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새삐(이서은)
출판 : 영진닷컴
출간 : 2022.06.30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나갈지 화실 선생님과 대화하던 도중 '디지털 드로잉' 쪽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밑그림을 레이어로 분리해 처리할 수 있고 확대/축소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도 글레이징 기법에 관심이 많아 언젠가는 디지털 드로잉으로 넘어갈 생각이긴 했다.
<새삐의 인체 드로잉 & 해부학 클래스>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드로잉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하지만 많이 쓰는 프로그램과 기본 특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정도이지 세세한 설정법이나 레이어, 브러쉬 사용법들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디지털 드로잉을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긴 하지만 '인체 드로잉'과 '해부학'에 집중된 책이므로 손그림과 디지털 드로잉 모두에 적용할 수 있다.
<새삐의 인체 드로잉 & 해부학 클래스>는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도 압도당하지 않고, 필요한 영역을 어떤 식으로 공부해나가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있게 친절하게 맛보여주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에 출간된 손그림 위주의 작법서들을 최근 트렌드에 맞춰 재해석한 것에 가깝다고 느꼈다. 앤드류 루미스의 <인체 드로잉>같은 기본기를 설명하지만, 게임이나 일러스트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인체 비율'대로 그릴 수 있는 방식의 작법서. 그런 점에서 캐릭터 창작 일러스트를 그려보고 싶은데 모작용으로도 좋은 책을 찾고 있던 분들께는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 나이에 따른 비율, 조금 더 이상적으로 보이게 표현하는 방법 등을 차근히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인체 자체의 비율을 인체 사진과 함께 먼저 보여준 다음 해부학적으로 근육의 위치와 모양, 실수하기 좋은 점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것들을 적용해 다양한 자세나 상황에서의 인물화를 보여주어 단계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다. 부록으로는 연습용 트레이싱지와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각자가 편한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디지털 드로잉을 한다면 스캔 후 덧그릴 수 있으니 큰 필요는 없을 수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3D 모델 구현법이나, 저자가 수록한 것 같은 전문 모델들의 참고용 유료 사진 구매법 등도 알려주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원하는 포즈가 있지만 어디서 참고 자료를 찾아야 할지 막막한 분들께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리고 팔 안쪽이나 무릎 뒤 같은 오목한 부분 표현을 좀 더 상세히 다루어주었더라면 하는 점과 발목 부분 표현이 아쉽다는 점 정도다.
그런데 사실은 색연필의 매력에 생각보다 깊이 빠지는 바람에 당분간은 손그림을 좀더 즐겨보려한다. 색연필만으로 유화의 두터운 질감 표현를 구현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그 느낌을 '착시'로 나타낼 수 있고, 솔벤트 등을 이용해 블렌딩하면 극사실화나 수채화의 느낌까지도 커버할 수 있다. 하나의 단일 재료로써 이렇게 폭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다는 게 무척 매력적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는 건식이라 준비물도 크게 필요하지 않고, 붓에 비해 손놀림의 숙련도도 쉽게 익힐 수 있다. 이미 조색된 색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어 '의도한' 표현을 하기 좋은 재료다. 여러분 색연필화 하세요
끝.
- 전 처음부터 일러스트레이터를 지망하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러기에 디지털 드로잉도, 일러스트레이션도 20대 이후로 처음 접해봤을 뿐만 아니라 인체를 '창작할 것'을 상정하여, 안 보고 그릴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헤매고, 주먹구구로 공부하고, 책도 찾아보고, 수강도 해보곤 했습니다.
-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많은 사람이 인체의 공부 방법을 몰라, 과거의 나처럼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헤매는 와중에 마치 그림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잘 그릴 수 있다고 착각하며, 방법만 충분히 익히면 잘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넘치는 사람조차 그림을 쉽게 그만두는 것을 볼 때마다 정말로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타고난 재능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결코 재능으로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재능을 꽃피우기도 전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림은 수많은 기술을 익혀야 하고, 또 그것을 소화해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어려움이 정말 많긴 합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그림의 기술을 익히면 여러분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과거의 저처럼 인체 드로잉과 해부학을 어떻게 그리고 공부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사람에게 이 책이 어느 정도 답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라이프 드로잉(Life Drawing) : 사람이나 동물 등 살아있는 생물을 보고 생동감 있게 그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드로잉입니다. 포스 드로잉처럼 역동성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지만, 좀 더 자세히 그려 도형화와 같이 정확도도 높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 소묘(素描, Drawing) : 명암이나 색을 나타내기 위해 단색으로 칠한 그림을 말합니다. 영미권에서는 '드로잉(Drawing)'과 단어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 스케치(Sketch) : 형태를 간추려 그린 것을 뜻합니다. 드로잉과 동의어라 생각하면 됩니다.
