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Drawing Book

[김충원] 스케치 쉽게 하기 - 마스터 컬렉션

일루젼 2022. 8. 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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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충원
출판 : 진선출판사 
출간 : 2019.05.14 


       

김충원 저자의 다른 책들은 크게 끌리지 않아 넘겨왔는데, 이 책만은 한 번 읽어보고 싶어져서 골라봤다. 일단 예제부터 제시하던 스타일과는 조금 달리 저자의 생각을 위주로 글과 예시가 적절히 섞인 편집이었는데, 스케치와 그림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이 인상 깊었다. 

 

좌뇌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방해한다는 표현이 와닿는다. 꼭 그림만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숙련자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고비는 "이미 높아진 자신의 안목에 스스로 미치지 못하는 괴로움"을 버텨내는 것이다. 누구나 잘하고 싶다. 특히 좋아하는 것이라면 정말 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과 단계마다 찾아오는 막막함과 당황스러움을 '얼마나 참아내느냐'가 결국 경험치가 되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에서 나온 문장처럼. 

 

 

 

빛나는 재능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누군가는 유전적이나 환경적인 것을, 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사실 그들은 계속 같은 일을 했다. 그리고 조각하고 빚고 찍고... 아득할 정도의 반복이었다. 예외는 있지만 주제도 한둘이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질문 하나에 온 평생으로 대답하는 것은 질리기 쉬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가들일수록 질려하지 않았다. 즐거워했다는 게 아니다.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동안 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뛰어난 재능,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예전에는 그 순간이 너무나 두려웠다. 나보다 더 뛰어난 것이 있으니, 나는 존재할 가치가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통속적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실존 인물로서 그런 경지가 있음을 보여주어 감사하다고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런 지점에 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가장 빛나는 반짝임은 수많은 스펙트럼 중에서 '가장' 빛날 때 드러난다. 하이라이트가 존재하려면 키아로스쿠로의 단계가 필요한 것처럼. 그리고 각 단계에는 그에 맞는 존재 이유가 따른다. 나는 지금 존재하고 있고, 그렇다면 그 자체가 있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러니 나는 '나'이면 충분하다. 오히려 더 '나'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극한에 달하면, 또다시 각각은 제각기의 매력이 있음을 이해한다. 빨강이 노랑보다 우월하지는 않다. 그러나 노랑보다 긴 파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먼지가 많은 곳에서 산란되면 노랑이 가장 긴 가시 거리를 가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특성들 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 그를 통해 원하는 곳에 의도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그림이 아닌가 싶다. 

 

하고 싶은 동안에는 생각을 줄이고 그냥 하면 된다.

하고 싶지 않아지면 하지 않으면 된다. 

그것을 걱정하고 생각하고 분석하는데 쓸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자.

그러면 될 것 같다.  

 

 


   

- '스케치 쉽게 하기'는 자존감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스케치뿐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모든 표현이 어렵습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은 '나의 일부'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과 직접 만나는 일입니다. 스케치가 쉽지 않은 이유는 이런 자신의 모습과 마주치기가 두렵고, 불편한 무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존감이 높고 자신에게 관대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에 둔감할수록 스케치는 쉬워집니다.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의 판단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어서 결코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어떤 그림을 그리건 나름의 성취감을 느끼고, 반대인 사람은 끊임없이 절망하며 자신을 탓하기가 쉬워 그리기를 포기하고 맙니다. 

