어리가 약간 풀어지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는 그녀가 일어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더 원했다. 훨씬 더 많이. 그가 아껴주기를 바랐다.
"나한테 화내지 말아요, 찬도스, 당신이 나를 찾았어요. 난 당신이 날 찾으리라는 걸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어요."

 

- 잠시 후에 그녀가 물었다.
"당신, 뱀에 물린 상처는 다 나은 거예요?"
"그걸 묻는 거야, 지금?"
그녀가 얼굴을 그의 가슴에 더 꼭 묻었다. 그가 이 열기를 느낄 수 있을까?
"내 말은, 이제 안 아파요?"
"아파서 미칠 지경이야."
그런데도 그는 그녀를 쫓아 달려와주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피부로 그걸 느낀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 "찬도스?"
"또 뭐지?"
"내가 임신하면 어떡해요?"
그가 긴 한숨을 쉬었다.
"했어?"
"몰라요. 그런 말을 하기엔 너무 이르죠."

그녀가 망설였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떡해요?"
"아니면 아닌 거야."
오랜 침묵 후에 그가 또 말했다.
"하면 하는 거고."
너무나 김 빠지는 대답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랑 결혼할 거예요?"
"당신이 내 방식대로 살 수 있어? 언제나 돌아다니고, 한 장소에서 며칠 이상은 머물지 않는데?"
"그건 가정을 만들기에 적합지 않아요."
그녀가 안달하며 지적했다.
"그래, 적합지 않지."
그가 최종적으로 말하고는 그녀를 밀치고 일어났다.
옷을 입고 슈어풋의 안장을 풀어주러 가는 그를 지켜보는 그녀의 마음은 분노와 환멸로 찢어지는 듯했다. 그는 물러나서 자기 침구를 깔았고,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그걸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 얼마나 차갑고 무정한 사람인가! 

- 그는 이 여행이 끝나기를 바랐다. 아니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았으리라. 이 여자와 같이 두 주를 더 견딘다는 건 지옥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그녀가 다시는 만지지 않을 만한 이유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임신이라! 물론 그것으로 그녀를 원하는 마음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두려웠다. 그녀가 납치되었을 때 그는 수년간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지난 4년 동안 찾아오지 않았던 낯선 감정이었다. 어떤 것을 잃을까 두려워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아끼는 감정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은 그의 욕구불만을 증가시킬 뿐이었으므로, 찬도스는 웨이드 스미스를 찾아냈을 때 어떻게 할까에 대한 것으로 생각을 돌렸다. 그것은 적어도 그에게 익숙한 욕구불만이었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아주 여러 번 찬도스의 손아귀를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텍사스 파리에 그 종착점이 있을 것인가? 
찬도스는 하나의 욕구불만과 또 하나의 욕구불만 사이에서 매우 불편한 밤을 보내야만 했다.

 

- "당신을 깨우지도 않고 옷을 벗길 수 있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어디까지?"
"맙소사, 난 잠자기 전에 옷을 벗었어요. 시끄러워서 창문을 닫았고, 그래서 방이 너무 더웠단 말이에요. 그가 방으로 기어들어왔을 때 난 자고 있었어요. 그는 옷을 입고 와서 내 위로 기어오르기 전에 벗었던 거예요."
"그놈이 어디까지 했어?"
"키스만 했어요, 찬도스."
그녀가 다시 말을 막았다.

"그의 콧수염이 닿자마자 난..."
그녀가 멈추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속삭임으로 변했다.
"당신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런 다음에?"
잠시 침묵한 후 그가 물었다.
"당연히 난 저항했죠. 그는 그럴 줄 몰랐나 봐요. 램프를 켜려고 일어섰어요. 그가 떨어져 나가자마자 난 총을 꺼냈어요. 아주 무서웠는지 진실을 다 말하더군요."
두 사람이 동시에 몸을 돌려 카리다를 바라보았다.

- 찬도스가 그녀를 떠밀어버렸다.
"그는 여자의 방으로 들어왔고, 여자를 두렵게 했어. 여자에게 손을 댔다구. 그걸로 이유는 충분해."
그가 문으로 향하자 코트니가 얼른 쫓아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두렵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또 동시에 소름 끼치기도 했다.
"당신은 가끔 너무 당신 일에 몰두하는 것 같아요, 찬도스, 내가 감사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맙소사, 내가 그를 죽이고 싶었다면 직접 총을 쐈을 거예요."

