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사와이 에쓰로] 개복치의 비밀

일루젼 2022. 6. 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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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사와이 에쓰로 / 조민정

원제 : マンボウのひみつ 
출판 : 이김 
출간 : 2018.12.02 


 

뜬금없이 개복치 관련 내용이 궁금해져서 '개복치'로 검색한 책들을 대출해왔는데, 사실 멘탈 개복치에 관해 읽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읽은 내 잘못이긴 하지만, <개복치로 살아남기>에 입은 내상이 아직도 치유가 되지 않고 있다. 잘 맞지 않는 책을 무리해서 읽으려고 할 때 주로 내상을 입게 되는데, 일종의 정신 공격을 받은 느낌과 유사하다. 한 번 그런 상태가 되고 나면 집중력과 속도가 훅 떨어져서 다시 회복시키기 까지 꽤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이때 다른 관심거리가 생기면 아주 쉽게 주화입마(?) 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은 얇고 간단했지만 내가 읽고 싶었던 내용에 가까운 책이었다. 생물 '개복치'를 전공으로 연구한 연구원이 해부학적 구조와 DNA 분석 등을 통해 개복치의 분류를 새로이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자료도 풍부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개복치와 관련된 도시전설(주로 사인)들을 정리해준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시원한 물에 둥둥 떠서 햇빛을 받으며 충전하고 싶은 날씨다. 흐리고, 습하고, 더운 장마철에는 집 관리도 쉽지 않고 몸과 정신의 상태 관리도 쉽지 않다. 단숨에 잠수하다 급작스레 차가워진 수온에 동사, 점프했다가 수면에 부딪치는 충격으로 충격사, 다가오는 바다거북과의 충돌을 예감하고 스트레스로 충격사 등등의 개복치 사인들은 모두 루머로 판명 되었으므로, 평소 스스로가 개복치와 닮았다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여유를 가지고 잘 관리하며 흘려보내는 나날이 되시길 바란다. 

         

 


 

 

- 그림을 그릴 때 보통 개복치를 파란색 계열로 색칠하곤 하는데, 사실 개복치는 파랗지 않다. 실제로는 수수한 빛깔(흰색, 회색, 검정 등)을 띤다.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개복치의 몸 색깔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흰색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개복치도 몸 색깔과 모양을 바꾼다. 어떤 상황에서 몸빛이 달라지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얗게 될 때도 있는가 하면 검게 변할 때도 있다. 검정 바탕에 흰색 반점 혹은 줄무늬 모양이 섞인 얼룩무늬가 생기기도 한다. 수족관 사육사의 말에 따르면 흥분했을 때는 주로 얼룩무늬가 된다고 한다. 

 

- 사람은 머리가 위고 다리가 아래이니 체축은 땅에 수직(위아래) 방향이다. 반면 물고기는 머리가 앞이고 꼬리가 뒤로, 체축이 땅에 수평(좌우) 방향이다. 체축과 평행하는 방향이 '세로'이고, 체축과 수직인 방향이 '가로'이므로, 물고기는 겉으로 봤을 때와 무늬의 방향이 반대가 된다. 

 

- 개복치는 2006년에 옆줄이 발견되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옆줄이 없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었다. 옆줄이 있다는 것은 개복치도 물의 흐름을 감지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뜻한다.  

 

- 물고기는 항상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물고기에게 눈꺼풀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눈꺼풀의 주요 역할은 '눈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으므로 물속에서 생활하는 물고기는 눈꺼풀이 필요 없다. 하지만 일부 물고기는 눈꺼풀과 비슷한 기관이 있다(적절한 명칭이 아직 없어서 이 책에서는 이 기관을 [눈꺼풀]로 표기했다). 물고기의 [눈꺼풀]은 육지동물의 눈꺼풀과는 종류가 다르다. 까치상어 등은 순막(눈동자를 보호하는 얇고 투명한 막), 숭어 등은 지검(기름눈꺼풀)이 눈을 덮어 보호한다.  

- 사실 개복치도 [눈꺼풀]이 있다. 개복치는 다른 복어과 물고기들처럼 '마치 주머니 입구를 오므리듯 눈 주변 피부를 중앙으로 모아 눈을 감춘다'고 하는데, 내가 직접 관찰해보니 '눈 안쪽에 있는 하얀 피부를 뒤에서 앞으로 당겨와 눈을 감추고' 있었다. 특히 뒤쪽에 있는 피부가 잘 늘어난다. 

