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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가나 마나부] 심령탐정 야쿠모 1-7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4. 11. 11.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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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카미가나 마나부 / 김흥국

원제 : 心探偵八雲
출판 : 피뢰침북스
출간 : 2007.07.26


저자 : 카미가나 마나부 / 김흥국
출판 : 피뢰침북스
출간 : 2007.08.23


저자 : 카미가나 마나부 / 김흥국
출판 : 피뢰침북스
출간 : 2007.10.29


저자 : 카미가나 마나부 / 김흥국
출판 : 피뢰침북스
출간 : 2008.02.04


저자 : 카미가나 마나부 / 김흥국
출판 : 피뢰침북스
출간 : 2008.05.30


저자 : 카미가나 마나부 / 김흥국
출판 : 피뢰침북스
출간 : 2008.10.10


저자 : 카미가나 마나부 / 김흥국
출판 : 피뢰침북스
출간 : 2010.01.28


 

 

자유 연습이 가능한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마음 놓고 에어컨도 쐴 겸, 쉬는 날이면 슬렁슬렁 연습실에 가서 3-4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온다.

 

놀라운 점.

첫째, 내가 그 시간 동안 딴생각을 하지 않고 즐겁게 연습을 한다는 것.

둘째, 그런데도 매끄러운 연주(완곡)은 아직 멀었다는 것.

셋째, 몸이 충분히 식은 상태에선 집까지 걸어오면서도 그리 덥지 않다는 것. 

 

음. 현재까지는 매우 보람차게 수강 중이다.

 

<심령탐정 야쿠모>는 국내에 정발된 건 7권까지다. 일본에서는 그 뒷 이야기들도 출간된 걸로 알고 있으나, <야쿠모->의 경우는 여기서 끊는 게 더 깔끔한 것 같다. 중심인물인 야쿠모의 서사가 거의 다 설명됐고, 두 주인공의 관계도 딱 좋게 애매하다. 

다시 말하자면, 뒷 권이 번역 출간되더라도 굳이 이어서 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

 

각각의 눈에 다른 것들이 보인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아무래도 예전 작품이니만큼 지금 읽는다면 눈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다. 

추천은 하지 않는다. 

끝.   

 


   

   

- 그날은 아침부터 몇 겹이나 겹쳐진 구름이 태양의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점심인데도 불구하고 어둑어둑하니, 분만실의 안은 이상한 습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이다 요코는 침대 위의 산모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분만실에 있는 것은 요코와 의사인 키노시타 뿐이었다. 오늘은 요코에게 있어서 처음 있는 단독 출산 입회였다. 원래대로라면 요코에겐 너무 무거운 짐이었지만 그녀 말고는 밖에 아무도 없었다. 선배이자 선임인 마츠모토는 어제부터 휴가를 가버렸다. 출산 예정인 환자도 없었기에 한발 먼저 추석연휴 휴가를 낸 것이다. 종합병원이라면 몰라도 개인이 경영하는 병원에서는 인력에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 동요하고 있는 요코를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는지 키노시타가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왔다. 환자에게 동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거겠지. 간호사의 동요는 환자에게 옮아가기 마련이다. 금세 긴장하는 요코가 키노시타에게 몇 번씩이나 지적받았던 이야기이다.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 알았다고 해서 그렇게 간단하게 고쳐지는 건 아니었다.

- 세찬 북풍이 분 덕에, 구름은 낮 동안 전부 흘러가버린 듯했다.

푸르스름한 달이 잘 보였다. 만월이었다.
달그림자는 소리를 흡수한다고 누군가가 말했던 농지거리가 정말로 믿어질 정도로 조용한 밤이었다.

