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갈로아/김도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일루젼 2022. 7. 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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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갈로아(김도윤)
출판 : 한빛비즈 
출간 : 2018.10.15 


 

훌륭한 덕후 연구자가 적절한 유머 센스와 그림 실력을 갖추면 얼마나 좋은 작품을 그려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출간된 지 시일이 좀 지났지만 원체 유명한 밈들을 녹여냈기 때문에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다. (내 기준으로는)

 

이해가 쉽도록 특징과 핵심을 잘 잡아서 그려냈다. 쉽게 읽히지만 짧게 덧붙이는 내용들이나 추가된 설명을 읽어보면 꽤 깊은 내용까지 다루고 있는데, 특정 내용들은 거기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던 것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설렁설렁 그리는 듯 하지만 각잡고 그린 장면들을 보면 어느 쪽이 부캐인지 헷갈리게 된다.

진지한 그림체의 SF <오디세이>도 조만간 읽어볼 예정. 

 


 

 

 

 

(리뷰자 주 : 개복치 연구원 사와이 에쓰로에 따르면, 3억 개의 알을 낳는 것도, 그중 두 마리 정도가 최종 생존한다는 것도 아직 정식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 후성유전학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학문 분야로서,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만화의 내용은 언제든지 반박될 수 있고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가 수정 불가능한 종이책이라는 사실에 안쓰러움을 느끼며 재밌는 만화나 보고 가세요.   

 

 


 

        

 

 

 

- 중생대에 들어서면서 더더욱 사는 게 살벌해졌는지 주변 환경에 맞추어 똑같이 위장하는 대벌레가 등장한다. 흰개미붙이, 집게벌레, 약대벌레 등이 등장하지만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벌의 등장이다. 이때 인간의 조상은 생쥐같이 생겼는데, 단궁류(Synapsid)라고 해서 포유류와 파출류 비스무리했다. 이때까지 벌은 그냥 별 볼일 없는 곤충이었지만 쥐라기에 가면서 대박을 터트린다. (벌은 그때 침이 발달하지 않았어요!)

 

- 공룡이 진화해서 새가 되었다기보다는, 새가 공룡의 일부라고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새는 공룡이라는 분류군에 속하며 현존하기 때문에 공룡이라는 분류군은 아직까지 유효합니다. 그런데 공룡은 파충류에 속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조류가 파충류에 속하는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요즘은 파충류와 조류를 합쳐 석형류(sauropside)라고 부릅니다.

 

- 공룡이 멸종하자 포유류가 공룡이 누렸던 다양한 지위를 차지해나갔습니다. 예를 들면 중생대의 모사사우루스, 수장룡, 어룡과 같은 해양 파충류가 사라지자 신생대에 고래, 물범, 바다표범 같은 해양 포유류가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이라고 합니다. 

 

- 오징어의 눈과 달리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눈은 신경이 망막 위를 지나가는 매우 좋지 않은 구조입니다. 과거 초기 척추동물의 조상이 눈을 만들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후대에 복잡하게 기능을 추가하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즉,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입니다. 따라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란, 목표 지점인 완벽한 디자인을 향해 설계되는 것이 아닌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것에서 출발해 자연선택적으로 변형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형질 곳곳에 허점이 존재합니다.

 

- 수컷이 수면을 두드려 구애의 리듬을 수면파로 암컷에게 전달하는 행위에 관해 다른 시각에서 보는 연구도 있습니다. 수컷 소금쟁이가 수면파를 통해 암컷에게 구애하는 게 아니라 포식자를 끌어들이려 한다는 겁니다. 포식자가 오니 암컷에게 빨리 짝짓기에 임하라고 협박한다는 것이죠.  

 

- 생물학에서 '종(species)'이라는 것은 확실히 뭐라고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형태적 혹은 생식적 차이를 바탕으로 한 종 구분은 지극히 일부 거시적 생물에 관해서만 적용되며 식물이나 무성생식을 하는 박테리아 같은 유기체의 종을 구분할 때에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애초에 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굉장히 연속적인 자연을 인간이 인위적인 기준으로 나눈 것이라 개념이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리종(ring species)을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극해 주변의 갈매기(lanus)는 고리 모양 서식지에 사는데 이웃한 개체군끼리는 서로 교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리의 양 끝에 서식하는 개체는 서로 교배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사례를 고리종이라고 합니다.

 

