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Drawing Book

[이기주] 그림 그리기가 이토록 쉬울 줄이야 - 혼자서 가볍게 시작하는 일상 드로잉

일루젼 2022. 9. 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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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기주
출판 : 스몰빅라이프 
출간 : 2022.07.18 


최근 책을 읽는 절대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또 그러다보니 읽는 속도도 꽤 떨어진 것 같다. 다른 관심사에 에너지를 나누어 쓰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원한다면 다시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알기에 조바심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점이 예전과의 차이점이다. 

 

그림을 시작하면서 나이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단지 제대로 배워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만 신경 썼을 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훨씬 어릴 때 시작하지 않았으니 잘 안될 것이라고 여기거나, 성인이 되어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술이나 운동 영역에서 나이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그것을 유일한 생업으로 삼고자 할 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즐기고 좋아하는 취미의 영역에 '늦은 시기'란 없으며, 또 그것이 어떤 형식으로건 수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시작부터 미리 한계를 지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배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들 한다. 나는 그것이 나이의 문제라고 생각치 않는다. 그는 그저 다른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아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재능이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그건 그가 얼마나 '지치지 않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당장은 결과물이 달라보여도 결국 들어가는 품과 에너지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을 즐겁게 느낄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반 스케치나 일상 펜드로잉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께 좋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수채 기법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으며, 건물이나 풍경을 어떤 식으로 도형화하고 단순화해서 표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본 가이드를 잘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실내에서의 1점 투시를 시점에 따라 나누어 표현해준 부분이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즐거움'이다. 세밀함이나 화려함도 좋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추구하다가 지쳐버리면 그림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포기해버릴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그렇게 적당히 단순하게 표현하면서도 그럴 듯해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한 술 한 술 떠먹여주는 책은 아니지만, 특히 막막했던 어반 스케치와 투시의 단순 적용법에 관한 꿀팁들이 많다. 나는 만족한다. 

 

얼마전 화실 선생님께서 좀 더 폭넓게 배워보고 싶다면 진학도 생각해보라고 권유하셔서 꽤 당황했다. 나도 모르게 '이 나이에?'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종종 그림을 보여주던 친구는 '재능 발견'이라며 한 번 생각해보라고 등을 떠밀어 주었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내 그림이 나쁘지 않아보였다면 그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즐거운 단계는 지금 정도다. 이 이상으로 일상을 포기해가며 매달릴 수 있을 만큼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만약 다시 진학을 고려한다면- 아마 조금은 다른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까.

 

주말에는 밀린 리뷰들을 써야지.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여기저기 기웃대며 어깨너머로 독학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방법을 민간요법처럼 사용했습니다. 재미가 있으니 스스로 깨닫고 알게 되는 것들도 생겼습니다. 건축을 전공했는데 이때 배운 건축디자인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런 민간요법과 버무려지면서 저만의 독특하고 쉬운 그림 그리기 방법들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20년이 흘러, 이제는 꽤 검증된 비법이 손끝에 쌓이게 되었습니다. 

- 유튜브 '이기주의 스케치'는 때 절은 종이를 꺼내 그린 한 장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운이 좋아 꽤 많은 분이 찾아와 주셨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분이 그림에 관심과 재미를 갖고 계신지 솔직히 몰랐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는데 쉽게 가르쳐 주어서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 마음에만 있었던 그림 그리기에 욕심을 갖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씀, 나이 육십에 느지막이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받았다는 말씀을 들으며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유튜브 댓글을 통해 많은 분의 그림 그리기에 대한 '아우성'을 확인했습니다. 그게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재능은 오랜 인내로 생겨난다고 합니다. 타고나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냥 관심이 없었고 재미가 없었으니까 재능이 생기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림 그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지금 시작하세요. 즐겁게 시작하면 재능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그림은 '멘탈 게임'입니다. 저도 초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어설픈 '처음'이 있었고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겪어 낸 노하우가 한 움큼이나 쌓였습니다. 그중에서 여러분이 반드시 이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그리기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만족하면 됩니다. 그림 그리기만큼은 아주 이기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좀 못 그린 내 그림도 기꺼이 봐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손재주를 익히는 것보다 먼저 마음 트레이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진짜 그림 실력은 관찰에서 나온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그림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손재주가 그림의 전부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 손은 거들뿐, 눈이 모든 것을 명령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게 무엇이든 복잡하다. 연필을 잡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혔던 것은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서로 나부터 그려달라고 마구 튀어나와 아우성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무엇부터 그려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하다. 

- 현란한 손재주를 위한 '재주'는 평소 관찰에서 나온다. 그려야 할 모든 대상은 선과 면 그리고 빛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자꾸 관찰하게 되면 그 규칙이나 형식이 눈에 익는다. 선들이 어떻게 만나는지, 면은 어디가 어둡고 어디가 밝아지는지, 동그라미를 옆에서 보면 어떻게 찌그러지는지, 떨어진 거리에 따라 커지고 작아지는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우리는 관찰을 통해 머리에 저장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머릿속 기억저장소에 있던 선과 면, 빛을 야심차게 꺼내 사용하게 된다.