"당신은 그러지 못해, 고양이 눈."
그가 중얼거렸다. 유머러스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렇게 확신할 순 없을 걸요. 하지만 당신은 마리오를 죽일 수 없어요, 찬도스.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그녀가 거짓말을 했던 거예요. 내가 베르타의 집에서 일하려고 여기 온 거라고." 
코트니는 그가 베르타를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녀는 그에게 내가, 매춘부라고 말했어요. 남자를 원한다고."
코트니의 성질이 다시 폭발했다.
"미칠 지경이라고!"
찬도스는 거의 숨이 막힐 듯 웃어댔다.
"어떻게 웃을 수 있어요!"
그녀가 소리 질렀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 걸."
그녀가 그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적어도 그의 눈 속에 더 이상 살인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 "그게 그녀가 한 말이에요. 그래서 그는 나한테 서비스, 뭐 그런 걸해 주려고 여기 왔던 거라구요."
"오, 당신이 그렇게 보인 모양인데."
"비꼬지 말아요, 찬도스. 더 악화될 수도 있었다구요. 내가 원하지 않는 걸 알고 나서 무력을 쓸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어요."

 

- 그녀가 달려가서 그의 셔츠 단추를 잡았다.
"어디 봐요."
만지기도 전에 그에게 손을 잡혔다. 그녀가 질문하듯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연한 파란색 눈동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그 깊이를 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손을 댔을 때 그에게 어떤 짓을 한 건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당황스러웠다.
"목욕하고 싶다고 했죠. 잠깐 나가 있을게요."
"여기 있어. 등만 돌리고 있으면 돼."
"그건 전혀 적당한..."
"있으라니까, 제기랄!"
 
- "뾰루퉁하지 마, 고양이 눈. 난 단지 당신이 나 없는 새에 카리다와 마주치지 않길 바라는 거야."
그의 옷이 하나씩 하나씩 마루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창밖의 풍경에 집중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교회 갔다 오는 사람들이 소그룹을 이루고 있었고, 일요일 정장을 입은 남자아이들이 공을 던지며 놀았다. 작은 소녀 하나는 모자를 가지고 달아난 개를 쫓아가고 있었다. 코트니는 그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또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찬도스의 부츠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꿈틀거렸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옆에 두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하지만 코트니는 지금 전혀 고맙지가 않았다. 그의 모든 동작이 그녀에게 어떤 상상을 불러일으킬지 몰랐던 것일까? 셔츠를 벗은 그의 모습을 얼마나 자주 보았던가? 그녀는 그의 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그녀의 맥박이 빨라지고 있었다. 

- 물방울이 튕기면서 그가 놀란 숨을 삼켰다. 물은 차가울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팔과 가슴에 온통 소름이 돋아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얼른 그 상상을 지워버렸다.
코트니가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을 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속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는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한가하게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둔감한 야수 같으니! 
"앉아, 고양이 눈. 아니면 누워서 좀 쉬든지."
그의 깊이 있는 목소리가 애무하듯이 그녀 몸 위를 구르고 있었다. 코트니가 다시 앉았다.
다른 걸 생각해, 코트니. 다른 걸!
 

 - 나참, 잠시라도 방을 떠날 수는 없을까?
"꼭 그래야만 하나요, 찬도스? 내가 여기 당신과 머물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나와 둘이 있는 게 익숙할 거라 생각했지, 고양이 눈. 갑자기 왜 그렇게 수줍어하는 거야?"
"이건 점잖지 못하다구요, 당신이 목욕하는 동안 내가 여기 있는 건!"
그녀가 드디어 폭발했다.
"그것 때문에 당신이 신경 쓴다면, 난 다 했어."
코트니가 고개를 돌렸다.
욕조는 텅 비고 찬도스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엉덩이 주위에 타월 하나만 두른 채 다 벗고 있었다. 그녀가 얼른 창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맙소사, 뭣 좀 입지 그래요!"
"내 옷을 부엌에 두고 온 것 같군."
"나한테 당신 가방이 있어요."
그녀가 쌀쌀맞게 말해주었다.
"저쪽, 서랍 옆에."
"그럼 친절 좀 베푸시지 그래.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아."

- 갑자기 그가 자기를 갖고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인상을 쓰며 그녀가 그의 안장주머니를 꺼내 침대 위에 놓았다. 눈은 계속 마주치기를 꺼리고 있었다.
"피곤하면 내 침대를 쓰세요. 난 오늘밤 다른 방에서 자면 되니까."

"아, 아."
그의 말씨는 논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 침대는 둘이 써도 충분해."
그녀가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나도 재밌지 않아요!"
"알아."

 

- 그녀가 이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왜 이러는 거예요? 내가 당신 옆에 누워서 잘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 미쳤어요?"
"아직 침대에서 사랑한 적 없지, 그렇지, 고양이 눈?"
그가 그녀의 숨을 멎게 하는 나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릎이 후들거려 그녀는 침대 기둥으로 손을 뻗어야만 했다.
그가 일어섰다. 타월이 떨어지면서, 그의 진실성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 그의 몸은 매끄럽고 부드럽고 축축하고, 그리고 오, 그의 팔 안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 말고 다른 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에 보일 그의 무관심은 견딜 수 없었다. 다시는 견딜 수 없었다.

