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사구
출판 : 황금가지
출간 : 2024.02.15
점점 개인적 문제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층간소음'.
이 주제가 과거보다 주목받는 한 이유는, -물론 주거공간 시공법이나 가족이나 삶의 형태 변화 등 다양한 기저 원인들이 있지만- 현대 사회가 꽤 강력한 '초연결'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외부와 상호작용을 주고받다 보니, 집에서만큼은 '자신만의 공간'이나 '자신만의 시간'에 점점 더 큰 가치를 두게 되는 게 아닐까.
또, 직장에는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직장에 이상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축하한다. 당신이 그 또라이다.
라는 밈도 있을 정도.
개인적으로는 삶에도 비슷한 법칙이 있는 것 같다.
문제거리나 고민거리의 총량은 언제나 비슷하지만, 그 영역이 계속 바뀌는 식으로.
그래서 자신의 성향에 따라 '체감되는' 고통의 총량이 변화하는 게 아닐까?
정말 그렇다면, 모두가 '자신이 가장 잘 견딜 수 있는'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자신 몫의 고통만 나눠가질 수 있기를.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 고통이 없으면 무고통 상태도 없을 테니까. 어떤 고통은 누군가에게는 쾌감이기도 하니까. 아... 그렇다면 '재화가 너무 많고 노화가 느려서 겪는 고통'부터 겪어볼까.)
이사구 작가의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는 이 모든 상념들을 한 번에 날려주는 시원한 소설이다.
층간소음? 직장 상사? 또라이?
그거 다 악귀 들린 거예요!!!
작가는 자신의 실전 경험(?)을 글에 녹여 '아 진짜 저 사람 왜 저러지'하는 일상적인 의구심을 코믹하게 풀어간다.
아, 때로는 그 방향성이 좀 다를 때도 있다.
멀쩡하던 사람이 이상해져서 무서운 게 아니라, 이상하던 사람이 너무 착해져서 무서울 때처럼.
무당언니 같은 유튜버가 없을 것 같은가?
'소원은 셀프, DIY 소원 성취 키트'가 없을 것 같은가?
에이. 검색해 보면 이미 많은 크리에이터들과 판매자들이 존재한다.
이 소설은 이미 오싹할 정도로 '현실'적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당신도 삶이 너무 지칠 때는 간절함을 담아 레몬즙으로 그림이라도 그려보자.
혹시 아는가.
그 작은 행동이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주의 : '나쁜 소원을 빌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지도~?' 본문 139p 중)
지치고 너덜너덜해진 하루하루.
여전히 그 고통을 나눠지고 있는 4년차 직장인 -현재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사구 작가의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를 읽으며 웃음을 되찾아 보시는 건 어떠실지.
- 이 사람이 살 때까지는 소음으로 문제를 겪은 적이 없었기에 방음 문제가 존재하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나는 몰랐다. 단지 옆집 간호사가 매일 나이트 근무를 서느라 집에 돌아오지 못해서 조용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한 달 전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온 후, 이 잘못된 믿음이 깨졌다.
- 새로 온 사람은 인근 대학에 다니는 20대 초반 남자였다. 오며 가며 마주쳤을 때 입고 있던 옷이나 생활 패턴 등을 보면 추리할 수 있었다. 사실 굳이 추리를 하지 않아도 벽을 넘어오는 대화만 들어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의 신상 정보는 매일 밤 얇은 벽을 타고 옆집으로 누출되었다.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 문제는 건물의 방음만이 아니었다. 남자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하루가 멀다고 집에 데려왔다. 두 사람은 밤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원룸 벽에 붙은 침대에 누워 그 대화의 흐름을 온전히 느껴야 했다. 그래, 여자가 연상이구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구나. 여자는 가족과 살아서 허구한 날 여기에 오는 거구나. 홀로 그들의 사정을 읊조리며.
- 대화는 귀여운 축에 속했다. 가장 최악인 순간은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였다. 끙끙대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만 해도 그들이 방에서 운동이라도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달뜬 숨소리가 연속해서 울렸을 때, 나는 깨닫고 말았다.