 

- 사실 물고기는 목(인두)에도 이빨이 있다. 목에 난 이빨을 '인두치(Pharyngeal teeth)' 혹은 '목니'라고 하며, 입으로 들어온 먹이를 잘게 찢어 씹거나 으깰 때 쓴다. 인두치는 목 위아래로 달려 있는데, 둘 중 하나가 퇴화한 물고기도 있다. 또, 인두치의 모양은 어종에 따라 다른데 붉돔은 가시 모양인 위쪽 인두치가 아래쪽 인두치보다 더 발달했고 한 쌍씩 세 줄로 늘어서 있다. 한편 개복치는 아래쪽 인두치가 거의 흔적만 남아 있어서 아직까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개복치의 위쪽 인두치(한 쌍 세 줄)는 붉돔과 비슷하지만, 가시 모양이 좀 더 길고 빗 모양처럼 생겼다.

     

- 개복치는 골격도 일반적인 물고기와 많이 다르다. 붉돔과 개복치의 골격도(이미지여서 실물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를 비교해보면 개복치에게는 늑골, 배지느러미를 받쳐주는 요대(腰帶, pelvic girdle), 꼬리지느러미를 받쳐주는 꼬리뼈 등이 없다. 그리고 다른 많은 물고기는 척추뼈와 두개골이 분리되어 있지만, 개복치의 척추뼈는 특수해서 제1척추뼈의 앞부분과 두개골의 뒷부분이 붙어 있다. 또 개복치의 마지막 척추뼈의 뒷부분은 연골과 붙어 있는데 이 역시 특수한 경우다. 

 

- 일반적으로 물고기의 생식선은 암수 모두 같은 형태(명태 알 같은 모양이 한 쌍)이다. 성숙한 개체의 생식선에서 노란 알이 보이면 암컷이고, 희끄무레하고 알이 없으면 수컷으로 판단한다. 아직 미성숙한 개체는 생식선으로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런데 개복치는 미성숙한 개체라도 암컷과 수컷의 생식선 모양이 많이 달라 육안으로도 구분하기 쉽다. 내가 조사한 바로, 적어도 총길이 30㎝ 이상이면 생식선을 보고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수컷은 '가늘고 긴 막대기 형태의 정소를 한 ', 암컷은 '공 모양의 난소를 하나' 가지고 있다.  

(리뷰자 주 : 생식선을 노출시켰을 때 기준이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

 

- 반면 개복치의 비늘과 근육 사이에는 다른 물고기보다 훨씬 두껍고 하얀 층이 있다. 코코넛 젤리인 나타드코코보다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인데, 부위에 따라 두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사진에 소개된 부위는 두께가 4cm였다. 개복치를 만지면 까칠까칠한 비늘의 감촉과 더불어 단단함이 느껴지는데, 바로 두꺼운 조직 때문이다. 이 조직은 연골이나 지방과 착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라 콜라겐으로 되어 있다. 나는 이 두꺼운 콜라겐 조직이 젤라틴질로 보여서, '젤라틴질 피하 조직'이라고 부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젤라틴은 콜라겐을 열변성 시켜서 추출한 것을 말하는데, 성분은 거의 갇다. 내가 말하는 젤라틴질은 콜라겐을 열변성 시켜 추출한 것이 아니라, '젤라틴질 상태'를 뜻한다. 

 

- 내가 연구를 시작하기 전, 한 선배가 "오키나와에는 붉은 개복치가 있어." 하고 나를 놀린 적이 있었다. 실제로 '빨간개복치(붉평치)’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있었던 것이다. 빨간개복치는 이름도 모양도 개복치와 흡사해서 개복치의 친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목(目)' 단계에서부터 다른 전혀 별개의 물고기이다. 빨간개복치는 이악어목(Lampridiformes)에 속해서, 복어목인 개복치류와는 계통이 멀다. 결정적으로 빨간개복치에게는 개복치에게 없는 꼬리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리뷰자 주 : 앗. 하루 정도만에 이 내용을 다른 책에서 읽게 되다니.)

 

- 요시타 씨가 연구를 진행하던 2005년, 미국의 연구자 베이스가 이끄는 연구팀이 요시타 씨의 연구와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신기하게도 연구를 하다 보면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면식은 전혀 없는)이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현상'이 이따금 일어난다.   

 

- 요컨대 개복치는 부레 대신 간과 젤라틴질 피하 조직에서 부력을 얻는 것이다. 몸에 비해 간이 작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력은 젤라틴질 피하 조직에서 얻는다고 볼 수 있었다. 개복치가 젤라틴질 피하 조직에서 부력을 얻는 이유는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부력을 유지한 채로 물속을 자유롭게 상하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인 듯하다. 