- "안 돼요."

그의 입술이 닿기 직전에 그녀가 속삭였다.
그가 뒤로 물러섰지만, 그녀를 놓아주지는 않았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여자의 입술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제멋대로 그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미소는 그걸 알고 있었다.
"미안해, 작은 고양이.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어. 당신도 알 거야."
"그럼 하지 말아요."
그녀가 애원했다.
"견딜 수가 없어. 당신이 당신 감정에 대해 덜 명확하다면, 난 이런 지경에 있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당신이 날 원하는 걸 알고 있는데, 그게 날 미치게 해."
"그건 불공평해요!"
"내가 이렇게 컨트롤 잃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애?"

- "당신이 필요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그가 여자를 가까이 잡았다. 그녀의 뺨에 입술을 비벼댔다.

"그가 당신을 만졌어. 난 당신한테서 그 기억을 씻어야겠어, 꼭 그래야 돼."
어떻게 더 저항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절대 인정할 수 없겠지만, 그 말은 그가 얼마나 그녀를 아끼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 부드러운 바람이 열린 창문의 커튼을 날리고 있었다. 코트니는 침대에 엎드려 나른하게 기지개를 폈다. 갑자기 한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떤 무게가 침대 위로 내려오며 그녀를 눌렀다. 무겁고 두려웠다. 그녀의 팔을 꼭 죄고 있어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베개 밑에 총도 갖고 있지 않았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도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분노에 차 있었다. 하지만 코트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소리로 들렸다. 그녀가 입을 열려했지만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당신이 있어야 할 곳에 없다는 걸 알고 여기까지 오는 데 거의 말을 죽일 뻔했어! 그리고 몇 분 전에는 속이는 줄 알고 나이 든 여자를 죽을 만큼 겁나게 했다구! 그런데 아니었어. 당신은 이 본채에 있었어. 내가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이 집에. 내가 미친 게 틀림없어!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코트니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왜 손을 떼지 않는 거지? 그녀가 비명을 지르지 않으리라는 걸 확실히 알 텐데. 아니,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서 도망쳤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바꾸려고 했고, 그것이 성공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여기서 뭐 하는 거지? 

- 그가 이마를 그녀에게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제 분노를 벗어내고 있었다. 그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가 말했다.
"난 편안할 수가 없었어. 당신이 잘 있는지, 모든 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는지 봐야 했어. 그렇게 됐나? 아니, 물론 그렇지 않겠지. 그렇게 됐다면 당신이 아버지와 마을에 있지 않고 바 엠에 있을 리가 없지. 난 당신 아버지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아. 그를 보았지, 부인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고양이 눈? 부인이 있어서 화가 났나? 알겠지, 당신은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일 수 있어." 

- 그녀는 어떻게도 하지 않았다. 그를 일방적인 대화만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의 손을 힘껏 깨물었다.
"아!"
그가 으르렁대며 손을 뿌리쳤다.
"그래도 싸요, 찬도스! 당신이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날 내리누르면서 모든 질문에 대답만 하라고?"
그녀가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당신이 여기 온 이유가 잘 있는지 보는 것뿐이라면, 이제 갈 수 있잖아요!"
그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 그는 가지 않았다. 성냥을 켜고 침대 옆으로 램프를 놓았다. 금방 램프의 불빛이 그를 비추었다. 그녀는 그를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끔찍해 보였다. 짙은색 옷들은 먼지투성이였고 눈가에는 피곤한 기색이 완연했다. 면도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딱딱하고 위험스런 총잡이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름답기만 했다.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 연한 파란색 눈동자가 그녀 위로 옮겨다자, 배에서 긴장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는 엘라가 쇼핑해서 사다 준 가장 정숙한 하얀 면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에 비해 짙은 황금색 살갗은 빛나고, 그녀의 눈은 피부보다 약간 더 짙을 뿐이었다. 그녀의 갈색 머리는 풀어진 채 태양이 만들어놓은 줄을 간직하고 있었다. 

- "어떻게 더 예뻐 보이지?"
그녀는 그 질문이 그녀를 얼마나 당황하게 만들었는지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아마 본 지 너무 오래돼서 그럴 거예요."
"아마도."
두 사람 다 열흘이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녀만큼이나 지옥을 경험했던 것이다. 영원과도 같았던 열흘.