이 인간들은 지금, 섹스를 하고 있다. 이 좁아터진 침대 위에서.
- 그래, 할 수 있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얇은 벽 너머에서 이 소리를 함께 들어야 하는 나는 무슨 죄란 말인가? 그들의 성적 자유권이 나의 수면권 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 이런 생각을 하자 울분이 터져 침대에 누운 채로 벽을 쾅쾅 쳤다. 그러나 나의 화는 그들의 격렬함에 묻힌 채, 서글프게 울릴 뿐이었다.
- 출근길, 피로로 인해 생긴 두통에 머리를 짓누르며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소음을 멈추고 나의 수면을 되찾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 처음에는 물리적인 방법을 시도했다. 다이소에서 작은 고무망치를 사 와서 시도 때도 없이 벽을 두드렸다. 옆집이 시끄럽게 굴 때는 물론이고, 내 고통을 느껴 보라고 아무 때나. 문제는 503호가 시끄럽지 않은 순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는 여자친구와 집에 오면 반드시 떠들었고, 같이 있지 않으면 전화 통화를 하며 소음을 발생시켰다. 옆집이 시끄러울 때는 망치를 두드려 봐야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 가장 먼저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 보았다. 건물에 소음이 심한 것 같다고 에둘러 말을 꺼내자 집주인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원래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소음이 발생한다"는 답으로 내 말을 묵살했다. 계약할 때부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노인네였다. 나는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 어쩔 수 없이 인터넷에서 각종 방법을 찾아 모두 시도해 보았다. 경고 포스트잇 붙이기, 스피커로 귀신 소리를 틀어서 벽에 붙이고 있기, 블루투스 마이크로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지르기 등. 하지만 옆집은 견고했다. 잠깐 조용해지는 척해도 몇 시간 후면 원래 하던 대로 돌아올 뿐이었다.
- 미쳐 가던 나는 새로운 방법을 하나 떠올렸다. 바로 '부적'을 쓰는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러한 사고 흐름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 묻지 말라. 누구에게나 사연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까.
- 유튜브에서 '부적 쓰는 법'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에 다양한 종류의 부적이 주르륵 떴다 검색어 앞에 '이별'을 붙이고 다시 엔터를 쳤다. 최상단에 '얄미운 커플 부적 써서 헤어지게 함... 효과 실화?'라는 섬네일의 동영상이 있었다. 채널 이름은 '무당언니', 조회수는 18만. 클릭했다.
유치한 문구와 다르게 채널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설명은 간결하고 신뢰감 있었다. 심지어 가끔씩 던지는 농담에서는 위트가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영상을 다섯 번 정도 돌려 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당장 부적 작성에 돌입하자고. 준비물과 작성법은 이미 머릿속에 있다. 남은 것은 행동뿐이다. 비장한 각오로 결심했다.
- 문제는 '부적을 어떻게 옆집에 건네느냐'였다. 무당언니의 말에 의하면, 부적은 대상이 되는 사람이 소지하거나 거주지에 두어야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하지만 옆집 남자와 마주친 적은 있어도 말 한마디 나눠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나눈 유일한 의사소통이래 봐야 그가 소음을 내고, 나는 벽을 쳤던 것뿐. 그런데 어떻게 부적을(심지어 자신의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하는) 주고 소지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현재 IT 기업에서 UX/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 꼴이 낱낱이 전해지자, 마음속에서 죄책감이 피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목적은 옆집 남자가 연인과 결별함으로써 더 이상 소음을 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울부짖음은 평소의 데시벨을 능가했다. 비속어도 잔뜩 뒤섞였다. 이럴 바엔 신음 소리가 낫지. 나는 몸을 뒤척이며 중얼거렸다.
- 출퇴근 시간마다 옆집을 지나치며 고민에 빠졌다. 부적을 회수해야 할까? 회수한다면 어떻게? 어지러운 머릿속에는 '현관에 소형 CCTV를 달아 비밀번호를 습득, 남자가 집을 비웠을 때 잠입해 전단지를 가지고 나온다'와 같은 아이디어만 떠올랐다. 말할 것도 없이 범법자가 되는 길이었다. 아무리 급해도 선은 넘지 말자. 나 자신을 세뇌하듯 되뇌었다.