- 데생(Dessin) : 프랑스어로 주로 선을 이용해 이미지를 그려낸 드로잉 방식입니다. '선화'와 동의어입니다.
- 게임 원화, 게임 일러스트, 웹소설 일러스트를 그리고 싶어요 : 도형화(Gesture Drawing)를 연습하세요! 정확도에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이 좋아요.
- 웹툰을 그리고 싶어요 : 도형화(Gesture Drawing)를 연습하면서, 액션을 더 잘 표현하고 싶다면 포스 드로잉(Force Drawing)도 연습하면 좋아요.
-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요 : 포스 드로잉(Force Drawing)을 연습하되, 도형화(Gesture Drawing)도 그릴 줄 알면 좋아요.
-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 취미로 그리는 그림은 최종적으로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잘 따져야 해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대부분은 주변에 예쁜 인물 일러스트를 보고 '나도 저렇게 그리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연예인을 예쁘게 그리거나, 캐릭터를 예쁘게 그리고 싶거나 그런 거죠. 이러면 도형화(Gesture Drawing)를 연습하는 게 좋아요.
- 디지털 드로잉의 강력한 기술인 뒤로 가기(Ctrl+Z) 때문에 연필 드로잉보다 쉬울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단 디지털 드로잉은 전용 펜을 통해 필압을 디지털로 인식시켜야 하므로 연필과 같은 수작업 도구보다 훨씬 필압이 좋지 못합니다. 태블릿은 필압이 섬세하지 못하기 때문에 필압을 줘서 그리려 하면 손목에 힘이 자동으로 들어가고, 손목의 내구도를 빠르게 소진시킵니다. 손목에 힘을 최대한 빼고 연필에서 아주 편하게 살살 그릴 때 정도로만 그어야 해요. 필압 조절을 못하기 때문에 강한 선을 사용하고 싶을 때는 브러시의 투명도 조절이나 두 번 덧대어 긋는 것이 좋습니다.
- 인체에는 직선이 거의 없답니다. 투시나 상황에 의해 직선으로 보이는 선, 근육 라인이 겹쳐 직선처럼 보이는 선이 존재할 뿐입니다. 모두 다 곡선이라 생각해 주세요. 직선이라고 인식하고 그리는 것과 곡선이라 인식하고 그리는 차이가 꽤 큽니다. 직선은 잘 그릴 필요가 없습니다. 현실에는 자를 대고 그리고, 디지털 작업에는 [Shift]를 누른 상태에서 선을 그으면 직선으로 그어집니다. 내가 그으려는 선보다 더 길게 긋고 남는 부분을 지웁니다. 선을 짧게 그으면 결국 이어 그리게 됩니다. 이어 그리면 미세한 각이 생기며 그 부분의 자연스러움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 선을 대충, 많이 쌓지 마세요. 내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간결하게 그려야 합니다. 결국 많은 선을 정리해줘야 하는 건 여러분 스스로입니다. 나중으로 미루지 마세요. 브러시 오퍼시티(불투명도) 낮추기(약 30~40%로), 연필로 살살 그었을 때 나오는 농도의 두께로 설정해 주세요. 펜처럼 강하게 나오면 그릴 때 너무 부담스러워서 선을 잘 쓰기가 더 어렵습니다. 처음에 선 연습할 땐 30개 그어도 맘에 드는 것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정상입니다! 이렇게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참고해 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적응할 거예요!
- 러프 레이어를 여러 개 사용하게 되거나, 러프 후 선을 딸 때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그림을 끊임없이 다듬고, 다듬고, 다듬으니까요. 프로 지망생에게 시간이란 즉, 시급과 직결됩니다. 같은 돈을 받아도 오래 작업하면 시급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작업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림 작업을 지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취미니까, 그림을 더욱더 빠르게 끝내고 싶을 거예요. 선을 간결히 쓰는 연습을 하면 그림이 더욱 빨리 작업될 거예요.
