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사이토 다카시]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 천재들이 사랑한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일루젼 2022. 7.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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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사이토 다카시 / 김윤희
출판 : 쌤앤파커스
출간 : 2020.07.22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낚이게 된다. 다 읽고 나면 묘하게 공허할 걸 알면서도 속아보고 싶도록 제목을 뽑는 것도 훌륭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양산형 자기개발서 작가'. 내가 사이토 다카시에게 붙인 별명이다.
이 책은 아침형 인간을 권장하는 사회에 대한 새벽형 인간의 반론인데, 어떤 과학적인 이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저자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밤 시간을 즐겼던 많은 위인들의 일화와 단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상당히 생산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나처럼 살아봐'라는 설득이 크게 불쾌하지는 않다. 오히려 저자처럼 매일 1권 이상의 책과 1편 이상의 영화를 독파하고 여타 일상생활을 정열적으로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생긴다.

예전에는 양산형인 작가는 거의 대부분 자기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기피하는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런 이들일수록 확고한 내면적 '핵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든 외부로 풀어내어야만 하는 '코어' 같은 뭔가가 있어서 이들에게 계속 창작을 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그런 생각. 더듬는 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표면을 옮기다 보면 이렇게 100권도 넘는 발표작을 만들 수 있을 법도 하다는.

사이토 다카시의 수많은 저서들은 사실은 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계속해서 배워나가야 한다. 되도록 책을 많이 읽어라. 내가 제대로 교양을 갖추고 언행을 다듬으면 모든 것은 그에 걸맞게 바뀌어간다.'
이것이 핵심 요지일 것을 알면서도 읽게 만드는 마력. 그것이 사이토 다카시가 가지는 반짝임일 것이다.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옛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지적 활동을 하기에 어울린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잠든 침묵의 시간이자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교양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긴 하루가 끝났다는 편안함과 드디어 나만을 위한 자유 시간이 되었다는 설렘이 공존하기도 한다.

- 1949년에 일본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는 밤이 되면 솟구치는 지적 호기심과 상사력을 활용해 위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유카와 히데키는 자서전 <나그네>에서 잠들 때마다 머리맡에 아이디어 노트를 두었다고 썼다.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 유카와 히데키는 낮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가 밤이 되면 샘솟듯 솟구쳤지만, 다음날 다시 보면 터무니없는 내용에 스스로를 비웃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날들이 무수히 반복된 끝에 역사적 발견이 이루어진 것이다. 유카와 히데키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중간자 이론'도 밤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토대로 완성되었다.

- 1장에서는 밤에 이루어지는 지적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독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밤에 읽을 때 빛을 발하는 명저와 밤에만 간으한 지식 습득법도 소개한다. 2장에서는 독서 외에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TV,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와 병행한다면 밤의 즐거움과 지적 생산이 배가된다. 3장에서는 앞 장에서 소개한 방법으로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이 내용은 야행성 인간이 아니더라도 밤에 지적 생산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실천 방법을 소개한다. 자, 이제부터 나와 함께 밤을 더욱 알차고 의미 있게 만들어보자.

- 러셀 쇼토의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에는 극단적으로 달랐던 두 사람의 생활 리듬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 '데카르트는 야행성이라 밤을 새며 일하기를 좋아했다. 반면 크리스티나 여왕은 항상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났고, 5시부터 철학 강연을 명했다. 동이 트기 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마차가 출발한다. 스톡홀름의 핵심 요지에 위치한 왕궁을 향해 언덕을 덜커덩거리며 오른다. 춥다.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엄청난 추위다.'

- 데카르트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기상 시간과 살을 에는 추위 때문에 폐렴에 걸렸고, 결국 스웨덴에서 생을 마감했다. 무리한 아침 기상은 밤을 소중히 여겼던 데카르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이다.

- 야행성 인간의 '골든 타임'인 밤은 지금 당장 활용할 수는 없지만 넓고 풍부한 교양의 토대가 될 지식을 쌓는 소중한 시간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지적 생산'이라는 말 때문에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법만을 기대할 수도 있다. 지적 생산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입력'이 기본이다. 지식과 교양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적 생산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밤은 지식과 교양을 습득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낮에 여러 업무에서 시달리다 보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도락과 직업>이라는 글에서 "도락이란 자신을 위한 것이고, 직업이란 타인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직업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타인을 위한 일이라고 정의해야 합니다. 타인을 위해 일한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므로 직업은 타인 본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든지 타인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선택의 기준이 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버리고 취하는 것도, 흥하고 망하는 것도 모두 내 손을 떠난 일입니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바를 권해도 세상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키지 않고 쉬고 싶어도 사람들이 요구한다면 그들의 뜻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장사든 사업이든 제대로 꾸릴 수 없습니다.'