- 한편으로는 의심이 들었다. 이 현상이 정말 부적 때문일까? 애초에 부적에 진짜로 효능이 있긴 한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도 전혀 없잖아? 나는 신나서 부적을 썼던 과거를 잊은 사람처럼, 민속 신앙의 신빙성을 회의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이중성은 내가 어떤 사건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서 나오는 것임을.
- 점점 피폐해지는 나를 본 어머니는 아예 자취방을 빼고 다시 본가에 들어오라고 하셨다. 이 꼴로 돌아가 봤자 제대로 먹고 살지도 못할 것 같아 걱정되셨기 때문일 것이다. 방 계약 기간이 몇 달 남아 있었지만 그러기로 결심했다. 다시 그 자취방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했다.
다만 남아 있는 짐을 정리해야 했기에 한번은 자취방에 들러야 했다. 급히 방을 빼기로 한 날, 하필 가족들은 바쁘고 혼자 짐을 나를 수는 없어서 이삿짐센터를 불렀다. 1년 남짓한 생활에 워낙 좁은 방이었기에 짐은 많지 않았다. 내 생활의 흔적들은 금세 상자에 분리되어 트럭에 실렸다.
- 이삿짐 센터 직원들은 마지막으로 빠진 것이 없는지 점검해 달라고 말하곤 먼저 내려갔다. 나는 빈방 안을 죽 둘러보았다. 언제 사람이 살았나 싶게 깨끗했다. 이제 정말 떠나야지.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 돌아서다 문득, 원룸에 딸려 있는 책상 밑 구석에 종이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워 보니 이전에 만들었던 가짜 전단지였다. 부적을 쓸 때 연습용으로 몇 장 꺼내놓았는데, 그중 하나를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별생각 없이 종이를 뒤집어 보았다.
- 분명 뒤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했다. 일부러 레몬즙으로 글씨를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태운 듯한 색으로 뚜렷하게 부적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효력을 발휘한 것처럼.
그때 무당언니의 메일에 적혀 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작성한 부적은 잡귀를 쫓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장면들이 떠올랐다.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었던 여자의 모습. 내가 옆집에 부적을 붙이자 다시 그곳에 오지 않았던 여자. 그리고 우리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혹은 들어오지 못했던 여자.
- 퍼즐 조각이 한 번에 맞춰지는 듯했다.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누구를 지키고 다시 죽게 했는지가 선명하게 인식되었다.
- <벽간 소음 상호 결별부>
- 직장 상사가 이상하다.
누군가는 이 말을 두고 동의어 반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직장 상사는 본디 이상한 존재인 것을 또 말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럼에도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요즘 내 직장 상사는 정말로 이상하다.
- 나는 중소 IT 기업에서 일하는 UX/UI 디자이너다. 이 회사로 이직한 지는 5년쯤 됐다. 원래는 광고 에이전시에서 콘텐츠 디자인을 하다가 인격 모독을 일삼는 팀장과 나를 노예로 여기는 클라이언트로 인해 공황장애가 올 법했을 때 이직 준비를 해서 바로 IT 기업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 IT, 혁신, 개방! 평등한 문화와 자유분방한 토론, 능력에 따른 스톡옵션과 귀여운 대표 캐릭터! 이런 것들이 IT 기업을 대표하는 이미지였으니까.
- 대답은 항상 '그냥'이었다. 어떠한 이론이나 테스트 따위도 없이, 그냥.
그렇게 눈물을 참으며 내 디자인을 구리게 만들기를 몇 개월, 이 회사를 나보다 오래 다닌 후임에게서 충격적인 조언을 듣게 된다.
"그거 안 고쳐 가도 돼요. 어차피 한 팀장 몰라요."