- 인간과 모기의 전쟁은 유전자 조작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처음에는 방사선 처리를 통해 불임 모기를 만들어 방사했습니다. 그러나 방사선 처리를 거친 모기는 애초에 다른 기능도 망가져버려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컷의 생식능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다음 세대에서 작동하는 자살 유전자나 날개만 망가뜨려 번식이 불가능하게 하는 모기를 만들어 방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케이맨 제도와 카리브해의 뎅기열 전염 모기의 수를 80퍼센트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 그러나 위의 두 가지 방법은 모기라는 생물군을 멸절에 이르게 할 수도 있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정교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말라리아 저항 모기'입니다. 이 모기는 2012년에 설치류에게서 처음 발견된 말라리아에 내성이 있는 항체 유전자를 이식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원래 말라리아 열원충은 모기 몸속에서 지내며 숙주를 기다리지만, 말라리아 저항 모기에 들어가면 생체 주기가 엉망이 되면서 생존이 불가능해집니다. 획기적인 방법이었지만 후손이 말라리아 저항 유전자를 물려받을 확률이 50퍼센트라서 세대가 지날수록 군집 내에서의 유전자 비율이 줄어들어 전파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 그래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군집 내에 원하는 유전자를 퍼뜨리게 하는 '유전자 드라이브'라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모기는 말라리아 저항 유전자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함께 이식되었습니다. 이 모기의 후손들은 야생 모기에게 물려받을 일반 유전자를 잘라내고 그곳에서 말라리아 저항 유전자를 붙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말라리아 저항 모기의 후손은 100퍼센트 말라리아 저항 모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 말라리아 저항 모기를 방사함으로써 모기의 개체 수를 줄이지 않고도 말라리아만 박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모의 유전자 조작에 관해서는 선행 사례가 없어 실행을 앞두고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 주로 기생을 하는 아주 작은 곤충을 관찰해보면 깃털 같은 날개를 볼 수도 있습니다. 벌, 파리, 나방, 총채벌레 등에서 날개가 나타납니다. 특히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나 짚신벌레보다 작은 메가프라그마(Megaphragma) 같은 벌은 굳이 심장이 펌프질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몸이 작기 때문에 심장(엄연히 말하면 혈관)이 없습니다. 또한 뇌의 구조를 재현해내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에 뇌를 구성하는 7천400여 개의 뉴런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핵을 제거했습니다. 어차피 신경세포는 이미 분화가 끝난 세포라 핵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곤충은 이런 세포 내부 수준의 진화까지 일으키기도 합니다.

 

- 287쪽에 나오는 개미와 관계를 맺은 미생물은 '볼바키아(Wolbachia)'라는 박테리아입니다. 볼바키아는 대다수의 절지동물들을 감염시키며, 감염된 수컷을 암컷으로 전환하거나 성불구로 만들어버리는 등 수컷의 수를 줄이는 기묘한 일을 해냅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볼바키아는 생식세포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염되는데, 정자는 작고 좁은 반면 난자는 크고 넓어서 난자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볼바키아는 다양한 방법을 진화시켜 자연계의 수컷 수를 줄이고 암컷 수를 늘리는 계략을 펼칩니다. 예를 들어 나비라면 수컷을 죽게 만들고, 쥐며느리라면 수컷을 암컷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일부 벌의 경우 암컷이 무성생식을 통해 암컷을 낳게 하여 아예 수컷의 필요성을 없애버립니다. 다행히도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들에겐 볼바키아의 전략이 효과가 없습니다. 

(리뷰자 주 : 여기서 말하는 무성생식은 동봉산란의 형태를 말하는 것인지?) 

 

- 다음 화에서 일반적인 개미와는 다른 성 결정 시스템을 가진 것으로 소개할 에메리개미의 여왕개미는 날개가 긴 장시형, 날개가 짧은 단시형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시형 여왕개미들이 대부분 볼바키아에 감염되어 있으며 단시형은 볼바키아 감염률이 낮습니다. 그래서 볼바키아 저항 유전자와 날개 표현형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리뷰자 주 : 이 경우에는 미수정란이 여왕개미가 되는데, 여왕개미가 볼바키아에 감염된 경우라면 전부 수정된 알을 낳게 되는 것인지? 일찍 죽게 되는 것인지? 우선 수개미가 수정란에서 태어나는지를 알 수 없으므로 추가적으로 살펴볼 것.)  

- 침개미 사회의 경우 군체 규모가 대체로 작은데, 일개미마다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다 가끔 여왕개미가 시원찮으면 여왕개미를 끌어내리고 서열 1위인 일개미가 여왕개미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개미나 벌과 같은 곤충은 '반수이배체'라는 독특한 성결정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개미와 사회성 벌은 반수이배체의 성결정 방식을 따르는데, 쉽게 말하면 유정란에서는 암컷이 태어나고 무정란에서는 수컷이 태어나는 식이다. 이때 수컷은 자기 유전자의 절반이 아닌 모두를 자식에게 전달해준다. 암컷은 자기 유전자의 절반만 내준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가 같을 경우, 자매간의 유전적 연관관계가 75퍼센트나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미는 자신이 직접 새끼를 낳아 자신의 50퍼센트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것보다 여왕개미를 잘 보살펴 자매들을 낳게 하여 자신의 75퍼센트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 

 

- 물론, 늘 그렇듯이 예외는 있다.

(완전 반대로 미수정란에서 여왕이 나타나는 에메리개미, 여왕 없이 일개미가 새끼를 까는 그물등개미.)

 

- 여담으로, 예전에 바퀴벌레와 새우의 조상이 같아서 그 둘의 맛이 똑같다는 낭설이 돈 적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바퀴벌레와 새우의 조상은 따지고 보면 같긴 한데 너무 옛날이다. 사람이 멍게나 미더덕이랑 조상이 같아서 맛이 비슷하다는 말과 같은 꼴이다. 그러나 바퀴벌레의 맛은 새우맛이 맞다. 대항해시대의 선박 안에 있는 바퀴벌레를 먹었다는 선원들의 기록과, 지금도 바퀴벌레를 먹어본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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