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콜슨 화이트헤드] 니클의 소년들

일루젼 2021. 3. 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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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콜슨 화이트헤드
출판 :  은행나무
출간 :  2020.12.11.


 

<숨그네> 생각도 나고, <노예 12년>과 <남영동> 생각도 나고. 

 

다수의 평온함은 소수의 희생 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가?

부당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떨쳐내고 바로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너무나 일상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내어 더 울림이 있는 글이었다.

 

아픔을 소리치고 울분을 던지지 않고

이를 악물고 사랑을 읖조리는 글.

 

옳은 것을 외치며 가르치는 글이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읽어도 재미를 느낄 법한 담담한 글. 

그냥, 소년들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반전과 놀라움이 있고, 그렇지만 그냥 그런 삶에 대한 이야기.

 

선입견이나 부담감 없이 한 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글이었다. 

나 역시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읽었고, 한 번에 끝까지 달렸다.

좋았다. 

 

 


 

-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 예전에도 많은 이 학교 출신들이 비밀 묘지에 대해 말했지만, 니클의 일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누군가가 같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 주방의 새 직원들은 어린 녀석에게 새로운 교훈을 가르쳐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들이 세상에서 터득한 일들을.

 

-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옳은 일을 일러주는 것과 사람들이 그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엘우드의 행동 몇 가지를 증거로 꼽아주었기 때문에 그도 그런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이 게임에서 그가 이기려고 했던 상대가 자신의 어리석음이었는지 아니면 고집스럽고 한결같은 세상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레코드판이 계속 돌고 돌았다. 항상 난공불락의 전제로 되돌아오는 논리 같았다. 킹 목사의 말이 좁은 직사각형 모양의 집 앞쪽에 있는 거실을 가득 채웠다. 엘우드는 하나의 원칙에 마음이 기울었다. 킹 목사가 그 원칙에 형태와 소리와 의미를 주었다. 짐 크로처럼 검둥이들을 계속 누르려고 하는 거대한 힘이 있고,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테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백과사전은 안이 비어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너를 속여 텅 빈 것을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게서 너의 자존감을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다.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엘우드가 두 번째로 알아차린 것은 그 아이의 섬뜩한 자신감이었다. 청소년기 아이들 때문에 식당 안이 온통 소란스럽고 정신이 없는데도 이 아이는 자기만의 공간 안에서 차분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엘우드는 그가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면서도 동시에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상황 속에 있으면서 동시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분위기, 상황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한 발 떨어져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개울 위로 쓰러진 나무줄기 같았다. 나무는 개울에 속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존재하면서 수면에 자기만의 잔물결을 만들어낸다.

 

- "너 진짜 뭘 모르네. 저기 한 번 보겠다고 갔다가 저 녀석이랑 내 자리가 바뀔 수도 있어. 유령 이야기에서처럼."

 

- "그놈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 넌 모르잖아. 다른 놈들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도 모르고. 밖은 밖이고, 여기는 여기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니클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고 말이야. 여기 있다 보면 사람이 달라지니까. 스펜서랑 그 패거리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바깥의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그놈들도 착한 사람일지 모르지. 잘 웃고, 자식들한테 잘하는 사람인지도."

 

- 터너는 제이미가 면전에서 늘어놓은 거짓말에 화가 나지 않았다. 뻔한 거짓말이라는 게 보이는데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감탄의 대상이었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누구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력하다는 또 하나의 증거였다.

 

- 사람들은 이사할 때 많은 물건을 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집만 옮기는 게 아니라 아예 성격까지 바꿔버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경제적 사다리'를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셈이니, 기존의 침대가 새 집에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 여기에 니클 같은 곳이 있다는 사실은 곧 전국에 수백, 수천 곳의 니클과 화이트하우스가 흩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 친구를 기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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