- 그랬다. 한 팀장의 지능은 닭 수준이어서 자기가 어떤 부분을 고치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하지 못했다. 몇 시간을 끙끙대는 척하다 똑같은 디자인을 그대로 보여 주어도,
"그래, 내가 진작 이렇게 고치라 했잖아!"
라며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은 자신의 미감에 감탄하곤 했다.
- 그 밖에도 본인 업무 나에게 떠맡기기, 잘되면 공적 가로채기, 업무 시간에 일 안 하고 안마의자에서 퍼질러 자기 등의 행태가 끝없이 이어졌고, 나는 스트레스에 머리털이 빠질 지경이 되었다.
- 그러다 보름 전, 내가 탈모에 좋다는 샴푸를 수소문할 때쯤부터 한 팀장이 변했다. 마치 개과천선이라도 한 것처럼.
우선 짜증 나는 지적질이 사라졌다. 한 팀장은 더 이상 팀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의 디자인을 잘 수용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 소름이 돋았다. 전부 사실이었다. 한 팀장이 팀원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진 것, 나에게 혼자 사는지 물은 것. 글에 쓴 내용이 아닌데 이 사람은 어떻게 안 거지? 악귀, 악귀라고? 한 팀장이 악귀에 씌어?
- 이후 댓글들은 모두 이 장문 댓글의 영향을 받았는지 '무섭다', '소름 돋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걱정된다는 내용과 당장 회사를 그만두라는 글까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회사를 어떻게 그만둬? 말도 안 된다. 모두 거짓말이다. 오컬트에 심취한 네티즌 한 명이 우연히 상황을 끼워 맞춘 것일 뿐이다. 말이 안 되잖아, 귀신 같은거.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예전이었다면 정말 그렇게 믿었겠지만,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그런 존재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사람 머리를 쉽게 터뜨리던 괴물 같은 힘과 마주치기만 해도 몸을 얼게 했던 섬뜩한 기운을.
- 속이 어지럽던 그때, 알림 하나가 도착했다. 쪽지였다.
[tomorrow9]
글을 읽고 걱정이 되어 쪽지 드립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무당을 압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 일십백천만십만백만... 백만? 숫자를 읽다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아니, 한 팀장 따위를 위해 이런 돈을 내라고? 그냥 악귀랑 계속 회사를 다니고 말지.
- 악귀와의 공존을 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무당언니가 다시 말을 꺼냈다.
"가격이 너무 세다면, 좀 싸게 해 줄 수 있는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그게 뭐죠?"
"네가 퇴마를 도와주면 돼. 그럼 할인이 들어가서."
무당언니는 다시 종이에 새로운 금액을 썼다. 이십팔만 구천 원. 무려 칠십 퍼센트의 할인율이었다. 이거 완전 거저잖아?
"할게요, 퇴마."
- 그렇게 난 계약서를 작성하고(이제 생각해 보니 퇴마 실패 시 금액은 반환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시불로 카드결제를 한 뒤 돌아왔다.
그날은 상쾌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곧 퇴마가 시작될 테니까.
- "글쎄, 과연 그럴까?"
무당언니는 짐을 챙기다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지금도 악귀를 눈치챈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뭐가 달라질까? 한 팀장 본인이 이상하다 느끼더라도 회사에서는 티 내지 않을걸. 특히 팀장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아니, 네 상사는 둔하고 멍청하다 했으니 이상한 점을 눈치 못 챌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대리 하나 잘린 것 따위는 신경도 안 쓸 거라는 말이지."
절망스러웠다.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만 믿고 악귀한테 도망치면서, 오줌 지릴 것 같은 공포를 이겨 내면서 퇴마를 해냈는데,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다시 이직 준비를 해야 할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새 직장을 못 구하면 어떡하지. 엄마한테는 대체 뭐라 해야 하지?
-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느낌이 들던 그때, 무당언니가 뜻밖의 말을 건넸다.
"내 밑으로 오는 건 어때?"
"예?"
"디자이너라며, 여기서 할 일은 유튜브 관련 콘텐츠 제작, 부적 디자인, 그 외 기타 퇴마 관련 업무. 돈은 지금 받는 것보다 더 줄게. 내 밑으로 와."