- 스케치를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주역은 우리의 좌뇌입니다.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왼쪽 뇌는 그림 그리는 과정 내내 우리를 괴롭히고 포기하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훼방을 놓기도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우리의 기본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좌뇌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스케치뿐 아니라 악기를 배운다거나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에도 똑같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삶의 어떤 긍정적인 변화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부족해 보이는 내 그림도 의외로 멋질 수 있다'라는 긍정적 사고로 무장한 여유 있는 사람에게 스케치는 쉽고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몹시 불안해지는 성향의 사람에게 스케치가 마냥 쉽다고 설득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스케치 쉽게 하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입니다. 다만 쉽게 그린 스케치와 어렵게 그린 스케치는 존재하며 그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 저는 스케치를 여러 가지 명상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스케치 또한 명상과 마찬가지로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마음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명상 가운데 집중 명상에 가깝습니다. 집중 명상은 몸과 마음을 최대한 이완시키고,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며 일체의 잡념에 반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 스케치할 때와 글을 쓸 때, 그리고 명상할 때 우리 뇌파는 거의 비슷하게 안정된 상태를 보입니다. 그러나 잡념이 끼어드는 순간 뇌파는 불안정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잡념을 '머릿속의 중얼거림'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얼거림의 주된 내용은 대부분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부정적인 판단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중얼거림은 하나의 습관처럼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악마의 속삭임이죠.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와 같은 마음의 병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스케치 전에 이런 속삭임이 시작되면,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실패했던 기억, 완성에 대한 불안, 스스로에 대한 자책 등 부정적인 속삭임들을 떨쳐내고 무시하려면 지금 경험하는 '현재'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좋다거나 잘 되어 간다는 등의 긍정적인 판단도 하지 맙시다. 지금 그리는 그림에 대해 어떤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인 스트로크에만 집중해 보세요. 티베트의 승려들이 모여 며칠 동안 색색의 모래로 화려한 만다라를 완성한 다음, 바로 빗자루로 쓸어버리는 이유는 그림 그리는 과정을 하나의 명상과 수행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 무의식의 영향을 받으며 그림을 그립니다. 그 결과가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나타납니다. 부정적인 영향은 대부분 고정관념이 발현되기 때문이고, 긍정적인 영향은 오랜 연습에 의한 반사적인 드로잉에서 보입니다. 초보자는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고수는 거의 무의식에 반응하며 무의식적인 손놀림으로 스케치를 합니다. 모든 창작 행위는 무의식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 저는 오랫동안, 어떻게 하면 초보자가 적은 연습량으로도 빠르게 무의식 드로잉을 경험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왔고,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연습은 최대한 어린아이처럼 그려 보는 것입니다. 배웠던 모든 기법이나 형식은 잊고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그리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과 그림이 하나가 되는 무의식 드로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의식이 또렷할수록 몰입은 어렵습니다. 나른한 의식 상태에서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손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종교적 경험과도 매우 비슷합니다. 이런 무의식 드로잉을 몇 번 경험하면 자신의 그림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전에는 근사해 보였던 멋진 그림이 시시하게 느껴지고, 자신만의 엉성한 스케치에 알 수 없는 애착과 자긍심이 생겨납니다. 

 

- 물론 그럼에도 소질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림 그릴 때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술에 대한 소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호기심'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스스로 무언가 해결하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을 아는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호기심과 창의력은 동의어입니다. 둘째, '예민한 감각 혹은 감성'입니다. 작은 변화의 차이를 감지하고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성과 리듬 감각은 모든 예술의 기본입니다. 셋째 '정서적 안정'입니다. 늘 불안한 사람은 절대 시간이 요구되는 미술 작업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불안할수록 감정의 기복도 심해서 지속적인 연습을 필요로 하는 그리기의 긴 과정을 버텨 내기 어렵습니다. 

 

- 이 세 가지 덕목을 모두 갖췄다면 분명 훌륭한 크리에이터, 혹은 예술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미술은 본질적으로 '생각'의 산물이고, 생각을 시각화하는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놀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재미는 사라지고 노동으로 변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굳게 믿었던 손재주에 대한 타고난 소질의 중요성은 지금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리는 이유, 혹은 어린 시절 좋은 미술 성적을 받지 못했던 원인을 스스로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합니다. 이제 소질 따위는 잊어버리세요. 대부분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제 주변의 화가와 조각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의외로 미술과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많습니다. 천재는 10%의 영감과 90%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스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 형태 표현의 '형식'은 보기 그림들처럼 무척 다양합니다. 앞에서 보았던 탄탄하고 정확한 보조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스케치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보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형태 표현의 '기초'가 없으면 어떤 형식도 불가능합니다. 간섭이나 비판에 연연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눈과 손의 협응력, 원하는 선을 원하는 대로 그을 수 있는 스트로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최초로 그린 그림이 '컨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 즉 윤곽선 드로잉이었습니다. 그림을 색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 우리는, 모든 세상을 오직 선으로만 표현했습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렸던 그림도, 공책 귀퉁이에 끄적인 낙서도, 모두가 한때 열광적으로 빠져들었던 만화도 역시 선 그림입니다. 