- 그 남자는 눈을 감고 미간을 손가락으로 만지작대며 뭔가를 고민하더니, 이윽고 눈을 뜨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스페이드 5."
맞혔다. 굉장해! 방금 두 명이 보고 있던 카드는 분명 스페이드 5였다. 하루카는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그에 비해서 두 남자는 낙담한 듯한 소리를 내면서 카드를 테이블 위로 내팽개쳤다.
"제길. 또 당했어!!"
남자들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주머니에서 천 엔짜리 지폐를 꺼내 들어 테이블 위에 내던지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 "앉아요. 볼일이 있는 거잖아?"
남자는 테이블에 놓인 천 엔 지폐를 와이셔츠의 주머니에 집어넣곤 크게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하루카는 상대가 권한 대로 방금까지 남자들이 앉아있던 곳에 의자에 앉았다. 이 의자에는 확실히 먼지는 없었지만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저기 혹시 사이토 야쿠모 씨인가요?"
"혹시가 아니라 맞는데."
하루카는 서클 선배들로부터 영화 연구 동호회의 사이토 야쿠모라는 남자는 초능력 비슷한 걸 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좀 전의 트럼프. 그건 틀림없이 초능력이다. 

- 하루카는 곤혹스러웠다. 소개를 받고 왔는데, 당사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니.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뭐, 누구 소개였는지는 상관없고. 무슨 용건인지 간단히 설명해 줘."
"저기 그게, 친구가 큰일 났어요. 사이토 씨가 그쪽 방면에 정통하다고 들어서 그게, 도와주셨으면 해서..."
"너무 간단해서 전혀 의미를 모르겠잖아. 그쪽이라는 게 어느 쪽인 거야?"

- "그런데 너는 어디 사는 누구야?"
짜증나네. 하루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은 아까부터 표정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계속 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사람이 당황하는 걸 보며 즐기는 것 같았다. 
"아, 저는 오자와 하루카라고 해요. 여기 대학교 2학년이에요. 문학부의 교육학과로..."
"이름만 알면 됐어."
야쿠모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하루카의 말을 잘랐다. 하루카의 짜증은 서서히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 "그래서, 일부러 괴담 이야기를 하러 온 겁니까?"
"아니에요. 그 후로 미키가 좀 이상해요. 계속 잠만 자요. 열도 많이 나고."
"요즘 감기는 무섭지."
"그러니까! 사람 말을 좀 끝까지 들어봐요!"


- "... 그냥 자는 게 아니라, 잠꼬대처럼 '살려줘'라던가 '여기서 내보내줘'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어요. 물론 의사에게도 진찰을 받아봤어요. 하지만 열이 나는 거 말고는 몸에 딱히 이상은 없다고. 아마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했어요. 미키는 혼자서 사는 데다,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전화를 안 받으셔서..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상담하러 온 거예요." 
하루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약해져 있는 자신이 비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친구를 위해서 뭐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데다, 뭘 하면 좋을지조차도 몰랐다. 이러는 중에도 미키는 점점 쇠약해져가고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잡을 지푸라기조차도 놓여있지 않았다.

- "그래서 그녀의 증상이 그 폐옥에서 본 유령이랑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건가?"
"네. 사이토 씨가 그런 쪽에 정통하다고 들었어요."

야쿠모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천장을 올려다보며 뭔가를 생각했다.
“안 돼... 나요?"
하루카는 야쿠모의 표정을 가만히 쳐다봤다.

 

- "2만 5천 엔 부가세 포함."
“예? 돈 받는 거예요?"
"너랑 내가 친구인가?"
"아뇨. 아녜요."
"그럼 애인?"
"말도 안 돼요."
"그럼 돈을 내야지. 애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데 공짜로 뭘 해주는 건 이상하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뭔가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하루카에게 거부할 권리는 없었다.

- 속았다.
"아까 그 트럼프..."
하루카는 뒤돌아서며 말했다.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요. 아까 트럼프의 숫자를 맞춘 거, 그거 속임수죠. 문에 붙어있는 거울로 당신이 있는 위치에서는 트럼프의 숫자가 훤히 보이게 돼 있어... 그래, 그래서 나보고 문 앞에서 비키라고 한 거구나.”
하루카는 분노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숨도 쉬지 않고 연달아 말했다. 정말 말도 안 돼. 잠깐이라도 이런 사람을 믿으려고 했던 자신의 우둔함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러니까 친구들한테 하루카는 너무 단순하다고 바보취급 당하는 거다.
"정답. 눈치챈 건 네가 처음이야."
야쿠모는 별로 주눅 든 기색도 없이 흥이 가신 듯 말하면서 가볍게 박수를 쳤다.