- 스케치를 끝낸 이후 페인팅할 때 그림을 많이 고칠 수 있어요. 난 분명히 스케치를 열심히 했는데, 어쩐지 페인팅만 했다고 하면 스케치가 틀린 부분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 거죠. 왜냐면 스케치를 빨리 끝내고 페인팅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조급하게 스케치를 끝낸 것입니다. 러프한 선은 선의 개수 자체가 많아 보이게 만들어 스케치를 많이 한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해요. 선을 굵게 쓰는 사람이라면 면적이 차 보여 스케치를 완성한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하죠. 내가 처음 그렸던 그림과 선을 딴 그림의 인상이 바뀌게 됩니다. 선을 굵게, 혹은 잔선을 많이 그어 그린 그림을 다듬으면 당연히 그 느낌을 잃어버리게 돼요. 선 쓴 개수와 굵기, 위치가 달라지니까요. 인상뿐만 아니라 구도나 연출 자체가 바뀌기도 합니다. 만약 위와 같은 문제가 있다면 선을 깔끔하게 써서 스케치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분명 효과가 있을 거예요.
- 엄밀히 말하면 1점 투시의 그림은 잘못 그려진 그림이에요. 왜냐면 우리는 윗면이 보이는 물체를 볼 땐 아랫면이 나에게서 멀어지면서 작아져 보이거든요. 그리고 나와 먼 쪽의 빗변이 3점 투시와 같은 상황이 되는 거예요. 이 상황의 경우, 소실점이 아래에 하나 더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1점 투시를 쓰는 이유는 풍경이 넓은 상황에서는 오차가 크지 않아서예요. (QR 코드의 영상을 꼭 시청해주세요!)
- 간혹 투시선을 그릴 때, 이렇게 90보다 더 작은 각으로 그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시선은 90도까지만 그리고, 90도보다 작은 예각은 그리지 않습니다. 왜냐면 직육면체의 한 각은 인간의 시각 범주 내에선 90도보다 작게 볼 수 없고 90도까지만 가능하니까요. 그러한 인간의 시각 범주에 맞춰 투시선도 제한하여 그려야 합니다.
- 그림을 그릴 때 많이 사용하는 비율은 8등신으로, 머리~사타구니까지 4등신, 사타구니~발까지 4등신으로 그립니다. 실제 사람은 대략 6.5~7등신으로, 다리 길이가 3등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 안에서 이상적 비율을 위해 다리를 더 늘려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위 그림은 그보다 살짝 더 다리가 긴데, 제가 사용하는 비율은 다리가 4등신보다 살짝 더 길게 그리고 있어요. 각각의 비율을 살펴보자면, 턱 밑~가슴께까지 1등신, 가슴께부터 골반 턱까지 1등신, 골반이 1등신, 위아래 다리가 각각 2등신입니다. 팔은 실제 사람의 경우 팔꿈치가 허리에, 손목이 다리 시작점에 위치하게 되지만, 그림의 경우 다리가 길기 때문에 팔을 좀 더 늘려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 서양인(코카소이드)은 음식물을 씹을 때의 턱에 가해지는 충격을 안와로 흡수합니다(안와상융기). 그래서 안와뼈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안와뼈가 솟아 있는 것이니 두개골의 측면이 길어지면서 정면보다 측면이 넓은 얼굴이 됩니다. 동양인(몽골로이드)은 그 충격을 광대뼈로 흡수합니다. 그래서 광대뼈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실루엣 옆으로 튀어나오며 얼굴이 넙적해지는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건 인종차보다 개인차가 훨씬 큽니다. 안와 융기가 없는 서양인도 있고, 안와융기가 심한 동양인도 있죠. 안와융기가 있어도 속상꺼풀이 있는 서양인도 있고요. 반대도 존재합니다.
- 대흥근은 삼각근과 이어져 있지 않고, 삼각근 아래의 팔뼈에 붙어 있습니다. 드로잉 할 때, 둘을 한 선으로 이어 그리지 않도록 주의해서 그립니다. 대흉근과 삼각근은 쇄골에 붙어 있기 때문에, 쇄골이 먼저 보인 다음 그 아래에 대흉근과 삼각근이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근력량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근력량이 많아지면 쇄골과 함께 이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대흉근과 삼각근 사이에는 혈관, 신경, 림프관 등이 지나다니는 통로가 있습니다. 해당 틈을 통해 삼각근과 대흉근을 나눠 그립니다. 큰 근육인 대흉근과 삼각근을 먼저 그린 다음, 작은 근육 순으로 그려봅시다.
- Q. 캐주얼 그림체를 지향하는 학생입니다. 캐주얼 그림체는 해부학을 꼭 공부해야 하나요?