 

-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어요, 찬도스."
그녀가 조용하게 말했다.
"그래, 그럴 생각이었지."
그가 그녀를 밀며 침대 옆으로 앉았다.
"샌안토니오를 떠난 후 멕시코로 가는 게 내 원래 목적이었지. 그리고 그날, 그 빌어먹을 날 방향을 돌리기 전까지는 갈 수 있는 한 멀리 갔었어."
그녀는 무언가 말해주길 기대했지만, 그는 자기의 의지와는 반대로 어떤 이유에서든지 돌아오고 말았다는 사실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 실망으로 그녀의 성질이 불타올랐다.
"왜요? 내가 괜찮은지 보려고 왔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하기만 하면 당신을 때려버릴 거야!"
그가 거의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우리가 그렇게 헤어졌는데, 당신이 다른 이유는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어."
"노력해 봐요."
"난 혼자 떠날 수 없었어, 고양이 눈."
그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간단히 말했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당신이 날 증오하면 그게 나를 멀리 있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효과가 없었어. 당신에 관한 한 나를 떼어놓는 데는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어."

 

- "그렇지 않아? 당신은 날 다시 보고 싶지 않았겠지."
그녀는 그가 부인하길 바란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아파했었는데 그렇게 쉽게 그를 떠나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걸 믿었다면, 당신이 다시 올 만큼 낯이 두꺼웠다는 게 놀랍군요."
그가 큰 소리를 쳤다.
"그래. 하지만 내가 미친 게 틀림없다고 이미 말했지. 당신한테 오는 것은 말이야, 특히 여기, 여기에!"
그가 바엠 전체를 가리키는 손짓을 했다.
"맙소사, 마치 이곳이 감옥이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군요. 아무도 당신을 여기 있으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그중에서도 당신 아버지가 제일 안 그러실 거예요."
그가 얼어붙었다. 그의 찌푸린 얼굴이 어두워졌다.
"당신 알고 있나?"
"그래요. 난 당신이 왜 나한테 말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반항적인 케인 스트래턴에 대해 들으리라는 걸 알았어야 했어요."
"당신이 들은 걸로 다 안다고 판단하지 마. 당신은 늙은이 쪽 얘기만 들은 거라구."
"그럼 당신 쪽 얘기를 해봐요."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 그녀는 화가 났다.
"그게 당신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나요? 나한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말이에요. 그것이 내가 여기 있는 이유라구요."
"왜? 여기가 나한테서 숨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는 오지 않을 테니까?"
그 말에 가슴이 아파왔다.
"아니에요!"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이곳이 당신이 날 남겨두고 떠난 곳이니까요. 여기 있어야 당신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는 분명 그런 말을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그 말은 그에게서 지금까지의 모든 분노를 씻어가 버렸다. 그의 힘을 빼앗아버렸다. 이상하게도 그의 기분을 고양시키고 있었다.

- "고양이 눈."
그의 목소리가 거칠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만지며 손가락이 귀 주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으로 미끄러졌다. 그가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 닿았다. 그것은 댐이 무너진 것과도 같았다. 정열이 그들에게 범람하면서 다른 모든 것들을 몰아냈다. 
두 사람의 옷은 어느새 벗겨졌고 그들의 몸은 서로의 입처럼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들의 몸은 성마른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찬도스는 이제껏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광포한 소유욕으로 사랑을 했다. 코트니는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더 거칠게 그를 맞이했다. 
그들은 서로의 몸으로 말했다. 말로는 할 수 없었던 모든 말들을 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항상 간직해 왔던 모든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서로를 원했고 필요로 했다. 


- 내일 그들의 사랑이 한낱 추억으로 남을지라도, 오늘 코트니는 찬도스의 여인이었다.

 

- 그녀가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그를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까이 있고 싶었다. 잠시 후 침대 옆에 서 있던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옆으로 누웠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답지 않게 아주 깊이 잠들어 있었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 수 있었다. 너무나 피곤해서 그녀가 약간 만진다 해도 깨지는 않을 것이다. 
손가락으로 그의 딱딱한 가슴근육을 가볍게 매만졌다. 코트니는 얇은 시트만 덮고 누워 있는 그의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만졌을 때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더 대담해졌다. 손가락을 시트 위로 달려 옆구리로, 단단한 허벅지 위로 미끄러뜨렸다. 
그때 남자의 특별한 부분이 꿈틀거렸다. 그녀가 깜짝 놀라자 그가 낄낄거렸다.
"지금 멈추지 마, 작은 고양이."
빨간 기운이 목과 뺨을 물들이면서 여자의 노란색 가운과 생생하게 대비되었다.
"진짜 자고 있었던 거 아니죠, 그렇죠?"
그녀가 비난하듯 물었다.
"여행 습관상의 장애지."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이 졸려 보였다.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섹시했다. 하지만 코트니는 당황해서 재빨리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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