- "그 장군신 모시는 거 맞죠?"
"응."
"혹시 어떤 장군이세요? 이름이라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한때 오컬트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았기에 무당이 각자의 신을 모신다는 사실 쯤은 알고 있었다. 그 신이 운명처럼 찾아온다는 것과, 무당의 몸에 빙의해 점괘를 내려 준다는 것도. 또한 신마다 나름의 급이 있다는 것까지.
- 그래서 무당언니가 모시는 신은 어떤 장군일까 기대하던 내가 들은 답은 이랬다.
"잔 다르크 장군."
"예?"
"잔 다르크라고."
옛 시대에 한반도 전장을 누볐을 친숙한 이름을 기대하던 내 머릿속이 혼돈에 빠졌다. 잔 다르크? 내가 아는 그 잔다르크가 맞나?
- 그렇구나, 잔 다르크...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저 멀리 타국에서 돌아가신 장군님도 충분히 한국의 어느 무속인의 몸에 들어올 수 있지.
- "이제 우리는 이 악귀를 잡을 거야."
"우리요?"
"응."
"저도요?"
"당연하지."
당황스러웠다. 물론 한 팀장에게 빙의한 악귀를 잡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계약으로 인한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잡아 달라고도 하지 않은 악귀를 갑자기 잡으러 가자니.
- "일단 회사 주변에 차 세워 두고 감시하자."
"감시요? 그보다, 차?"
감시라는 말보다 차를 세워 둔다는 말이 더 신경 쓰였다. 내가 알기로 무당언니에게는 뚜껑이 열리는 새빨간 스포츠카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스포츠카를 세워 두고 감시하는 행위는 스파이가 꽹과리를 치며 등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그러자 무당언니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대답했다.
"하나 살 거야, 네가 쓸 걸로."
- 예상치 못한 말에 절로 입가가 허물어지는 듯했다. '차'라니, 그렇다면 악귀를 감시하는 일도 힘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비록 업무용일지라도 나만의 차를 갖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 내 얼굴이 미소로 환해졌으리란 건 안 봐도 뻔했다.
- "그래, 기대하고 있어."
무당언니는 그 말을 내뱉고는 손님이 온다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과연 무슨 차를 사줄까? 경차 중형차? 돈이 많아 보이니 외제차를 뽑아 줄지도 몰랐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었다. 나는 부푼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남은 업무시간 내내 드림카를 떠올렸다.
- 며칠 뒤 이른 아침, 점집 앞에서 무당언니를 기다렸다. 전날 "새 차를 끌고 올 테니까 바로 목적지로 가자."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거리며 있는데, 금세 익숙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여기야!"
그런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에 세워진 자동차의 형태가 영 이상했다. 그것은 귀여운 경차도 실용적인 SUV도 아닌, 무당언니 소유의 스포츠카처럼 새빨간... 타코야키 차량이었다.
- 그냥 웃으라고 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무당언니는 매우 흥미로운 말을 들은 것처럼 웃음기 하나 없이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는 나를 훑어보더니 차 내부를 이곳저곳 살펴보곤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설마 아니겠지, 설마. 애써 모르는 척하려던 찰나, 무당언니가 입을 열었다.
"만들자, 타코야키."
- "타코야키에 부적을 넣어서 파는 거야. 그럼 양민구 부서 사람들도 사 먹을 테고, 악귀가 있으면 드러날 테니 잡으면 되고."
"악귀가 타코야키를 안 좋아하면 어떡해요? 안 먹으면?"
"악귀들은 식탐이 많아서 먹을 거야. 그런 촉이 와."
촉? 겨우 촉 때문에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벌인다는 사고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 그 타코야키는 아마.
"제가... 만드는 거죠?"
"응."
내가 만들어야 할 것이 뻔했다.
- "다른 곳이면 몰라도 전 회사 근처란 말이에요. 회사 사람 만나면 어떻게 해요?"
"얼굴 잘 가리면 몰라. 사람들은 서로 관심이 없다니까? 누가 누군지 몰라요."