 

-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개복치의 유영 패턴이 무려 펭귄과 일치했던 것이다! '양 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중인 펭귄의 몸을 90도만큼 돌리면 정확히 개복치가 '위아래 지느러미를 좌우로 흔드는' 동작이 된다. 새와 물고기가 같은 유영 방법을 쓰다니 놀랍지 않은가? 

 

- 또, 개복치를 해부했더니 상하 지느러미(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를 움직이는 각 근육이 서로 형태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근육량이 거의 같았다. 1장에서도 말했듯 개복치는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를 움직이는 근육이 발달했는데, 이 두 지느러미를 계속 좌우로 움직여 추진력을 얻는다(정확히는 좌우로 흔들 뿐 아니라 지느러미의 면을 살짝 기울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개복치가 꼬리지느러미 없이 헤엄칠 수 있는 이유다. 

- 여기서 또 하나, 개복치의 유영 기관은 다른 생물에 비해 특이한 점이 있는데 눈치챘는가? 일반적으로 날개 혹은 지느러미를 가진 생물은 해부학적으로 같은 기관을 사용해 헤엄친다. 하지만 개복치는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사람으로 말하면 배와 등)'라는 해부학적으로 전혀 다른 기관을 동시에 움직여 헤엄친다. 이렇게 다른 기관을 한 쌍의 날개로 사용하는 생물은 개복치를 포함한 복어 종류와 실러캔스 이외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참고로 추진력에 쓰이는 배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이외에 키지느러미는 방향 전환, 가슴지느러미는 좌우 균형 조절과 제동 및 후진 역할을 맡고 있다. 

 

- 그리고 다른 어류와 비교한 결과 개복치는 바다의 중간층에서 헤엄치고, 돛새치(시속 2.3km)나 일부 상어와 같은 유영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개복치는 느릿느릿한 이미지가 있지만, 개복치보다 느린 물고기는 얼마든지 있다. 또 해양 동물은 같은 체온을 가진 그룹 내에서는 몸이 클수록 몸을 움직이는 대사에너지가 물의 저항보다 커서 빠른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다. 개복치도 이 법칙에 따라 성장하면서 점점 유영 속도가 빨라진다. 

 

- 이제는 개복치 바이오로깅 연구가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연이어 새로운 견해가 발표되고 있다. 그 성과를 몇 가지 소개해보겠다.

1) 몸의 회전 : 개복치는 다른 물고기보다 몸을 잘 돌릴 수 있다. 수족관에서 평소에 헤엄치고 있는 상태를 0도라고 하면 수면에 몸을 눕힌 상태는 90도다. 또 자세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개복치는 수면으로 상승할 때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반대로 바다 아래로 하강할 때는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2) 심도 : 개복치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소화기관 속 내용물과 독특한 형태 때문에 일부 연구자들은 심해까지 잠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심해란 일반적으로 햇빛이 미치지 않는 '200m보다 더 깊은 수심'을 말하는데, 명확한 정의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가장 깊이 잠수한 기록은 북대서양의 개복치로 심도 844m이다. 개복치가 깊이 잠수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서인 듯하다.  

 

- 나카무라 이쓰미(연구 당시에는 도쿄 대학 대기해양연구소 소속이었다가, 지진 후에 센터에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등의 연구를 통해, 개복치는 잠수하다가 어느 정도 체온이 내려가면 다시 해수면으로 돌아가는데, 물에 둥둥 떠 있는 동안 내려갔던 체온이 다시 올라온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왜 해수면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그것은 개복치가 일정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주변 수온의 영향을 크게 받기 쉬운 '변온동물'이기 때문이다. 

-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개복치의 학명 Mola mola에서 mola는 라틴어로 '맷돌'을 뜻하는데, 16세기 당시 사람의 감성으로 '개복치의 둥그스름한 몸'을 맷돌에 비유한 데서 유래한다. 개복치를 최초로 mola라고 기록한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살비아니다. mola는 원래 마실리아(현재 프랑스의 마르세유) 지방에서 부르던 이름이다. 롱드레도 살비아니와 같은 내용을 책에 담았는데, 라틴어 mola가 아니라 프랑스어 mola로 기록했다. 또 두 사람의 책에는 개복치가 당시 라틴어로 rotae(수레바퀴)라고 불린 사실도 기록되어 있다. 학명 시스템을 보급시킨 린네 이후로 19세기 분류학자 사이에서 mola와 오서고리스카스는 개복치의 학명으로 사용되었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mola로 정착되었다.