- '도락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만큼만 하면 되기 때문에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도락이 직업으로 바뀌게 되면 그때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권위는 타인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따라서 즐거움은 자연스레 고통으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 기억은 밤에 더 잘 정착된다.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머릿속에 욱여넣고 잠들면 자는 동안 뇌에서 정리가 된다. 컴퓨터로 치면 '최적화 작업'이 실행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잠에 맡기는 공부법'이라고 이름을 붙여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지쳐서 곯아떨어지기 직전까지 공부한 후 아침에 눈을 뜨면 신기하게도 머릿속에 말끔히 정리된다.

- 장편 소설은 가지고 다니면서 출퇴근길이나 카페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는 것보다 밤에 차분히 앉아서 읽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작품의 세계관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무죄 추정>이 마음에 들었다면 스콧 터로의 다른 작품 중 <입증 책임>도 읽어보자. 이 작품은 법정에서 승리하는 것이 바로 정의가 되는 현실과 치열한 법정 다툼에서 승리한다는 것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 이 외에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대표작인 <솔라리스>를 추천한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과 지적인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원작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공상 과학 소설 <솔라리스>도 아주 뛰어난 작품인 만큼 꼭 읽어보길 권한다. 지적 생산을 위한 영화 감상에 독서가 더해진다면 밤을 한층 더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낼 것이다.

- 포르투갈 하면 페르난두 페소아를 빼놓을 수 없다. 포르투갈이 사랑하는 국민 작가 페소아는 시, 문학 평론, 번역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페소아는 <불안의 책>에서 산다는 것을 배우의 연기에 비유하며 우리가 살면서 어떤 배역을 연기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실제로 페소아는 70여 개의 다른 이름과 허구의 약력을 가지고 다양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페소아의 작품처럼 깊은 사유를 담은 언어는 낮보다 밤에 더 잘 스며든다. 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같은 철학적 물음의 답을 찾아가기에 가장 어울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난해한 상념과 사색의 표현도 밤이 되면 자연스레 이해되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하루 종일 일에 시달려 녹초가 된 밤이면 맥주 한 잔 들이키면서 마음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밤에는 혼술보다 혼책을>

- 나만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밤을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 1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독서의 유익을 경험했을 것이고, 1,0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지금의 자신은 독서가 만들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10,0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은 모두 독서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일 1권씩 1년 동안 365권을 읽는다고 하면, 10,000권을 읽는 데 채 30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1권씩 꾸준히 읽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막상 시작하면 해볼 만하다.

- 책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책'과 '내면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책'으로 나눌 수 있다. 정보 습득이 목적인 책은 대략적으로 훑어보면서 핵심 내용만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의 성장을 위한 책은 앞서 소개한 <학문의 권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책을 속독으로 읽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책에 깃든 저자의 정신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곱씹어 읽어야 한다.

- 강연과 집필을 일상적으로 하다 보면 당장 다음 날까지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생기곤 한다. 대개의 경우 밤에 2권 정도는 단숨에 읽는다. 실용서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다. 이런 책은 정보 습득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읽는다'기보다 '흡수한다'는 생각으로 읽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정보만 흡수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주제에서 벗어난 부분은 건너뛴다.

- 독서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전력을 다해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기보다, 맹수가 사냥감을 낚아채듯 재빨리 지식을 흡수한 다음 소화시키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리뷰자 주 : 혹은 훌륭한 오독의 기술이다.)

- 밤은 공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입시를 준비할 때처럼 쫓기듯 하는 공부가 아니라, 교양을 쌓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다. 또한 평온한 마음으로 깊이 있는 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발견하고 만나는 밤은 문화의 시간이라고 불러 마땅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새로운 교양을 쌓고 문화를 접하면 인생의 깊이가 더해진다. 반면 일상을 지인들과의 수다로 채워버리거나, 회사 일에 쫓기고, 이런저런 고민으로 허비한다면 인생의 깊이는 얕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고의 깊이도 얕아진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TV, 영화, 라디오 둥에 느긋하게 빠져보자. 하루 중 오롯이 나만을 위해 비워둔 서너 시간의 밤은 너무도 소중하다. 이 시간이 영혼의 자양분이 되고 윤기를 더하며 깊이를 선사한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여러분도 누릴 수 있기 바란다.

