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엘레인 제임스] 적게 일하고 크게 얻어라

일루젼 2022. 7. 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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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엘레인 제임스 / 박윤정
출판 : 더난출판사 
출간 : 2002.08.10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책이 존재한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는 것'이 목표였던 때가 있었다. 강변을 뛰어다니는 것도 좋아했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무엇보다 행복했기 때문인데, 문득 기억을 더듬다 보면 다시 읽고 싶은데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오는 책들이 많아 조금 슬프다. 

(예를 들면 <하늘을 나는 배>라는 제목의 회녹색 얇은 SF 번역 소설이었는데 정말로 하늘을 나는 배와 화성인/금성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지금 검색하면 동명의 다른 아동 동화책만 나온다... 작가를 기억했어야지 바보야)

 

이 책이 출간된 지 20년이 다 되어간다는 걸 알고나니 어쩐지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게 된다. 그리운 기억들이 있다는 건 약간 쌉쌀하면서도 좋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미화되어 간직될 수 있었던 건 '지금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만 기억하기 위해서는 '추억'은 간직하고 추억의 '물건'은 보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출근하고, 먹고, 지불하고, 연락하고, 해야 할 일들은 끊임없이 쏟아져나온다. 그런데 저자는 그 '바쁨'이 사실은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지점은 이 책이 20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는 것이다.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추가적인 노동은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가 아닌 생존을 위해서일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가 덕담인 세상에서 혹여나 이 책으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삶 속에 불필요하게 간직하고 있었던 물질적/정신적 짐들을 비워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유를 진정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 투자하자는 것, 그런 삶의 형태가 안정되고 나면 타인들을 도와주는 일에도 관심을 쏟아보자는 것이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상 속의 많은 일들이 사실은 '꼭 하지는 않아도 되는' 일인 경우가 많다.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일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다보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쏟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많은 책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하루 종일 뭔가를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시간이 없다면, 잠깐 멈춰서야 할 때다.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기에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조차 없지는 않은지,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들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완전히 혼자서 보내는 고요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장 실천이 가능하신 분들은 조금씩 자신의 삶과 시간을 더 풍요롭게 가꾸어나가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여유를 주변에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풍요도 갖게 될 수 있었으면.  

 

 


   

- 사람들은 오랜 시간 고된 노동을 통해 작은 성공을 이룬다. 덕택에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많은 물건들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그것들을 누릴 시간이나 에너지는 부족하다. 더욱 애석한 일은 서로를, 때로는 자신을 위한 시간도 모자라게 되었다는 점이다.

 

- 나의 경우에는 내가 하는 일을 즐기지 못하는 점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달리 할 일을 찾아내지 못해 계속 그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당시에는 전직이나 스케줄 취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축소할 수 있는 영역들이 많음을 깨닫고, 그렇게 하리라 결심했다. 편안히 숨 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서, 생활과 일을 다르게 운영할 방법들을 찾아내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깁스와 나는 일상을 단순화하는 일에 착수했다. 

 

- 삶의 외적인 영역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일주일에 약 30시간을 벌었다. 그 덕택에 일에 변화를 시도했고, 바삐 돌아가는 일상의 수면 아래서 들끓고 있던, 그러나 여유가 없어서 감히 수면 위로 표출시키지 못했던 나의 정서적·심리적·영적인 문제들을 들여다볼 기회도 갖게 되었다. 자연히 이런 문제들에 관한 책을 쓰고 싶어졌고, 1995년 <우리는 너무나 복잡하게 생각한다: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100가지 지혜>를 출간했다.

(리뷰자 주 : 곧 주 20시간을 추가로 일에 투자해야 하는데...)

 

- 삶을 단순화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내가 하려고 하는 단순화 작업들이 첫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12년간의 바쁜 일상이 낳은 삶의 복잡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여러분 중에도 삶에 변화를 주거나 일상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거나 이미 그 작업에 착수한 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만 그런 것은 아니다. 

 

- 독자들의 편지와 전국을 돌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언론의 보도들을 근거로 볼 때, 일상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취하는 조처들도 단순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단순화는 새로운 직업 선택이나 아예 일을 그만두어 버리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과도한 일정의 무게를 줄인다는 면에서는 똑같다. 뿐만 아니라,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아예 시골로 옮겨가는 것으로, 혹은 이미 있는 공간 속에서 전과는 다른 삶을 시도해 보는 것으로, 때로는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버리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삶을 단순화한다는 것은 일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소망, 내적인 자아를 살찌우고 싶은 바람 사이의 조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을 단순화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다스리기 위한 하나의 조처, 혹은 그 조처들의 결합을 의미한다. 
 