 

- 여기서부터는 일본에서의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개복치 기술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자세하게 조사하고 싶은데, 현재까지 내가 확인한 바로는 1636년 출간된 작자 불명의 <요리 이야기(料理物語)>가 현시점에서 일본 최고의 기록이다. 개복치는 이 책의 바다 어류 코너에 '우키키'로 표기되어 있다. 우키키는 개복치의 지방명이자 고어로, 한자로는 浮木라고 쓴다. 수면 위로 몸을 눕히는 습성(개복치의 낮잠)을 물 위에 둥둥 떠내려가는 유목에 비유한 것이다. 

-  학술적으로는 1554년에 출판된 롱드레와 살비아니의 책에도 개복치를 요리한 기록이 있다. 개복치는 주로 아시아권에서 먹었는데 특히 일본과 대만은 최대 시장이었다. 일본에서 아마도 가장 오래되었을 개복치 요리법은 1636년 출간된 <요리 이야기』> '우키키’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 역사 인물로는 미토번(지금의 이바라기현)의 제2대 번주인 도쿠가와 미쓰쿠니(徳川光圀)가 개복치를 먹었고, 제6대 번주인 도쿠가와 하루모리(徳川治保)가 특히 즐겨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개복치는 금방 비려지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잡은 연안 그 지역에서만 먹었다(이와테, 미야기, 고치, 미에 등지가 유명).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수요가 다소 생겨서 다른 도시까지 유통되고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개복치를 먹는 지역의 마트에 가면 판매 중인 개복치 토막을 볼 수 있다. 물고기를 통째로 파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무겁고, 손질한 후 뒷처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어부가 개복치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손질해 먹을 수 있는 부위만 따로 빼고 나머지는 바다에 버린다.  

 

- 개복치의 맛이라고 하면 보통은 고기(근육) 맛을 가리킨다. 고기는 담백해서 '오징어 회보다 조금 심심한 맛'이라고 한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기 때문에 문헌상으로도 '굉장히 맛있다'라고 되어 있는 곳도 있는가 하면 '두 번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다'라고 적힌 곳도 있다.

 

- 먼저 근육. 옛날에는 개복치를 상어의 일종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상어살'이라는 이름으로 팔기도 했으며, 붉은 살과 흰살을 분리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전통적으로는 주로 회를 쳐서 초된장에 찍어 먹었다. 회는 꽤 탱탱한데 불에 익히면 수분이 날아가고 닭가슴살 같은 식감으로 바뀐다. 나는 카레나 스튜, 데리야키 등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 보았는데 전부 맛있었다. 그중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튀김이다.

- 이어서 소화기관(장). 일본에서는 '코와타', '햐쿠히로(百尋,장이 긴 데서 유래)', 대만에서는 '용장(龍腸)'이라고도 부른다.(우리나라는 그냥 '창자'라고 부르는 모양이고, 중국에서는 '용창'이라 부른다고 한다 - 옮긴이) 전통적으로는 소금구이 방식으로 요리하는데 닭꼬치나 소 막창처럼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맛이 좋아 시장에서 살짝 비싼 값에 팔고 있다. 건어물, 회, 볶음요리로 먹을 수도 있다.

- 날것일 때는 딱딱하고 뿌연 빛깔인 젤라틴질 피하 조직은 삶으면 반투명 겔 상태가 된다. 마트에는 팔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와라비모찌(고사리떡, 식감이 젤리처럼 독특하다 - 옮긴이)' 같은 디저트처럼 삶은 젤라틴 성분에 흑밀 소스와 콩가루를 묻혀 먹는다. 대만에서는 디저트 이외에도 샤브샤브나 볶음 등의 요리에 사용한다.

 

- 연골은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키지느러미 뿌리와 두개골 주변에 있는데 희뿌연 젤라틴질 피하 조직보다 딱딱하고 반투명한 특징으로 식별할 수 있다. 연골은 얇게 잘라내 햇볕에 말리면 얇은 셀로판 형태(이를 '사메스가'라고 부른다)가 되는데, 뜨거운 물로 다시 불려서 초회 소스, 성게와 버무려 먹는 것이 전통이다내가 어부한테 들은 요리는 연골을 얇게 잘라 홍차 색으로 물들 때까지 일본된장에 며칠 동안 묵혀 두었다가 그대로 먹는 방법이다. 술안주로 제격일 것 같은 맛이다. 