- 대표적인 예로 오노레 드 발자크를 꼽을 수 있다.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밤에 걸작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불린다. 발자크는 늘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시며 밤새 작품을 썼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목욕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목욕을 마치면 밤새 쓴 원고를 고치고, 마무리가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비로소 잠을 청했다. 평전 문학의 대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발자크 평전>에는 "커피가 응원군이 되고, 그 응원군이 소리 높여 나팔을 불어준다"고 묘사했다. 이렇게 치열한 과정을 거쳐 90여 편의 소설로 이루어진 <인간 희극>이 탄생했다.

- 지적 생산은 지성을 동반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지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선입견이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선입견을 갖고 자신만의 시각에 갇혀 그 논리에 지배당하는 사람은 지성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리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냉정하게 시각을 바꾸면 상대가 옳고 내가 틀린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지성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시각을 갖는 훈련과 지적 생산의 질을 높이는 일은 모두 밤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다양한 시각을 가지려면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일 철학자인 에드문트 후설은 이를 가리켜 "괄호 안에 넣는다"고 표현했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일반화해 판단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보존하는 것이다. 일반론에 비추어 생각하면 쉽고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더 이상 사고의 폭이 커지지 않는다. 일반론에 얽매이지 말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 다자이 오사무는 <유다의 고백>에서 예수를 배반해 죽음에 이르게 만든 유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둘 사이의 관계를 그려낸다. 이 작품에서는 유다가 품고 있는 예수에 대한 애증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 '저 사람은 어차피 죽게 되겠지. 다른 사람 손에 끌려가느니 차라리 내가 그 짐을 지자. 오늘 이 결정은 지금까지 내가 저 사람에게 바친 애정이자 마지막 인사다. 그리고 나의 의무이기도 하고. 내가 저 사람을 팔아넘긴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야. 누가 나의 이 한결같은 사랑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이해해줄까. 아니,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 나의 사랑은 순수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위한 그런 사랑이 아니야. 나는 영원히 사람들의 미움과 증오를 받게 되겠지. 하지만 이 순수한 사랑 앞에서는 어떤 형벌도, 어떤 지옥의 화염도 문제가 되지 않아.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온몸이 떨릴 만큼 굳은 결의를 다지자.'

- '그 사람은 우울한 어조로 말을 꺼낸 후 고요하게 식사를 시작하는가 싶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는 말을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듯 고통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은 화들짝 놀라며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사람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제자들은 "주여, 제게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주여, 그 자가 저입니까?"하고 소란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은 죽어가듯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 그에게 빵 한 조각을 주리라. 그 사람은 불행한 사내니라.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의외로 확고한 음성이었다. 그러고 나서 빵 한 조각을 떼어 망설임 하나 없이 나의 입에 넣었다.
나도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부끄러움보다는 증오를 느꼈다. 그 사람이 이제 와서 이토록 고약하게 행동하는 것이 한없이 미웠다.'

- 어떤가? 여러분도 예수의 마지막 순간을 예상했던 유다의 심정이 느껴지는가? 미루어 생각해보건대 아마도 다자이 오사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들은 유다에게 감정을 이입했던 것 같다.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는 자기 연민, 자아도취가 무척 강했던 반면 이런 태도에 대한 부끄러움, 죄의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광대 같았던 태도는 자기혐오를 동반한 인자함의 반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그는 내면을 의식적으로 확대시켜 독자적인 문학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진한 색안경을 가지고 있던 다자이 오사무는 무엇을 보아도 강렬하게 보았을 것이다. 그는 평생 색안경을 닦으면서 편견을 창작으로 승화했다.

- 같은 것을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 자신이 가진 색안경을 통해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색안경이 강렬할수록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발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지적 생산을 실천에 옮길 때는 신체 감각을 갈고 닦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왠지 이 아이디어는 느낌이 오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든다면 아마도 신체 감각이 전체적으로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인지 모른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유진 젠들린은 자신의 마음에 다가가는 방법으로 '포커싱 focusing'이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포커싱의 핵심은 신체 감각을 단서로 마음의 문제를 찾아가는 것이다. 신체 감각이 문제의 본질을 더욱 깊이 내포하고 있으며 문제를 더 먼저 느끼기 때문이다. '뭔가 변한 것 같은데', '조금 이상해', '왠지 막막해' 같은 느낌이 든다면 내면을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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