- "별로 속일 생각은 없는데. 네 친구를 구하지 못하면 전액 돌려줄게."
“그런 말을 누가 믿어."
이 사이토라는 남자 정말 뻔뻔스러웠다.
"애초에 당신이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초능력이 있다고 해서 와봤더니 단순한 속임수였잖아요.”
"초능력이 있다고 누가 그랬지? 나는 그런 말 한 기억은 없는데. 네가 말한 대로 아까 그 트럼프는 속임수였어."
그렇게 당당하게 정색하고 나오면 반박할 말이 없다. 

"초능력이 아니라면 어떻게 미키를 구할 건가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믿고 안 믿고는 그건 네 자유야. 만약 믿는다면 일을 맡기면 돼. 못 믿겠다면 저기로 나가면 되고."
야쿠모는 나가는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돈도 돌려주지."
야쿠모는 테이블 위에 천 엔짜리 지폐 석 장을 내려놨다. 

 

- “나한테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게 보여.”

"수수께끼인가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네 자유. 대답은?"
"모르겠어요."
"죽은 사람의 영혼."
“영혼?"
"알기 쉽게 말하면 유령이지."
"그런 바보 같은..."
"바보는 너고."

- "말했지. 나한테 초능력은 같은 건 없어. 나는 단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을 뿐. 이건 초능력이 아니라 체질이야. 예를 들어 절대음감을 초능력이라고 하진 않지. 타고난 체질 혹은 재능이라고 하지... 아무튼 나는 투시를 할 수 있다거나 염력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야.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게 타고났을 뿐이지." 
"그 얘길 증명할 수 있어요?"
"증명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방에도 유령이 한 명 있어."
하루카는 황급히 주변을 둘려봤지만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 야쿠모는 하루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루카는 야쿠모를 한번 흘낏 쳐다보곤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못 믿겠다면 다른 것도 있어. 네 언니가 너에게 매우 미안해하고 있는 일이 있다는군. 어머니의 반지를 숨긴 것은 자기였다고. 그때 네가 혼나서... 반지는 신발장의 천장 위에 껌으로 붙여놨다고... 꼭 말하려고 생각했는데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고..."
하루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네 언니는 널 원망하지 않는다고 하는군.” 

하루카는 야쿠모의 마지막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있는 힘껏 문을 닫았다.

- 하루카는 안뜰의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가을향이 나는 바람이 숏컷으로 자른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계속 자기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과거의 기억. 그것을 처음 보는 남자가 전부 알아맞혀 버렸다.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나고 굴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은 조금 달랐다.

화가 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상쾌한 기분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속의 무언가가 조금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카는 자기의 그런 마음이 너무나 신기했다.
하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 사이토라는 남자가벌인 일은 단순히 속임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아까 한 이야기는 속임수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 "알았다 알았어."
엄마의 질렸다는 듯한 목소리 뒤로 대기음이 흘렀다. 쇼팽의 '이별의 곡'이었다. 아야카 언니는 피아노를 잘 쳤다. 어른도 치기 힘들다는 이 곡을 잘 쳤었다. 그에 비해 하루카는 피아노만이 아니라 음악이라면 영 소질이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 봐도 박자가 어긋나 버렸다. 자주 아야카 언니와 비교당했다. 피아노뿐만이 아니었다. 공부를 해도 운동을 해도 아야카 언니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둘이 있으면 언니와 동생을 헷갈려했다. 하루카가 머리가 짧았던 탓도 있었지만, 쌍둥이인데도 생김새가 전혀 달랐다. 그 때문에 언니가 있다는 게 싫었던 적마저 있었다. 


- 그리고 그 사고. 야쿠모가 말한 대로, 하루카는 일부러 언니가 잡을 수 없도록 볼을 멀리 던졌다.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부모님이 슬픔에 잠긴 모습을 보고 자기가 이렇게 태평하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혹시 죽은 게 나였다면 부모님이 이렇게까지 슬퍼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언니는 분명 나를 원망하고 있을 거야.
하루카는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의 응어리를 끌어안고 살아왔다. 언젠가 언니가 죽은 이유가 밝혀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서.
그리고 그 비밀이 폭로된 지금, 짊어지고 온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설령 그게 일시적 일 뿐이라도...