- 난소는 지역에 따라 '차가마(茶釜)', '차부쿠로(茶袋)'라고도 부르는데, 내가 어부에게 들은 방식은 소금에 데치거나 된장국으로 끓여 먹는 것이었다. 노른자에 감칠맛이 은은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간은 기름과 발음이 같은 '아부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정말 기름 대신으로 쓰인다. 전통적으로는 간을 그대로 프라이팬에 올려 볶다가 기름이 많이 나오면 그 기름을 따라 버린 후 일본된장과 개복치 근육을 넣고 같이 볶아 먹는다. 

- 대만 화련에는 '삼국일(三國一)'이라는 101가지 개복치 요리 전문점이 있다. 어느 요리 할 것 없이 모두 다 맛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놀란 메뉴는 깍뚝 썬 젤라틴질 피하 조직이 들어있는 아이스바였다. 코코넛 젤리를 얼린 것처럼 쫄깃쫄깃한 식감이어서 추천한다.  

- 그리고 내가 어른들을 생각해 딱 한 번 만들어 본 메뉴는 바로 '개복치 지느러미술'이다. 자주복 지느러미술처럼 조사가 끝난 총길이 30㎝짜리 개복치의 가슴지느러미를 햇볕에 말린 후, 가슴지느러미를 불에 구워 뜨겁게 데운 술에 넣으면 술이 호박색으로 변하고 향도 옮겨져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리뷰자 주 : 히레사케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풍미가 있는 건 사실이다.)

- 개복치에게 생긴 '쉽게 죽는 유리 멘탈'이라는 이미지에 크게 일조한 제1단계 도시전설은 '기생충을 떼어내려고 점프한다 → 점프 후 물에 떨어질 때 충격을 받아 죽는다'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이야기는 거짓이다. 나는 지금까지 1,300개가 넘는 개복치류의 자료를 보았는데, 이러한 기술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개복치가 점프하는 순간을 목격했지만 물에 다시 떨어져도 죽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학술적 출처는 아직도 불명확한데, 웹 서핑해서 이 이야기가 최초로 올라온 곳을 찾아보니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였다. 위키피디아의 개복치 페이지의 '이력 표시'를 더듬어 보면 2010년 5월 19일에 점프 기술과 관련해서 '개복치는 이때 맞는 물의 충격 때문에 죽기도 한다'라는 한 문장이 제일 처음 추가되어 있었다. 이 한 문장은 2013년 11월 17일에 삭제될 때까지 약 3년 동안 계속해서 실려 있었다.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 가장 최상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많은 사람이 접했으리라고 생각한다. 

 

- 사인 말고도 도시전설은 더 있다. 개복치는 흔히 '한 번 산란할 때 3억 개의 알을 낳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단 두 마리뿐'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몇 잘못된 정보가 섞여있다. 이 정보의 출처는 장어 연구로 유명한 요하네스 슈미트(Johannes Schmidt, 1877-1933)가 1922년에 영국에 과학 잡지 <네이처 Nature>에 발표한 논문인데, 해당 부분은 '1과 2분의 1m(1.5m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1.3m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짜리 개복치의 난소에는 3억 개 이상의 작은 미성숙한 알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는 아주 짤막한 한 문장이 전부였다. 즉, 이 수는 추정치이며 개복치가 3억 개의 알을 정말로 '낳았다'는 말은 한 토시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알 수를 추정하기 위해 필요한 '체중', '난소의 무게', '추정 방법'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3억 개라고 추정했는지도 불명확하다. 

 

- 또한, 살아남은 개체에 관해서도 확실하게 밝혀진 정보는 없다. 이는 내가 해석하기에는 분명 '적어도 암수 한 쌍'이 살아남으면 다음 세대의 생명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의미 같은데, 아무래도 '오직 두 마리만 살아남는다' 쪽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실제로 얼마만큼 살아남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개복치의 피부는 '권총으로 쏴도 총알이 피부를 뚫지 못하고 작살도 튕겨 나간다'는 말이 있는 한편으로, '손으로 만지면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피부가 약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연 어느 쪽이 사실일까? 우선 '권총으로 쏴도 피부를 뚫지 못하고 작살도 튕겨 나간다'부터 살펴보면, 이는 길버트 퍼시 휘틀리(Gilbert Percy Whitley, 1903-1975)가 1931년에 호주 박물관의 잡지에 발표한 논문과 <Field book of giant fishes>라는 책에서 다룬 만큼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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