- 이 짐을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올라가 방안으로 들어가면, 그 소박하던 방이 나의 짐으로 인해 삽시간에 소박한 모습을 잃어버리고 만다. 애써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왔음을 깨닫는다. 그리곤 그 물건들이 도리어 나에게 방해가 될 것이란 생각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챙겨서 다시 차 안에 갖다 놓는다. 이런 시행착오 덕분에 요즈음엔 책과 테이프를 아예 챙겨가지 않는다. 가져가는 것은 갈아입을 옷과 칫솔, 펜, 노트 정도가 전부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물건들을 챙기지만, 결국 사용하는 물건은 이것들이 전부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이런 상황은 지금과 같은 문화에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요컨대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물에 끊임없이 압도당하고 방해받는 삶을 살고 있다. 이것은 사소한 문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짧은 명상 여행을 위해 짐을 꾸릴 때, 꼭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 조용히 사색에 잠길 시간과 공간을 확보했다면, 우선 지금 나의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부터 던져 보자. 직업상의 압박감 때문인가? 아니면 상사나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인가?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런 일들에 소모되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시간을 내서 문제점을 파악하기만 해도 압박감은 크게 줄어든다.  

- 다음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질문은 '이런 영역들을 단순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세세한 하루 일과나 마음속의 은밀한 소망들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자연히 이 질문의 해답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역시 여러분 자신이다.

 

- 물론, 일상이 너무 번잡해져서,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작용들을 자신조차 놓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생각해 볼 문제들을 파악하기는 쉽지만 그 해답을 찾는 일은 어렵다. 참을성이 필요하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으려면 마음을 흩트리는 것들을 단호하게 제거해야 한다.  

- 모든 존재를 해답에 집중하는 것은 가장 힘든 일의 하나이다. 듣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들리기 때문이다. 내면의 목소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거나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관계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라고. 복잡한 삶이 계속되는 이유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내면의 목소리들을 우리 스스로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러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 모든 일들이 다시 본 궤도에 올라서기 시작한다. 일기장을 항상 가까이 두고, 어떤 생각이든 어떤 해법이든, 어떤 깨달음이 든 생각나는 대로 적는 습관을 들인다. 지금 혹은 몇 년 후, 삶이 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할 때 이 기록들과 질문들은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린다. 24시간 하면 시간이 무척 많은 것 같은 느낌에, 하고 싶은 일들은 물론 해야 할 것 같은 일까지 모두 일정 속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사실 8시간의 일과 8시간의 수면을 제외하면, 그 모든 것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단지 8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리를 하며 음식을 먹고, 식사와 목욕 후의 뒤처리와 양치질, 옷에 어울리는 넥타이나 올이 풀리지 않은 스타킹 등을 찾는 데에 이 8시간의 반을 사용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사이클이나 조깅, 산책을 한다. 거기다 출퇴근 시간이나 집안일, 우편물 정리, 청구 대금 지불, 섹스, 업무상의 전화, 강아지 밥 주기, 고양이 변기 청소하기, 다음 날의 일정표 세우기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다 계산해 보면, 하다 못해 텔레비전을 켜거나 신문을 펴 들기도 전에 나머지 4시간도 다 써버리게 될 것이다. 

 

- 할 일이 있거나 자원봉사, 야근을 하거나 통근 시간이 지나치게 길 경우에는 아내나 남편,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고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즉, 홀로 고요히 있거나 창조적인 활동에 할애할 시간은 거의 없게 된다.  

- 사람들은 24시간 안에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관심을 원하는 배우자와 사랑을 원하는 아이들, 능력을 요구하는 상사들,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집안일들, 관심을 필요로 하는 친구관계, 충족되기를 바라는 내적인 갈망들을 만족시키는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들어간다. 그러므로 24시간 안에 다 해결하기엔 과도한 분량이 아닐 수 없다. 

 

- 삶을 단순화하는 데에는 때로 어려운 선택이 필요하다. 이는 스스로 원하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실행할 수 없을 때엔 거절도 할 줄 알아야 함을 의미한다. 

 

- 현관문을 열고 서로를 바라본 순간, 현실이 다시 우리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적은지를, 새로운 스포츠를 스케줄에 끼워 넣을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행글라이딩처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하는 스포츠일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는 사실을 우리는 떠올렸다. 행글라이딩을 시작하면, 그나마 줄여 놓은 목록들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목록들에 불충실한 것은 그동안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 목록을 차분히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우리는 행글라이딩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필요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과 같이 행글라이딩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진지하게 설명했다.  