- 하루카는 엄마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하루카는 반지를 숨긴 곳 따윈 전혀 몰랐다. 그걸 알고 있는 건 아야카 언니뿐이었다.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 하루카는 다시 야쿠모의 방을 찾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종이비행기가 천천히 날고 있었다.
"뭐 하는 건가요?"
"종이비행기 날리고 있어."
종이비행기는 천천히 하루카의 발밑에 착지했다.
"왜 그러고 있는지를 묻는 거예요."

하루카는 발밑에 내려앉은 종이비행기를 주워 들면서 말했다. 그 종이비행기는 천 엔짜리 지폐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 건 보면 알아요."
"네가 돌아올 때까지 시간 때우기."
"..."
"앉아."

 

- "여기 영화연구동호회 부실인데, 사이토 씨 말고 다른 사람들은 없나요?"
"없어. 여긴 내 방이니까."
"... 무슨 뜻이죠?"
“애초에 영화연구동호회라는 부는 없어. 간단한 일이지. 적당한 학생의 이름을 빌려 학생과에 가서 동호회를 만들었으니 부실을 빌리고 싶다고 신청을 한 것뿐이야. 비밀 은신처 같은 거지."
"완전히 개인용으로 쓰는 거잖아요." 
"그렇지."
"정말 기가 막히네요. 대학까지 속이고 있군요."
"아, 그 3천엔 돌려줄게."
야쿠모는 종이비행기로 전락해 버린 천 엔짜리 지폐를 가리켰다.
"속임수가 들통나서인가요?"
"속임수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돌아온 거잖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있었잖아? 어머니의 반지."
하루카는 훑어보듯 야쿠모를 바라봤다. 

 

- 사건이 있었던 폐옥으로 가기 전에 미키를 만나보고 싶다는 야쿠모의 말에 하루카는 야쿠모를 미키가 있는 병원까지 안내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역 안으로 들어가 반대편출구로 나가면 바로 병원이 보였다.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야쿠모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기에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당신은 제령 같은 걸 할 수 있어요?"
"그런 멋들어진 건 못해."

- "그치만 내 친구를 구해준다고..."
"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혹시 말이야."
하루카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야쿠모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무책임해요? 그런 식으로 해서 나한테서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거예요? 지금 하는 일도 아무 의미 없잖아요."
"그렇지도 않지."
"어째서?"
“볼 수 있다는 건 거기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야. 뭐가 있는지를 알면 왜 그런지를 알 수 있는 거고, 왜 그런지를 알 수 있으면 그 원인을 찾아 없애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무슨 말을 하는 진 알겠지만,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달리 기댈 곳도 없고, 지금은 이 사이토라는 남자의 말대로 한동안 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 하루카는 서둘러 야쿠모의 뒤를 쫓아 병실을 나갔다. 야쿠모는 병실 바깥쪽의 복도 벽에 기댄 채, 왼쪽 이마와 눈언저리가 아픈지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호흡도 흐트러져 있었고, 어깨가 크게 들썩거리고 있었다.
"저기 괜찮아?"
하루카가 야쿠모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지만, 야쿠모는 그걸 피하듯 갑자기 자세를 바로 세우곤 걷기 시작했다. 이마와 눈은 여전히 누르고 있었다.
“아픈 거야?"
하루카는 야쿠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니."
"저기, 진찰받아보는 게 낫지 않겠어?"
"시끄러워!"
야쿠모는 하루카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야쿠모의 얼굴은 미키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고, 이마에선 한가득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크게 뜬 눈으로 하루카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 "있잖아, 병실에서 뭐가 보인 거야?"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하루카가 물었다. 야쿠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정도는 알려줘도 되잖아. 못 믿겠으면 따라오라고 한 건 자기면서.”
"후회하는 중이지."

- 하루카의 이야기는 유이치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될 수 있는 한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지, 실제로 자신이 그 장소에 있었던 건 아니었다. 확인을 해보고 싶어도 당사자인 유이치는 죽어버렸다. 
야쿠모는 희한하게도 하루카의 말을 아무런 반박도 없이 잠자코 듣고 있었다. 말로 하진 않았지만 야쿠모에게는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 "저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렇군, 우선 네 친구에게 씌어 있는 영혼이 누구인가, 그것부터 조사하지."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어?"
"있다고 하면 있긴 한데."
"또 그런 애매한 대답."
"세상은 애매한 일들뿐이니까."