- 목구멍에 걸려 있는 그 말을.
"... 옷이 참 잘 어울리네요."
막상 나온 말은 내 마음과 전혀 달랐다.
"이게? 고마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돌아서서 방을 나가는 무당언니, 무당언니가 입고 있는 옷은 흔하디 흔한 흰 셔츠였다.
- 기운이 빠져 털썩, 책상 위로 엎어졌다. 결국 말하지 못했다. 오늘 실패했으니 아마 내일도, 그다음 날도 안 되겠지. 나는 내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무당언니에게 쌓여 왔던 불만을 쏟아 낼 순간이 언젠간 찾아올 그날만을 노리며, 오늘은 일단 한숨과 함께 단념했다.
- <타코야키 장사 재수부>
- 나는 어느 건실한 IT 강소기업의 팀장이다. 젊을 때부터 유수 회사의 브랜드를 디자인하곤 했으며, 그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현재 디자인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회사에서 맡고 있는 일은 셀 수 없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역시 리더로서 팀원을 관리하는 것 아닐까.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한 아기새들을 가르쳐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길러 내는 것, 그것이 나의 큰 책임이자 즐거움이다.
- 그러나 세월이 지나긴 했는지 요즘 아이들은 다루기가 영 쉽지 않다. 10여 년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내 말을 경청하거나 빠릿빠릿하게 일을 하려 들지를 않는다. 몇 달 전에 뽑은 우리 팀 신입 남자만 봐도 그렇다. 오랜만에 들인 신입이고 좋은 대학을 나와 기대를 많이 했으나, 막상 데려와 보니 무슨 말을 해도 그저 동태눈을 하고 있고, 뭘 물어보면 두 번에 한 번이나 대답을 할까 말까에 일도 제대로 안 하고 만날 휴게실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동이 영 굼떠 간단한 복사 일을 시켜도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참으로 속 터지는 일이다.
- 이럴 때마다 회사를 떠난 김 대리 생각이 난다. 말귀도 찰떡같이 알아먹고 시키는 일은 따박따박 잘했더랬다. 나에게 큰 잘못을 해서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는데, 이상한 말이지만 나는 사실 그때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원들도 눈치를 보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얘기해 주지 않고 나도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차마 말을 못 했는데, 그때 일은 안개에 싸인 것처럼 희뿌옇게 떠오를 뿐이다. 그러니 김 대리가 나간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 사실 회사에 있을 때는 김 대리를 그저 평범한 부하 직원으로 여겼다. 특출난 곳도 없지만 모난 곳도 없는 그저 그런 직원 중 하나. 그런데 최근 평가가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며칠 전, 보고 만 것이다. 회사 앞에서 열심히 타코야키를 굽고 있는 김 대리의 모습을.
요즘 청년들은 힘든 일은 피하고 쉬운 일만 하려 한다는데, 회사에서 잘린 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이라니. 그런 김 대리를 보니 타코야키를 사 주지 않을 ...
- <한팀장, 청춘시대>
- 같은 대학을 나와서 비슷한 회사에 다녔는데도 어째서 저 친구는 대기업과 협업을 하고, 나는 자랑할 것 하나 없는 인생을 살고 있을까? 대학 때는 그림도 디자인도 내가 더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자니 누워있는 나 자신이 한없이 작고 작아져, 저 토끼 캐릭터의 픽셀 하나만도 못한 존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겨우 그 글을 벗어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짧은 동영상을 틀었지만, 웃음기 하나 띠지 못한 채로 옛 동기의 경사를 곱씹고 있었다.
- 다음 날 점집. 무당언니는 외근을 나가고 할 일이래 봐야 주문이 들어온 부적만 작성하면 되는 한가한 때, 나는 밖에서 사 온 버블티를 한입 쭈욱 빨아들였다.