 

- 이렇게 행동한 것도 하나의 커다란 발전이었음을 우리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이전 같으면 아마 장비들을 몽땅 사들이고 6주간의 레슨을 받은 이후에야 비로소 우리에게 이 스포츠를 즐길 시간이 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둘 다 그토록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게 되었는데 삶은 왜 더더욱 복잡하게 되었는지 의아해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은 행글라이딩을 그만두고, 낭비해버린 시간과 돈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그 시간과 노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억지 노력을 계속했을 것이다. 전혀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서도 말이다. 

- 현명한 선택은 삶의 모든 영역에 필요하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그 시간 안에 무엇을 할지 지혜롭게 선택해야 한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나 여가시간도 모두 제한되어 있으므로, 친구나 여가 활동 모두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 보다 나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지, 보다 나은 목적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낼 선택의 여지가 있는지 각자의 일상을 다시금 잘 들여다보자. 

 

- 무엇을 하든, 타인을 변화시키는 일에 시간을 통째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삶을 단순화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면, 어떤 잔소리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삶만 복잡해질 뿐이다. 

- 상대방의 삶이 어느 정도로 단순해져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라이프스타일이 근본적으로 다를 경우, 둘은 서로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서로 사랑하고 있고, 다른 영역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을 경우에는 상대의 복잡함을 어느 정도는 허용해 주어야 한다. 

 

- 그러나 상대방이 어린 시절에 받지 못한 사랑의 대체물로 잡동사니들을 쌓아 두는 유형일 경우 -혹은 학대나 상실과 같은 옛 경험- 에는 두 사람이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도저히 참아 낼 수 없는 지경일 경우에는 영구적인 변화를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극단적인 조처임에는 분명하지만, 삶을 단순화하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 삶의 방식을 가진 배우자와 헤어진 것이 가장 중요한 조처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봐왔다. 

 

- 삶을 단순화하겠다고 결심할 때에는 성공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기준과 정면으로 대응할 각오를 해야 한다. 메디슨 가나 아메리카 주식회사, 대중매체에 의지해서 성공의 의미를 정의 내리는 친구나 동료들은 소박한 삶에 대한 여러분의 갈망을 이단과 같은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마음이 약해졌거나 '현실'에서의 성공에 필요한 것들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 한 술 더 떠, 스스로 인정은 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그들 자신의 삶에 대한 하나의 위협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비본질적인 것들을 거두어 내고,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많은 것들을, 혹은 모든 것들을 가질 수 있는데 왜 굳이 적게 가지려고 노력하는 거지?"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이처럼 악의 없는 조롱에서 선의의 충고, 노골적인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반응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그뿐인가. 그로 인해 여러분 스스로도 일정한 혼란의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최근 몇 해 동안 직장에서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바치며 살아왔다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구, 동료, 소속 단체 모두 그런 정체성을 벗어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므로 삶을 단순화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해 나가는 동안, 성공의 의미에 대한 세속적이고도 좁은 테두리에서 벗어나 삶을 재창조하고 싶다는 계획을 친구들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친구들이 자신의 생각에 즉각적으로 동조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놀라지 말아야 한다. 

 

- 시류를 거스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신시아 퍼거슨처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기로 했어요. 저를 보며 요즈음 그렇게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죠." 하고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 그런데 안 쓰는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는 현관 앞을 청소하고 나서 엄청난 해방감을 느낀 후, 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먼저 서가를 죽 훑으면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추려 냈다. 그중 일부는 자주 애용하는 헌책방에 팔았고, 일부는 공공 도서관에 기증했다. 매년 우리는 서가를 훑어보며 불필요한 책들을 정리한다. 