 

- 그림은 눈으로 그린다. 그렇다면 눈 훈련이 필요하다. 이 눈 훈련의 해심은 바로 복잡한 걸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이미 그림 그리기는 시작됐다. 일기를 쓰듯 하루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을지도 모르고, 허투루 하루를 살고 싶지 않아 펜을 들기를 결심했던 건지도 모른다. 또는 그림을 좋아하는 같은 맘을 가진 사람들과 흥미를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선택했을 수도 있다. 아, 한동안 참았던 여행, 그 여행의 기록을 위해 스케치북을 펴길 결심했을 수도 있겠다. 여하튼 이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 생각보다 중년, 노년의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유튜브에서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구독하시고는 이런 말씀들을 댓글로 남기신다. '나이 육십에 느지막이-'. 이 표현엔 '이 나이에 괜히-'라는 의미와 함께 늦게 시작한 겸연쩍음이 섞여 있다. 하지만 살아온 생의 켜켜이 쌓인 흔적만큼이나 세상을 보는 눈은 진중하여, 그려 내는 그림마다 일기가 되고 앨범이 되며 역사가 된다. 보고 관찰한 게 많기에, 어느 정도는 감으로 그려낼 수 있을 만큼 이미 연륜이 대단하다. 결국 중년과 노년의 지금이 딱 그림 그리기 좋을 때다. 그러니까 '느지막이'가 아니라 '적당한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어요'가 맞다. 

 

- 문제는 손이다. 평생토록 손 근육은 그림 그리기를 위해 사용되지 않았으니, 눈으로 본 대로 머리가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가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젓가락질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우린 이유식을 먹을 즈음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젓가락질을 몸소 터득한 민족 아닌가. 사실 그림을 위해 손을 쓰는 건 별 게 아니다. 시간이 문제이지 안 될 일은 아니니,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어 보자. 그러면 이때부터 그림이 재미있어질 것이다. 늦지 않았다. 다만, 용기가 필요하다. 엉망진창인 내 그림을 기꺼이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와 함께 말이다.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초보 과정 정도는 과감히 환영한다는 용기면 더욱 좋다. 음정, 박자가 다 틀려도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 부르기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그림도 그렇게 놀이가 되면 좋겠다. 
 
- 그림 그리기는 결국 생활예술이며, 언젠가는 누군가의 평가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그건 그때의 문제다. 차차 배워 나가면 그만이다. 젓가락질을 익히듯 앞서 나간 누군가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차근히 배워 보자. 머리로는 알지만, 펜을 잡는 게 갓난아기처럼 어색하고 남한테 보여주기 부끄럽다고 하더라도 과감히 용기를 꺼내 쓰자. 지금이 딱 그림 그리기 좋을 때니까. 정말, 늦지 않았으니까. 

 

- 물을 많이 사용하는 수채화의 경우, 종이는 중량이 높고 질 좋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연습용이라도 종이는 물을 담아내는 것부터 색을 안착하는 데까지 그 차이가 굉장히 크다. 그리려는 그림의 종류에 따라 종이의 두께를 선택하면 된다. 연필과 펜으로만 완성할 때 종이의 중량은 150g/m² 이상의 종이를 사용한다. 우리가 쉽게 보는 프린터 복사용지가 80g/m² 이니까 이를 참고하면 대충 두께를 짐작할 수 있다. 수채 물감을 사용할 경우 종이는 200g/m² 이상이어야 종이가 물을 먹었을 때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수채화에 제일 좋은 중량은 300g/m2이고 대부분의 고급 수채화 용지가 이 중량이다. 

 

- 종이는 표면의 질감에 따라 황목, 중목, 세목으로 구분된다.
  
- 황목 Rough : 표면이 가장 거친 종이. 수채화 작업할 때 물감의 번짐이 좋다. 종이의 질감이 살아 있지만 거친 표면 탓에 연필이나 만년필, 라이너로 펜 드로잉을 할 때 정교하게 선을 그어 표현하기 어렵다. 

- 중목 Cold Pressed : 표면이 약간 거친 종이, 펜으로 드로잉 할 때나 수채 물감을 사용할 때에 다루기가 쉽고 표면이 적당히 거칠고 종이 질감이 살아있어 종이 감수성이 만족스럽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종이 재질이다. 

- 세목 Hot Pressed : 표면이 평탄하다. 펜으로 선을 그을 때 선 긋기가 정교하다. 다만 종이의 질감이 주는 감성이 적고 수채화 채색 시 물을 다루기가 힘들다. 

- 어반 스케치를 할 때 도시나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건물의 소실점은 이런 패턴이 꽤 많다. 이 사진은 소실점이 2개인데 그렇다고 2소점은 아니다. 이 그림은 1소점이 2개인 구도다.  

- 카페 유리창에 머금은 빛은 해칭으로 표현하는데 해칭의 간격으로 빛의 양을 표현한다. 해송 숲에 깊게 드리워진 음영을 해칭으로 표현하면서 펜 드로잉을 마무리한다.

 

- 먼저 하늘 전체를 가득 채우지 않고 느낌 있게 여백을 준다. 카페의 유리면에 머금고 있는 빛과 반사 이미지를 표현할 때는 채색을 하고 마른 붓으로 닦아내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천천히 맞춰 간다. 

 

 

 

 

    

  

 

 

 

 

 

 
그림 그리기가 이토록 쉬울 줄이야
누구나 어릴 적엔 그림 그리는 것을 즐겼다. 벽지에, 냉장고에, 문에 닥치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 본능을 애써 억누르고 살아가게 된다. 자기가 그린 그림이 어딘가 못나 보여서,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내 주제에 그림을 그린다는 게 어딘가 어색해서, 시도조차 하려고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겁내지 말자. 그림 그리기는 결코 어렵지 않다. 당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작은 실수는 용납하지 못한다’는 강박이 그림 그리는 걸 어렵게 느끼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그림 그리기가 이토록 쉬울 줄이야〉는 똑같이 그리지 않아도, 삐뚤빼뚤 선을 못 그려도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알려줄 것이다. 이 책은 그림 그리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즐겁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안내하는 가이드북이다. 단순한 선 긋기부터 시작해, 멋진 수채화를 완성하는 것까지, 이 책을 천천히 따라 하다 보면 일기를 쓰듯 편안하게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자
이기주
출판
스몰빅라이프
출판일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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