 

- 컨투어 드로잉이란 의도적으로 명암을 배제하고, 대상을 오직 순수한 윤곽선만으로 파악하여 그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순수한 윤곽선은 강약의 변화가 없는 일정한 굵기의 선으로 연필보다는 샤프펜슬이, 만년필보다는 파인라이너 같은 솔리드 팁 펜 종류가 적당합니다. 가장 중요한 윤곽선은 대상과 배경이 만나는 경계선(가장자리 윤곽선)이고, 안쪽의 다양한 요소 가운데 먼저 눈에 띄는 윤곽선부터 미세한 윤곽선으로 순서를 진행해나갑니다. 실제로는 선으로 보이지 않지만 선으로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독특한 시각적 습관 때문입니다. 그 선을 면과 면이 만나는 지점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컨투어 드로잉은 스케치를 포함한 모든 드로잉의 가장 중요한 기초 연습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하면 관찰력과 표현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습니다. 컨투어 드로잉을 연습할 때는 단순한 형태보다 복잡하고 굴곡이 많은 대상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쌓여 있는 빨랫감이나 털실 뭉치, 구겨진 종이나 열쇠 뭉치 등이 좋은 소재입니다. 

 

- 저는 얼굴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그 사람의 얼굴을 스케치하면 그 사람은 제게,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원래 알던 사람이라면 전에는 몰랐던 그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는 평생 제 기억에 남을 얼굴이 되기 때문입니다. 얼굴 스케치를 하면서 얼굴의 시각적인 구조와 특징뿐 아니라 그 인물의 성격이나 분위기를 표현하려면 단순히 닮게 그리는 것 이상의 깊은 관찰과 감각적인 해석, 그리고 충분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물론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얼굴 스케치야말로 관찰의 중요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림입니다. 실제로 학생들과 얼굴 스케치 수업을 해 보면 많은 학생이 모델의 얼굴을 구석구석 면밀하게 관찰하지 않고 슬쩍 들여다보는 정도로만 쳐다본 뒤, 오직 그림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모델과는 별 상관없는 스케치, 혹은 자신이 늘 거울로 봐 온 자신과 매우 닮은 얼굴을 스케치하게 됩니다. 눈으로 관찰한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낸 허상, 혹은 세상의 모든 사람을 자신의 모습으로 투사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얼굴 스케치가 어려운 이유는 전 세계 70억 인구의 얼굴이 모두 비슷한 구조와 비례를 가지며, 아주 작은 차이가 그 사람의 개성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 초보자는 누군가를 닮게 그리는 얼굴 스케치가 아닌 사람의 보편적인 얼굴을 표현하는 연습에 주력해야 합니다. 얼굴의 일반적인 비례와 눈, 코, 입의 구조, 얼굴 골격과 근육 등을 스케치하면서 기본적인 얼굴의 형태 표현 연습을 충실히 하다 보면 조금씩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특징을 읽어 내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얼굴을 두 가지 개념으로 인식합니다. 첫째는 '머리'와 같은 개념이고, 둘째는 '눈썹 아래 눈, 코, 입이 모여 있는 부분'에 국한된 개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리는 얼굴 그림은 동그라미에 눈, 코, 입으로 가득 찬 이모티콘 형태를 띱니다. 눈, 코, 입 중심의 얼굴 개념은 고정관념으로 굳어져서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스케치에 고스란히 투영됩니다. 결국 코가 길어지고, 이마와 턱은 좁아지며 얼굴 바깥의 귀는 작아지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얼굴 스케치를 할 때는 스케치하는 동시에 자신의 무의식과 끊임없이 싸워야 합니다. 

 

- 스케치가 쉬운지 어려운지는 스케치를 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비울수록 무엇이든 쉬워진다는 것도 경험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해 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읽고 듣고 생각만 하면서 모르는 것들을 마치 아는 것인 양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이 책을 통해 스케치를 경험하면서 그 재미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당신은 한없이 깊고 넓은 미술의 바다, 그리고 예술의 세계에 살짝 한쪽 발을 담가 본 셈입니다.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갈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요. 

 

- 내 안에 들어 있는 무언가를 바깥으로 끄집어냈을 때 우리는 쾌감을 느끼고 그것을 '카타르시스'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카타르시스의 흔적인 자신의 일부를 누군가와 교감하는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큰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행위가 바로 무언가를 창조하고 소통하는 예술일 겁니다. 그 예술의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경험하면서 하나하나씩 새로운 세계를 느끼고, 자신에 대해 알아 가는 재미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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