당분과 카페인이 온몸에 퍼져 나가자 기분이 고양되고 의욕이 솟아올랐다.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 하나. 어제는 부러움에 눈이 멀어 질투를 하고 말았으나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일로 바쁘다는 핑계를 댔지만 대학 동기도 회사를 다니면서 해낸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고용주 무당언니를 보라. 본업인 무당 일 외에도 유튜브와 블로그를 넘어 각종 판매 플랫폼에까지 손을 뻗고 있는 진정한 N잡 ...
- 자연스럽게 토무당의 인지도 역시 상승했다. 팔로워는 벌써 2000명을 넘어섰고, 때로는 하루에 100명씩 오르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나의 캐릭터가, 제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고 사랑받고 있다. 좋은 일이었다.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까?
- 초반에는 열정이 넘쳤다. 하루 종일 유튜브 작업과 상품 디자인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토무당의 그림을 그렸지만 힘들지 않았다. 드디어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고양감에 잠을 자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흥분과 열정은 옅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자리를 피로와 수면 부족이 대신 채웠다.
물건 포장은 아무리 해도 끝이 없었다. 무당언니는 새로운 컬래버 기획을 내놓으라고 닦달했고, 막상 준비해 가면 상품성이 약하다며 퇴짜를 놓았다. 제품을 담을 택배 상자를 몇백 개씩 접다 보니 지문이 닳을 것 같았다. 무당언니는 처음에는 같이 상자를 접더니 요즘은 계속 외근이 있다면서 도망쳤다. 그 와중에 '내가 예상한 색상과 다르다', '부적 글씨가 번졌다', '그냥 마음에 안 든다' 등의 불만을 퍼붓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답변해 주어야 했다.
-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나? 오래도록 꿈꿔 왔던 소망은 어느새 잡무와 스트레스가 덕지덕지 들러붙어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 그럼에도 착실히 일을 해야 했다. 새 기획을 준비하여 곧 2차 컬래버레이션 안을 발표했다. 제품명은 '소원은 셀프, DIY 소원 성취 키트'였다. 토무당이 그려진 작은 철제 상자에 부적 용지, 잉크, 양초와 '소원 비는 법'이 작성된 안내문을 동봉한 구성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정판으로 '암흑 버전'도 제작해 판매했다. 패키지 및 내부 구성물을 검은색으로 통일해 어두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무당언니가 작성한 (척하지만 사실은 내가 쓴) 부적을 함께 동봉한 세트였다. 특히 이 한정판이 가격을 제법 높게 책정했음에도 인기가 좋아, 판매 첫날에는 홈페이지 접속이 힘들 정도였다.
이번에도 성공이다. 그렇게 잠시 기쁨을 느끼고는 쉴 틈도 없이 키트에 물품을 넣고 포장하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물건이 팔려 나간 지 2주 정도 되었을까. 내 인생에 순조로운 일은 없다는 듯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 '소원 성취 키트 사용한 이후로 두통이 생겼어요'
SNS에 올라온 글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작성자는 좋아하는 사람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기를 바라면서 부적을 쓰고 양초를 태우며 매일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후 ...
- 개개인의 주장은 모일수록 몸집이 커지고 형체가 분명해져, 결국 기도에 나쁜 기운이 들어 소원을 빈 당사자에게 돌아왔다는 의견이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게 바로 21세기 흑마법인가.
.이거 진짜예요. 저는 우리 강아지 건강하길 빌었는데 하나도 부작용 없었음.
졸지에 나는 평범한 일반인들을 흑마법으로 조종한 대마법사가 되어 있었다. 우려한 상황이었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 "그러니까 이런 문장을 왜 써."
결국 무당언니를 다시 찾아가서 내가 상황을 설명하고 들은 말은 이랬다. 여기서 '이런'이 가리키는 것은 소원 성취 키트 안내문에 있는 문항이었다.
[5. 나쁜 소원을 빌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지도~?]
- "저번 일 때문에 겁주려고 쓴 거예요."
"어찌 됐든 꼬투리 잡힐 수 있잖아. 난 책임질 여지가 있는 말은 죽어도 안 남겨. 문제 생겨도 나한테는 절대 안 얽히도록. 절대, 죽어도."