 

- 그날, 해가 진 뒤에 야쿠모와 하루카는 폐옥으로 갔다. 조용했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쓸데없이 크게 들렸다. 콘크리트 벽에 달그림자가 비쳐 푸르스름하게 빛나 보였다.

- "무슨 일 있으면 구해줘야 돼."

믿을 만한 구석이 없는 남자긴 하지만 기댈 만한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노력을 해보겠지만 보증은 못 하겠군."
정치가 같은 회답이었다.
"물어본 내가 바보였지.”
제일 큰 실수는 이 사이토 야쿠모라는 남자와 만난 게 아닐까? 하루카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하루카가 손수건을 꺼내서 야쿠모의 상처에 갖다 댔다.

"됐어. 내가 할게."
야쿠모는 하루카에게서 손수건을 빼앗아 들곤, 상처에 대고 눌렀다.
그 순간, 하루카의 뺨에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라? 왜 눈물이... 의식을 하자 거꾸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째서? 왜 우는 거지? 하루카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서웠나?"
야쿠모가 하루카의 어깨를 살짝 감싸 주었다. 따뜻했다. 긴장되어 있던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그래, 난 무서웠어. 삽을 든 그림자가 앞을 막아섰을 때는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공포를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야쿠모의 도움으로,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 하루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야쿠모의 웃옷의 소매를 잡고 소리 내어 울었다. 
야쿠모는 아무 말 없이 하루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 형광등에 비친 야쿠모의 왼쪽 눈은 타오르는 화염처럼 붉었다.
하루카가 지금까지 본 어떤 빨강보다도 선명하고 깊이가 있는 색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거야..."
야쿠모는 하루카가 보고 있는 게 뭔지를 눈치채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예쁘다..."
"뭐?"
"예쁜 눈동자..."
야쿠모는 잠시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이윽고 소리 죽여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 결국에는 배를 움켜잡고 웃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그렇게 우스운 걸까?

- "저기, 왜 웃는 거야?"
하루카가 야쿠모의 어깨를 두드렸다.
"황당하잖아. 예쁘다니 네 감수성은 어떻게 된 게 분명해."
"무슨 말이야?"
야쿠모는 심호흡을 하고 웃음을 참고 말했다.
"비명을 지를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면 기분 나쁜 뭐라도 본 눈으로 본다든가.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왜 비명을 질러? 예쁜 걸 보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없잖아." 
"그러니까 네 감수성이 이상하단 거야. 지금까지 내 붉은 눈을 본 사람은 몇 명 있었지만, 우선 비명을 지르거나 기분 나빠하거나 둘 중 하나였어. 간혹 동정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녀석도 있었나. 예쁘다니, 망설임도 없이 그런 어이없는 말을 한 건 네가 처음이야." 


- "맞아. 태어났을 때부터 붉었지. 게다가 왼쪽 눈만 뜬 채로 태어났다고 하더군... 어머니마저 내 붉은 눈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니까. 웃긴 일이지."
전혀 웃기지 않았다. 낳아준 부모가 자신의 존재를 기분 나빠한다는 게 어느 정도로 깊은 상처가 되는 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이것 때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 왼쪽 눈에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
"그래. 전에도 말했지만, 죽은 사람의 영혼... 그게 나한테만 보인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어. 그때까지는 미친놈 취급이었지. 눈은 빨개서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지껄여댔으니 말이지. 정말로 보인다고 말해봤자 아무도 믿지 않고."
그건 그럴 거다. 하루카도 지금까지 믿지 않고 있었다. 하루카는 야쿠모가 매사에 빈정거리는 이유를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야쿠모에게는 지금까지 누구 하나 그를 제대로 마주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두려움, 기이함, 동정, 야쿠모에게 접근한 사람들은 이런 감정들을 전제로 야쿠모와 지내 온 것이다. 어머니마저도.. 동정하는 게 아닌, 최소한 자신만이라도 야쿠모에게 똑바로 다가가 보자. 하루카의 마음속에는 그런 생각이 싹트고 있었다. 


