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권예리] 이 약 먹어도 될까요 - 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설명서

일루젼 2022. 3. 25.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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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권예리
출판 : edit 다른 
출간 : 2020.06.30 


읽기 쉽고, 유용하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찾을 만한 약품들을 유래와 복용법, 주의사항 등을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설명하는 입장에서도, 듣는 입장에서도 재미있게 읽히는 책은 드물다고 생각하는데 유용성도 갖춘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지금은 약국가를 벗어나 있지만 많이 들었던 질문, 자주 했던 설명이라 예전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에는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해서 스스로가 앵무새 같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그런 점들을 잘 정리해서 이런 책으로 엮어낸 저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아주 어렵거나 깊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법한 부분들을 잘 정리한 느낌이다. 

 

(병원 약사 경력이 살짝 느껴지는 글이라 저자의 경향성을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당 출판사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 꽤 많이 보여서 더 찾아 읽어볼 생각인데, 언제쯤이 될 지는...

즐겁게 읽었다. 

 


   

- "펜잘 주세요."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약국에 온 손님이 '펜잘'을 찾으면, 약사인 나는 다시 증상이 어떤지 자세히 물어보고 약을 드린다. 제품명이 '펜잘'로 시작하는 약은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펜잘큐'에는 세 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에텐자미드, 카페인이다. '펜잘레이디'에도 이부프로펜, 마그네슘, 파마브롬이라는 세 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데, '펜잘큐'와 성분이 단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두 약의 주성분은 하는 일이 비슷하지만 미세하게 다르고, 부작용과 주의사항도 다르다. '이지엔6’로 시작하면서 성분이 제각기 다른 약은 무려 네 가지나 된다. 이지엔6애니(이부프로펜), 이지엔6프로(덱시부프로펜), 이지엔6스트롱(나프록센), 이지엔6 에이스(아세트아미노펜)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각 성분의 효과가 조금씩 다르다. 

    

- 먼저 작용에서는 이 성분이 우리 몸속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원리로 증상을 낫게 하는지를 설명했다. 부작용에는 약의 작용 원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도 있고, 사용법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것도 있다. 이 두 경우를 구분해서 대표적인 부작용을 정리했다. 그리고 복용법과 사용법에서는 복용량과 먹는 시간, 특히 주의할 점 등을 적었다. 그밖에 약의 유래나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 개발 과정, 사회적 의의 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도 짤막하게 소개했다. 

 

- 약국에서 처방약을 조제할 때면,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이 약을 같이 먹어도 되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런데 정확히 무슨 혈압약을 복용 중이냐 되물어도 성분명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품명이라도 알려주면 검색이라도 해볼 텐데 이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물론 처방받은 모든 약의 제품명, 성분명, 용도를 외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비슷비슷하게 생긴 약은 얼마나 많은가. 그나마 제품명은 친숙하다. 텔레비전 광고로 자주 보고 들었으니까. 아세트아미노펜처럼 화학물질 느낌을 팍팍 풍기는 성분명보다 펜잘처럼 짧은 제품명이 훨씬 머리에 잘 들어온다. 하지만 성분명을 알고 있을 때의 장점은 뚜렷하다.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주의해야 하는 성분명을 알고 있다.

 

- 간혹 이런 질문이 나온다. "진통제를 달랬는데 왜 겉포장에 소염, 해열이라 적혀 있나요?" 그것은 바로 엔세이드가 표적으로 삼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우리 몸에서 통증, 염증, 발열을 동시에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세이드는 진통, 소염, 해열 작용을 동시에 한다. 우리가 그중 한두 가지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멀티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위벽을 보호하던 프로스타글란딘이 엔세이드의 공격을 받아 줄어들면, 위벽이 위산에 노출되어 속이 쓰리다. 약의 작용 원리에 딸려 오는 부작용이므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위장장애를 피할 수는 없다. 위장장애만 없다면 완벽한 소염제일 텐데 말이다. 심하면 위궤양, 위장관 출혈도 일어나고 그밖에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엔세이드를 반드시 식사 후에 복용하도록 권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 같은 엔세이드라도 약마다 약효가 다르고 진통, 해열, 소염 작용의 세기가 다르듯이 부작용의 종류와 강도 역시 다르다. 또 약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유전자와 신체 환경도 다르다. 

 

- "성분이 같아도 용량이 다르면 다른 약이다." 정말일까? 맞는 말일까? 적어도 아스피린의 경우에는 말이 된다. 일반적인 아스피린 500mg와 저용량 아스피린 100mg은 주된 약효도 다르고 복용법도 다르다. 

- 기본적으로 아스피린은 염증, 통증, 열을 가라앉히는 엔세이드 약물이다. 따라서 엔세이드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하는 일은 염증, 통증, 열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생기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고 대표적 부작용 역시 위장장애다. 처음 출시된 1890년대에는 이렇다 할 소염제가 없었기에 아스피린은 극심한 염증으로 고생하던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사실상 최초의 효과적인 소염제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했다. 이렇게 해열진통소염 작용을 하는 아스피린은 500mg짜리다. 
 
- 스코폴라민 scopolamine은 몇몇 가지과 식물에 들어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이다. 맹독성 식물인 사리풀에도 있어서 악마의 숨결이라는 별명도 있다. 특히 마녀들이 하늘을 날기 위해 온몸에 발랐다는 연고 witch's flying ointment의 성분 중 하나로 추정된다. 이 연고의 성분과 재료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벨라돈나, 사리풀, 맨드레이크 등 독성이 강한 가지과 식물들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중 피부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스코폴라민이다. 스코폴라민이 다량 흡수되면 환각에 빠져 하늘을 날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이처럼 옛날부터 식물 추출물로 알려진 스코폴라민은 거짓말 탐지 약물, 자연분만 산모의 마취제로 다양하게 쓰였다. 하지만 복용량을 늘리면 독성이 심해서 오늘날에는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  

    
- 변비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정도로 흔한 병이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변비에 피마자유, 알로에, 센나(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콩과 식물)를 쓰라는 기록이 있다. 이런 민간요법에서 쓴 성분은 오늘날 변비에 쓰는 약의 보조 성분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중세 시대부터 19세기까지 서양에서는 변비가 생겼을 때 안티모니라는 금속으로 만든 알약을 삼켰다. 이 알약은 장을 자극해서 변을 배출시킨다. 변으로 나온 알약은 다시 꺼내 깨끗이 씻어서 보관했다. 알약 하나를 계속 재활용해서 쓰고, 심지어 대대손손 물려줬기 때문에 영원의 약 perpetual pill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안티모니는 독성이 심해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모차르트가 안티모니의 독성 때문에 죽었다는 설도 있다. 
   

- 탈모증을 가리키는 영어 알로페시아 alopecia는 고대 그리스어로 여우를 뜻하는 알로펙스에서 유래했다. 여우가 1년에 두 번 털갈이를 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완전히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앞으로 더 자세한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에는 뇌와 직통으로 연결된 신경이 분포하고 면역 세포도 많기 때문에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면역에 영향을 준다고 추측된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온 프로바이오틱스 제제에는 더 다양한 유익균이 포함되어 있다. 균주의 종류도 많고 조합도 여러 가지며 개체 수도 차이가 크다. 자신이 원하는 효과를 내는 균주가 많이 들어 있는 제품을 고르고, 1개월 이상 먹어봐도 잘 안 맞는 것 같으면 다른 유산균을 시도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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