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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크 트웨인 / 신혜연
출판 : 이소노미아
출간 : 2019.03.25
가벼운 유머와 풍자의 대가 '마크 트웨인'. 그의 데뷔작이 수록된 단편집이라기에 선뜻 손을 뻗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우울증 치료제>다. 이렇게까지 마음먹고 멕이면 알면서도 물을 먹을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세상에 다시 없을 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맥클린톡이라니. 그러면서 장면 장면을 그대로 삽입해 얼마나 엉망인지 '찬탄하는' 데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 수 밖에 없다. 실로 '우울증'에 명약이 될 듯 하다.
삶 속에 숨은 유머를 찾는 것과, 모든 것을 유머의 필터를 씌워 바라보고자 노력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조금 더 쉽고 즐거울 것 같다. 일종의 정신승리이기도 할텐데, 좋게 보는 필터에만 익숙해지면 나머지는 어느 정도 자동화가 될 테니까. 전자는 성공률도 낮고, 관찰자의 특성이 짙게 녹아있겠지만, 제대로만 발견한다면 강렬한 순간을 체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말 취향인 한 순간'을 '포착해낸다'에 가까울 듯 하다.
불현듯 후자에 익숙해진 사람만이 전자를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지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익숙해질 수 없는 불행은 없다. 단지 그 상태에 머물 것인가, 그 상태를 비웃어버릴 것인가의 선택이 남을 뿐이다.
- 칼라일은 "거짓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제대로 된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게 분명합니다.
-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났지요. 마을에 최면술사가 온 겁니다. 아마도 1850년이었던 것 같아요. 연도는 확실치 않지만 그때가 5월이었다는 사실만큼은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기억이 지금껏 생생하게 남을 수 있었던 건 그달에 서로 연계되어 일어난 두 건의 작은 사건 때문입니다. 중요하지도 않고 오래 기억해둘 만한 가치도 없는 일들이었지요. 정작 기억할 일들은 내다 버리고서 그 빈자리에 애써 그런 것들만 간직하지 뭡니까. 사실 사람의 기억력이란 게 그래요. 원래부터가 분별력도 판단력도 없고 가치니 균형이니 올바른 인식도 없습니다. 어쨌든 그 하찮은 사건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기로 해요. 지금 내가 얘기하려는 건 그 최면술사니까.
- 이내 다른 신문사에서 더 많은 보수를 제시했지만, 나는 원래 다니고 있던 신문사에 그런 제안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전하라고 했어요. 그러자 이브닝 포스트에서는 급여 인상을 감수하면서 형을 계속 그 자리에 있도록 했고요. 형 인생에서 가장 즐겁게 일한 직장이었습니다. 어렵지 않았고, 모든 면에서 편안했지요. 하지만 불운이 찾아왔습니다. 올 것이 온 겁니다.
- 부유한 정치가들이 만든 한 주식회사가 버몬트 주 러틀랜드에 공화당 지지성향의 새 일간지를 창간한다며 형에게 연 3천 달러를 줄 테니 편집장 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해 왔던 거지요. 형은 그 제안을 너무나 받아들이고 싶어 했어요. 형수님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아니, 두 배, 세 배 더 원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간청하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내가 말했지요.
"형은 정신력이 강하지 못해. 그 사람들은 그걸 금방 알아챌 거라고. 형한테 근성이 없는 것도 쉽게 눈치챌 거고, 아마 노예 부리듯 부려먹을 걸. 6개월 버티면 오래 버티는 걸 거야. 그런 다음에 해고도 신사답게 하지 않겠지. 아마 불청객 내쫓듯 쫓아버릴 게 뻔해."