- "집이 있으면 돌아가면 되잖아.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걱정? 그럴 일은 없을걸."
야쿠모가 칫솔을 입에 문 채로 대답했다. 마치 반항기의 중학생 같은 말투였다. 하루카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그렇게 제멋대로인 말을 할 수가 있어? 자식을 걱정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 리 없잖아. 조금은 부모님 마음을 생각 좀 봐!"
야쿠모는 하루카의 설교를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식으로 넘겨 들었다. 태평하게 양치질을 마치고 물로 헹궈내고 있었다.

- "만약 걱정하고 있다면 말이야, 죽이려고 들진 않겠지?"

"무슨 뜻이야?"

"부모 말이야."

"?"
"내 붉은 왼쪽 눈. 보일 리 없는 게 보이지. 무서웠을까? 아니면 싫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느 날 어머나는 나를 차에 태우고 나갔어. '미안해'라고 말하면서 내 목에 손을 얹었지. 점점 힘이 강해지고 의식이 옅어지고 있었어. 마침 거길 우연히 지나가고 있던 경찰관이 구해줬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도망갔고 그 이후로 행방불명. 내 기억으로는 아버지는 없었고. 세상에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도 있고,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자식도 있다는 말이야." 

 

- 야쿠모가 꺼낸 과거는 하루카에게 있어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뉴스나 드라마에서는 종종 듣긴 했지만 그런 일은 자기 주변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자신과는 절대 상관없는 별세계에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람은, 어째서 그 비극을 마치 다른 사람 일처럼 말할 수 있는 걸까. 아니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 일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거겠지. 사람의 말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야쿠모. 그 뒤에는 자신으로서는 헤아릴 수도 없는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 단지 그걸 결코 밖으로 내색하려고 하지 않는 야쿠모. 나 같은 거보다 훨씬 강한 거야. 하루카는 언니의 사고를 떠올리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 "어제 우리를 습격한 그 그림자. 틀림없이 그건 살아있는 인간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내 눈은 편리하게 돼있어서, 오른쪽 눈에는 실체가 있는 것만 보이고, 왼쪽 눈에는 죽은 사람의 영혼 말고는 보이지 않아."
"어제 우리를 습격한 그림자는 오른쪽 눈에는 보였고 왼쪽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말?"
"그래. 어제 그 열리지 않는다는 방이 열려있던 것이 신경 쓰여."
    
- "어머니한테 살해당하기 직전에 도와준 사람이야. 그 이후로도 이것저것."
"이것저것? 뒤를 봐준다는 말이야?"
"그런 건 아냐. 나한테 있어서 세상에 있는 인간들은 두 종류뿐이야. 내 붉은 왼눈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쪽과, 그걸 이용하려고 하는 쪽. 고토 씨는 후자지."
하루카는 야쿠모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자기에게 관련된 인간을 단지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나? 사람과 사람이 관계한다는 것은 좀 더 복잡하고 의미 깊은 일일 텐데. 하지만 하루카는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할 자신이 없어 그냥 잠자코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딱 한 명 예외인 괴짜도 있었지."
야쿠모는 불쑥 내뱉듯이 말하곤 종종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기, 괴짜라는 게 설마 날 말하는 건 아니지?"

하루카는 황급히 야쿠모의 뒤를 쫓았다.

- 하지만 이런 소동도 조금만 지나면 풍화되듯 가라앉을 것이다.
며칠 뒤에 하루카는 다시 야쿠모의 은신처를 찾았다. 정오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야쿠모는 여전히 자다가 일어난 머리로, 졸린 눈을 하고 있는 게,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 같았다.
"언제 봐도 자다가 일어난 것 같다니까."
"네가 자다가 일어났을 때만 찾아오는 거야."
야쿠모는 변함없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하루카는 조금 실쭉해진 야쿠모의 표정이 이상해서 웃어버렸다.

- "나, 야쿠모가 부러워."
"부러워?"
"언니를 만날 수 있잖아. 나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는데, 계속 사과하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나한테는 보이지 않으니..."
하루카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기 때문에 언니가 죽었다. 그 이래로 하루카는 13년이나 그 일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내려놓고 싶어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앞으로의 인생에도 계속 짊어지고 있을 걸 생각하자, 이제 와서 하는 얘기긴 하지만 자기를 저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자책하지 마. 네 언니는 너를 원망하지 않아."