- 이어서 무당언니는 자기가 물건을 팔 때, 또 상담을 할 때 얼마나 말을 신중하게 고르고 책임 회피를 하는지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본인은 조언이랍시고 뱉는 말이겠지만, 그렇게 잘 알면 검수라도 제대로 할 것이지 줄곧 모른 척하다 이제야 잘난 체하는 무당언니의 머리통을 한 대 후리고 싶어질 뿐이었다.
- "그래서 어떡해요."
무당언니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말을 끊었다. 그러자 무당언니는 종이와 펜을 가져와 무엇인가 쓰기 시작했다.
"자, 한번 원인을 생각해 보자."
- [1. 사기]
"저번이랑 비슷하게 누가 마음먹고 사기 치는 거지. 일반인이 소원 좀 빌었다고 저주받는 게 말이 돼?"
나 또한 가장 먼저 떠올린 가능성이었다. 인터넷에 '부작용이 생겼다'는 글을 지어내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열 명이 넘는데, 이 사람들이 다 속이고 있는 ... "
- <토무당 사업 번영부>
- 그런 순간이 있다. 이제껏 잘해 오던 업무가 부질없이 느껴지고, 안정감을 주는 반복적인 일상이 목을 조이는 압박감으로 변모하는 순간. 닭장같이 비좁은 현재에서 머리를 빼내어 아득히 뻗어 있는 미래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 말이다. 그 시점이 내겐, 지금일지도 몰랐다.
- 평소와 같았다. 새 동영상에 사용할 섬네일을 제작하는 중이었다. 열변을 토하는 무당언니의 얼굴 옆에 프리소스로 다운로드한 유령 이미지를 붙여 넣고, #FFFF00색으로 '내 주변에도 악귀가 있을 수 있다고?'라는 타이포를 새겼다. 보기만 해도 눈이 쨍해지는 샛노랑 말이다.
매주 반복하는 익숙한 일이다. 댓글창 관리나 SNS 글 작성 같은 업무에 비해서는 한결 중요도가 높은 데다 '디자이너 ...
- <크리스마스이브 이직 성공부>
이 소설집의 첫 에피소드, <벽간 소음 상호 결별부>를 쓸 때가 떠오른다. 옆집의 소음을 참으며 잠을 청하던 날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출퇴근길에 글을 쓰고, 이어지는 이야기인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를 쓴 뒤 운 좋게 출판 기회를 얻게 되어 책을 쓰기 시작했던 때.
그때로부터 대략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계속 회사에 다니며 글을 썼다. 그동안 몇 줄의 메모는 소설이 되어 쌓였고, 나는 회사를 한 번 옮겼고, 어느새 신입 사원에서 4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이 과정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 늘 시간에 쫓겼고, 내 부족함을 마주했고,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을 점점 잃어 갔다. 비단 내 적정량을 초과해 바삐 생활했기 때문만은 아니라 그런 시기라는 것을, 비슷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 시기를 버틸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하는 소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야기에 빚진 게 많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보고 읽고 이야기를 떠올렸으며 도피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이야기에 매달렸다. 내가 그러했듯 다른 이들에게도 이 책이 탈출구가 되어 잠시라도 웃을 수 있게 한다면, 그것만으로 내 바람은 다 이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재밌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자료 조사 도와주신 영진 님, 기섭 님, 지민언니. 이 책을 함께 만들어 주신 황금가지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 항상 응원해 준 친구들, 힘이 되는 가족들. 그리고 누구보다 가장 좋아했을 아빠.
모두 감사합니다.
| [난젠, 피카드] 에로틱 세계사 - 교양으로 읽는 1만 년 성의 역사 (0) | 2025.10.22 |
|---|---|
| [박서련] 몸몸 (1) | 2025.10.18 |
| [모래] 드리머 (0) | 2025.10.16 |
| [김봉곤] 여름, 스피드 (0) | 2025.10.12 |
| [교고쿠 나쓰히코] 서루조당 파효 (2) | 2025.09.22 |
| [조지핀 테이] 시간의 딸 - 모략은 시간을 이길 수 없다 (1) | 2025.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