- 자서전을 써보라고 권했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쓰되 자신의 훌륭한 면만을 드러내 보이려고 하지 말고, 살면서 흥미로웠던 사건들은 물론 부끄러워 기억 깊숙이 숨겨둔 일들까지 떳떳하게 적으라고 했습니다. 이런 자서전은 지금까지 누구도 쓴 적이 없으므로 형이 해내기만 한다면 매우 가치 있는 문학작품이 될 거라는 말도 덧붙였지요. 나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을 제안하는 거라고, 그리고 형이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말했지요.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그때 나는 형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떠맡긴 셈이었습니다. 작가인 나조차도 자서전을 쓴답시고 지금 석 달 동안 매일같이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는 형편이거든요. 지금까지 살면서 부끄러웠던 일화만도 1,500건에서 2,000건 정도가 생각나는데, 그중 단 한 건도 아직 글로 남길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내 생각에 그 일화들은 이 자서전을 완성할 때까지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을 겁니다. 물론, 일단 끝냈을 때 얘기겠지요. 설사 원고에 포함시킨다 해도 퇴고 과정에서 다 삭제할 게 분명합니다.
- 형은 자서전을 써서 내게 보내왔어요. 하지만 대단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짜증 났어요. 자서전에서 형은 내내 자신을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었거든요. 내가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저질러온, 그리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바로 그런 짓을 똑같이 저지른 겁니다.
- 그런데 꽃꽂이를 하는 대신 그녀는 숲으로 걸어 나와 엘폰조와 달아납니다. 이 단순한 작가는 이 도주계획을 창안해내느라 신경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아요. 곧바로 필력이 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계획은 세세하거나 정교하지는 않아요. 자세한 내용은 저자가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 착한 사람의 의도는 언제나 그의 영어 구사능력을 능가합니다.
"학교가 자리한 숲을 향해 아무렇게나 걸어오면, 번개처럼 빠른 말과 함께 내가 있을 것이오. 우아하게 치장한 그 말이 당신을 태우고 우리를 혼인 장소까지 데려다 줄 거요."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제 지칠 대로 지친 저자는 몇 가지 새로운 물건을 등장시켜 그의 극적인 마음 상태를 그럴듯하게 단장해 보려고 애씁니다. 바로 은으로 된 활과 금으로 된 하프, 올리브 나뭇가지 등인데, 아마도 연인과 도주할 때 모두 유용한 물건들이겠지요. 이런 여행길에 정말 편리하고 의지가 될 만한 물건인 우산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말입니다.
- 그가 쓴 불멸의 책이 지금 당신 앞에 있습니다. 호메로스도, 셰익스피어도, 이런 책은 쓸 수 없을 것입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예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문학사에도 이런 책은 없습니다. 이 책은 독보적이며, 기념비적입니다. 이 책 덕분에 G. 랙스데일 맥클린톡은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불멸의 이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이 소름 끼치도록 파란만장한 모험담의 뒷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혹여나 다른 책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지금이나 미래의 어느 시점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주인공을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하게 해놓기는 했는데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게 할 방법을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그만 여기서 손을 떼겠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선의 방법으로 알아서 빠져나올 것이다. 아니면 그냥 그 상태로 있던지. 이 정도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 쿠: 한국어는 표기와 발음이 일대일로 대응하지만, 영어 알파벳은 그렇지 않아서 발음하는 사람의 개성이 작용하는데, 지나치게 외래어 표기 원칙을 고집하면 그 개성이 죽는 것도 문제이긴 해요. 영국 영어에서는 오히려 '새뮤얼'이 아니라 '사무엘' 비슷하게 발음하잖아요?
정: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우리가 외래어 표기 원칙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이소노미아 나름의 원칙에 따라 표기했음이 전해졌겠죠?
쿠: 아마도요? 그것보다 저는 조금 다른 고민을 해요. 이 책에는 10개의 텍스트가 담겨 있는데 그중에는 마크 트웨인이 직접 제목을 붙인 글도 있지만, 원래 제목이 없는 글도 있어요. 우리는 편집자의 권능으로 제목을 붙였고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임의로 정한 제목을 원작의 제목이라고 오해할까 봐 그게 좀 걱정입니다. 제호만 하더라도 <최면술사>잖아요? 하지만 마크 트웨인이 그런 제목으로 글을 발표한 적은 없지요. 이런 차이를 정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안 그러면 독자가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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