A. 7-8등신 미만의 그림체라면 안 해도 됩니다. 해부학은 '디테일'의 문제라서, 그림체의 데포르메 강도가 강해질수록 디테일은 뭉뚱그려지게 됩니다. 데포르메가 강한 그림이기 때문에 디테일이 필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반대로 8등신 이상의 그림에는 그러한 디테일이 많이 필요하므로 해부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표면의 미묘한 굴곡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스케치뿐만 아니라 페인팅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 엄밀히 말하면 드로잉은 드로잉, 해부학은 해부학입니다. 왜냐면 창작 드로잉을 할 때, 인체의 모든 부분을 뼈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근육, 피하지방, 피부 순으로 그리지 않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렇게 해도 안 될 것은 없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효율이 떨어지게 되니까 가급적 지양하는 것입니다. 간혹 그림 그리는 사람 중에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드로잉 할 때, '이렇게 그려라'라고 배우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그리기 어려워하거나 그렇게 하기 싫은 사람이 있어요. 굉장히 이론적인 분들이죠. 이런 이론적인 분들에게는 해부학이 '이유'를 설명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해부학을 공부하고 나서야 비로소 드로잉이 좀 더 잘 되는 사람도 있어요. 자신이 어떤 과에 속하는 사람인지 잘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이론을 따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이론보다는 감각에 의존하는 걸 선호하는지 내 스타일에 따라 공부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엉덩이와 허벅지의 대부분이 의자에 붙기 때문에 다리를 들지 않는 이상 허벅지를 의자 면적에 붙여 그려줘야 합니다. 의자 높이와 다리 길이에 따라, 의자 높이보다 다리가 더 길게 되면 앞 페이지의 남성 그림처럼 허벅지 아래쪽이 의자에서 떨어지게 되면서 다리 아랫면이 보이게 됩니다.
- 핸드폰을 들 땐 의외로 손가락 끝과 핸드폰 옆면으로만 잡고 있습니다. 손가락 전체로 핸드폰을 잡으면 핸드폰을 사용하는 포즈가 아니라 마치 둔기를 든 것처럼 되니 주의하며 그립니다. 폰을 양손으로 잡고 사용할 때도 손끝과 핸드폰 옆면만 잡고 있게 됩니다. 귀에 댈 때는 귀가 핸드폰의 무게를 지탱해주기 때문에 손끝으로만 들어도 가능합니다.
- 드로잉 공부는 따라 그리기 부터입니다. 처음부터 창작하려 하기보단 잘 모르는 형태를 찾아내어 해당 부분을 집요하게 따라 그리며 머릿속에 3D로 형태를 이해하고 외워야 해요.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일정 이상 잘 그리기 위해서는 몸 구석구석의 형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외워야 가능하니 최대한 많이 그려보고, 지식을 많이 쌓아보세요. 이 책을 활용하여 공부하는 사람도 책을 정독하고, 베껴 그려보며 형태를 이해하고, 실제 사진을 보며 내가 외운 형태에 대한 지식을 응용하며 따라 그려보세요. 별지로 추가된 연습지를 보며 따라 그리는 훈련을 해보면 좋겠어요.
- 드로잉을 잘하면 이후의 그림 작업이 편해집니다. 보통 페인팅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형태를 제대로 그리지 않고 페인팅 작업을 할 때 형태를 다시 그리며 페인팅까지 함께 작업하며 이중고를 겪기 때문입니다. 형태에 대한 고민을 드로잉에서 끝내버리고 페인팅 작업에선 페인팅만 신경 쓰면 보다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죠. 그러니 형태를 이해하고 그리는 것을 포기하고 후작업에 들어가지 않도록, 형태력을 키워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많이 그리고 모르는 부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 그림에 재능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많이 그리고, 많이 훈련한 사람이 더 잘 그리는 것일 뿐이에요. 저도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많이 반복 훈련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에도 자신의 재능을 탓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주저하면 안 됩니다.
- 그림은 결코 재능을 많이 타고난 사람이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한 번 훑어보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한 번에 이해되고 공부를 끝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겁니다. 공부는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그려본 포즈, 처음 그려본 근육을 단번에 이해하고 곧바로 잘 응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갓난아이가 걷기 시작하자마자 성인처럼 제대로 걸을 순 없는 것입니다.
- 저도 그림 그리는 직업인으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정말 오랜 시간을 헤매며 많은 분께 도움을 받고 스스로 노력하여 겨우 이만큼이나마 해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발버둥 쳤기 때문에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보는 여러분들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발버둥 치기 때문에 비로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보이고,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나를 찾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여러분들이 그림을 그리는 직업인으로, 혹은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예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하여 같은 직업인으로서, 또는 SNS에서라도 함께 교류하며 즐겁게 그림을 그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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