"위로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원망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언니는 나 때문에 죽었는걸..."
"그럼 직접 들어보던지."
야쿠모는 왼쪽 눈의 콘택트렌즈를 빼내곤, 그 붉은 눈동자로 하루카를 바라봤다. 언제 봐도 예쁜 붉은색이었다. 마치 스스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카는 가만히 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점점 눈앞이 새하얗게 변해갔다.

- 눈앞에서 아야카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졸린 눈을 하고 있는 야쿠모가 보였다.
"고마워..."
하루카의 말에 야쿠모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나 야쿠모 앞에서 두 번이나 울어버렸네."

"세 번이야."
야쿠모는 손가락을 세우며 정정했다.
"그렇게 일일이 세지 마. 나라고 좋아서 우는 게 아니란 말이야."
하루카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여러모로 고마워. 이걸로 작별이네."
여전히 야쿠모는 하루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크게 하품을 했을 뿐이었다. 하루카는 미소를 지으며 손잡이로 손을 가져갔다.

- 정말로 야쿠모와는 이걸로 작별인 걸까? 하루카의 머릿속에 문득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저기 혹시, 만약에 다시 언니를 만나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면 돼?"
하루카는 야쿠모에게서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야쿠모는 대답이 없었다.
난 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자기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을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문을 열었다.

 

- "그 문을 열고 여기로 오면 돼."
하루카는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다. 야쿠모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 뒤로 젖히고선 변함없이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에?"
"오고 싶을 때 오면 된다고 했어. 대신 다음부턴 돈 받을 거야."
"어머, 그때는 금액협상을 해야겠네."
하루카는 그렇게 말하곤 문을 닫고 방을 나갔다.

- 오늘은 정말 되는 일이 없네. 하루카는 낙담했다.

"그러니까 바래다준다니까."
타츠야는 의식적으로 산뜻하게 보이려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져 결국 하루카는 차에 타기로 했다.
타츠야는 자기 차가 마츠다의 RX-7이라는 회색 스포츠카로, 아는 카센터에서 싸게 넘겨받았다는 둥 열심히 떠들어댔지만 차에 흥미가 없는 하루카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일본 스포츠카. <이니셜 D>에서 케이스케가 타는 FD와 료우스케의 FC 두 종류가 있다.)
 
- 하루카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뭐야, 그런 거라면 나한테 말을 했으면 재밌게 해 줬을 텐데."
하루카는 질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의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분명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에 빠져있는 타입일 거다.

- "아, 다음 길에서 왼쪽이에요."
하루카는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말했다.
"왼쪽이란 말이지. 알았어."
타츠야는 그렇게 말하면서 방향등도 켜지 않고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다.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에요. 돌아가 주세요."
"이 앞에 야경이 멋진 곳을 있거든. 알아?"
"몰라요."
"속는 셈 치고 잠깐 보러 가자."
"됐어요."
"정말 예쁘다니까. 분명 맘에 들걸."
틀렸다. 말을 전혀 들으려고 하질 않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 야경을 보고 만족한 척하면 돌려보내 주겠지. 하루카는 포기하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 그러고 보니 무슨 말을 해도 듣질 않고 제멋대로인 남자를 한 명 더 알고 있었다. 완고하고 뒤틀린 성격으로 삐뚤어진 걸 매우 싫어하는 주제에 자신도 좀 삐뚤어진 모순투성이인 남자였다. 하지만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타츠야라는 남자와는 근본적으로 무언가가 달랐다. 대체 뭐가 다른 걸까.
그 일이 있은 지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그 졸려 보이는 눈매가 떠올라서 하루카는 살짝 웃어버렸다.

- "이 터널을 지나면 있어."
타츠야의 말에 정신을 차린 하루카는 앞을 바라봤다. 타츠야의 말대로 눈앞에는 터널이 있었다. 터널입구 옆에는 '사고다발지역, 과속주의'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였다. 터널 안에는 가로등 하나도 없이, 새까만 어둠이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이 터널과 이어져 있는 곳은 저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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