- 그랬는데도 여전히 책이 많다. 하지만 그 책들을 모두 없애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삶을 단순화하려는 주된 이유는 보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가. 잡동사니들을 청소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들까지 모두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잡동사니 청소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의 삶에 더 이상 보탬이 되지 않는 것들을 버림으로써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공간을 확보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 앞서 말한 것처럼, 잡동사니들을 처리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한 후, 깁스와 나는 예전처럼 다시 이것저것 사들여 집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고 깨달은 후 우리는 소비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먼저 우리는 한 달 단위로 목록을 만들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각날 때마다 달려 나가서 그것을 사기 전에 먼저 그 품목을 적어 둔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에도 그 물건을 사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할 경우에만 긍정적으로 구매를 고려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면 처음에 그 물건을 사려고 했던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광고에 혹해서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득달같이 달려 나가 물건을 구입하고야 마는 버릇을 고치는 데에 이런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긴 하지만, 상당한 액수를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버리고 말 잡동사니들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 초기의 구매 징후를 자각하는 것 역시 소비 패턴을 바꾸는 데에 도움이 된다. 스스로 알아서 무언가 조처를 취하게 하는 초기의 구매 징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생리적 신호이다. 사고 싶은 물건이 눈에 들어오면 넋나간 듯 그것을 바라본다. 곧이어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맥박이 빨라지며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 포기할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용카드를 찾는다. 숨이 가빠지고 침이 마른다. 둘째는 심리적인 합리화다. 그 물건을 구입해야만 하는 온갖 이유를 다 찾는다. '저건 나한테 꼭 필요한 물건이야. 저걸 가지면 기분이 훨씬 좋아질 거야. 나는 저걸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어. 거기다 세일이잖아!'

 

- 몇 주가 지난 후, 네 번째 시도에서 드디어 목적을 달성했다. 열정적일 뿐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판매원을 만난 것이다. 나는 먼저 내게 필요한 다양한 옷들과 내가 원하는 색상들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게 어울릴 것 같은 옷들을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주말로 약속을 정했다. 그녀는 내게 어울릴 만한 옷들을 알아 보는데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가장 즐겨 입는 옷을 가져와 달라고 했다. 

- 그 다음 몇 주 동안 그녀는 나와 여러 시간을 같이 보냈다. 내 옷장에 있는 옷들과 그녀가 가게에서 고른 옷들 중에서 내게 어울리는 것이 어떤 것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예컨대 재킷은 너무 짧다거나 스커트는 너무 길며, 커트가 나의 체형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녀의 도움으로 내 체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실루엣을 찾아냈다. 그녀는 내가 갖고 있는 비즈니스 수트에 어울릴 만한 옷들을 몇 벌 추천해 주었으며, 집에서 일할 때 입는 옷으로 편안하며 세탁이 가능한 옷들을 찾는 데도 도와주었다. 겹쳐 입는 방식으로 1년 내내 응용해 입을 수 있는 옷들이었다. 또한 장롱 안에 있는 옷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비즈니스 수트는 좀 더 편안하게, 캐주얼한 옷은 좀 더 정장처럼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들도 몇 가지 준비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잡한 삶을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보다 중요한 문제들을 회피할 수 있는 도피처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토록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 두렵기 때문이다. 너무 바쁘고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 삶의 속도를 늦출 여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해결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삐걱거리는 결혼생활, 대화가 안 통하는 아이들, 취미가 맞지 않는 친구, 탈퇴하는 게 좋을 협회, 감히 계발할 엄두가 나지 않는 창조성, 진정으로 충만된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우리를 자꾸 잡아끄는 깊은 두려움이나 어린 시절의 상흔 등- 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작업 시간을 줄이며,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일부 덜어 내고 나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면 우선 수면을 조절하고 식사 습관을 개선하며,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운동 요법을 다시 시작하며,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웃으며 즐겁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그런 다음에는 점차적으로 내적인 문제들의 해결에 집중하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시점에 이를 것이다. 가진 게 시간 뿐인 상황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면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그 문제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그 문제들을 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게 되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 삶의 속도를 늦추면 아주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번뜩이는 영감을 얻게 되고, 새로운 차원의 이해와 지혜를 얻는다. 고요한 순간에는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직감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평생토록 지속된다. 보다 단순한 삶은 이런 고요의 순간을 선물한다. 그리고 고요의 순간 속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그 기적에 마음을 활짝 열어 두어라. 

 

- "타인들의 결핍을 우리 자신의 바람과 동등하게 배려하는 것이 그 나머지 반의 해결책이죠." 

 

- 이제 막 삶을 단순화하는 단계에서 자원봉사를 우선 순위에 두기는 힘들다. 최근 몇 년 동안 숨 가쁜 삶의 속도로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가기 전에 먼저 가정의 안정을 도모하고 아이들이나 배우자 친척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봉사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세상에 무언가를 돌려줄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 타인을 위한 봉사는 자신을 파악하며 자신의 삶에 기쁨과 의미, 성취감을 보태는 중요한 밑거름이다. 유명한 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인류의 미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 내면의 깊이를 발견한 뒤, 밖으로 나와 타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 비로소 타인과 세상을 위해 진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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